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o 저자: 유시민
- 대학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렇지만 사는 것은 전공과 별 상관이 없었다. 출판사 편집사원, 신문사 해외 통신원, 공공기관 직원, 신문 칼럼니스트, 방송 토론 진행자, 국회의원, 장관 등 여러 직업을 거쳤다. 지금은 역사와 문화 관련 에세이를 쓰는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 훌륭한 사람이 되기보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며,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
- ‘유시민의 글쓰기 고민상담소’에 누군가 글쓰기와 관련한 고민을 털어놓는다면 그런 분들에게도 쓸모 있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o 도서출판 ‘생각의 길’(2015. 4. 10. 15,000원)
< 글쓰기가 두려운 그대에게 >
o "글 잘 쓰는 비결이 있나요? 어떻게 해서 그렇게 잘 쓰게 되었나요?“
- 30년 전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그런데 뭐라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글쓰기에 무슨 비법(秘法)이 있는지 아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글 쓰는 사람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 적이 없었다. 어디서 누구한테 글 쓰는 방법을 배우지도 않았다.
- 책을 여러 권 낸 후에야 글쓰기에 관한 책을 읽었다. 내가 글을 잘 쓰지 못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고, 더 잘 쓰고 싶어서 나름대로 애를 썼다. 이미 30년 세월 글을 쓰며 살았지만 지금도 내 글이 좋다는 확신이 없다. 그런 사람으로서 나는 오래 전부터 들었던 질문에 대답하려고 한다.
“ 글쓰기, 그대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됩니다.”
o 이번 책은 논리적 글쓰기 일반론이다.
- 중․고등학교의 수행평가 글쓰기부터 대입 논술, 기업 입사 시험의 인문학 논술, 대학생 리포트, 신문 기사와 사설, 칼럼, 블로그 글, 가전제품 사용설명서, 문화재 안내문, 공공기관의 보도자료, 사회 비평과 학술 논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결문까지, 논리적인 글은 구조와 특성이 모두 같다. 잘 쓰는 능력을 기르는 방법도 동일하다.
o 흔히 글쓰기도 방법을 배우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방법을 배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몸으로 익히고 습관을 들여야 잘 쓸 수 있다. 글쓰기는 그런 면에서 자동차 운전과 비슷하다.
o 글쓰기가 두려운 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 “두려움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글쓰기에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자꾸 글을 쓰다 보면 그대에게도 컴퓨터 키보드나 볼펜이 손가락처럼 자연스러워지는 순간이 찾아올 겁니다.”
o 전체적으로 보아 괴로움보다 즐거움이 크다면 행복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즐거운 일의 목록에는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도 들어 있다. 누군가 이 책을 읽은 덕분에 글쓰기를 더 잘하게 된다면 내 인생이 조금은 더 즐거워질 것이다.
1. 논증(論證)의 미학(美學)
o 세상을 보는 눈이 어떠하든, 진보든 보수든, 논리가 정확하고 문장이 깔끔한 글을 나는 좋아한다.
o 생각과 느낌을 소리로 표현하면 말이 되고 문자로 표현하면 글이 된다. 생각이 곧 말이고, 말이 곧 글이다.
- 논증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여주는 글을 쓰고 싶다면 무엇보다 생각을 바르고 정확하게 해야 한다. 논리 글쓰기를 잘하려면 먼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o 논증의 아름다움을 구현하려면 꼭 지켜야 할 규칙 세 가지를 먼저 소개하겠다. 첫째, 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한다. 둘째, 주장은 반드시 논증한다. 셋째,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
취향을 두고 논쟁하지 말라
o 말이나 글로 다른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움직여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도 아주 신기한 능력이다.
o 우리는 언어로 소통하고 교감해서 자신과 타인의 마음과 생각을 바꿀 수 있다. 말이든 글이든 원리는 같다. 언어로 감정을 건드리거나 이성을 자극하는 것이다.
- 감정이 아니라 이성적 사유(思惟)능력에 기대어 소통하려면 논리적으로 말하고 논리적으로 써야 한다. 그러려면 논증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o 목걸이나 귀걸이는 미적 감각과 취향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타인의 미적 취향을 ‘미친 짓’이라고 욕하거나 ‘비정상’이라고 비난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미적 취향을 표현하는 방법과 관련하여 정상과 비정상을 정하는 객관적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따라서 서로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타인의 취향을 존중해야 한다.
o 말을 하고 글을 쓸 때 단순한 취향 고백과 논증해야 할 주장을 분명하게 구별해야 한다. 이것이 논증의 미학을 구현하는 첫 번째 규칙이다.
주장은 반드시 논증하라
o 말이나 글로 타인과 소통하려면 사실과 주장을 구별해야 한다. 사실은 그저 기술하면 된다. 그러나 어떤 주장을 할 때는 반드시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옳은 주장이라는 것을 논증해야 한다.
- 논증하지 않고 주장만 하면 바보 취급을 당하게 된다. 이것이 논증의 미학을 실현하는 두 번째 규칙이다.
o 논증 없는 주장으로는 타인의 생각과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설득과 공감은 고사하고 기본적 소통과 교감도 하기 어렵다.
o 누군가의 의견에 반감이 들 때는 논리적 반박으로써 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건 다 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o 논증의 미학이 살아 있는 글을 쓰려면 사실과 주장을 구별하고 논증 없는 주장을 배척해야 하며 논리의 오류를 명확하게 지적해야 한다.
o 민주주의 원리를 깊이 인식하고 존중하려는 사람이라야 논증의 미학을 즐길 줄 아는 것이다.
o 글쓰기는 재주만으로 하는 일이 아니다. 논리의 완벽함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고집, 미움 받기를 겁내지 않는 용기도 있어야 한다.
주제에 집중하라
o 글을 쓸 때는 주제에 집중해야 한다. 원래 쓰려고 했던 이유, 애초에 하려고 했던 이야기가 무엇인지 잊지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직선으로 논리를 밀고 가야 한다. 이것이 논증의 미학을 실현하는 세 번째 규칙이다.
- 이 규칙을 지키려면 무엇보다 주관적 감정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글을 쓸 때 감정에 빠지면 길을 잃기 쉽다.
- 냉정한 태도로 글을 써야 한다. 자기 자신의 감정까지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해야 한다.
2. 글쓰기의 철칙
o 정확하게 말하자. 글쓰기는 재주가 아니다. 사람이 가진 여러 능력 또는 기능 가운데 하나다.
o 문학 글쓰기는 재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무언가를 지어내는 상상력,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느끼는 감수성이 있어야 한다.
