뮤지컬 무대

헤어스프레이 - 편견을 무너뜨린 뚱보의 긍정성

히메스타 2018. 11. 19. 16:08

2001년 9월 11일은 미국을 충격에 빠트린 테러가 뉴욕 중심가에서 일어났다. 역사상 단 한차례도 본토에서 전쟁을 치른 적이 없는 미국인들에게 9.11 테러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당시 추모의 분위기로 인해 뉴욕의 많은 뮤지컬이 조기 종영해야 했다. 국가적인 재난을 겪은 상황에서 쇼적인 흥겨움이 강한 뮤지컬은 어울리지 않았다. 사건이 일어나고 몇 달 후 다시 힘을 차리고 재기하기 위해 뮤지컬들이 다시 무대에 올라갔다. 특히 2002년 초연한 [헤어스프레이]는 근심에 빠진 미국인들에게 큰 위안을 안겨주었다. 뚱뚱한 소녀 트레이시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하고 노력하는 모습은 이 당시 미국에 꼭 필요한, 바로 희망을 주었다. 그것은 과거형에 그치지 않는다. 불가능할 것 같은 꿈을 이루어내는 [헤어스프레이]는 지금의 관객들에게 희망을 전파한다.

뚱뚱한 소녀 트레이시는 9.11 사건의 충격에 빠져있던 미국인들에게 큰 위안을 안겨주었다. – 제공: 더뮤지컬

파급되는 긍정성

[헤어스프레이]는 1960년대 인종 차별이 만연한 볼티모어를 배경으로 한다. 뚱뚱한 소녀인 트레이시가 편견에 가득 찬 도시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자신의 꿈을 이루는 내용이다. 1988년 존 워터스 감독이 만든 영화가 원작이다. 60년대 댄스 스타일의 노래를 몇 곡 추가하고 안무가 제리 미첼을 영입해 60년대 흥겨운 안무를 추가했다. 낙심한 이들에게 위안과 용기를 주는 [헤어스프레이]는 9.11 사건의 충격이 가시지 않는 미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2002년 브로드웨이에서 오픈한 공연은 토니상에서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8개 부문에서 수상하였다. 브로드웨이 공연은 2,500회 동안 공연을 이어갔다. 이 인기는 영화를 토대로 한 뮤지컬을 다시 영화로 제작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2007년 새롭게 제작된 영화에는 [그리스]에서 날렵한 디스코를 선보였던 존 트라볼타가 거구의 여인 에드나를 연기했다.

트레이시의 엄마 에드나는 고도 비만이라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여인이다. 이 역할은 대대로 남자 배우들이 맡아왔는데, 존 워터스의 영화에서는 유명한 드랙퀸 배우인 디바인이 맡아 연기했고, 브로드웨이 초연에서는 [라카지 오 폴]의 작가이자 게이 배우인 하비 피어슈타인이 에드나를 연기했다. 도대체 왜 여자 역을 남자가 연기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작품 설명이 필요하다. 트레이시는 엄마를 닮아 뚱뚱하지만 쾌활하고 자신감에 넘치는 소녀이다. 그녀의 꿈은 10대 청소년들이 댄스 경연 대회를 벌이는 ‘코니 콜린 쇼’에 출연해서 댄스 왕이 되는 것이다. 볼티모어에서 경연 대회가 벌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트레이시는 기뻐하지만 에드나는 그런 트레이시가 방송에 나가 거대한 몸집 때문에 놀림을 당할까봐 걱정한다. 뚱뚱한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익히 아는 것이다. 하지만 트레이시는 열등감이 부족한 캐릭터다. 그런 편견에 찬 시선을 대수롭지 않게 이겨내고 자신의 꿈을 향해 직진해서 결국 이루어낸다.

