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선율

음악 속의 암호 - 조스캥에서 엘가까지

히메스타 2017. 11. 24. 14:15

‘음악가의 쇼핑 리스트’. 영국 ‘클래식 FM’이 sns 페이지에 실은 악보 사진 제목이다. 얼핏 보아서는 평범한 멜로디를 담은 악보로 보이지만, 음표들을 음이름으로 읽어보면 웃음이 나온다. e-g-g- b-e-e-f- c-a-b-b-a-g-e. “달걀(egg)과 쇠고기(beef), 양배추(cabbage)를 사야 한다는 메모를 악보로 적은 것이구나!”

음이름에는 a에서 g까지, 단 일곱 자의 알파벳만이 사용된다. 따라서 모든 단어를 음이름에 담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악보에 일종의 메시지 또는 암호를 부여하려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음악가들을 매혹시켜왔다.


계이름을 사용하는 방법, ‘모음 파내기’

죠스캥 데프레

르네상스 시대 프랑스 작곡가 조스캥 데프레(Josquin DesPrez, 1440?~1521)는 [라솔파레미 미사]라는 미사곡을 작곡했다. 전해지는 바로는 그를 고용했던 아스카니오 스포르차 추기경이 재정난에 처해 제때 급료를 지급하지 못하자 작곡가가 걱정을 표시했다. 이에 추기경은 ‘내게 맡겨 두시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시인 세라피노 다퀼라가 장난기에서 [내게 맡겨 두시오(lascia fare mi)]라는 시를 지어 조스캥에게 주었다. 조스캥은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lascia fare mi’를 연상시키는 ‘라-솔-파-레-미’를 작품 시작부의 정선율(, cantus firmus)로 사용하는 미사곡을 작곡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계이름은 ‘도-레-미-파-솔-라-시’라는 한정된 일곱 음절에 갇혀 다양한 의미를 모두 전달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조스캥은 각 계이름의 모음만을 사용해 의미를 조합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대표적인 사례는 그의 [페라라 공작 헤르쿨레스의 미사(Missa Hercules dux Ferrariae)]다. 조스캥은 ‘Hercules dux Ferrariae’에서 모음 e-u-e-u-e-a-i-ae만을 추출해 ‘레-위(ut, ‘도’의 원형)-레-위-레-파-미-레’를 정선율로 사용하는 미사를 작곡했다. 그는 성모를 찬미하는 모테트에서도 성모 ‘마리아’를 나타내는 a-i-a 즉 ‘라-미-라’ 음형을 사용했다.

이런 조스캥의 수법은 당대 여러 작곡가들이 인용 또는 모방했다. 그에게서 영감을 받은 동시대 작곡가 다섯 명이 페라라 공작에게 비슷한 방법으로 미사곡을 작곡해 헌정했다. 음악학자 차를리노는 1558년 이 수법을 설명하면서 ‘말()에서 모음만 파내기(Soggeto cavato dalle vocali di queste parole)’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후 이 기법은 ‘모음 파내기(Soggeto cavato)’로 불리고 있다.

바흐, 슈만, 브람스도 애용한 음이름 암호

요한 세바스찬 바흐는 젊었을 때 이미 자신의 이름으로 4개 음표의 음렬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독일어의 음체계에서 일곱 번째 음은 ‘B’가 아니라 ‘H’로 불리며, 영어식 표기에 있어서의 B플랫이 독일어식으로 B가 된다. 따라서 B-A-C-H는 영어식 음명으로 ‘B플랫-A-C-B내추럴’이 된다. 이 네 음의 동기는 그러나 그의 노년에 들어와서 비로소 언뜻언뜻 모습을 비친다. 수명의 한계를 깨닫기 시작한 그가 작품에 각인처럼 숨겨놓은 자의식의 발로로 이해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 코랄 [높은 하늘에서 나는 왔도다]에 의한 변주곡 등 여러 작품에 이 B-A-C-H의 음형이 모습을 보이지만, 이 문자열을 사용한 대표적 악곡은 바흐 만년의 대위법적 걸작 [푸가의 기법]이다. 마지막 부분에서 네 개의 음렬 B-A-C-H는 전위(선율 진행의 아래위를 뒤집는 방법), 역진행(주제를 뒤부터 읽어나가는 것) 등 다양한 변형을 거치고, 이 기하학적 대작을 조립하는 가장 기본적인 재료가 된다.