- 그러나 논리 글쓰기는 훨씬 덜하다. 조금 부풀리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문학 글쓰기는 아무나 할 수 없다. 그러나 논리 글쓰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글쓰기는 기능이다
o 글쓰기의 목적은 그 장르가 어떠하든, 자신의 내면에 있는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해 타인과 교감하는 것이다.
o 사랑도 열정도 헌신도 없이 살아가는 인생이 널리고 널린 세상, 도대체 그 누가 겨울 골목길의 연탄재를 걷어찰 합당한 자격이 있다는 말인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해직교사였던 안도현 시인은 그렇게 말하고 싶어서 마침표도 쉼표도 느낌표도 없는 석 줄짜리 시를 쓴 것이다.
-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o 투쟁을 ‘선동’하는 유인물을 만들면서 나는 ‘글을 짧게 잘 쓰기가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o 논리 글쓰기는 문학 글쓰기보다 재능의 영향을 훨씬 덜 받는다. 조금 과장하면 이렇게 주장할 수 있다.
- 노력한다고 해서 누구나 안도현처럼 시를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누구든 노력하면 유시민 만큼 에세이를 쓸 수는 있다.
발췌 요약에서 출발하자
o 글쓰기를 하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텍스트 발췌 요약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글쓰기에는 비법이나 왕도가 없다. 지름길이나 샛길도 없다.
- 잘 쓰고 싶다면 누구나, 해야 할 만큼의 수고를 해야 하고 써야 할 만큼의 시간을 써야 한다.
o 글쓰기에는 철칙(鐵則)이 있다고 생각한다.
- 첫째, 많이 읽어야 잘 쓸 수 있다. 책을 많이 읽어도 글을 잘 쓰지 못할 수는 있다. 그러나 많이 읽지 않고도 잘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 둘째, 많이 쓸수록 더 잘 쓰게 된다. 글쓰기 근육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쓰는 것이다. 여기에는 예외가 없다. 그래서 ‘철칙’이다.
o '발췌‘는 텍스트에서 중요한 부분을 가려 뽑아내는 것이고, ’요약‘은 텍스트의 핵심을 추리는 작업이다. 발췌는 선택이고 요약은 압축이라 할 수 있다.
- 그런데 어떤 텍스트를 요약하려면 가장 중요한 정보를 담은 부분을 먼저 가려내야 한다.
o 나는 요약을 잘 하는 것 하나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다른 사람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텍스트 요약으로 글쓰기 훈련을 시작하라고 권하는 것이다.
o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대학교에 들어간 후 10년 동안 읽은 책을 요약한 것이었다. 역사에 대한 식견도 모자랐고 문장도 허름했지만 20세기를 만든 역사적 대사건의 원인과 결과, 주요 인물들의 생애와 사상, 그리고 사건과 인물이 세상에 남긴 흔적의 의미를 요약해서 전파하는 데는 성공했다.
o 남들이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 글을 쓰고 싶다면, 내가 먼저 남이 쓴 글을 이해하고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
- 말로든 글로든, 타인과 소통하고 싶으면 먼저 손을 내미는 게 바람직하다.
o 글쓰기 능력을 기르고 싶다면 텍스트를 읽고 핵심을 요약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o 요약은 텍스트를 읽고 핵심을 추려 논리적으로 압축하는 작업이다.
- 요약을 전제로 텍스트를 읽으면 독해력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요약을 열심히 하면 저절로 문장 구사 능력이 발전한다.
- 텍스트 요약은 혼자 해도 괜찮지만 여럿이 함께하면 더 좋다.
o 텍스트 요약은 단순한 압축 기술이 아니다. 요약하는 사람의 사상과 철학을 반영하며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다.
o 살다 보면 자신의 인생을 요약해야 할 때가 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써야 할 때다.
- 이력서에는 사실을 적어야 한다.
- 이력서와 달리 자기소개서는 서식이 없다. 자기소개서는 창작하는 것이 아니다. 인생을 텍스트로 삼아 핵심을 요약하는 것이다. 자신이 누구이며 어떻게 살았는지, 잘하는 게 무엇이며 어떻게 살고 싶은지, 모든 정보를 아는 것은 그 사람 자신뿐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대입 시험이나 입사 시험 서류에 넣을 자기소개서를 대필(代筆)시키는 것은 지극히 어리석은 짓이다.
o 자기소개서는 자기 자신, 살아온 이력, 살아갈 계획에 관한 정보의 요약이다. 인생을 요약할 때는 목표를 의식해야 한다. 대학교수는 공부 잘할 사람을 찾는다. 기업의 인사담당자는 회사에 도움될 사람을 뽑는다.
o 대학교와 기업이 굳이 자기소개서를 요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글을 얼마나 잘 쓰는지 보려는 게 아니다.
- 자기소개서를 받는 것은 이력서만 보아서는 알기 어려운 인간적 특성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 우리는 인간적 미덕을 가진 사람을 좋게 본다. 솔직하고, 정직하고, 성실하고, 긍정적이고, 창의성과 열정이 있고, 남을 배려하고, 인내심과 도전 정신이 있는 사람을 훌륭하다고 한다. 자기소개서는 자신이 그런 사람이라고 상상하면서 써야 한다.
o 대입원서를 내는 학생이라면 자신이 공부하기를 원하며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그것을 뒷받침하는 사실을 중심으로 인생을 요약해야 한다.
- 기업 입사원서를 내는 청년이라면 자신이 회사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으면서 그 믿음의 근거를 제공하는 사실을 중심으로 인생을 요약해야 한다.
글쓰기의 철칙 1
o 어떤 글을 잘 썼다고 할까? 나는 두 가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우선 쉽게 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이어야 한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반박하거나 동의할 근거가 있는 글이어야 한다.
o 이렇게 글을 쓰려면 다음 네 가지에 유념해야 한다.
- 첫째,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주제가 분명해야 한다.
- 둘째, 그 주제를 다루는 데 꼭 필요한 사실과 중요한 정보를 담아야 한다.
- 셋째, 그 사실과 정보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명하게 나타내야 한다.
