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서록

여덟단어

히메스타 2014. 12. 22. 17:17

 

o 부제: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o 지은이: 박현웅, 도서출판 북하우스(2013. 5월), 15,000원

 

< 저자의 말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o 『책은 도끼다』 출간 이후 주로 인문학에 대한 강의를 많이 해왔는데, 강의를

    하다 보니 책 이야기와 더불어 삶에 대한 태도, 방향을 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좀 더 올바른 시각으로 삶을 대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o  제가 강의에서 이야기했던 여덟 개의 키워드는, ‘자존, 본질, 고전, 견(見), 현재,

   권위, 소통, 인생’입니다.

   여덟 개로 쪼개놨지만 모든 단어는 결국 연결이 되면서 하나의 방향으로 갈 겁니다.

  - 귀 기울여 주시되 큰 기대는 하지 않길 바랍니다. 인생은 강의 몇 번, 책 몇 권으로

     변하지 않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유는, 여러분과

    이 여덟 가지 단어에 대해 함께 나누고 생각해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o 돈오점수(頓悟漸修)

 - 이 여덟 번의 시간이 여러분에게 돈오점수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소나기가 아니라 가랑비 같은 시간이 되어

    천천히 젖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 단 제 이야기가 끝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은 받아들이고 짓밟고 갈 게 있다면

   짓밟으면서,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삶의 가치를 바로 세우기 바랍니다.

   우리 인생은 몇 번의 강의와 몇 권의 책으로 바뀔 만큼 시시하지 않습니다.

2013년 봄, 박웅현

 

1강 자존(自尊)

  당신안의 별을 찾으셨나요?

 

o "팀장님,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아이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행복한 삶의 기초가 되는 것은

    바로 “자존(自尊)‘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 이게 있으면 어떤 상황에도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o '아모르 파티(Amor fati)', 라틴어로 네 운명을 사랑하라는 의미죠.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의 결말은 정반대일 수밖에 없습니다.

 

메멘토 모리, 아모르 파티

o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는 라틴어)와

  아모르 파티(Amor fati). ‘죽음을 기억하라’와 ‘운명을 사랑하라’는 죽음과 삶이라는

  상반된 의미의 조합이지만 결국 같은 방향을 바라봅니다.

  - 내가 언젠가 죽을 것이니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은 소중히 하라는 것이고,

     그러니 지금 네가 처한 너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것이죠.

  - 저는 이런 태도가 자존 같습니다. 어떤 위치에 있건, 어떤 운명이건 스스로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것.

 

나의 기준점은 어디에 있는가

o 자존감을 가지는 데 가장 방해가 되는 요인은 아마 우리 교육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은 아이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것에 기준을 두고 그것을 끄집어내기

  보다 기준점을 바깥에 찍죠. 명문 중학교, 특목고,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엄친아,

  엄친딸을 따라가는 게 우리 교육입니다.

  - 이렇게 교육받은 우리는 ‘다름’을 두려워해요. 기준점이 되는 누군가와 다른

     내 모습을 상상하지 못합니다. 다 같이 몰려가는 대열에 합류하지 못하면

     불안해합니다.

  -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사는지, 나도 저 사람과 발맞추고 있는지 끊임없이 눈치를

     보고 뒤돌아봅니다.

 

o 한 재미교포 후배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고국에 온 감상을 물었더니 ‘무섭다’고

   하더군요. 이유를 궁금해 하니 사람들이 다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서 그렇대요.

  - 비슷한 헤어스타일, 비슷한 스타일의 옷, 유행하는 부츠

 

o 이런 사회에서 자존을 찾을 수 있을까요? 남과 다르면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밀려

     는 환경에서 자존감을 가지고 살려면 스스로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 중요한 건 얼마나 좋은 학벌을 가지고 있느냐,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느냐가

    아닙니다. 기준점을 바깥에 두고 남을 따라가느냐, 아니면 안에 두고 나를 존중

        느냐일 겁니다.

 

o 1998년에 2년간 뉴욕에서 공부하고 온 뒤에 쓴 책 ‘나는 뉴욕을 질투한다’에

   나오는 내용: 「여자는 꼭 여자답게 걸어야 하는가」

  - 길을 물으면 미국 사람의 방향 설명은 마치 머릿속에 지도를 넣고 다니는 사람들

     처럼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확하다. 한국 사람들에게 물으면 “저어∼기”라고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 어느 대학 교수는 이런 미국 사람과 한국 사람의 차이를 이질 문화와 동질 문화

     라는 말로 해석한다. 미국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너와 나는 생각하는 바가

          다르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객관적인 정보를 준다. 반면,

     우리는 ‘너와 내가 생각하는 바가 비슷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 너와 내가 다른 사회에서는 다른 사람의 시선에 신경을 쓸 일이 별로 없다.

  -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이와 성별에 따라 제각각 딱 맞는 상자를 만들고 모두들

     그 상자 속에서 살아가는 것 같다는 이야기. 모두들 일정한 틀을 만들고 그 틀의

     형태에 자신을 맞추며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

  - 가끔은 틀을 벗어난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성공한 사람들은 꼭

     승용차 뒷좌석에 앉아야 하는가? 대학생은 꼭 이십 대여야 하는가?

     윗사람은 꼭 권위를 지켜야만 하는가? 여자는 꼭 여자답게 걸어야 하는가?

  - 다른 것을 인정하지 못하면서 자존을 싹 틔우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o 결국 창의적인 사람을 만드는 건 교육의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 미국 교육은 ‘네 안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궁금해 한다면 한국 교육은

     ‘네 안에 무엇을 넣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

 

o 뉴욕에서 공부할 때 느낀 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집어넣으려 하지 않고 뽑아내려고 애썼습니다. 서른여섯에 사회생활을 하던

   아저씨가 책상에 앉아 처음으로 디자인을 배우는데 주뼛댈 틈도 없이 교수의

   칭찬이 쏟아졌습니다.

  - 저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해온 숙제를 벽에 쭉 붙여놓고 좋은 점을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교수는 마치 칭찬을 하지 못해 안달 난 사람 같아 보이기도 했습니다.

 

o 그런데 우리 교육은 과연 어떤가요? 우리는 늘 우리에게 없는 것에 대해 지적 받고

   그것을 가져야 한다고 교육 받아왔어요.

  - 칭찬은 자존감을 키워주는데, 가진 것에 대한 칭찬이 아닌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질타는 눈치를 자라게 합니다. 중심점을 바깥에 놓고 눈치 보며 바깥을 살핍니다.

     자존은 중심점을 안에 찍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겁니다.

 

내 마음 속의 점들을 연결하면 별이 된다

o 정신과전문의 정혜신 박사는 “모든 사람은 완벽하게 불완전하다”라고 했습니다.

  - 누구나 단점은 많습니다. 분명히 장점도 있죠. 그러니 내가 가진 장점을 보고

    인정해줘야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부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존중해야

     하는 것이죠.

  - 단점을 인정하되 그것이 나를 지배하지 않게 해야 합니다.

  - 못났다고 외로워하지도 마세요.  인간은 다 못났고 완벽하게 불완전하니까.

 

o CBS 정혜윤 PD의 책 『여행, 혹은 여행처럼』에 나오는 주인공

  - 강판권 씨는 ‘나무열전’이라는 책을 쓴 나무 박사님. 나무를 인문적으로 해석한

     책인데 참 좋습니다. 