바흐 이후 문자열에 의한 암호 놀이를 가장 즐긴 작곡가로는 슈만이 꼽힌다. 클라라와의 연애로 인해 ‘역사상 가장 낭만적인 커플’중 하나로 꼽히지만, 슈만의 암호 놀이에는 클라라와의 연애에 이르기 전 수많은 연인들의 영상이 개입되어 있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그의 작품 1인 [아베그 변주곡]이다.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듯, 작품의 주제는 A-B-E-G-G라는 다섯 개의 음렬로 구성되어 있다. 평범하면서도 로맨틱한 이 멜로디는, 이 작품을 헌정 받은 백작 영양 파울리네 폰 아베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다른 또 하나의 이름으로 그와 친했던 피아니스트 메타 폰 아베그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한다. 그러나 슈만이 염두에 둔 ‘바로 그 사람’에게 작품을 헌정했건, 아니면 성()이 같은 다른 사람에게 작품을 선물로 주어 변죽을 울렸건, 그 자체가 슈만 청춘시절의 `수수께끼`로서 더욱 흥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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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슈만과 클라라

한때 슈만과 사귀었던 에르네스티네 폰 프리켄(Ernestine von Fricken)의 19세대 모습

또 하나의 문자 놀이 작품으로서 그의 대표적 피아노곡인 [카니발]이 있다. 이 작품에는 As-C-H 또는 A-Es-C-H 라는 음형이 기본 동기로 등장한다. 독일 음명에서는 반음 내린 음에 s를 붙이므로, ‘As’는 A플랫, ‘Es’는 E플랫을 뜻한다. 이 작품을 쓰던 시절, 슈만은 에르네스티네 폰 프리켄(Ernestine von Fricken)이라는 여성과 로맨틱한 사랑에 빠져 있었다고 전해진다. 에르네스티네가 살았던 거리의 이름이 아슈(Asch)였다. 철자 순서를 바꾸면 슈만의 이름에서 몇 글자를 뺀 Sch-a- 가 된다. 모두 21개의 부분으로 된 작품 중 11번째의 [키아리나]에서 ASCH-SCHA의 재미있는 수수께끼 음형이 등장하고, 끝부분의 유명한 [다비드 동맹 행진곡] 역시 As-C-H의 당당한 음형으로 시작된다.

슈만을 깊이 경모하고 본받았던 브람스 역시 슈만 못지않게 작품 속에 특정한 의미를 숨겨 넣기를 즐겼다. 가장 알려진 것으로는 ‘브람스의 모토’로 알려진 F-A-E(Frei aber einsam: 자유롭지만 고독하게)를 들 수 있다. 이 세 개 음의 동기는 원래 바이올리니스트 요아힘이 자신의 표어로 즐겨 입에 올리곤 했다고 전해진다. 요아힘과 친했던 스승 슈만도 이 세 개 음표의 동기에 의한 ‘F.A.E 소나타’를 1853년 작곡한 바 있다. 브람스의 작품에 이 동기가 나타난 대표적 사례로는 [현악사중주 2번] a단조의 1악장을 들 수 있다.

아가테 폰 지볼트

이 동기가 변주돼 더욱 즐거운 분위기로 변한 것이 [교향곡 3번]을 일관하는 ‘F-As-F’의 동기다. 이는 ‘Frei aber froh’(자유롭지만 즐겁게)의 약자로서, 훨씬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성격의 동기가 된다. 고독하건 즐겁건, 그의 일생을 수놓는 일관된 주제는 `자유`였음을 알 수 있다.

브람스가 20대에 사귀었던 아가테 폰 지볼트(Agathe von Siebold)라는 여성의 이름도 그의 작품 속에 들어있다. 브람스의 [현악사중주 2번]이다. 이 곡에서 아가테의 이름(Aghathe)는 T가 빠진 A-G-A-H-E로 나타난다. 여기에 대한 응답의 동기는 A-D-E. 독일어로 ‘영원한 안녕’이다. 둘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브람스는 바흐처럼 자신의 이름을 암호로 만들어 작품에 싣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 작곡가 알프레드 슈니트케는 [유사 소나타(Quasi una sonata)]에서 브람스의 이름에서 음명에 없는 R과 M을 뺀 뒤 독일어 음명 B-A-H-Es로 변용해 실었다. 영어 음명으로는 B플랫-A-B-E플랫이 된다.

소비에트를 대표하는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도 자신의 이름 일부를 독일어식으로 표기한 ‘D-S-C-H’(D. Schostakowitsch)를 여러 작품에 집어넣었다. S는 발음이 같은 Es(E플랫)로 바꾸었다. 영어식 음이름으로는 D-E플랫-C-B가 된다. 이 음형을 사용한 작품으로는 그의 [현악4중주 8번], [바이올린협주곡 1번], [교향곡 10번]과 [교향곡 15번], [첼로협주곡 1번] 등 10곡 남짓이 꼽힌다.