- 넷째, 주제와 정보와 논리를 적절한 어휘와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
o 훌륭한 글은 뜻을 잘 전달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다. 훌륭한 글은 읽는 사람의 이성을 북돋우고 감정을 움직인다.
o 어떻게 하면 글을 이렇게 쓸 수 있을까? 그 방법은 잘 알려져 있다. 첫째는 텍스트 독해, 둘째는 텍스트 요약, 셋째는 사유와 토론이다.
o 논리 글쓰기의 첫걸음은 텍스트 요약이다. 그런데 이 첫걸음을 똑바로 내딛으려면 텍스트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독해할 수 있어야 한다. 글을 쓰고 싶으면 먼저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 많이 읽지 않으면 잘 쓸 수 없다. 많이 읽을수록 더 잘 쓸 수 있다.
o 논리적인 글을 잘 쓰려면 주제와 관련되어 있는 중요한 사실과 정보를 최대한 많이 그리고 정확하게 알아야 하며, 그것을 적절한 논리적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o 지식과 정보, 논리 구사력, 자료 독해 능력, 어휘와 문장, 논리적 글쓰기에 필요한 모든 것을 우리는 남한테서 받는다. 그 모든 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받을 수 있는 경로는 책이다. 책을 많이 읽을수록 아는 것이 많아진다.
- 아는 게 많을수록 텍스트를 빠르게 독해할 수 있고 정확하게 요약할 수 있다.
o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독서광(讀書狂))이 되어야 한다. 책을 읽지 않고 타고난 재주만으로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없다. 글 쓰는 기술만 공부해서 잘 쓰는 사람도 물론 없다.
글쓰기의 철칙 2
o 책을 많이 읽기만 하면 다 글을 잘 쓰게 될까? 그렇지는 않다. 독서는 글쓰기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다. 독서와 글쓰기는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똑같지는 않다.
o 한자를 읽을 줄 알아도 써보지 않으면 잘 쓰지 못하는 것처럼, 책을 많이 읽어서 아는 게 많고 말로는 잘 표현하는 사람도 글을 많이 쓰지 않으면 잘 쓰지 못한다. 여기에서 논리적 글쓰기의 두 번째 철칙이 나온다.
- 쓰지 않으면 잘 쓸 수 없다. 많이 쓸수록 더 잘 쓰게 된다.
o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누구든, 처음에는 민망한 문장을 붙들고 씨름해야 한다.
혹평과 악플을 겁내지 말자
o 논리적 글쓰기의 첫걸음인 텍스트 요약은 혼자보다는 여럿이 해야 효과가 있다. 자기 글을 자연스레 남에게 보여주게 되기 때문이다.
- 나에게 평가받는 것이 싫어서 혼자 움켜쥐고 있으면 글이 늘지 않는다.
o 글은 지식과 철학을 자랑하려고 쓰는 게 아니다. 내면을 표현하고 타인과 교감하려고 쓰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화려한 문장을 쓴다고 해서 훌륭한 글이 되는 게 아니다.
- 사람의 마음에 다가서야 훌륭한 글이다.
o 글을 쓸 때는 읽는 사람이 누구일지 미리 살펴야 한다. 글을 쓰고 나면 독자의 반응을 점검하고 타인의 평가와 비판을 들어야 한다.
- 나는 출판사 편집자들의 견해를 기꺼이 듣는 편이다. 책을 만드는 편집자의 견해는 독자의 목소리라고 생각하는 게 현명하다.
- 초고를 보여주고, 지적과 비판과 조언을 듣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 반영해서 글을 고치는 것은 나쁠 게 없다.
o 글은 쓴 사람의 인격을 반영하지만 인격 그 자체는 아니다.
o 글을 썼으면 남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혹평을 받더라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혹평도 반갑게 듣고 즐겨야 한다. 그렇게 해야 글이 는다.
o 내 글이 좋으면 수준 있는 댓글이 붙는다. 칭찬하는 댓글뿐만 아니라 비판하는 댓글도 수준이 높아진다. 댓글을 주의 깊게 읽으면 글솜씨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3. 책 읽기와 글쓰기
o 텍스트를 요약하는 것은 논리 글쓰기의 첫걸음이다. 그런데 요약을 하려면 텍스트를 읽고 이해해야 한다. 텍스트를 발췌 요약하려면 먼저 독해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 독해는 단순히 문자를 알고 글을 읽는 행위가 아니다. 독해는 어떤 텍스트가 담고 있는 정보를 파악하고 논리를 이해하며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그 정보와 논리와 감정을 특정한 맥락(脈絡, context)에서 분석하고 해석하고 비판하는 작업이다.
독해력
o 훌륭한 글은 뚜렷한 주제 의식, 의미 있는 정보, 명료한 논리, 적절한 어휘와 문장이라는 미덕을 갖추어야 한다.
o 독해력을 기르는 방법은 독서뿐이다. 결국 글쓰기의 시작은 독서라는 것이다.
- 독해력은 학업성적을 좌우한다. 독해력이 부족하면 국어나 수능 언어능력 성적만 나빠지는 게 아니라 사회탐구, 과학탐구, 수학성적까지 모두 떨어지게 된다.
o 독서는 독해력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일 뿐만 아니라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다.
o 논리 글쓰기를 하는 데 특별히 도움 되는 책이 있다. 이미 여섯 살이 넘어 지적 능력이 성인 수준에 도달한 청소년들은 적절한 책을 골라 있는 것이 좋다. 그러나 어린이는 다르다. 어린이는 재미있는 책을 많이 읽기만 하면 된다.
모국어가 중요하다
o 사람의 언어 구사 능력도 유전자와 환경이 어울려 결정한다.
o 모국어의 기득권이 확고부동한 것은 아니다. 어린 나이에 다른 언어에 더 많이 노출되면 먼저 자리를 잡았던 모국어가 밀려나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초등학교 취학 전 어린이의 ‘영어몰입교육’은 아주 위험한 선택이다. 얻는 것은 적고 불확실한 반면 잃는 것은 크고 확실하다.
o 무엇보다도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래야 창의적으로 생각하면서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어린이 영어몰입교육은 우리말로 생각하는 능력을 훼손할 수 있다.
o 모국어를 바르게 쓰지 못하면 깊이 있게 생각하기 어렵다. 생각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글을 제대로 쓸 수 없다.
o 논문을 쓸 때 중요한 것은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문자로 정확하게 옮기는 능력이다. 어느 언어로 생각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외국어로 쓰는 글도 모국어를 제대로 하는 사람이 더 잘 쓸 수 있다.
o 우리나라 대학이 교수를 채용할 때 영어 강의 능력을 가진 사람을 지나치게 우대하는 것은 어린이 영어몰입교육만큼이나 어리석은 짓이다.
o 영어를 잘하면 동시통역이나 번역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통역이나 번역도 잘하려면 한국어를 잘해야 한다.
- 우리글은 잘못 번역한 영어 문장에 심하게 오염되어 있다. 영어 실력이 없어서 잘못 번역한 게 아니다. 우리말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다.