  - 강판권씨는 경상도의 실업계인 종합고등학교에 다니다가 계명대 사학과에 들어

     갑니다. 사학에 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원서를 낼 때 사학과 줄이 제일 짧았기

     때문’입니다. 대학 때 클래식 음악에 빠져들었고, 기자가 되고 싶었지만 지방대

     사학과 출신의 언론고시생은 번번이 낙방을 하고 맙니다.

  - 대학원에 진학하여 학위 논문을 써야 하는데 주제를 ‘양무 운동 당시 이홍장의

    외교정책’에 대한 것으로 잡았는데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로 되어 있는 외교

    문서를 읽을 수 없어서 주제를 바꾸기로 합니다. 촌놈이니 농업에 대해서는

    잘할 수 있을 거 같아서 논문 주제를 ‘중국의 농업사’로 바꿨답니다.

  - 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교수 자리를 얻지는 못한 시기에 어느 날 서점에서

     ‘신갈나무투쟁기’라는 책을 발견합니다. ‘나무라면 나도’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계명대학교 안에 있는 나무부터 공부하기로 마음먹습니다.

  - 그리고 나무를 공부한 사학자는 인문적인 나무 이야기 『나무열전』과『공자의

     나무 장자의 나무』등을 집필한다.

  - 강판권 씨는 자기 안의 점을 무시하지 않았습니다. 밖에 찍어놓았던 기준점을

     모두 안으로 돌려 자신이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냈고 점을 다시 찍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의 점들을 연결해 하나의 별을 만들어 낸 겁니다.

 

o 자신의 길을 무시하지 않는 것, 바로 이게 인생입니다. 각기 다른 인생이 있어요.

   그러니 기회도 다르겠죠. 그러니까 아모르 파티, 자기 인생을 사랑해야 하는 것.

o 어떤 인생이든 어떤 형태가 될지 모르지만 반드시 기회가 찾아옵니다.

   그러니 이들처럼 내가 가진 것을 들여다보고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준비해야 하죠.

   내가 뭘 봐야 하는지, 다른 사람과 어떻게 다른지, 과연 강판권의 농업과 나무가

   나에게는 무엇인지 찾아야 합니다.

  - 나만 가질 수 있는 무기 하나쯤 마련해놓는 것,

    거기서 인생의 승부가 갈리는 겁니다.

 

Be Yourself!

 

o Be Yourself, 너 자신이 되어라. 제가 딸에게 자주 하던 말입니다.

  - “Be Yourself, 너는 너다.” 너 자신이 되라고 말이죠

 

o 남의 답이 아니라 나의 답을 찾는 사람이 되세요. 다른 것이 틀린 게 아닙니다.

  - ‘다르다’와 ‘틀리다’는 다릅니다. 다른 건 다른 거고, 틀린 건 틀린 거죠.

     너와 내가 생각이 다른 것이지 너와 내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단어부터

     똑바로 써야 해요. 말이 사고를 지배해서 어느 틈에 나와 다른 건 틀리다, 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o 땅끝마을 해남에는 신라시대에 세워진 절이 하나 있습니다. 대흥사입니다.

   그 절의 북원 출입문으로 대웅전 맞은편에 자리한 침계루(枕溪樓)의 기둥들은

   기둥뿌리의 지름을 기둥머리의 지름보다 크게 만드는 민흘림 기법을 쓰지 않고

   휘면 휜 대로 나뭇가지 부분을 그대로 드러내어 각각의 모습을 살려서 지었습니다.

  - 저는 우리 사회가 이 나무 기둥과 같은 모습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깎고 다듬어져

     전부 똑같은 모양의 사람들이 사는 곳이 아닌, 생긴 모습 그대로 각자의 삶을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o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노래 <What you see>

   네가 보는 대로 날 받아들여 What you see is what you get

   이봐 이게 나야. This is me hey you

   네가 날 원한다면 잊지 마 If you want me don't forget

   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여야 해 You should take me as I am

  - 나를 사랑한다면, 나를 원한다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상대에게

     이야기합니다. 상대의 뜻대로 나를 바꾸지 않겠다는 말입니다.

 

o 혹시 시간이 된다면 가까운 공원에 한번 나가보시길 권합니다. 가서 잔디를 한번

  보세요. 어느 곳의 잔디가 푸르른지, 자리를 깔고 앉으면 이상하게 다른 쪽의 잔디가

   더 푸르러 보일 겁니다.

  - 잔디는 늘 우리가 앉지 못한 곳이 더 푸르러 보이죠.

     그러나 결국은 똑같이 푸르릅니다.

 

o 여러분, 답은 저쪽에 있지 않습니다.

  - 답은 바로 지금, 여기 내 인생에 있습니다. 그러니 그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스스로를 존중하는 여러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강 본질(本質)

  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

 

o 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

  모든 것은 변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 에르메스(HERMES)라는 브랜드의 지면 광고입니다.

 

o 이제 브로드캐스팅(broad casting)이라는 말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내로캐스팅(narrow casting)의 시대가 됐죠. 4대 매체 중심의 광고는 끝났습니다.

   그런 방식으로 어떻게 해보겠다는 건 난파하는 배에 앉아 있겠다는 것과 같지요.

  - 강력하던 몇 개의 미디어가 없어지고 전부 개인 미디어로 퍼져 버렸습니다.

 

o 이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하나입니다. 바로 콘텐츠의 힘입니다.

  - 강력한 콘텐츠는 미디어가 무엇이 됐든 퍼지게 되어 있습니다. 아이디어가

     먼저입니다. 매체는 그 다음입니다.

 

o 저는 게으른 사람입니다. 그럼 제가 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요?

  - 변하지 않는 것, 본질을 보겠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본질일까요?

     바로 콘텐츠입니다.

  - 콘텐츠는 ‘사람을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대한 메커니즘입니다.

 

o '강남스타일‘ 성공의 이유는, 수많은 흔들림에도 불구하고 싸이라는 가수가 자신의

   본질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가 뜬 건 현대 미디어의 덕이 아니라,

   흥이 많은 싸이라는 사람 자체의 본질을 놓지 않은 결과입니다.

 

o 변화하는 것 속에 변하지 않는 것, ‘Everything changes'에서 ’Nothing Change  s'를 보는 것이 인생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게 콘텐츠가 되는 겁니다.

 

박현웅의 본질 찾기 1

o 본질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생각과 행동이 달라집니다. 그 예를 몇 가지 말씀

   드려볼까요?

  - 저는 수영 경력 15년 차입니다. 시작은 했지만 얼마 하지도 않고 그만둘까 봐

     집사람이 매일 걱정을 했어요.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은 한 달 강습을 받고 나면

     25미터 정도는 거뜬히 가는데 저는 25미터 가는 데 석 달이 걸렸거든요.

     그리고 아주 놀랍게도 50미터를 가는 데 6개월이 걸렸죠.

  - 언젠가 집사람이 묻더군요. 창파하지 않냐고, 어떻게 견디냐고요. 그때 제가

     대답했어요. “잘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땀을 흘리려고 하는 거니까.”