누구나 자기 이름을 악보로 만들 수 있다

이런 음이름 문자열에 의한 암호화는 알파벳의 모든 글자를 음이름으로 풀어낼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슈만이나 쇼스타코비치가 자기 이름의 일부만 사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에코르슈빌의 프랑스식 음이름 암호법

1909년 프랑스의 음악 저널리스트 쥘 에코르슈빌(Jules Ecorcheville)은 알파벳의 모든 글자를 일곱개 음이름에 대응시키는 이른바 ‘프랑스식’ 음이름 암호법을 제안했다. 말하자면 본래의 음이름인 A부터 G까지 일곱 글자를 가로로 죽 늘어놓은 뒤, 그 아랫줄도 일곱 칸에 맞도록 죽 적어나가는 방식이다. 이에 따르면 알파벳 B와 I, P, W는 음이름 B에, K, R, Y는 D음에 대응한다. ‘NAVER’는 ‘G-A-A-E-D’가 되는 식이다.

이 방식을 쓰면 어떤 단어든지 음렬로 변환할 수는 있지만 이 음렬에서 원래의 단어를 유추하기는 한층 힘들어진다. 이런 제한 때문인지 이 ‘프랑스식’ 방법을 많은 음악가가 사용하지는 않았다. 라벨이 소품 [하이든의 이름에 의한 미뉴에트]에서 ‘Haydn’을 바꾼 ‘B-A-D-D-G’ 음렬을 사용한 사례가 알려져 있다.(H는 바흐가 사용한 ‘BACH’의 전례에 따라 독일식으로 B로 바꾸었다)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음악사 속의 암호를 이야기할 때 영국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1857~1934)의 [수수께끼 변주곡]을 빼놓을 수 없다. 엘가는 평생 신문과 잡지에 실린 퀴즈와 수수께끼를 푸는 데 큰 즐거움을 느꼈으며, 지인과 수수께끼 풀이 내기를 하는 것도 즐겼다.

에드워드 엘가. 1900년

그가 42세 때인 1899년 발표한 [수수께끼 변주곡]은 본디 ‘변주곡 작품 36’이라는 한층 간단한 제목으로 발표됐다. ‘수수께끼’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은, 그가 이 작품에 대해 이중의 수수께끼를 걸었기 때문이다. 그 하나는, 주제에 이어지는 15개의 각 변주가 ‘C.A.E’, ‘H.D.S-P.’, ‘Ysobel’ 같은 약자 또는 명칭을 갖고 있어 각각 그와 친한 지인들을 묘사했다는 것이며, 또 하나는 작곡자 자신이 ‘각각의 변주 이외에 이 곡 전체를 관통하는 숨은 주제가 있다’고 밝힌 것이다.

각각의 주제에 대한 수수께끼는 지인들의 참여와 음악학자들의 연구로 낱낱이 밝혀졌다. 예를 들면, ‘H.D.S.P’는 휴 데이빗 스튜어트파월 이라는 아마추어 피아니스트를 묘사한 변주다. ‘님로드’는 친구 요하네스 예거를 나타낸 변주였다. '예거'는 독일어로 사냥꾼을 뜻한다. 님로드는 구약성서 창세기에 등장하는 사냥의 명수다. '도라벨라' 변주는 젊은 여인인 도라 페니를 묘사했다. 도라가 약간 말을 더듬은 것을 귀엽게 묘사한 싱커페이션이 특징이다.

이에 반해 두 번째 수수께끼는 쉽게 드러나지 않았다. '숨은 주제가 있으나 드러나지 않는다'는 데 착안해 최초의 주제와 대위법적 혹은 화성적으로 연관성을 가진, 유명한 선율일 것이라는 설이 유력했다. 이에 따라 고금의 숱한 선율이 이 주제와 어울리는지 검증을 거쳐야 했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세계인이 가장 잘 아는 영국(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자인] 이었다. 실제로 [수수께끼 변주곡]의 주제와 [올드 랭 자인]을 함께 부르면 어색하지 않게 잘 어울린다. 그러나 “고작 이 정도 수수께끼를 숨겼다는 건가”라는 반론과 함께, 노래를 끝까지 부를 경우 결국 어긋나는 부분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이 설도 그다지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영국의 애국가요인 [브리타니아여, 바다를 지배하라(Britannia, Rule the waves)]에 나오는 ‘미-도-파-레-솔’ 음형이 이 변주곡의 주제 첫 부분과 비슷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엘가 '수수께끼 변주곡' 첫 6마디

필자도 엘가의 이 수수께끼에 매혹되어 악보를 이리저리 분석해본 바 있다. 주제 선율을 앞뒤로 뒤집어보기도 했고, 계이름이 ‘도-라’로 시작된다는 점에서 엘가와 친분이 있었던 여인 도라 페니와 관계있는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엘가는 음악사상의 다른 거장이 내놓은 또 다른 수수께끼에 자기를 결부시킨 게 아닐까?”