번역서가 불편한 이유
o 번역서를 읽다 보면 텍스트를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럭저럭 이해는 하지만 불편한 느낌을 떨치기 어려울 때도 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번역서의 문장이 우리말답지 않다는 데 있다.
o 번역서든 아니든, 우리말 책은 우리말다운 문장으로 써야 한다. 그러므로 번역을 잘하려면 우리말을 잘해야 한다.
o 글을 쓸 때도 번역을 할 때도, 말하듯 쓰는 것이 좋다.
말이 글보다 먼저다
o 자녀가 뛰어난 언어 능력을 가지기를 바란다면 뇌가 형성되는 시기에 적절한 언어적 자극을 넉넉하게 제공해야 한다. 여기서 언어 능력이란 아는 어휘의 수, 문장구사력, 독해력, 문제의식, 논리적 사고 능력 등 글쓰기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포함한다.
o 시간순으로 보면 감정과 생각이 먼저고 언어는 그 다음이다. 언어에서는 말이 글보다 먼저다.
o 말 못 하는 아기한테도 자주 말을 걸어주어야 한다. 아기는 부모가 하는 말을 이해하려고 무의식적으로 노력한다.
o 반쪽짜리 말을 하는 아이라도 완전한 문장으로 대화해야 한다.
- '찌찌‘ ’때때‘ ’응가‘ 같은 반쪽짜리 말을 가르치고, 아이가 그런 말을 한다고 해서 부모도 같은 방식으로 말하면 아이의 뇌는 쉬운 숙제를 받은 학생처럼 느긋해진다.
- 아이가 언어 능력을 온전하게 발전시키도록 하려면 부모가 우리말을 정확하게 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말을 바르고 예쁘게 쓴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o 아내와 나는 아이들이 세상으로 나오기 전에도 자주 말을 걸었다. 세숫대야에 들어갈 만큼 작았을 때도 뜻을 물어본 다음 씻겼다.
- 제 힘으로 고개를 돌리지도 못하는 아이를 눕혀놓고 그림 동화를 읽어주었다. 말을 시작한 뒤에는 무엇이든 본인 의사를 말할 기회를 주었다.
추천도서 목록을 무시하라
o 본격적인 독서는 대학생이 된 뒤에 했다. 시간이 있는데 다른 할 일이 없을 때는 무조건 책을 읽었다.
o 독해력과 언어 구사 능력을 기르려면 책 읽기를 즐겨야 한다. 하지만 독서도 억지로 하면 좋지 않다. 초등학생은 물론이요, 중학생도 추천도서 목록은 필요 없다고 본다.
o 가장 좋은 독서법은 아이들 스스로 흥미를 느끼는 책을 읽게 하는 것이다.
o 어린이 독서는 책 읽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독서를 생활 습관으로 만들고 자신이 읽은 것을 활용해 무엇이든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버릇을 들이면 된다.
4. 전략적 독서
o 최선은 빠르게 읽으면서도 깊이 있게 이해하고, 단순히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독해란 무엇인가
o 텍스트는 단어와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정보와 논리, 이야기와 감정을 전해준다.
- 독해는 텍스트가 전해주는 정보, 논리, 이야기, 감정을 파악하고 해석하고 느끼고 즐기는 일이다.
- 독해는 텍스트의 한계와 오류를 찾아내거나 텍스트를 다른 맥락에서 해석하는 작업을 포함한다.
o 글을 잘 쓰려면 먼저 높은 수준의 독해 능력을 길러야 한다.
o 임재춘 선생은 한 문장에 하나의 개념(생각, 주장)만 담는다는 글쓰기의 원칙을 설명하려고 이 예문을 들었다. 한 문장에 생각 하나를 담으면 저절로 단문이 된다.
- 나는 문장을 단문으로 쓰는 원칙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글을 쓸 때 이 원칙을 따르려고 노력한다.
o 독해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 텍스트는 내용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문제점과 한계까지 탐색하면서 읽어야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면 그 문제점과 한계가 어디서 왔는지도 추론해볼 수 있다.
- 그렇게 하려면 책을 읽을 때 저자가 어떤 사람이며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보는 게 도움이 된다.
- 나는 때로 글쓴이의 주장의 타당성을 의심하면서 텍스트를 읽는다.
글쓰기에 유익한 독서법
o '알아야 면장(面墻)‘이라는 말이 있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담벼락 앞에 선 것처럼 앞이 보이지 않아서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뜻이다.
(*요약자 주: 이때의 면장은 행정단위인 면의 행정책임자가 아닙니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 중의 하나입니다. 이때의 '면장'은 담장(牆)에서 얼굴(面)을 면(免)한다는 의미의 면면장(免面牆)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담벼락을 마주 대하고 서 있으면 앞이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행동 또한 우스꽝스럽습니다. 즉 견문이 좁음을 비유적으로 암시한 것입니다.
'논어' 양화(陽貨)편에 공자가 아들 리(鯉)에게 수신제가(修身齊家)에 힘쓰길 강조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너는 주남(周南).소남(召南)의 시를 공부했느냐? 사람이 이것을 읽지 않으면 마치 담장을 마주 대하고 서 있는 것과 같아 더 나아가지 못하느니라."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공부에 힘써 지식도 넓히고 사람다운 행동을 하라"는 의미로 새겨들어야 할 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o 뇌가 거의 다 성장해 지적 능력이 성인 수준으로 올라선 고등학생부터는 적절한 도서 목록이 있어야 한다.
o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을 고르는 기준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 첫째는 인간, 사회, 문화, 역사, 생명, 자연, 우주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개념과 지식을 담은 책이다.
- 둘째는 정확하고 바른 문장을 구사한 책이다.
- 셋째는 지적 긴장과 흥미를 일으키는 책이다.
o 어떤 책과 친구가 되려면 한 번 읽고 말 것이 아니라 여러 번 읽어야 한다. 시간이 들지만 손으로 베껴 쓰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 그런 책 목록을 제안하기에 앞서 우선 세 권을 소개한다. <토지>와 <자유론> 그리고 <코스모스>다. 이 책들은 두세 번이 아니라 열 번 정도 읽어보기를 권한다.
o 나는 <토지>를 우리말 어휘와 문장의 보물 창고라고 생각한다. 나는 언론인 리영희 선생과 함께 박경리 선생을 글쓰기의 은사(恩師)로 여긴다.
o 논리적 글쓰기를 하려면 추상적 개념을 담은 어휘를 많이 알고 명료한 문장을 쓸 줄 알아야 한다. 추상적 개념을 익히려면 문학적 작품만이 아니라 인문학과 자연과학 교양서도 많이 읽어야 한다.
