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어랏]의 한국 공연을 연출한 데이비드 스완은 이 작품의 문화적 배경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말했다.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몬티파이톤을 알게 되는 특정한 시기가 있다. 그건 보통 10살에서 11살 정도의 나이가 됐을 때다. 어린 시절 나는 몬티파이톤을 통해서 때로 어른들이 서로가 서로를 멍청하다고 업신여기기도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몬티파이톤은 언제나 관례적이지 않고 부조리주의에 입각한 코미디에 아주 재치 있는 옷을 입혀서, 사회적이고 시의 적절한 풍자로 결국 우리가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고 웃을 수 있게 해주었다.”
그가 말하는 ‘몬티파이톤’은 한국인들에게 그다지 친근한 이름은 아니지만 영미권의 대중문화사에서는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위치에 있는 집단이다. 2차 대전 이후, 영국은 승전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에서 지나치게 큰 희생을 치렀기에 사회 전체가 숨 막히는 엄숙주의에 짓눌려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여섯 명의 멤버로 이루어진 몬티파이톤은 영국 특유의 시니컬하고 자학적인 유머를 되살려냈다. 1969년 10월 5일부터 BBC를 통해 전파를 타기 시작한 몬티파이톤의 코미디 쇼는 총 4개 시리즈로 45개의 에피소드가 방송되었고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관련 영화, 책, 음반까지 만들어졌다.
그들은 부조리극의 형태를 빌려서 진지하고 엄격한 어른들의 세계가 사실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바보와 멍청이들의 연극 같은지를 보여주었고, 말장난과 슬랩스틱 유머 사이에 우리 사회와 인생에 대한 씁쓸한 깨달음을 숨겨놓았다. 몬티파이톤이 만들어낸 어른들을 위한 코미디는 미국으로 건너가서 또 한 번 큰 성공을 거둠으로써 코미디계에서 비틀스와 같은 위상에 오르게 된다.
뮤지컬 [스팸어랏]은 몬티파이톤의 시리즈물 중 처음 정식으로 영화화 되었던 [몬티파이톤의 성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제공: 오디뮤지컬컴퍼니
몬티파이톤의 시리즈물 중 처음 정식으로 영화화가 된 작품은 전설적인 영웅 아서왕과 그의 기사들을 주인공으로 한 ‘몬티파이톤의 성배’였다. 1974년 BBC에서 시리즈물이 끝나고 1년 후에 개봉을 한 이 영화는 몬티파이톤의 멤버인 테리 길리엄과 테리 존스가 감독을 했고 나머지 멤버들과 함께 대본을 쓰면서 출연까지 했다. 제작비가 부족하면 이 대신 잇몸으로 대충 때우고 그 자체로 유머 소재로 삼는 뻔뻔스러운 방식으로 완성된 영화에는 몬티파이톤의 원래 스타일대로 전통적인 영웅상에 대한 조롱과 종교에 대한 풍자와 정치적인 패러디, 인간성에 대한 유머가 뒤섞여 있다.
TV 시리즈에서 애니메이션을 담당했던 테리 길리암은 영화에도 애니메이션과 뮤지컬적인 요소를 거침없이 집어넣었는데 이는 뮤지컬 [스팸어랏]에도 그대로 반영이 된다. 뮤지컬 [스팸어랏]은 [몬티파이톤의 성배]가 개봉한지 한 세대가 지난 후인 2005년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올렸다. 뮤지컬 버전의 제목은 기사도 정신의 성지로 추앙받는 카멜롯(Camelot)에 싸구려 구황식품인 ‘스팸’을 붙여서 ‘스팸어랏(Spamalot)이라고 말장난을 친 것이다. [몬티파이톤의 성배]에서 스팸을 가지고 말장난을 치는 노래 가사(We dine well here in camelot, we eat ham and jam and spam a lot)가 나오기도 하고, 그들의 초기 시리즈물에서 대 히트를 한 무엇을 주문하든 스팸을 억지로 집어넣는 식당 유머에 대한 자체적인 오마주일지도 모른다.
