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무대

스프링 어웨이크닝 - 가장 젊은 21세기 뮤지컬

히메스타 2018. 2. 12. 11:01

10대 임신, 낙태, 동성애, 사도 마조히즘 등 지금도 민감한 소재들을 ‘어린이 비극’이라는 소제목을 단 19세기 연극에 담아냈다면 그 작품이 검열의 칼날 아래 어떤 수난을 겪었을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문제작에서 출발한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100여 년 전 원작이 그랬던 것처럼 당대의 관객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일부 보수적인 관객들은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보던 중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는 것으로 자신의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기도 했지만 이 작품은 결국 비평과 흥행 면에서 모두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다.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희곡 [봄이 눈 뜰 때]를 기반으로, 기성새대의 몰이해 속에 고통받는 십대들의 몸부림을 그려내고 있다. – 제공: 뮤지컬해븐

이 작품의 스토리는 특별하지 않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류의 하이틴 영화가 으레 그렇듯이 기성세대의 잔혹한 몰이해 속에서 누군가는 자살을 하고, 누군가는 목숨을 빼앗기고, 누군가는 그렇게 소중한 친구들을 떠나보낸 채 혼자 살아남아 어른이 되어간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엄격하고 소통 불가능한 어른들의 폭력적인 억압 아래 고통받는 연약한 틴에이저들의 몸부림을 그러내는 방식에는 독특한 면이 있다. 이는 작품의 원작인 희곡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19세기 독일의 극작가 프랑크 베데킨트가 그 자신이 실제로 겪었던 성장기의 경험들을 녹여낸 표현주의 희곡 [봄이 눈 뜰 때]는 오늘날에도 종종 무대에 오르는 생명력이 강한 작품이다. 당시 주를 이루었던 자연주의 기법을 통한 사회 고발이 아니라, 냉소적이고 과장된 방식으로 짐짓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듯 청소년 문제를 묘사함으로써 오히려 시대의 벽을 뛰어넘어 오랫동안 읽히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을 뮤지컬로 만든다면 [로미오와 줄리엣]을 바탕으로 한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나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현대판인 [키스 미, 케이트]처럼 원작을 오늘날의 이야기로 재해석하는 각색 과정이 들어가는 것이 좀 더 용이한 접근 방법일 것이다. 실제로 극작가인 피터 셰이지와 작곡가 던컨 쉬크, 연출가 마이클 메이어가 작품을 구상하던 초기의 아이디어로는 [스프링 어웨이크닝] 역시 19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록 뮤지컬이 될 계획이었다. 원작에서 주인공들이 기성세대에 대해 느끼는 의문과 분노의 에너지는 사회의 보수화에 대한 반발로 히피즘이 꽃 피었던 60년대 미국의 10대들에게서도 자연스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실제로 피터 셰이지는 이 버전의 대본을 완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로 얼터너티브 록 음악을 작업해왔던 던컨 쉬크는 60년대 초기 로큰롤 스타일의 곡을 쓰는 데 대해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부담을 느꼈다. 다행스럽게도 이야기는 원작 그대로 19세기 독일을 배경으로 하면서, 그 외의 모든 것은 철저하게 현대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작업 방향이 결정됐다.

연출가 마이클 메이어와 작사가 겸 극작가 피터 셰이지는 던컨 쉬크에게 음악이 서사를 책임져야 하고, 때문에 한 곡마다 극적 상황을 전개시키는 내용이 들어가 있어야 하는 기존의 뮤지컬 작법에 충실한 음악을 써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뮤지컬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것이 없었고, 일반적인 브로드웨이 스타일의 뮤지컬 넘버를 쓸 마음도 전혀 없었던 던컨 쉬크와 애초에 그런 요구를 할 생각도 없었던 마이클 메이어 사이에 충돌은 없었다. 하지만 뮤지컬 문법에서 벗어난 음악을 무대화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연출이 필요했다.

핸드 마이크를 사용하는 독특한 방법을 통해, 작품을 벗어나서도 독립적으로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곡이 탄생할 수 있었다. – 제공: 뮤지컬해븐

오늘날 많은 미국의 보통 젊은이들이 그렇듯이 극이 심각해지는 순간 두 주인공이 별안간 대사 대신 노래로 대화하는 뮤지컬 양식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던컨 쉬크는 말을 대신하는 음악이 아니라 마음을 표현하는 노래, 그리고 작품을 벗어나서도 독립적으로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에너지 넘치는 곡을 썼고, 피터 셰이지 역시 그에 맞게 구체적인 스토리를 진행시키기에 용이한 직설 화법이 아니라 주인공들의 심리 상태를 반영하는 시적이고 몽환적인 내용의 가사를 내놓았다. 남은 문제는 이 독특한 스타일의 ‘뮤지컬 넘버’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극에 담아내느냐는 것이었다.