<자유론>과 <코스모스>
o 좋은 문장으로 쓴 흥미로운 교양서를 반복해서 읽으면 <토지>를 반복해서 읽을 때와 같은 효과가 난다. 손으로 필사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o <자유론>은 어려운 단어가 별로 없고 문장이 화려하지도 않다.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하고 찬탄하게 만드는 글도 훌륭하지만, 이 정도라면 나도 쓸 수 있겠다는 희망을 주는 글도 그 못지않게 훌륭하다.
o <자유론>에서 밀은 단 하나의 질문을 다루었다.
- 어떤 경우에 국가나 사회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정당한가?
o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자유론>과 같은 인문학 고전과 교양서를 많이 읽어야 한다. 그런데 번역서를 읽을 때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되도록 우리말다운 문장으로 잘 번역한 책을 골라서 읽어야 한다.
o 지나친 전문화 때문에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근시안이 생겼다. 이런 문제점을 직시한 학자들은 혼자서 또는 집단적으로 자잘하게 쪼개놓은 학문의 울타리를 뛰어넘으려고 노력했다.
- '융합(融合)‘과 ’통섭(統攝)‘ ’학제간연구(學際間硏究)‘ 같은 신조어는 바로 이런 흐름을 대표한다. <코스모스>는 그 흐름을 선도했고 또 대표하는 책이다. 내용이 훌륭할 뿐만 아니라 문장이 아름답기도 하다.
o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새로운 현상은 지식인들의 글쓰기뿐만 아니라 대학 입시 논술 시험에서도 드러난다.
o 언론인들은 과학 지식이 부족한 탓에 때로 본의 아닌 오보를 낸다. 모르면 속는다. 그럴 만한 이유가 없는데도 남에게 휘둘린다. 자기 나름의 견해를 세우고 줏대 있게 살아가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
o 자연과학을 공부하거나 공학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은 인문학과 사회과학 책을 읽어야 한다.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전공하는 사람은 자연과학 책을 읽어야 한다. 나는 그런 교양서 목록 맨 앞에 <코스모스>를 둔다.
o 칼 세이건 박사는 <코스모스>에 1980년대까지 인간과 생명, 지구와 우주에 대해서 인류가 알아낸 거의 모든 것을 압축해서 담았다. 나는 밤하늘의 별과 내 몸이 같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큰 위로를 받았다.
- 나는 이 책에 이끌려 예전에는 관심도 없고 어렵게만 느꼈던 생물학과 뇌과학, 물리학의 세계를 조금이라도 들여다보게 되었다.
o 비록 최신 연구 결과를 반영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 책은 언론에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는 새로운 과학적 발견과 그것이 야기한 정치적․윤리적․사회적 논쟁을 이해하는 데 충분한 기초 지식을 제공한다. 여러 번 읽으면 책이 담고 있는 모든 개념, 어휘, 개념의 상호 관계, 새로운 과학적 사실에 대한 해석, 간결하고 품위 있는 문장을 한꺼번에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 책 한 권이 때로는 기적이라 해도 좋을 만한 정신의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코스모스>가 바로 그런 책이라고 생각한다.
전략적 도서 목록
o 아는 것이 많아야 글을 잘 쓸 수 있는데, 우리가 알아야 할 것과 알고 싶은 것은 너무나 많다.
o 평범한 사람들과 지식을 나누려고 애쓰는 학자들이 보통 사람을 위해 쓴 책을 ‘교양서’라고 한다. 살아가면서 보고 겪고 부딪치는 여러 일에 대해 글을 쓰려면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교양서를 많이 읽어서 아는 게 많아야 한다.
o 다음은 ‘글쓰기를 위한 전략적 독서’에 적합한 책을 ‘경험주의적’으로 고른 목록이다.
- 라인홀드 니버,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문예출판사
-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에코리브르
-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 김영사
- 리처스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을유문화사
- 리처드 파인만 강의, 폴 데이비스 서문, <파인만의 여섯 가지 물리 이야기> 승산
-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김영사
- 막스 베버,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다락원
- 소스타인 베블런, <유한계급론>, 우물이있는집
- 스티븐 핑거 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마음의 과학>, 와이즈베리
- 슈테판 츠바이크,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바오
- 신영복, <강의>, 돌베개
- 아널드 코인비, <역사의 연구>, 동서문화사
- 앨빈 토플러, <권력이동>, 한국경제신문
- 에드워드 카, <역사란 무엇인가> 까치글방
- 에른스트 슈마허, <작은 것이 아름답다>, 문예출판사
- 에리히 프롬, <소유냐 삶이냐>, 홍신문화사
- 장 지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갈라파고스
- 장하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부키
- 재레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 문학사상
- 정재승,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어크로스
- 제임스 러브록, <가이아>, 갈라파고스
-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책세상
-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불확실성의 시대>, 홍신문화사
- 진중권, <미학 오디세이>, 휴머니스트
- 최재천,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효형출판
- 카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공산당선언>, 책세상
- 칼 세이건, <코스모스>, 사이언스북스
- 케이트 밀렛, <성性 정치학>, 이후
- 토머스 모어, <유토피아>, 서해문집
- 한나 이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길사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시민의 불복종>, 은행나무
- 헨리 조지, <진보와 빈곤>, 비봉출판사
o 읽기 수월한 책은 아니다. 아는 게 많고 독해력이 좋은 사람은 쉽게 읽겠지만, 한 번 읽어서는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단계를 견디고 넘어서야 한다.
- 한 번 읽어서 이해가 되지 않으면 한 번 더 읽으면 된다. 그래도 어려우면 세 번 네 번 읽어야 한다.
5. 못난 글을 피하는 법
o '행복한 가정은 다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이유가 다르다.‘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첫 문장이다.
o 그렇다면 글쓰기는 어떨까? 다행히도 훌륭한 글을 쓰는 것은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일보다 수월하다. 톨스토이의 말을 흉내 내면 이렇게 된다.
- 못난 글은 다 비슷하지만 훌륭한 글은 저마다 이유가 다르다.
o 역설로 들리겠지만, 훌륭한 글을 쓰고 싶다면 훌륭하게 쓰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못난 글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만 하면 된다.
- 훌륭한 글을 쓰고 싶으면 잘 쓴 글을 따라 쓰는데 그치지 말고 잘못 쓴 글을 알아보는 감각을 키우려고 노력해야 한다. 글을 잘 쓰려면 무엇보다 잘못 쓴 글을 알아보는 감각을 길러야 한다. 잘못 쓴 글을 알아보는 감각이 없으면 훌륭한 문장을 쓰지 못한다.