 

o 그렇습니다. 수영을 배우는 목적이 ‘수영을 잘 하는 것’이었다면 저는 일찌감치

   나가떨어졌을 겁니다. 하지만 수영을 배우는 본질을 저는 ‘땀 흘리는 것’으로

   정했어요. 저는 수영 선수가 될 것도 아니고 빨리 상급반으로 올라가고 싶은

   생각도 없었어요. 강사에게 잘 보일 것도 아니고요.

  - 그러니 실력이 빨리 늘지 않는 것은 크게 문제되지 않았습니다.

     이렇듯 본질이 무엇이냐에 따라 흔들림이 달라집니다.

 

박현웅의 본질 찾기 2

o 제 이야기를 하나 더 하겠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앞에서 이야기를 잘하고 있지만

   사실 전 무대공포증이 있었어요. 게다가 그 공포가 여러분이 상상하는 것보다

   엄청났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하도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까 담임선생님이 무슨

   불만 있냐고 물을 정도였습니다. 앞에서 나서는 것, 주목받는 것이 싫었으니

   가장 싫어했던 과목은 음악이었고 소풍처럼 장기자랑을 해야 하는 행사가 늘

   두려웠습니다.

  - 이 공포는 대학교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회사 입사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광고회사에 입사했는데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o 이제 두 가지는 무섭지 않습니다. 강의와 프레젠테이션. 광고계에서 먹고 사는 이상

   프레젠테이션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니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했죠. ‘나는 도대체 왜

   이렇게 떨리는 걸까?’ 하고 제 자신을 돌아봤더니 너무 잘하려고 한 것이 문제

   였습니다.

  - 남들에게 멋지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컸던 거죠. 하지만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할 말을 하는 것’이었어요.

  - 프레젠테이션의 본질은 내가 멋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 잘 전달하는 것이라는 것에

     있더라는 거죠. 그 이후로 덜 떨렸어요.

 

o 공부의 본질은 뭡니까? 서울대학교에 가는 걸까요?

  - 공부는 나를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사회에 나가서 경쟁력이 될 실력을 만드는 게

      본질이에요. 스펙이 뭘까요? 그야말로 포장입니다. 알맹이는 본질이죠.

 

o 학벌은 사회생활 2,3년이면 다 세탁이 됩니다. 들어갈 때야 명함이 되지만 2,3년

   후에는 중요하지 않다는 겁니다.

  - 스펙보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진짜가 무엇인지가 정말 중요합니다.

  - 저는 딸에게도 인생을 제대로 살고 싶으면 스펙 관리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 시간에 네 본질을 쌓아놓으라고 하죠?

 

o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이 다 본질이냐? 고스톱이나 애니팡 같은 

   게임을 진짜 잘하는데 그럼 이게 내 본질일까?

  - 내가 하는 행동이 5년 후의 나에게 긍정적인 체력이 될 것이냐 아니냐가 기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본질은 결국 자기 판단입니다. 나한테 진짜 무엇이 도움이 될 것인가를 중심에

     놓고 봐야 합니다.

 

박웅현의 본질 찾기 3

o 본질은 지난 시간 강의했던 자존, 그리고 다음 시간에 이야기할 고전과 매우

   잘 어울리는 단어입니다. 시간의 세월을 잘 견뎌낸 것들은 본질적인 것들이에요.

 

o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국 기행』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소속 칼리지들의 주요 목표는 학식이나 지식을 두뇌에

     채워 넣는 것만이 아니다. 이곳 졸업생은 의사나 변호사, 신학자, 물리학자,

     운동선수 같은 전문가가 되어 나가지 않는다.

  - 그레이트브리튼 최고의 젊은이들이 고등학교를 마치고 와서 2, 3년 머무르면서

     <조화>를 배운다. 육체, 정신, 심리가 고루 단련된 완벽한 인간이 유일한

     목표이다.

  -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에서는 전공 분야에 대한 증서를 받지 않는다.

     그들이 받는 것은 <인간의 증서>이다.

 

o 본질은 탄탄하게 만들어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미국의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컬럼비아 대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학교는 전공을 2년 동안 정하지

   않아요. 2년 동안 교양만 가르치는데, 학생들은 총 8개의 교양을 배웁니다.

   고대와 현대 그리고 비영미권의 문학, 사학, 철학 그리고 이과 과목 두 가지, 쓰기,

   음악, 미술.

  - 1905년도에 컬럼비아는 이 제도를 만들었고 한 번도 고치지 않았다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교육의 본질은 교양과 삶의 태도를

     가르치는 전인교육이 되어야 한다 것이죠.

 

o 우리의 교육은 참 안타깝습니다. 중·고등학교 교과 과정에서 음악, 미술, 체육

   시간을 줄이거나 없앤다고 합니다. 그런 것들은 없앤다는 건 대학 가는 것을

   본질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o 본질이 아닌 것 같다면 놓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 본질을 발견하려는 노력과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포기할 줄 아는 용기,

     그리고 자기를 믿는 고집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뿐인

     ‘나’라는 자아가 곧게 설 수 있으니까요.

 

o 강의 첫머리에 보여드린 ‘피카소의 연작’을 다시 한 번 보시죠. 이 작품을 그리면서

   피카소가 했던 일은 아이디어를 더하는 게 아니라 빼는 것이었습니다. 빼고 또 빼서

   본질만 남기는 것이었죠.

  - 예술은 궁극의 경지에서 단순해지고 명료해진다는 것을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o 「곽재구의 포구기행」에서 곽재구 작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 연륜은 사물의 핵심에 가장 빠르게 도달하는 길의 이름이다.

 

o 복잡한 사물의 핵심이 무엇인지 보려는 노력, 어떤 것을 보고 달려가느냐가

  세상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커다란 무기입니다. 기타를 만든다고 했던

  클래식 기타 회사는 다 망했고, 음을 만든다고 했던 클래식 기타 회사는 모두

  살아남았습니다.

 

o 본질은 삶을 대하는 데 있어 잊어서는 안 되는 아주 중요한 단어입니다. 우리가

  본질적으로 가져가야 할 것이 무엇일까요? 오늘이 그것에 대해 고민하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3강 고전(古典)

  Classic, 그 견고한 영혼의 성(城)

 

o 고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 가을날을 뒤로 하고 이곳에 와 계신 여러분들을

   위해 사랑에 관한 시 한 편 들려드리겠습니다. 김용택 시인의 「첫사랑」입니다.

 

  바다에서 막 건져 올린

  해 같은 처녀의 얼굴도

  새봄에 피어나는 산중의 진달래꽃도

  설날 입은 새 옷도

  아, 꿈같던 그 때

  이 세상 전부 같은 사랑도

  다 낡아간다네

  나무가 하늘을 향해 커가는 것처럼

  새로 피는 깊은 산중의 진달래처럼

  아, 그렇게 놀라운 세상이

  내게 새로 열렸으면

  그러나 자주 찾지 않는

  시골의 낡은 찻집처럼

  사랑은 낡아가고 시들어만 가네.

 

  여보게, 잊지는 말게나

  산중의 진달래꽃은

  해마다 새로 핀다네

  거기 가보게나

  삶에 지친 다리를 이끌고

  그 꽃을 보러 깊은 산중 거기 가보게나

  놀랄 걸세

  첫사랑 그 여자 옷 빛깔 같은

  그 꽃 빛에 놀랄 걸세

  그렇다네

  인생은, 사랑은 시든 게 아니라네

  다만 우린 놀라움을 잊었네

  우린 사랑을 잃었을 뿐이네

 

o 정말 미안하지만 우리 솔직해집시다. 사랑이 영원한가요? 남산에 올라 자물쇠를

   채운들 그 사랑이 영원할까요? 누군가는 사랑의 유효기간을 3년이라고 했죠.