마이클 메이어는 근대 독일의 딱딱한 교복 호주머니 속에 핸드 마이크를 넣어주면서 이 작품만의 룰을 하나 만들어내는 것으로 해결책을 찾았다. 19세기 독일 청소년들처럼 딱딱한 어법으로 대화하던 주인공들은 마이크를 손에 쥔 순간 21세기 미국의 틴에이저처럼 치솟는 에너지를 발산하며 펄쩍펄쩍 뛰어오르고 몸과 몸을 부딪치면서 강렬한 모던 록 넘버를 열창한다. 마치 주인공이 요술봉을 흔들면 시간이 멈추는 만화영화의 설정처럼 주인공들이 마이크를 쥐는 순간 사실적인 극중 세계의 설정들이 멈추고, 배우들은 엄격한 근대 독일의 어느 고장에서 뛰쳐나와 보편적인 10대의 얼굴로 세계에 대한 불만과 자신의 혼란을 격렬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베데킨트의 고전을 바탕으로 한 원작, 시적으로 아름다운 가사, 시대 정서에 충실한 매혹적인 음악, 설치미술처럼 은유적인 무대와 조명에 더해 작품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리는데 큰 몫을 한 것은 현대무용가 빌 T. 존스의 파격적인 안무였다. 대본과 음악의 관계가 모험에 가깝게 설정되어 있는 [스프링 어웨이크닝]에 놀라운 개성과 응집력을 더해주었다. 그의 안무는 때로는 자신의 내면을 논리적으로 표현할 길을 잃은 아이들의 몸부림 같고, 때로는 꿈결 속의 움직임처럼 몽환적으로 아름다웠으며, 마이클 메이어의 연출 기법이나 던컨 쉬크의 음악과 마찬가지로 기존의 브로드웨이 스타일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마이클 메이어는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통해 자신이 이룬 것 중 가장 자랑스러운 일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매우 급진적이었던 나의 콘셉트가 받아들여졌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는 이 작품에 대해 진심으로 믿고 있었지만 제작하기까지 어려운 일들이 많았고, 결국은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두었죠.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전 세계적으로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 그리고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무대에서 대신 말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가진 다양한 가능성의 일면을 보여준 작품이다. – 제공: 뮤지컬해븐

뮤지컬은 연극이나 오페라, 발레 등의 여타 공연 예술과 비교하면 민망할 만큼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주류 작품의 스타일이나 관객층이 젊은 장르는 아니다. 낡고 고루한 뮤지컬계에 확실하게 인공호흡을 해주는 혁신적인 스타일의 작품이 나와서 성공을 거둘 때마다, 흔히 보수적이라는 말을 듣는 토니상이 몰아주는 트로피 개수를 보면 브로드웨이의 가장 점잖은 이들조차 문제 인식을 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뮤지컬이 구시대의 유물처럼 밀려나면서 혼자만의 동어반복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서운 속도로 변해가는 세상을 어느 정도는 반영하기를 바라는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작품은 많지 않다. 21세기로 들어선 이후 지난 12년 간 브로드웨이에서 그런 면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뮤지컬을 손꼽아본다면, 길지 않은 리스트의 첫머리를 장식할만한 작품이 바로 [스프링 어웨이크닝]이다.

오랫동안 뮤지컬은 젊은이들이 그들의 깊고 어두운 이야기를 담아내기에 지나치게 크고 화려한 장르로 여겨졌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뮤지컬이 삶의 깊은 그늘, 영혼에 든 멍에 대해 자기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작품을 처음 구상한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을 뛰어넘은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그 자체로 하나의 전범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작품은 매우 독특한 조합에서 드문 확률로 성공을 거둔 놀라운 기적이라 하나의 문법으로 이해하거나 모범으로 삼기에는 예외적인 요소가 너무 많다. 하지만 뮤지컬의 다양한 가능성을 고민하는 젊은 창작자들이 망망대해에 도전의 배를 띄울 때,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분명 그들에게 희망과 용기가 될 것이다.

공연 내역
브로드웨이 초연 : 2006년 12월 10일 유진오닐 시어터

수상 내역
2007년 토니상 작품상, 연출상, 각본상, 음악상, 안무상, 편곡상, 조명상, 남우조연상 수상
2008년 그래미 어워즈 베스트 뮤지컬 앨범상

창작자
연출 : 마이클 메이어

영화감독 겸 연극, 뮤지컬 연출가. 1999년 연극 [사이드맨]으로 처음 토니상을 받았고 이후 [속속들이 현대적인 밀리]로 브로드웨이 뮤지컬 작업을 하게 되었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대성공 이후 그린데이의 음악을 엮은 파격적인 뮤지컬 [아메리칸 이디옷]을 연출했다.

작곡 : 던컨 쉬크
싱어송 라이터로서 7장의 모던 록 앨범을 발표했다. 그는 마이클 메이어의 영화 [세상 끝의 집]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줄리어드 음대를 졸업했으며 브라운 대학에서 기호학을 전공한 독특한 이력이 있다. 뮤지컬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나 애정이 없던 그는 첫 작품으로 토니상과 그래미상을 모두 수상했다.