트레이시는 특유의 긍정성으로 주변 사람들은 물론 관객들에게까지 용기와 희망을 준다. – 제공: 더뮤지컬

특유의 긍정성으로 편견 없이 흑인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뚱뚱한 체구에도 타고난 리듬감과 웨이브로 그녀의 춤은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매력을 준다. 결국 그녀는 코니 콜린스의 쇼의 스타인 꽃미남 링크와 사귀고 댄스 우승자가 된다. 이렇게 되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지만,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그녀의 성취가 그녀만의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매사 긍정적이고 꿈을 향해 직진 해온 그녀는 자신의 꿈을 달성할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다. 가장 먼저 변화를 겪는 이가 바로 트레이시의 엄마인 에드나이다. 에드나는 하마 같은 몸집의 거대한 여인이다. 거대한 몸집은 여성성이 거세된 존재, 사회적인 시각에서 여성으로서의 매력이 없는 인물이다. 그런 사람들의 시선이 싫어 집안에서만 살아가는 것이다. 거대한 몸집에 여성성이 거세된 존재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배우는 바로 남자이다. 그런 이유로 대대로 에드나는 덩치 좋은 남자 배우들이 맡았다. 브로드웨이 초연에서 에드나를 연기한 하비 피어슈타인는 여자 역할을 하면서 일부러 목소리를 가늘게 하지 않고 거칠고 갈라지는 괴물 같은 목소리로 에드나의 캐릭터를 좀 더 부각시켰다. 에드나와 그의 남편 윌버가 부르는 러브 송 ‘Timeless To Me’는 귀엽고 애교 넘치는 남편과 거칠고 괴물 같은 아내의 목소리가 부조화의 조화를 이루며 묘한 느낌을 준다.

트레이시는 세상과 격리된 삶을 유지하는 에드나를 세상으로 나오게 만든다. 이뿐만 아니다. 그녀는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당하는 흑인들에게 부당함을 호소하려고 선동해서 데모를 일으키기도 한다. 모두 유치장 신세를 지는 지경에 이르게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받는 부당한 대우에 대해 부당하다고 표현하는 용기를 갖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객석으로까지 전이된다. 너무나 잘나고 예쁘고 똑똑한 누군가가 이러한 일을 해낸다면 상대적으로 덜 감동적일 것이다. 하지만 용기 있게 꿈을 이루어내고, 주변 사람들에게 용기를 심어주는 트레이시는 단지 긍정적인 것 이외에는 그다지 별 볼 일 없고 몹시 뚱뚱한 소녀이다. 그런 트레이시가 큰 변화를 이루어내기 때문에 관객들이 더욱 공감하고 위안과 용기를 얻게 된다.

화합의 가치

꿈을 이루려는 소녀의 이야기에는 그것을 방해하는 사회적인 장벽이나, 깨기 힘든 규율, 혹은 삐뚤어진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헤어스프레이]에는 편견에 가득 차서 자신의 출세욕만을 생각하는 제작자 벨마가 비뚤어진 악당으로 등장한다. 그녀는 미스 볼티모어 출신으로 ‘코니 콜린 쇼’의 프로듀서이다. 코니 콜린 쇼에 출연하고 있는 딸 엠버를 우승시키기 위해 비열한 행동도 서슴 없이 하고, 흑인들을 차별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인물이다. 외모는 탁월하지만 비뚤어진 성격을 가진 벨마는 트레이스와 완전 대조적인 인물이다. 벨마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트레이시를 경연 대회에 나오지 못하게 한다.

이렇게 벨마가 시종일관 트레이시를 방해 하지만, [헤어스프레이]의 뛰어난 점은 주인공의 적까지도 화해를 이루어낸다는 것이다. 선과 악이 분명한 멜로드라마적인 성격이 강한 뮤지컬에서는 흔히 주인공이 악의 무리를 극복하면서 대단원을 맞는다. 주로 화해로 결말을 맺는 경우가 많은데 이 화해에 악당들은 제외된다. 북 뮤지컬의 전통을 세운 [오! 클라호마]는 미국 남부 카우보이들과 농사꾼 집단의 화합을 젊은 남녀의 사랑으로 그린 작품이다. 미국의 화합 정신이 빛나는 이 작품에서도 이들 사이에 끼어든 뜨내기 농부인 주드는 배제된다. 선과 악이 분명한 뮤지컬에서 악은 주로 제거의 대상이지 화해의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헤어스프레이]에서 흑인들을 무시하고 차별하고 트레이시를 방해해온 벨마에게 새로운 프로그램의 마케팅 이사를 맡긴다. 그 프로그램이 흑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아이러니는 있지만 벨마를 배제하지 않는다.