엘가보다 한 세기 앞서 살았던 루트비히 판 베토벤은 마지막 현악4중주인 16번 작품 135의 끝 악장 악보에 알쏭달쏭한 두 마디를 적어놓았다. 이는 여러 음악사가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음표 바로 밑에 가사처럼 적힌 말은 ‘그래야만 하는가(Muss es sein)?’와 ‘그래야만 한다(Es muss sein)!’라는 문답 형식의 말이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한 답은 미궁에 빠져 있다. 심오한 예술적 방향을 모색한 것이라는 주장부터, 하녀의 급료를 올릴 것인지 고민한 것이라는 설까지 다양한 해석이 나와 있다.

베토벤 [현악4중주 16번] 작품의 악장 악보에 남긴 가사

한 세기가 떨어져 있는 음악사의 대표적인 수수께끼 두 개는 연관되어 있지 않을까. 시험 삼아 주제의 아래위를 뒤집는 ‘전위(,inversion) 반전’ 기법을 이용해 보았다. 앞의 음표에서 단3도 내려가는 것은 단3도 ‘올라가는’ 것으로, 장2도 올라가는 것은 장2도 ‘내려가는’ 것으로 선율이 진행하는 높낮이를 뒤집는 방식이다. 라흐마니노프가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제18변주에서 사용했던 수법이기도 하다. 그 결과 [수수께끼 변주곡] 주제 처음 다섯 음의 진행을 뒤집어 보니 베토벤의 ‘그래야만 한다’ 동기 여섯 음의 진행과 같았다.

수수께끼 변주곡의 아홉 번째 변주인 ‘님로드’도 심상치 않다. 첫 부분 계이름 ‘(미)-도-파-레-솔’의 앞뒤를 거꾸로(역행) 연주하면 솔-레-파-도가 된다. 역시 ‘그래야만 한다’ 동기의 네 음과 같다. 과연 엘가의 수수께끼에 대한 답을 찾아낸 것일까?

기뻐하기엔 일렀다. 2010년 이미 이 문제에 대해 거의 ‘정답’으로 간주되고 있는 답이 나와있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이 해에 미국 컬럼비아대의 음악학자 마이클 산타(Michael Santa)는 “엘가가 [수수께끼 변주곡]에 수학 기호인 파이(π)를 숨겨두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주제 첫머리의 음계 도-라-레-시는 파이의 어림값인 3.142를 나타낸다.(‘라’는 단음계의 주음이므로 가장 기본적인 숫자인 1이 된다) 첫 여섯 마디 주제는 24개의 음표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영국 동요의 [파이로 구워진 검은 새 스물네 마리(Four and twenty blackbirds baked in a pie)]를 나타낸다. 파이(π, pi)와 먹는 파이(pie)는 발음이 같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이 여섯 마디 뒤는 겹마디줄로 따로 구획되어 있다. 음악적인 면에서는 아무 의미도 나타내지 않는, 쓸모없는 겹마디이므로 작곡가가 이 여섯 마디를 중요시했다는 점은 더욱 분명해진다. 이 여섯 마디까지 각 마디는 각각 4분 음표 두 개와 8분 음표 두 개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두 개의 ‘2’가 합쳐 22라는 숫자를 표상하며 주제의 세 번째와 네 번째 마디에는 7도 하행 음형이 나오는데, 이는 파이의 어림값인 22/7을 나타낸다.

이로써 엘가가 감추어두었던 암호는 해결된 것일까. 산타의 정교한 분석은 논란의 종식을 의미하는 듯도 하다. 엘가가 이를 안다면 기뻐할 것인가. 어쩌면 그는 영원히 수수께끼를 자기만의 것으로 감추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음악사 속 암호의 비밀은 역시 극히 일부분일 수밖에 없다. 암호와 수수께끼란 그 의미 그대로 ‘숨겨놓는데’ 그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모든 음악작품의 악보를 분석해 음이름과 계이름으로 풀어낼 수 있는 슈퍼컴퓨터와 프로그램이 나온다면,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작곡가들의 수많은 얘기가 쏟아져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발견들에 언젠가는 손뼉을 치며 기뻐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상상 또한 음악사의 이면을 뒤져보는 사람의 즐거움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