못난 글 알아보기
o 어떻게 하면 잘못 쓴 글을 알아볼 수 있을까? 쉽고 간단한 방법이 있다. 텍스트를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이다. 만약 입으로 소리 내어 읽기 어렵다면, 귀로 듣기에 좋지 않다면, 뜻을 파악하기 어렵다면 잘못 쓴 글이다. 못나고 흉한 글이다.
- 이런 글을 읽기 쉽고 듣기 좋고 뜻이 분명해지도록 고치면 좋은 글이 된다. 별로 어려울 것이 없다.
o 글은 쓴 사람의 마음과 태도를 보여준다. 정부의 혁신 의지를 밝히는 담화문인데도 ‘할 것’과 ‘있을 것’이라는, 마치 강 건너에서 구경하는 듯한 표현을 썼다.
o 소리 내어 읽어봄으로써 못난 글을 알아보는 방법은 지극히 단순한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언어(言語)는 말과 글이다. 생각과 감정을 소리로 표현하면 말(입말)이 되고 문자로 표현하면 글(글말)이 된다.
- 말과 글 중에는 말이 먼저다. 말로 해서 좋아야 잘 쓴 글이다. 글을 쓸 때는 이 원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o 가수이자 제작자인 박진영 씨는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들에게 ‘말하듯이 노래하라’고 충고한다.
- 글쓰기도 노래와 다르지 않다. 독자의 공감을 얻고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 잘 쓴 글이다. 많은 지식과 멋진 어휘, 화려한 문장을 자랑한다고 해서 훌륭한 글이 되는 게 아니다. 독자가 편하게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는 것이 기본이다.
- 기본을 지키기만 하면 최소한 못나지 않은 글은 쓸 수 있다. 여기에 나름의 개성을 입혀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면 훌륭한 글이 된다.
우리글 바로쓰기
o 훌륭한 글이라고 해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완벽할 수는 없다. 다른 사람들이 잘못 쓴 글을 알아보지 못하면 자기가 잘못 쓴 것도 인식하지 못한다.
o 못난 글을 쓰지 않으려면 흉한 문장을 알아보는 감각과 면역력이 있어야 한다.
o 글쓰기도 면역력이 있어야 잘할 수 있다. 우리는 못난 말과 글이 넘쳐나는 환경에서 산다. 좋은 책을 많이 읽으면 못난 글과 나쁜 문장에 대한 면역력이 저절로 생긴다. 하지만 ‘백신’ 예방 접종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효과가 좋은 백신이 이미 수십 년 전 서점에 나왔다. 이오덕 선생의 책 <우리글 바로쓰기>다.
- <우리글 바로쓰기>를 읽는다고 해서 곧바로 훌륭한 문장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못난 글을 알아보는 감각을 익히는 데는 확실한 효과가 있다.
o 이오덕 선생은 외국말글 때문에 우리가 외국 사람의 가치관과 정서를 추종하게 되고, 말과 글이 민중에게서 멀어져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 비민주적으로 흐르며, 말글에서 겨레의 넋이 떠난다고 걱정했다.
- <우리글 바로쓰기>는 우리말글에 들어와 문제를 일으키는 중국 글자말, 일본말, 서양말을 낱낱이 집어내 보여준다.
중국 글자말 오남용
o 해로운 외국말 바이러스에 감염된 글은 소리 내어 읽기가 힘이 들고 귀로 듣기에 좋지 않으며 뜻을 알기도 어렵다.
o 우리말에는 한자 단어가 많아서 어느 정도는 쓰지 않을 도리가 없다. 또 한자말을 쓰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남용하면 문제가 있다.
- 굳이 쓰지 않아도 될 때마저 구태여 한자말을 써서 글을 어렵게 하고 읽기도 듣기도 불편하게 만든다. ‘사망사고발생지점’, ‘사고다발구간’ 등
- 한자말을 남용하면 말이 어려워질 뿐 좋을 게 없는데도 공무원들이 한자말을 고급 언어라고 생각한 탓에 이렇게 쓴 것이다.
o 우리말에는 한자말과 토박이말이 뒤섞여 있다. 마음만 먹으면 한자말을 토박이말로 바꿔 쓸 수 있다.
o 글을 잘 쓰려면 한자말을 오남용하지 말아야 한다. 한자를 병용하지 않으면 뜻을 알기 어려운 단어는 되도록 쓰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중국 글자말이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하거나 오늘날 쓰지 않는 토박이말을 쓰는 것도 현명한 태도는 아니다.
o 지식을 뽐내려고 한자말을 남용하는 것, 민족주의적 언어미학에 빠져 사람들이 알지도 못하는 토박이말을 마구 쓰는 것, 둘 모두 피해야 할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일본말과 서양말 오염
o 노견(路肩)처럼 원래 우리말인 것처럼 문장 안에 자리를 잡은 일본말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워낙 많은 사람이 그렇게 쓰기 때문에 원래 우리말이 그런 것으로 착각할 정도다.
o 일본말과 서양말 오염을 피하려면 두 가지를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바로 일본말 토씨(조사, 助詞)와 피동형(被動形) 문장이다.
o 우리 국민 누구나 아는 동요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이 그렇다. 우리말법으로는 ‘내가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이 되어야 한다.
o '으로의‘ ’에로의‘ ’에서의‘ ’으로부터의‘ ’에 있어서의‘와 같이 ’의‘를 겹쳐 쓴 토씨도 모두 우리말법에 어긋난다.
- 우리말은 그런 식으로 토씨를 쓰지 않는다. 일본말처럼 토씨를 쓰면 글이 늘어지고 운율이 죽으며 문장의 힘이 빠진다. 읽기도 나쁘고 듣기도 좋지 않다.
- '의‘와 ’에의‘ ’의로의‘ ’에서의‘ ’에 있어서의‘ '에로의’ ‘으로부터의’ 같은 일본식 조사는 주로 글에서 볼 수 있다. 그런데 많이 배운 사람일수록,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이렇게 못난 글을 쓴다. ‘민중의 주인 된 삶’ ‘문학에의 초대’ ‘고향으로의 귀환’ ‘급변하는 사회에 있어서의 문학의 영원성’ ‘냉전 체재로의 회귀’와 같이 널려 있다.
o 나는 우리말의 가장 큰 매력이 토씨에 있다고 생각한다. 토씨는 뜻을 압축해서 전하는 수단이며 문장에 감칠맛이 돌게 만드는 조미료이기도 하다. 다양한 토씨를 적절하고 정확하게 쓰는 아이는 언어 능력이 뛰어난 어른이 된다.