대책없이 낙천적인 트레이시가 긍정적인 태도로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스토리는 ‘화합’이라는 가장 미국적인 가치를 드러낸다. – 제공: 더뮤지컬

흔히 문화, 인종의 용광로라고 표현하는 미국 사회에서 화합은 매우 중요한 가치이다. [헤어스프레이]는 무시당한 흑인들의 혁명이 아닌 모든 인종의 화합을 노래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변화와 변혁을 꿈꾸는 사회주의적 가치보다는 안정과 화합을 이루려는 보수적인 가치를 상위에 둔다. 화합이라는 가장 미국적인 가치를 담고 있고 긍정적인 태도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헤어스프레이]는 2001년 초연 당시 많은 미국인들을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것은 미국이라는 특수한 나라에 한정되지만은 않는다. 뚱뚱한 여인이 멋진 남자 친구를 사귀고 댄스 경연 대회에서도 우승해 자신의 꿈을 이룬다는 현실에서는 좀체 보기 힘든 일이지만 트레이시의 긍정적인 마인드와 용기는 희망 찬가를 부르게 한다. 특별한 이유가 없더라도 파스톤 색의 의상과 무대, 경쾌한 60년대 댄스 곡에 흥겨운 춤을 감상하다 보면 저절로 마음의 빗장이 풀리고 대책 없이 낙천적인 트레이시에게 공감하게 된다.

공연 내역
2002년 8월 15일 닐 사이먼 극장 브로드웨이 초연
2007년 10월 11일 새프츠베리 극장 웨스트엔드 초연

수상 내역
2003년 토니상 8개 부문(작품상, 극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연출상, 작곡상, 의상디자인상) 등 8개 부문 수상
2003년 드라마데스크상(작품상, 극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작사상, 작곡상, 연출상. 무대의상상) 등 9개 부문 수상

창작자
작곡 : 마크 사이먼(Mark Shaiman)

미국의 작곡가. 공연과 영화 TV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했다. [해리와 샐리가 만났을 때], [아담스 패밀리], [시스터 액트] 등의 영화 음악을 담당했다. 뮤지컬 [헤어스프레이]는 그의 대표작으로 토니상을 수상하게 했다. 이후 [헤어스프레이] 팀과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 작업에도 참여했다.

작사 : 스콧 위트만(Scott Wittman)
마크 사이먼과 콤비로, TV 쇼 [Saturday Night Live]를 함께 협업했다. 베트 미들러와 같은 아티스트의 콘서트를 연출하기도 했다.

연출 : 잭 오브라이온(Jack O'Brien)
디에이고의 올드 글로브 시어터의 예술 감독으로 오랫동안 근무했다. [풀 몬티], [헤어스프레이]을 연출했고 셰익스피어 연극 같은 정극 연출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캐릭터 소개
트레이시
뚱뚱하지만 열정이 가득하고 꿈을 꾸는 십대. 코니 콜린 쇼에 나아가 댄스 퀸 자리를 얻는다.

에드나
트레이시의 엄마. 엄청난 몸집으로 집 밖 세상에 나아가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트레이시의 덕분에 몸집에 대한 트라우마를 이겨낸다.

벨마
코니 콜린 쇼의 제작자. 왕년의 미스 볼티모어 출신으로 사람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엠버
코니 콜린 쇼의 유력한 여주인공. 제작자인 엄마의 도움으로 댄싱 퀸에 오르려 하나 트레이시에게 빼앗긴다.