뮤지컬 [스팸어랏]에서는 풍자와 조롱을 통해 어두운 유머의 그림자를 덜어내고 뮤지컬 코미디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킨다. - 제공: 오디뮤지컬컴퍼니
영화 [몬티파이톤의 성배]와 달리 뮤지컬 [스팸어랏]에서 주도권을 쥔 것은 몬티파이톤을 위해 여러 곡을 썼던 멤버 에릭 아이들이다. 그는 몬티파이톤의 전설적인 작품을 뮤지컬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대본과 가사를 쓰고 존 뒤 프레와 함께 작곡을 했다. ‘Brave Sir Robin’과 ‘Knights of the Round Table’처럼 [몬티파이톤의 성배]에 사용했던 곡을 그대로 가져오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뮤지컬을 위해 새롭게 쓰인 곡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작품의 가장 유명한 넘버 ‘Always Look On The Bright Side of Life’가 원래 몬티파이톤의 또 다른 영화 [브라이언의 생애]에 사용했던 곡이라는 사실이다. 예수의 생애를 패러디한 이 작품에서 십자가에 매달려 처형당하는 이들이 다 함께 불렀던 이 노래를 [스팸어랏]의 충실한 시종 팻시가 낙담한 아서왕에게 ‘인생 뭐 있나요, 웃어봐요’라고 위로하기 위해 부르면서 어두운 유머의 그림자를 다소 덜어낸다.
브로드웨이 무대로 옮겨오면서 원작과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뮤지컬이라는 장르 자체에 대한 풍자가 작품 속에 추가되었다는 점이다.
뮤지컬 속에서 두 남녀 주인공이 사랑에 빠졌을 때 부르는 센티멘털하고 드라마틱한 전형적인 러브 송에 대한 패러디인 ‘The Song That Goes Like This’나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요소로 유태인 제작자를 언급하는 곡 ‘You Won’t Succeed On Broadway‘(한국 공연에서는 유태인 제작자를 연예인으로 바꾸어 패러디했다)가 그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곡이다.
너도 바보, 나도 바보, 그러니 우리는 모두 공평하게 바보라는 식으로 만인을 짓궂게 조롱하고 풍자하는 이 뮤지컬에서 주인공들은 천연덕스러운 태도로 춤추고 노래를 한다. 왁자지껄하고 흥겨운 금관 악기 중심의 곡들에 맞춰 다리 없는 기사들이 [코러스 라인]의 유명한 라인댄스를 패러디하는 식의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로 뮤지컬 코미디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킨다.
2005년 초연 당시 비슷한 시기에 막을 올린 기대작들이 모두 흥행 참패를 면치 못한 상황에서 [스팸어랏]은 기록적인 흥행 성적을 거두었다. 총 1,575회 공연을 통해 2백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1억 7천5백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남겼다. 아무 생각 없이 막 나가는 듯해도 사실 매우 영리하고 치밀하게 쓰인 대본, 효율적인 음악의 배치, 어리석지만 묘하게 정감 가는 캐릭터, 엉뚱하면서도 화려한 안무와 무대 디자인이 주는 즐거움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공연 내역
2005년 3월 17일 슈베르트 시어터 초연
수상 내역
2005년 토니상 최우수 작품상, 연출상, 여우조연상 수상
창작자
대본, 작사, 작곡 : 에릭 아이들
1943년 영국 출생. 케임브리지 대학 영문과를 졸업했다. 배우이자 가수, 작가, 작곡가, 코미디 제작자라는 다양한 직함을 가지고 있다. [슈렉] 3편에는 멀린 역으로 목소리 출연을 했고, 런던 올림픽 폐막식 무대에서 ‘Always Look on the Bright Side of Life’를 부르기도 했다.
작곡 : 존 뒤 프레
1946년 영국 출생의 뮤지션. 1981년부터 1983년까지 밴드 모던 로맨스의 멤버로 활동했다. 작곡가나 편곡자로서 몬티파이톤 그룹의 여러 작품에서 협력 작업을 했으며 다수의 영화와 TV 드라마 O.S.T에 참여했다.