   그런데 사실 사랑하는 그 순간 당사자들은 몰라요. 사랑이 영원할 줄 알아요.

  - 한 사람에게 무너져내린 황홀한 인생의 순간 누가 마지막을 떠올리겠습니까?

  - 빅토르 위고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주를 한 사람으로 축소시키고 그 사람을

    신으로 다시 확대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지금 우주가 내 곁에 있는데,

    마지막은 보이지 않습니다.

 

o 알랭 드 보통의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나 「우리는 사랑일까」를 보면

   사랑을 아주 객관적으로 묘사합니다. 한 연인의 순차적인 사랑의 기록을 보면

   무릎을 탁 치게 되죠.

  - 처음 여자를 만났을 때 남자는 그 여자를 만난 건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많고 많은 장소 중 비행기 안에서, 그것도 파리에서 런던으로 가는 수많은 비행기

    중 마침 그 비행기에서, 몇 백 개가 넘는 좌석 중 바로 자기 옆자리에 앉은 여자.

    운명입니다. 마음속에 따뜻한 바람이 불고 행복을 느끼죠.

  - 하지만 2년이 지난 후,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그녀의 말투, 취향이

     못마땅해지고 이 여자를 사랑했던 것에 아연해요. 그러니까 김용택 시인의 말대로

     사랑은 다 낡고, 시들어갑니다. 미안하지만, 사실이에요.

 

o 잔인할지 모르지만 사랑은 시들어요. 이제 김화영의 「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의

   구절을 소개할 텐데 제가 생각하는 사랑은 이런 것이에요.

  - 누가 그랬던가 ‘영원한 사랑’이라고? 영원한 것은 오직 돌과 청동과 푸른

     하늘뿐이다. 저 이끼 낀 돌 속에 사랑의 혼이 서려 있을까? 그렇지 않다.

     흘러가버리는 것, 먼지가 되어버리는 살, 무너져버리는 사랑의 철저한 무(無)-

     해묵은 돌들이 증언하는 것은 그런 것뿐이다. 모두가 무너지고 오직 화려한

     대문만 남은 이 사랑의 성은, 그리하여 마땅히 하나의 폐허인 것이다.

 

o 마지막으로 사랑의 영원을 믿지 않는 또 하나의 시가 있습니다.

   오, 기억해주오

   우리가 연인이었던 그 행복했던 날들을

   그 시절 삶은 아름다웠고

   태양은 오늘보다 뜨겁게 타올랐다네

   죽은 잎들은 하염없이 쌓이고

   너도 알리라, 내가 잊지 못하는 걸

   죽은 잎들은 하염없이 쌓이고

   추억도 회한도 그렇게 쌓여만 가네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그 모든 것을 싣고 가느니

   망각의 춥고 추운 밤의 저편으로

   너도 알리라, 내가 잊지 못하는 걸

   그 노래, 네가 내게 불러주던 그 노래를

   그 노래는 우리를 닮은 노래였네

   너는 나를 사랑했고 나는 너를 사랑했지

   우리 둘은 언제나 함께인 둘로 살았었다

   나를 사랑했던 너, 너를 사랑했던 나

   하지만 인생은 사랑했던 두 사람을 갈라놓는 법

   너무나 부드럽게, 아무 소리조차 내지 않고서

   그리고 바다는 모래 위를 지우지

   하나였던 연인들의 발자국들을

  - 자크 프레베르의 「고엽」입니다. 유명한 샹송 <고엽>의 바로 그 고엽. 노래로만

     알다가 자크 프레베르의 시라는 걸 알게 된 건 몇 년 전입니다.

  - 모래 위에 새긴 발자국 같은 거예요, 사랑은. 파도가 밀려오면 지워져버리고 말죠.

 

시간을 이겨낸 고전(古典·Classic)

o 시대를 뛰어넘어 변함없이 읽을 만한 가치를 지니는 것, 그렇습니다.

   온 세상을 품을 것 같던 사랑도 지워지고, 아름답던 얼굴도 시들고,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던 치욕의 순간도 흐려지고, 날아오를 듯한 환희의 순간도 희미해지죠.

  - 대부분의 것들이 시간에 굴복합니다. 그런데 고전은 시간과 싸워 이겨냈어요.

     3백 년, 5백 년을 살아남았고 앞으로 더 살아남을 겁니다.

  - 저는 이게 정말 궁금했어요. 모든 것이 시간 앞에 풍화되어버리는 세상 속에 고전

          작품들은 도대체 어떻게 그토록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인지. 아니 풍화

     되기보다 마치 시간에 엄호를 받고 있는 듯 날이 갈수록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것인지. 그것이 무척 궁금했습니다.

  - 그래서 고전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주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 본질적인 것의

     힘이라는 것이 무서워졌습니다.

 

o 강의를 듣고 있는 김현규 씨가 제게 보낸 메일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해보겠습니다.

  -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전 세계인을 감동시키는 위대한 문학이나 미술, 음악 등

     예술작품들은 본질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한테만 좋은 것이 아닌,

     우리나라에서만 좋은 것이 아닌, 전 세계 다수의 인간이라는 종이 느끼는

     근본적인 무엇을 건드린 것이기 때문입니다.”

 

o 지금까지 살아남아 고전이 된 모든 것들을 우리는 무서워해야 해요. 하지만 되려

   무시하기 일쑤죠. 우리들, 특히 젊은 청춘들에게 고전은 사실 지루해요.

   계속 변하는 세상의 속도에 가장 빠르게 적응하는 사람들인 만큼 고전을 뒤돌아볼

   여유가 없어요.

  - 그런데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뭐가 더 본질적인 걸까요? 오늘 나타났다가

     일주일, 한 달 후면 시들해지는 당장의 유행보다 시간이라는 시련을 이겨내고

     검증된 결과물들이 훨씬 본질적이지 않을까요?

 

소림명월도, 월광소나타

o <소림명월도>는 김홍도가 1745년에 그린 스산한 숲 속의 밝은 달 그림입니다.

   <월광소나타>는 베토벤이 1801년 만든 작품으로 원래 제목은 <월광>이 아닙니다.

    독일의 음악평론가 레루슈타프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4번>의 1악장을 듣고

    이 곡이 달빛을 떠올리게 한다고 해서 붙인 이름입니다.

  - 비슷한 시기에 살았지만 김홍도와 베토벤, 이 두 예술가는 서로의 존재를 전혀

     모릅니다. 하지만 둘 다 달과 관련된 작품을 남겼고, 21세기를 살고 있는 저는

     <소림명월도> 앞에서 <월광소나타>를 떠올립니다. 달을 보면 그 두 예술가가

     느꼈을 감정이 되살아나는 느낌입니다.

  - 이처럼 지금 현재뿐만 아니라 전혀 다른 시대 사람과의 본질적인 교감이 있다면

     우리 인생은 더 풍요롭지 않을까요?

 

o 얼마 전에 경기 지역의 교사 4백 분에게 강연을 했습니다. 선생님들이 어떻게 하면

  창의력이 있는 아이들로 기를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 그 물음에 저는 느끼게 해달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느끼게 해주면 됩니다.