- 소개팅을 하고 온 어떤 여자한테 ‘절친’이 이렇게 물었다고 하자. ‘그 남자 어때?’ 대답은 네 가지가 있다. ‘키도 커’ ‘키는 작아’ ‘키는 커‘ ’키도 작아.‘ 이 네 가지 대답 모두에서 토씨가 핵심 정보를 전달한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o 피동형 문장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우리말에는 피동문이 드물다. 반드시 피동문을 써야 정확하게 뜻을 전할 수 있을 때만 예외로 쓴다. 그런데도 일본말이나 영어같이 피동문을 표준 문장처럼 쓰거나 뜬금없이 피동형 동사를 가져다 붙이는 사람이 많다.
- ‘보여지다’ ‘되어지다’ ‘키워지다’ ‘다뤄지다’ ‘모여지다’ ‘두어지다’ ‘보아지다’ 같은 것은 글 뿐만 아니라 방송에도 출몰한다.
o 서양말의 완료시제와 복수형 어미 오남용도 심각한 문제다. 우리말은 완료시제가 없다. 현재완료니 과거완료니 하는 서양말 문법은 서양말을 할 때만 쓰면 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어제 어머니를 만났었다’ 거나 ‘고향을 방문했었다’는 식으로 글을 쓰고 말을 한다.
o 우리말은 명사 그 자체를 복수라고 분명하게 드러내야 할 때가 아니면 복수형을 쓰지 않는다. 그런데도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는 식으로 추상명사에까지 ‘들’을 붙여 쓰는 사람이 많다.
o 다시 말하지만 잘못 가져다 쓴 중국 글자말과 일본말, 서양말은 글을 어렵게 만들고 뜻을 흐리게 한다.
o 잘 쓴 글은 말하듯 자연스러운 글이다. 말과 달라질수록, 말에서 멀어질수록 글은 어렵고 흉하고 멋이 없어진다.
단문 쓰기
o 글은 단문이 좋다. 문학작품도 그렇지만 논리 글도 마찬가지다. 단문은 그냥 짧은 문장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길어도 주어와 술어가 하나씩만 있으면 단문이다.
- 계속해서 복문을 쓰면 읽는 사람이 힘들다. 복문은 꼭 필요할 때만 써야 한다.
거시기 화법
o 단문 쓰기만큼 중요한 것이 어휘 선택이다. 말하려는 뜻을 명확하게 표현하려면 ‘꼭 맞는 단어’를 써야 한다. ‘꼭 맞는 단어’란 ‘뜻이 정확할 뿐만 아니라 앞뒤에 있는 단어들과 어울려 자연스럽고 멋진 표현을 만드는 단어’를 말한다. 그렇게 글을 쓰려면 어휘를 많이 알아야 한다.
o 그런데 어휘가 풍부하다는 것은 단순히 단어를 많이 아는 것과는 다르다. 단어의 어울림, 단어의 궁합을 알아야 한다.
- 좋은 문장을 쓰려면 멋지게 어울리는 단어를 결합해야 한다. 사전을 뒤져 용례를 찾아가며 글을 쓰면 도움이 된다.
- 그보다는 잘 쓴 글을 많이 읽어서 자연스럽게 익히는 편이 더 쉽다. 단어의 궁합, 표현의 자연스러움은 ‘안다’기보다는 ‘느끼는’ 것이다.
o 독자에게 신묘한 독해력을 요구하는 글은 잘 쓴 글이 아니다. 맥락을 잘 모른 채 텍스트를 읽어도 뜻을 아는 데 큰 어려움이 없도록 써야 한다.
o ‘저기...오늘 거시기가 좀 거석해서 많이 거시기하긴 거슥할 텐데... 그래도 잘 거시기해서 거슥하면 거시기하긴 할 거여!’
- 대입 논술 시험이나 기업 입사 시험 응시자가 ‘거시기 화법’으로 논술문을 쓰면 볼 것 없이 낙방이다. 기자가 이런 칼럼을 쓰면 독자들은 신문을 팽개치고 욕을 할 것이다.
- 글쓰기에서 ‘거시기 화법’은 절대 금물이다.
우리말의 무늬
o 글을 쓰면서 그때그때 딱 맞는 단어와 표현을 찾는 것이 만만한 일은 아니다. 뜻은 비슷한데 느낌이 다른 말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똑같은 단어도 다른 말과 어울리면 조금은 다른 맛과 색을 낸다. 이런 것을 뭉뚱그려 ‘어감(語感)’, 외래어로는 ‘뉘앙스(nuance)'라고 한다.
- 토박이말로 표현하자면 ‘말의 맛’ ‘색깔’ ‘느낌’ ‘분위기’ ‘결’ ‘무늬’ 정도가 되겠다.
o 어울리는 단어를 조합해 뜻을 정확하게 표현하면 좋은 문장이 된다.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조합하면 문장은 엉망이 되고 뜻을 전하기도 어렵다.
6. 아날로그 방식 글쓰기
글쓰기 근육
o 글쓰기 근육을 만들고 싶으면 일단 많이 써야 한다. 그게 기본이다. 언제 어디서든 글을 쓸 수 있다면 무조건 쓰는 게 답이다.
o 생각은 자유롭고 상념은 스쳐간다.
- ‘아, 이건 중요한 생각이네. 꼭 기억해놔야겠다.’ 그런 생각도 적어두지 않으면 금방 사라진다.
- 생각과 느낌은 붙잡아 두지 않으면 내 것이 아니다.
o 스물일곱 살부터 서른 살이 될 때까지 2년 남짓, 나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글을 썼다. 작은 스프링수첩을 가지고 다니면서 뇌리를 스치는 모든 생각을 적으려고 노력했다. 완전한 문장을 만들지는 않고 중요한 단어만 적었다.
o 자투리 시간 글쓰기의 주제와 내용은 정하기 나름이다. 출근길 버스나 지하철 풍경을 그려도 좋고 단골 카페 인테리어를 묘사해도 괜찮다. 거리에서 진한 스킨십을 하는 젊은 연인을 부러워해도 된다. 드라마 <미생> 시청 소감을 적어도 된다. 어제 읽은 책 독후감도 나쁘지 않다.
- 뭐가 되었든 많이 쓰면 되는 것이다.
o 눈에 보이는 것을 묘사하는 방법도 있다. 창조의 시작은 모방이다. 인간의 표현 행위는 자연을 모사(模寫))하는 데에서 출발했다.
- 글도 그림과 다를 것 없다. 보이는 것에서 시작해서 귀로 듣는 것을 거쳐 마음으로 느끼고 머리로 생각하는 것을 적으면 된다.
o 중요한 것은 뭐든 많이 쓰는 것이다. 문자로 쓰지 않은 것은 아직 자기의 사상이 아니다. 글로 쓰지 않으면 아직은 논리가 아니다. 글로 표현해야 비로소 자기의 사상과 논리가 된다.