링크
코니 콜린 쇼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십대 남자. 원래는 엠버의 남자 친구였지만 용기 있고 자신만만한 트레이시와 사랑에 빠진다.

모터마우스
다운타운가의 레코드 숍의 주인. 흑인의 날에 코니 콜린 쇼의 사회를 본다. 시위드의 엄마

시위드
흑인이라고 차별하는 세상에 반항을 춤으로 푼다.

시놉시스
뚱뚱하고 쾌활한 트레이시는 10대들의 댄스 쇼인 코니 콜린 쇼를 보는 것이 낙이다. 코니 콜린쇼의 멤버 하나가 빠지면서 새로운 멤버를 찾는 오디션이 열린다. 트레이시는 반대하는 엄마를 설득해 오디션에 가지만 지각을 한다. 프로듀서인 벨마는 뚱뚱한 트레이시와 흑인 코마를 비웃으며 오디션 기회를 주지 않는다.

부풀린 자클린 머리로 나머지 공부를 하게 된 트레이시는 그곳에서 흑인 시위드를 만나 흑인들의 춤을 배운다. 댄스파티에서 코니 콜린스에게 자신의 춤 실력을 보여준 트레이시는 코니 콜린 쇼에 참가하게 된다. 한편 시위드의 레코드 숍에서 흑인들과 어울리던 트레이시는 인종 차별의 심각성을 느끼고 그녀가 앞장서 데모를 주도한다. 결국 모두 철장 신세를 지게 되는데 트레이시 아버지의 도움으로 모두 풀려난다. 단 벨마의 흉괴로 트레이시는 감옥에서 나오지 못한다. 코니 콜린스의 인기남 링크는 엠버의 남자 친구였으나 트레이시에게 끌린다. 자신의 용기 없는 행동을 자책한 그는 트레이시를 구하기 위해 감옥으로 간다. 그리고 흑인들과 함께 트레이시를 코니 콜린 쇼에 참가시켜 누가 진정한 퀸인지 엠버와 대결하게 한다. 결국 트레이시가 승리하고 이 경연이 방영되자 시청자들이 열광한다. 헤어스프레이사는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을 벨마에게 맡긴다. 단, 그 프로그램은 흑인 방송.

뮤지컬 넘버 리스트

no.파트뮤직컬넘버
11막Good Morning Baltimore, - Tracy and Ensemble
2The Nicest Kids in Town - Corny and Council Members
3Mama, I'm a Big Girl Now - Edna, Tracy, Prudy, Penny, Velma, Amber, and Female Ensemble
4I Can Hear the Bells - Tracy and Ensemble
5(The Legend of) Miss Baltimore Crabs - Velma and Council Members with Tracy, Penny, and Little Inez
6The Madison - Corny and Company
7The Nicest Kids in Town (Reprise) - Corny and Council Members
8It Takes Two - Link, Tracy, and Male Ensemble
9Velma's Revenge - Velma
10Welcome to the 60's - Tracy, Edna, The Dynamites, and Ensemble
11Run and Tell That! - Seaweed, Little Inez, and Detention Kids
12Big, Blonde, and Beautiful - Motormouth, Little Inez, Tracy, Edna, Wilbur, and Company
132막The Big Dollhouse - Matron, Edna, Velma, Tracy, Amber, Penny, Motormouth, and Female Ensemble
14Good Morning Baltimore (Reprise) - Tracy
15Timeless to Me - Edna and Wilbur
16Timeless to Me (Reprise) - Edna and Wilbur
17Without Love - Tracy, Link, Penny, Seaweed, and Ensemble
18I Know Where I've Been - Motormouth and Ensemble
19Hairspray - Corny and Council Members
20Cooties - Amber and Council Members
21You Can't Stop the Beat - Tracy, Link, Penny, Seaweed, Edna, Wilbur, Motormouth, Velma, Amber, and Ensem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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