    강요하지 말고 느끼게 해주면 되는데, 저 또한 한 번도 느끼는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 비발디의 <사계>를 외워라. 시험 본다 반 고흐도 외워. <별이 빛나는 밤>.

     이렇게 강요된 권위로 예술을 접했어요. 서울대 권장도서 100권, 이런 것도

     마찬가지예요. 무조건 읽으라고 하죠. 그러니 뭘 봤겠어요? 요약을 봤죠.

     그런 마치 캔 속에 들어간 음식, 가공 식품을 먹는 것과 같아요.

     그걸 먹고 감동을 느끼겠어요.

  - 그래서 저는 어린 시절 제가 받은 교육을 생각하면서 선생님들께 부탁이니 딱

     한 번만 효율을 포기하고, 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스피커를 가져다 놓고

     아이들에게 비발디의 음악을 들려주라고 했습니다.

 

o 많이 가르치는 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서울대 권장도서 100권을 꼭 읽고

   외우지 않아도 인생은 얼마든지 풍요로울 수 있습니다. 방법만 알면 아이들은

   자신에게 좋은 것을 알아서 찾을 테니까요.

 

당신이 아는 첨성대는 과연?

o 저는 기회가 된다면 선생님들과 ‘경주 수학여행 가지 맙시다’ 캠페인을 벌이고

   싶습니다. 버스 열 대에 빼곡이 나눠 탄 아이들은 호시탐탐 선생님의 눈을 피해

   수학여행 온 다른 학교 여학생들과 놀 궁리, 밤에 몰래 소주 한 잔 마실 궁리뿐이고

   이를 모를 리 없는 선생님들의 목표는 오직 하나죠. 사고 없이 돌아가는 겁니다.

  - 첨성대 앞에 관광버스가 서고 선생님이 “저기 보이는 게 첨성대인데 40분을

     줄 테니 보고 와”라고 했어요. 늦는 새끼 각오하라는 말과 함께요. 막 뛰어가서

     첨성대를 흘깃 보고 ‘뭐야 작잖아, 별거 아니네’하고 돌아와 ‘신라장’에서 기어이

     소주를 한 잔 나눠 마시며 수학여행의 마지막 밤을 보냈습니다.

 

o 첨성대는 별 볼 일 없지 않아요. 신라인의 우주관이 담겨 있는 건축물입니다.

  - 몸체는 모두 27단으로 되었는데 맨 위에 마감한 정자석(井字石)과 합치면 28,

     기본 별자리 28수를 상징한다. 여기에 기단석을 합치면 29. 한 달의 길이를

     상징한다. 몸체 남쪽 중앙에는 네모난 창이 있는데 그 위로 12단, 아래로

     12단이니 이는 1년 12달과 24절기를 상징하며, 여기에 사용된 돌의 숫자는

     어디까지 세느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362개 즉 1년의 달수가 된다.

  -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에 나오는 첨성대의 설명이다.

 

o 지금 이 첨성대의 원리를 읽는 데 몇 분 걸리셨나요? 5분도 채 안 되는 이 이야기를

   수학여행 때 들었다면 그렇게 쉽게 ‘별거 아니네’ 했을까요? 아마 경이롭게

   바라봤을 겁니다.

  - 그러니까 준비할 수 있어야 해요. 클래식, 고전을 만나기 위해서는 함부로 씹다

         버린 껌처럼 여기지 않으려면 준비해야 합니다.

  -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을 가리고 있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o 진짜 알려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 궁금해질 겁니다. 그 대상의 본질에

   대해서. 그리고 그걸 알기 전에는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위험합니다.

  - 모르면 모른다고 해야 합니다. 알려고 하기 전에 우선 느끼세요. 우리는 모두

    유기체잖아요? 고전을 몸으로 받아들이고 느껴야 해요.

 

o 클래식 음악은 제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매우 큰 존재예요. 어느 날 이사다 뭐다

  집안 일로 지쳐 집사람과 아무 말 없이 소파에 앉아 별 기대 없이 음악을 틀었는데,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가 흘러나왔어요. 그 때 둘 다 표정이 바뀌었죠.

  - 음악이라는 건 진짜 좋은 것이라고 아내와 이야기했던 게 잊히지 않아요.

 

o 시간을 이겨낸 고전 중에 소설과 음악 외에도 그림이 있죠. 제가 그림에 대해

   궁금해 하기 시작한 때는 30대 중반이었어요. 처음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읽고 충격을 받았고 그때부터 그림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 해외 출장 중에 잠깐 짬이 생기면 미술관을 찾아 다녔죠. 찾아가서 무슨 전시든

     전시가 있으면 다 봤어요. 호주 멜버른에서 한 미술관을 찾아갔더니

     <뭉크 특별기획전>을 하고 있더라구요. <절규>로 유명한 뭉크를 워낙 좋아

     하기도 했지만, 그 미술관에서 사람의 심리묘사를 탁월하게 해낸 그림들을 보고

     뭉크라는 미술가에 홀딱 빠져버렸습니다.

  - 한 장의 그림 안에 인물의 표정과 각도 하나로 사람의 심리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정말 놀라웠죠.

 

o 이렇게 그림 하나가 나를 이야기 속으로 데리고 갔어요. 이 경험을 하고 나서

   그림이 더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책을 몇 권 살펴 읽었고, 조금 알고 나니까 이런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감동을 받을 수 있게 됐죠.

 

클래식 음악이 주는 기적

o 아이에게 캐논을 들어보자 하고 각각 다른 버전으로 들려줬어요. 집에 총 네 장의

   캐논 앨범이 있었는데, 그중 가야금 캐논을 듣자 애가 갑자기 말이 없어져요.

   그리고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던 아내가 탁 하고 물을 잠그더군요. 가족이 모여 앉아

    5분 동안 아무 말 없이 그 음악을 들었어요.

  - 10년 전 일인데 지금도 생생하게 다 기억이 납니다. 죽을 때까지 기억날 장면,

     정말 가져가고 싶은 순간, 물소리가 탁 멈추고 집사람이 앉던 순간, 내 삶의

     진주알입니다.

 

o 음악만 틀어놓으면 기적적인 변화가 일어납니다. 짜 순간적으로 공간이 변하는

   걸 느낍니다. 슈페르트의 <죽음과 소녀> <숭어> <바이올린 협주곡>, 이런 곡들을

   들을 때 몸이 음악을 따라 떠오르는 걸 느낍니다.

 

o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음악 속에 드라마가 있죠.

   제 마지막 순간에 제게 들리는 음악이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클라이

   맥스였으면 좋겠다고 종종 이야기합니다.

 

o 대학생이 된 딸아이가 미술사에서 철학으로 전공을 바꿨다고 하길래 무조건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누구는 철학을 공부해서 뭐 먹고 살겠느냐고 하는데, 제 생각에

   철학은 하나도 버릴 게 없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직업이라도 철학은

   도움이 되죠. 본질적이니까요.

 

o 고전을 궁금해 하세요. 여기저기 도움도 받고, 책을 통해 발견해내면서 알려고

   하세요. 클래식을 당신 밖에 살게 하지 마세요.

   클래식은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즐길 대상입니다.