짧은 글쓰기
o 글은 길게 쓰는 것보다 ‘짧게 잘 쓰기’가 어렵다. 같은 내용을 절반 분량으로 담으로면 어떤 방법으로든 압축을 해야 한다. 압축하려면 군더더기를 없애야 하기 때문에 글의 예술성이 높아진다.
- 글을 압축하는 기술을 익히려면 분량을 정해두고 짧은 글쓰기를 해야 한다.
o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글을 써야 하는 사람, 동호회 게시판이나 블로그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사람, 공부를 하거나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글쓰기 훈련을 하는 사람은 분량을 엄격하게 정해두고 글을 쓰는 게 좋다.
- 그렇게 해야 압축의 미학과 경제적 효율성을 갖춘 글을 연습할 수 있다.
o 어느 조직이든 업무의 성격과 지위에 따라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보고서나 기획서 분량이 있다. 회사원이라면 상사의 취향에 맞추어야 한다.
- 민간 중소기업에서부터 육군 본부와 대통령 비서실까지, 조직 사회에서는 읽는 사람들의 취향에 맞추어 분량을 정하는 게 정답이다.
군더더기 없애는 법
o 긴 글보다는 짧은 글쓰기가 어렵다. 짧은 글을 쓰려면 정보와 논리를 압축하는 법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압축 기술은 두 가지다.
- 첫째, 문장을 되도록 짧고 간단하게 쓴다. 둘째, 군더더기를 없앤다.
- 문장을 짧게 쓰려면 복문을 피하고 단문을 써야 한다.
o 군더더기를 없애는 방법은 간단하다. 없애버려도 뜻을 전하는 데 큰 지장아 없으면 군더더기다.
- 문장의 군더더기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접속사(문장부사), 둘째는 관형사와 부사, 셋째는 여러 단어로 이루어져 있지만 관형사나 부사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문장 요소다.
o 굳이 없어도 좋은 접속사는 과감하게 삭제해야 한다. 단문으로 글을 이어나갈 때 문장 사이에 매번 ‘그러나’ ‘그리고’ ‘그러므로‘ ’그런데‘ ’그렇지만‘ 같은 접속사를 넣는 것은 나쁜 습관이다.
o 부사와 관형사도 적게 쓸수록 좋다. 이미 완성된 문장이라도 반드시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문장 요소가 있으면 과감하게 빼야 한다.
소통의 비결
o 지금까지 글쓰기에 대해서 한 이야기를 간추려 보자.
- 글을 쓸 때는 주제를 뚜렷이 하고 꼭 필요한 사실과 정보를 담는다. 사실과 정보를 논리적 관계로 묶어줄 때는 정확한 어휘를 선택해서 말하듯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표현한다. 중복을 피하고 군더더기를 덜어냄으로써 글을 최대한 압축한다.
o 읽기 쉬운 글이라고 해서 쓰기도 쉬운 건 아니다. 쉽게 쓰기가 오히려 더 어렵다.
o 다른 정보가 없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텍스트를 쓰려면 철저하게 독자를 존중해야 한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전문용어나 이론을 끌어올 때는 문맥에 비추어 이해할 수 있도록 적당한 방법으로 설명을 붙여야 한다.
o 글은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있게 써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텍스트 안에서 뜻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말을 되도록 쓰지 말아야 한다.
- 집중해서 읽으면 누구든지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을 써야 한다.
o 인생에서 특히 경계해야 할 감정이 여럿 있는데, 허영심도 그중 하나다. 허영심은 아주 고약한 감정이다. 허영심에 빠진 사람은 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이고 의미 없는 일에 시간과 열정을 쏟는다.
- 글 쓰는 사람이 빠지기 쉬운 허영심은 지식과 전문성을 과시하려는 욕망이다. 이 욕망에 사로잡히면 난해한 글을 쓰게 된다.
o 저자는 독자를 고생시킨 데에 대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그러나 만약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면? 그렇다면 그 책임은 주로 저자에게 있다.
o 글은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수단이다. 읽는 사람에게 고통과 좌절감을 주는 글은 훌륭한 소통 수단이 될 수 없다.
- 타인에게 텍스트를 내놓을 때는 텍스트 자체만 읽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
7. 글쓰기는 축복이다
o 잘 쓰려면 왜 쓰는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왜 쓰는지 모르면 잘 쓸 수 없기 때문이다.
o 글쓰기는 두 가지 특별한 점이 있다.
- 첫째, 세상이 글쓰기를 요구한다. 우리는 때때로 쓰기 싫어도 글을 써야만 한다. 학업과 진학, 취업을 위해서다.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도 글을 써야 한다. 글을 잘 쓰지 못하면 사는 데에도 지장이 많다.
- 둘째, 사람들은 글 잘 쓰는 이를 부러워하며 심지어는 우러러본다. 글쓰기 실력을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지성의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글이 글쓴이의 지능, 지식, 지성, 가치관, 삶의 태도를 보여준다는 것은 다툴 여지가 없다. 글을 잘 쓰려면 일단 표현할 내면의 가치가 있어야 한다. 아는 게 많아야 한다. 다양한 어휘와 정확한 문장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사는 만큼 쓴다
o 글을 써서 인정받고 존중받고 존경받고 싶다면 그에 어울리는 내면을 가져야 한다. 그런 내면을 가지려면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
- 글은 ‘손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요, ‘머리로 쓰는 것’도 아니다. 글은 온몸으로, 삶 전체로 쓰는 것이다. 논리 글쓰기를 잘하고 싶다면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
o 잘 살아야 잘 쓸 수 있다. 살면서 얻는 감정과 생각이 내면에 쌓여 넘쳐흐르면 저절로 글이 된다. 그 감정과 생각이 공감을 얻을 경우 짧은 글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o 내면에 어떤 가치 있는 것을 가진 사람은 그것을 글로 표현해 타인의 마음을 움직인다.
o 기술만으로는 훌륭한 글을 쓰지 못한다. 글 쓰는 방법을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내면에 표현할 가치가 있는 생각과 감정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 훌륭한 생각을 하고 사람다운 감정을 느끼면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그런 삶과 어울리는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 논리 글쓰기를 잘하려면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떳떳하게 살아야 한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o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있다. 글은 살 수 있지만 글 쓰는 능력은 살 수 없다.
o 털어놓고 싶은 감정, 드러내고 싶은 생각이 있으면 드러내야 사람답게 사는 것이다. 그런 글도 잘 쓰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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