캐릭터 소개
아서왕
자부심 강한 잉글랜드의 왕. 지혜롭고 자비로운 기존 이미지와는 달리 답답한 면도 있지만 성실하고 의무에 충실하다.
호수의 여인
위기의 순간마다 아서왕과 기사들을 돕는 신비로운 여인. 자신의 출연 분량에 대한 불만이 많다.
랜슬롯 경
원탁의 기사 중 가장 로맨틱한 남자로 유명한 인물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숨겨진 성 정체성을 깨닫고 탑에 갇혀있던 허버트 왕자와 사랑에 빠진다.
로빈 경
피를 무서워하고 전투를 싫어하는 소심한 기사. 그의 종자들은 로빈 경의 이런 성격을 풍자하는 노래를 만들어서 부른다.
흑기사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집요한 인물. 아서왕과 그의 기사들조차 상대하기를 포기하는 고집불통이다.
시놉시스
잉글랜드의 왕 아서는 예수 그리스도가 최후의 만찬에 사용했던 성배를 찾는 모험을 떠나기에 앞서 자신을 보필할 원탁의 기사들을 모집하고 있다. 혼자서 종알거리는 말이 많기는 하지만 충실한 시종 팻시와 함께 왕국 곳곳을 다니면서 재능과 충성심이 엿보이는 젊은 남자들에게 함께 모험을 떠나지 않겠냐고 권하다 보니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과 변수들이 늘어나고 멤버 구성도 어딘지 이상하게 되어버렸다. 단순하고 용맹한 란슬롯 경과 소심한 겁쟁이 로빈 경, 흙을 파먹고 살던 반항적인 농부 출신의 미남 갈라하드 경과 이상한 방면으로 아이디어가 샘솟는 베데베르 경이 합류하면서 성배 원정대가 꾸려진다.
성배를 찾는 과정에서 이들이 통과해야 하는 과제들은 전혀 성스럽지도 않고 진지하지도 않은데다가 그 난관을 뚫고 전진하기 위해 원정대가 내놓는 해결책들은 한 술 더 뜨는 황당한 것들이다. 어쨌든 프랑스 군대와 전투를 벌이고, 숲에서 정체불명의 나무 정령들이 내 건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 소동을 일으키고, 말이 통하지 않는 흑기사와 아서왕이 일대일로 결투도 벌이면서 원정대는 점점 더 목적지와 가까워진다. 그들이 엉뚱한 곳에서 헤맬 때마다 신비로운 호수의 여인이 도움을 주기도 한다. 마침내 아서왕과 원정대는 성배를 찾기 위해서 이겨내야 할 최후의 무시무시한 적, 살인 토끼를 대면하게 된다.
뮤지컬 넘버 리스트
no. | 파트 | 뮤직컬넘버 |
---|---|---|
1 | Act I | Historian’s Introduction to Act I |
2 | Finland/Fisch Schlapping Dance | |
3 | Monks’ Chant/He Is Not Dead Yet | |
4 | King Arthur’s Song | |
5 | Come With Me | |
6 | Laker Girls Cheer | |
7 | The Song That Goes Like This | |
8 | He Is Not Dead Yet | |
9 | All For One | |
10 | Knights of the Round Table / The Song that Goes Like This (Reprise) | |
11 | Find Your Grail | |
12 | Run Away | |
13 | Act II | Historian’s Introduction to Act II |
14 | Always Look on the Bright Side of Life | |
15 | Brave Sir Robin | |
16 | You Won’t Succeed On Broadway | |
17 | The Diva’s Lament | |
18 | Where Are You? | |
19 | His Name Is Lancelot | |
20 | I’m All Alone | |
21 | Twice In Every Show | |
22 | The Holy Grail | |
23 | Act II Finale | |
24 | Always Look On the Bright Side Of Lif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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