 

o 여러분이 들고 있는 가방이 명품이 아니에요. 그 가방은 단지 고가품일 뿐이죠.

  명품은 클래식입니다.

  고가품과 명품을 헷갈리지 말고, 진정한 명품의 세계로 들어가시길 바랍니다.

 

4강 견(見)

  이 단어의 대단함에 관하여

 

o 간장게장 좋아하세요? 밥도둑이잖아요. 알이 꽉 찬 간장게장, 얼마나 맛이

   있습니까? 이제 제가 시 한 편을 읽어드릴 텐데, 시를 읽고 난 2분 뒤 여러분은

   간장게장을 못 먹게 될지도 모릅니다. 안도현의 「스며드는 것」이라는 시입니다.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 간장게장을 담글 때 게를 죽이지 않습니다. 살아 있는 게에 간장을 부어 삭히는

     거죠. 살이 살아 있어야 하니까요. 이 시를 아침에 읽었는데 힘이 다 빠졌어요.

     우리 딸아이는 ‘울컥울컥 쏟아질 때’ 부분에서 벌써 울기 시작했고요.

 

o 여러분, 이 시를 읽기 전에 꽃게를 몰랐습니까? 한 번도 먹어본 적 없습니까?

   저는 수없이 많이 먹어봤지만 단 한 번도 이런 시선으로 꽃게를 본 적이 없습니다.

   이게 시인의 힘입니다.

  - 똑같은 꽃게를 보고 다른 것을 읽어낼 수 있는 힘,

     그 힘은 안도현 시인의 눈에서 시작되는 겁니다. 눈으로 보는 것, ‘견(見)’이

     누구에게는 힘이 되는 거죠.

 

o 제가 견(見), 이 단어를 주목하게 된 이유는 직업 때문이었습니다.

   광고업계에서 강의 요청을 받곤 하는데 처음에는 카피라이터 강의, 마케팅 강의를

   해달라던 사람들이 언젠가부터 창의력 강의를 해달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창의력은 가르칠 수 있는 주제가 아니에요.

  -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단 하나의 교실이 있다면 바로 현장입니다.

 

아이디어의 시작, 경험

 

o 아이디어를 얻은 순간들을 하나둘 복기해보니 전부 경험이었습니다. 경험,

   제가 보고 겪은 것들, 말하자면 그 아이디어들은 제가 본 것이 아니면 나올 수가

   없었던 겁니다.

o "사람 안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을 향합니다“라는 카피의 광고를

   기억하십니까?

   왜 넘어진 아이는 일으켜 세우십니까?

   왜 날아가는 풍선은 잡아주십니까?

   왜 흩어진 과일은 주워주십니까?

   왜 가던 길은 되돌아가십니까?

 

   사람 안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을 향합니다.

  - 이 광고의 아이디어는 어느 날 넘어진 아이를 제가 일으켜 세운 것으로

     시작됐습니다. 2005년 광고 회의를 할 때, 도대체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건 왜일까?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DNA 아닐까? 하는 이야기를 하게

     됐어요. 그러고 보니 우리는 시키지 않아도 아이가 놓쳐서 날아가는 풍선을 잡아

     주고, 흩어진 사과를 함께 줍고,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세우더란 말이죠. 그리고

     ‘사람 안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을 향합니다’라는 카피가 나왔습니다.

 

o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라는 카피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1997년 뉴욕으로 유학을 갔을 때였어요. 첫 수업을 앞둔 어느 교실에서

    문이 열리고 60대 백인 아저씨가 5권의 책을 들고 들어왔어요. 당연히 교수인 줄

    알았는데 제 옆에 앉더라고요. 알고 보니 <내셔널지오그래픽> 편집장인데

    그 수업과 관련된 주제가 궁금해서 강의를 들으러 온 것이었습니다.

  - 60대 아저씨가 나와 같은 학생이라는 것에 놀라고 있는데, 조금 있다가 30대

     동양인이 들어오더군요. 그리고 강단에 서더니 본인은 ‘Professor Wang'이라며

     한 학기 동안 잘 해보자고 하더군요. 그 사람이 교수였던 거예요.

  - 그 경험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카피가 나왔어요.

 

o 내가 보지 않고 머릿속에 저장해놓지 않았다면 아이디어는 나올 수 없습니다.

   내가 만약 앙리 루소의 <꿈>이라는 그림을 보지 않았다면, 그것도 매우 인상적으로

   보지 않았다면 SK브로드밴드의 ‘See the Unseen'광고의 이미지가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제대로 보고 제대로 들어야 한다

 

o 머릿속에 있다고 모든 것들이 창의적으로 발현되는 것은 아닙니다.

   흘러간 것들은 잡히지 않습니다. 깊이 새겨져 있는 것들만 잡을 수 있는 것이죠.

   즉 나는 간장게장을 흘려 봤던 것이고, 안도현 시인은 깊이 새겨본 겁니다.

 

o 視以不見 聽以不聞

  -   심부재언 시이불견 청이불문 식이부지기미(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

    其味). 마음에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그 맛을

    모른다는 뜻으로 유교 경전 중 대학에 나오는 말입니다.

  - 대부분 시청(視聽)을 합니다만 안도현은 견문(見聞)을 한 것임

 

o 흘려 보고 듣느냐, 깊이 보고 듣느냐의 차이. 결국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나의 경쟁력이 되어준 단어는 ‘見’이었습니다.

 

見의 범위

 

o 그렇다면 이 見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살펴봅시다. 내 눈앞의 것, 내 행동만

   잘 본다고 해서 아이디어가 샘솟고 창의력이 솟아나지 않습니다. 때로는 주변의

   모든 것들, 예를 들어 회의실에서 하는 한마디, 친구들과 하는 대화,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 아파트 광고회의에서 아파트 광고의 거짓말을 지적한 것에 착안하여 ‘대림e편한

     세상 - 진심의 시세’ 광고가 됨.

  - 가장 높은 시세를 받아야 되는 건 무엇인지

     저희가 찾은 답은 진심입니다.

     진심이 짓는다

 

o 인턴이고 아마추어임에도 불구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해준 인턴사원과

   그 인턴사원의 말을 흘려듣지 않은 제가 이 광고를 같이 만들어낸 셈입니다.

  - 그러니 뭘 주목해야 하느냐? 나의 일상뿐만 아니라 내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

     던진 말을 시청하지 말고 견문해줘야 하는 겁니다.

 

見의 힘을 믿는 사람들

 

o 존 러스킨이라는 영국의 시인은 “네가 창의적이 되고 싶다면 말로 그림을

  그려라”라고 했습니다. 누군가가 “뭘 봤니?”라고 물었을 때 그저 “풀”이라고

  대답하지 말고, 풀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었고, 잎이 몇 개 있었는데 길이는 어느

  정도였고, 햇살은 어떻게 받고 있었으며, 앞과 뒤의 색깔은 어땠고, 줄기와 잎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었는지 등 자세하고 소상히 그림 그리듯 말하라는 것이었죠.

  이것은 즉, 들여다보라는 겁니다.

 

o 앙드레 지드도 『지상의 양식』에서 “시인의 재능은 자두를 보고도 감동할 줄

  아는 재능이다”라고 했습니다. 시인의 재능은 자두를 보고도 감동하고, 간장게장을

  보고도 감동하는 겁니다.