작사, 대본 : 스티븐 셰이터
베데킨트의 희곡을 새롭게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처음 제시한 인물. 실험극을 쓴 극작가 이자 시인이며 상업 영화와 드라마 대본을 쓰기도 하는 전방위 창작자이다.

안무 : 빌 T. 존스
미국 현대 무용계를 대표하는 안무가 중 한 사람이다. 그 자신의 이름을 딴 댄스 컴퍼니를 이끌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현실의 삶을 토대로 하면서 즉흥적 요소를 넣는데 거리낌이 없는 독특한 스타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 이자 동성애자로서 본인이 겪은 미국 사회의 모습들을 다양하게 표현해왔다.

캐릭터 소개
벤들라
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소녀지만 세상에 대한 나름의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부자연스러울 만큼 갇혀있고 위선적인 세계에 희생당하는 인물이다.

멜키오
어른들과 기존의 세계를 우습게 생각하는 조숙한 소년. 영민하고 오만하지만 많은 상처를 받으면서 성장하게 된다.

모리츠
감수성이 예민하고 섬세한 소년. 엄격한 아버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제대로 살아보지 못한 채 삶을 마감한다.

시놉시스
15세 소녀 벤들라는 이제 막 사춘기에 들어서서 2차 성징이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성에 대해 어린아이처럼 무지한 상태다. 몸이 어른으로 변화하기 시작했으니 이제 유아복 대신 제대로 된 여성복을 입어야 한다는 어머니에게 벤들라는 어떻게 하면 아이가 생기는지 가르쳐 달라고 조르고, 어머니는 난처해하다가 ‘한 남자와 한 여자 진실한 사랑을 하면 아이가 생긴다’며 대충 얼버무리고 만다. 한편 어린 시절부터 벤들라의 놀이 친구였던 모리츠와 멜키오는 같은 학교를 다니면서 진급 시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영민한 멜키오와 달리 집중력이 부족하고 심약한 모리츠는 수업 시간에도 교사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해서 체벌을 당하고, 모리츠를 옹호하던 멜키오 역시 함께 매를 맞는다. 방과 후, 멜키오는 모리츠가 수업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유가 성적인 망상에 사로잡혀서 잠을 설쳤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모리츠가 알고 싶어 하는 것들에 대해 이미 완벽한 지식을 갖추고 있는 멜키오는 친구를 위해 특별히 노트에 그림까지 그려가며 성의 세계에 대해 지도를 해준다. 그 노트는 당연히 모리츠를 더 큰 혼란에 빠뜨린다.

어느 날 우연히 숲 속 건초창고에서 마주친 벤들라와 멜키오는 서로에게서 어린 시절과는 다른 모습, 다른 감정을 찾게 된다. 그들은 어른들이 가르치는 세계에서 느끼는 의문들에 대해 서로 생각을 나누고, 또 남모르는 어두운 마음에 대해 털어놓는다. 만남이 이어지던 어느 날, 두 사람은 격정에 사로잡혀 충동적으로 첫 경험을 갖게 된다.

결국 학교에서 낙제를 한 모리츠는 엄격한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과 절망감에 사로잡혀 자살을 한다. 죽은 모리츠의 방에서 멜키오가 써준 성에 대한 지침서가 발견되자 비극적인 사건의 원흉으로 지목당한 멜키오는 퇴학을 당하고 교화원으로 끌려간다. 홀로 남은 벤들라는 자신이 임신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충격을 받고,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가서 은밀하게 낙태 시술을 받다가 목숨을 잃는다. 뒤늦게 벤들라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멜키오는 교화원을 탈출하지만 공동묘지에서 우연히 벤들라의 묘비를 발견하고 절망에 빠져 자살을 결심한다. 하지만 그 순간 벤들라와 모리치의 영혼이 그를 위해 노래하고, 멜키오는 자신에게 두 사람의 몫까지 살아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뮤지컬 넘버 리스트

no.파트뮤직컬넘버
1Act IMama Who Bore Me - Wendla
2Mama Who Bore Me (Reprise) - Wendla and Girls
3All That`s Known - Melchior
4The Bitch of Living - Moritz, Melchior and Boys
5My Junk - Boys and Girls
6Touch Me - Boys and Girls
7The Word of Your Body - Wendla and Melchior
8The Dark I Know Well - Martha, Ilse and Boys
9And Then There Were None - Moritz and Boys
10The Mirror-Blue Night - Melchior and Boys
11I Believe - Boys and Girls
12Act IIThe Guilty Ones - Wendla, Melchior, Boys and Girls
13Don’t Do Sadness - Moritz
14Blue Wind - Ilse
15Don’t Do Sadness/Blue Wind - Moritz and Ilse
16Left Behind - Melchior, Boys and Girls
17Totally Fucked - Melchior and Full Company (except Moritz)
18The Word of Your Body (Reprise) - Hanschen, Ernst, Boys and Girls
19Whispering” - Wendla
20Those Youve Known - Moritz, Wendla and Melchior
21The Song of Purple Summer - Ilse and Full Comp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