 

o 견문을 해 시를 남긴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라는 시를 소개하겠습니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가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우리 가족이 담쟁이를 발견하면 저에게 이야기해줄 정도로 저 역시 담쟁이를 좋아

     하지만 저는 그저 시청만 한 것이었습니다.

     도종환 시인은 진짜 담쟁이를 본 것이고요. 담쟁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속성이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된 적이 없습니다.

  - 그런데 저는 그렇게 담쟁이를 좋아하면서 왜 저런 시를 못 썼을까요?

    제가 본 담쟁이와 시인이 본 담쟁이가 다른 것이 아닙니다.

    보지 못한 제 눈에 그 답이 있는 것이죠.

 

o <아마데우스>라는 영화를 보면 모차르트가 오페라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

   아리아’를 작곡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술과 음악뿐이던 모차르트에게 장모가 소리치며 잔소리를 하는데 그 모습을 보고

   모차르트는 밤의 여왕 아리아의 모티프를 떠올리죠.

  - 심지어 장모의 잔소리도 모차르트에게 음악적 영감이 된 거예요.

 

o 『생각의 탄생』에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발견은 모든 사람들이 보는 것을 보고

    (視聽)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는 것(見聞)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것은 모든 천재들의 공통점이라고 이야기해요.

 

결핍이 결핍된 세상에서 제대로 들여다보는 방법

 

o 보기 위해서는 투자를 좀 해야 합니다. 시간과 애정을 아낌없이 쏟아야 해요.

  친구가 되려면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보는 것도 시간이 걸립니다.

  - 이렇게 긴 시간 관심을 가지고 보면 친구가 되는 거죠. 안도현은 간장게장의

     친구입니다. 도종환은 담쟁이의 친구고요.

 

o 물론 우리도 요즘 많이 봅니다. 책도 많이 읽고, 사과도 배도 감도 얼마든지

   많이 볼 수 있죠. 그러나 정작 아무것도 보지 않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더 많이 보려고 할 뿐,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헬렌켈러가 이렇게 말했죠. 내가 대학총장이라면 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필수과목을 만들겠다고.

     ‘How to use your eyes(당신의 눈을 사용하는 법)’. 이것은 결핍된 사람의

     지혜입니다. 우리가 못 보는 이유는 우리가 늘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핍이 결핍된 세상이니까요.

 

o 진짜 見을 하려면 시간을 가지고 봐줘야 합니다.

   그렇게 시간을 들여 천천히 바라보면 모든 것이 다 말을 걸고 있습니다.

 

o 1강 <자존>에서 예로 들었던 「여행, 혹은 여행처럼」에 담긴 이야기 하나를

   말씀드릴게요. 정혜윤 PD가 80세에 한글을 배운, 진천에 사는 한춘자 할머니를

   인터뷰했습니다. ‘시를 쓰니 뭐가 달라졌느냐’고 물으니 할머니가 답하길,

   ‘이제 들국화 냄새도 맡아보고 돌멩이도 들춰보게 됐답니다.

    이를테면 이전에는 안 보이던 꽃이 보이는 겁니다.

    애정을 가지고 보기 시작했거든요. 여든까지 보지 못하던 꽃을 보게 돼서, 시를 쓸

    수 있어서 할머니는 행복해 보였습니다.

 

낯설게 보기의 기적

 

o 見, 이 단어가 저를 먹여 살렸다고 했지만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見을 통해

  그 전까지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매일 행복한 순간이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안 보이던 게 보여서 나이 드는 것도 정말 좋습니다.

  바람도 축복이고, 강물도 기적이에요.

  - 시를 쓰든 말든, 광고를 하든 말든, 창의적이 되든 말든 다 떠나서

     보는 건 정말 중요합니다. 제대로 볼 수 있는 게 곧 풍요니까요.

 

o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무것인 게 인생이더라

  - 여러분들보다 몇 년을 더 산 저의 덕담이라고 생각하세요.

     아무것도 아닌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o 저는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은 ‘순간’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에서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했어요. 순간도 마찬가지지요.

  - 어떤 순간에 내가 의미를 부여해주어야 그 순간이 내게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o 좋은 것은 이렇게 많은데 보는 눈이 없으니, 텍스트를 중심으로 見을 이야기한

   것이 『책은 도끼다』였다면 이번에는 책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도 매 순간

   기적이 일어난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 이 기적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예민한 촉수가 있어야 합니다.

 

o 순간을 온전히 살려면 촉수를 예민하게 만드세요. 그래서 다섯 개의 촉각을 가진

  동물이 되는 걸 목표로 삼으세요.

 

o 見, 본다는 것은 사실 시간을 들여야 하고 낯설게 봐야 합니다.

   익숙함을 두려워해야 합니다. 고은 시인은 ‘떠나라 낯선 곳으로, 그대 하루하루의

   낡은 이 반복으로부터’라고 말합니다.

  - 놀라는 것이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능력은 놀라는 거예요.

     놀란다는 것은 감정이입이 됐다는 거고요.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동받는 것입니다.

 

o 앙드레 지드 ‘온 세상이 태어나는 것처럼 일출을 보고 온 세상이 무너지듯

  일몰을 봐라!’

o 딸에게 “여행을 생활처럼 하고 생활을 여행처럼 해봐”라고 말했습니다.

  - “여행지에서 랜드마크만 찾아가서 보지 말고 내키면 동네 카페에서 동네

     사람들과 사는 이야기도 하고 벼룩시장에 가서 구경도 하면서 거기 사는 사람처럼

          여행하는 거야. 그게 더 멋져.

     그리고 생활은 여행처럼 해봐. 이 도시를 네가 3일만 있다 떠날 곳이라고 생각해.

     파리가 아름다운 이유는 거기에서 3일밖에 못 머물기 때문이야.

     마음의 문제야. 그러니까 생활할 때 여행처럼 해.”

 

o 단,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너무 많은 것을 보려 하지

   않는 겁니다.

 

o 호학심사(好學深思) 즐거이 배우고 깊이 생각하라.

   이 말에서 더욱 깊이 새겨야 할 것은 심사(深思)이다. 너무 많이 보려 하지 말고,

   본 것들을 소화하려고 노력했으면 한다.

  - 깊이 들여다본 순간들이 모여 찬란한 삶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5강 현재(現在)

 

개처럼 살자

 

답은 내 앞에 있다.

 

o 한의사 박경철 씨가 “박 CD님은 계획이 뭡니까? 라고 묻자 저는 ”없습니다.

   개처럼 삽니다“ 라고 대답했어요. 부연설명을 부탁해서 ”개는 밥을 먹으면서

   어제의 공놀이를 후회하지 않고 잠을 자면서 내일의 꼬리치기를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죠.

 

o 밀란 쿤데라도 똑같은 걸 느겼는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카레닌이라는 개를 이야기하면서 ‘개들은 원형의 시간을 살고 있다.

   행복은 원형의 시간 속에 있다’라는 말을 합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에 이런 문장이 나와요.

  - ‘카레닌은 잠에서 깨어나는 시간은 순수한 행복이었다. 그는 천진난만하게도

     아직도 이 세상에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진심으로 아예 즐거워했다.’

 

o 개들은 잘 때 죽은 듯 잡니다. 눈을 뜨면 해가 떠 있는 사실에 놀라요. 밥을 먹을

   때에는 ‘세상에나! 나에게 밥이 있다니!’하고 먹습니다.

 

o 순간에 집중하면서 사는 개. 개처럼 살자. ‘Seize the Moment. Carpe diem(순간을

   잡아라, 현재를 즐겨라)’'의 박웅현 식 표현이자, 제 삶의 목표입니다.

 

o 한형조의 『붓다의 치명적 농담』을 보면 어느 선사에게 누가 묻습니다.

  “스님도 도를 닦고 있습니까?”

  “닦고 있지”

  “어떻게 하시는데요?”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잔다.”

  “에이, 그거야 아무나 하는 것 아닙니까? 도 닦는 게 그런 거라면, 아무나 도를

   닦고 있다고 하겠군요.”

  “그렇지 않아. 그들은 밥 먹을 때 밥은 안 먹고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고, 잠 잘 때

   잠은 안자고 이런 걱정에 시달리고 있지.”

  - 현재에 집중하라는 말입니다. 밥 먹을 때 걱정하지 말고 밥만 먹고, 잠 잘 때

     계획 세우지 말고 잠만 자라는 거죠.

 

만물은 준비되어 있으니 나만 성의를 다하면 된다.

 

o 萬物 皆備於我矣 만물 개비어아의

  反身而誠 樂幕大焉 반신이성 낙막대언

- 맹자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만물의 이치가 모두 나에게 갖추어져 있으니,

    나를 돌아보고 지금 하는 일에 성의를 다한다면 그 즐거움이 더없이 클 것이다‘

 

o 우리는 마흔을 ‘불혹’이라고 하잖아요? 불혹(不惑), 흔들림이 없다는 뜻입니다.

   마흔이 되기 전에는 실제로 그 나이가 되면 정말 흔들리지 않을까 궁금했어요.

   그래서 마흔이 되면 서머셋 몸의 『달과 6펜스』를 다시 읽겠다고 다짐했죠.

   소설은 폴 고갱을 모델로 한 화가가 주인공인데, 그는 마흔에 가정과 사회생활을

   정리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 마흔에 인생의 다른 문을 열지 않으면 그 때부터 책임이라는 중압감이 나를

     짓눌러서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을 것 이라고 막연히 추측했습니다.

  - 그리고 정말 마흔이 되어 이 책을 다시 읽었어요. 그런데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다른 선택을 못하겠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o 저는 제 삶을 제외한 다른 모든 삶이 멋져 보였습니다. 내 인생을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 늘 고민했죠. 저의 마흔은 그렇게 흔들림으로 가득 찼어요.

   그러니 불혹이 어떻게 오겠습니까? 흔들리지 않는 삶이 어떻게 왔겠어요.

   오히려 온갖 생각이 다 드는 만혹(滿或)의 나이였어요.

  - 불혹은 그 만혹의 시기로부터 꼭 10년 후에 찾아왔습니다.

    제 나이 오십에 드디어 불혹을 맞은 거죠. 저는 이제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제 인생을 인정하고 긍정하기 시작했어요.

    비로소 나의 현재에 대한 존중이 생긴 겁니다.

 

내 답이 옳다

 

o 다른 답은 내 답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의 인정, 현재에 집중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

  입니다.

  - 완벽한 선택이란 없습니다. 옳은 선택은 없는 겁니다.

        선택을 하고 옳게 만드는 과정이 있을 뿐입니다.

  - 모든 선택에는 정답과 오답이 공존합니다.

     그러니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고민하지 말고 선택을 해봤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을 옳게 만드는 겁니다. 팁을 하나 드릴게요.

     어떤 선택을 하고 그걸 옳게 만드는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건 뭐냐,

      바로 돌아보지 않는 자세입니다.

 

o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에 나오는 말

  - ‘나는 지금 내가 차지하고 있는 이 공간적 지점에, 시간 속의 이 정확한 순간에

      자리잡고 있다. 나는 이 지점이 결정적이지 않은 것을 허락할 수 없다.’

  - 나는 나의 모든 재산을 내 몸 속에 지녔다.

     결코 미래 속에서 답을 찾으려 하지 말라. 모든 행복은 우연히 마주치는 것이다.

     우리는 순간에 찍히는 사진과 같은 생을 벗어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 생에 각 순간은 본질적으로 다른 것과 바뀔 수 없다.

     때로는 오직 그 순간에만 마음을 쏟아야 한다.

 

o 사르트르의 이야기도 한마디 들어보죠. '카뮈의 『이방인』에 대한 비평문 중에서

  - ‘인생은 잘 짜인 이야기보다는 그 하나하나가 관능적인 기쁨인, 내일 없는 작은

      조각들의 광채다.’

 

o 선택을 한 이상 그게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결정적인 순간, 현재입니다.

   제 책상 뒤에 크게 붙여놓은 김화영의 글입니다 .

  - 살아 있다는 그 단순한 놀라움과 존재한다는 그 황홀함에 취하여

 

o 어느 날 아침에 수영을 다녀와서 밥을 먹는데 스마트폰으로 신문기사를 읽고

   있었어요. 아내는 옛날에는 신문 보면서 밥을 먹더니 이제는 스마트폰이냐며,

   기껏 차려줬는데 제대로 먹지 않는다고 한 소리를 하더군요. 문득 이러지 말자

   싶었습니다.

   그래서 휴대폰을 내려놓고 된장찌개를 떠서 한 입 넣었습니다.

   그런데 좀 전에 먹었던 찌개와 맛이 전혀 달라요.

  - 밥을 먹는데, 쌀알이 하나하나 터지는 느낌이 얼마나 좋은지 말입니다.

     그날 아침 식사에서 저는 된장찌개를, 밥과 반찬의 진짜 맛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습니다.

  - 개처럼 먹었죠. 먹는 것에만 집중하면서. 똑같은 순간인데 스마트폰을 보면서

     먹을 때와 밥에 집중해서 먹을 때가 전혀 다릅니다. 법정스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풍부하게 소유하는 게 아니고 풍요롭게 존재하는 거예요. 그날 아침은 어떤 순간

     보다 풍요로웠습니다.

o『생각의 탄생』에 나온 말을 빌리자면 ‘세속적인 것들의 장엄함’을 깨달은 겁니다.

   - ‘우리는 아이들 위해 빵에 버터를 바르고 이부자리 펴는 것이 경이로운 일임을

      잊어버린다.’고 알랭 드 보통이 이야기했던,

      이불 개는 것처럼 평범한 일이 소중해지기 시작한 겁니다.

  - 장자의 ‘하늘 아래 가을의 작은 나뭇잎 이상 위대한 것은 없다’는 지혜의 말을

     이해한 거예요.

 

삶은 순간의 합이다.

 

o 답이 내 앞에 있다는 사실, 현재에 있다는 사실을 알면 행복합니다.

   봄이 어디 있는지 짚신이 닳도록 돌아다녔건만 정작 봄은 우리 집 매화나무 가지에

   걸려 있었다지 않습니까?

  - 며칠 전 아내와 차를 타고 언덕길을 내려가는데 아내가 말해요.

    “어? 여기 가로수도 단풍이 참 예쁘다.” 순간 또 깨달은 거죠.

     아, 여기에 있는 가을을 나는 왜 가을이라고 치지 않았을까?

 

o 저는 딸을 키우면서 늘 아내에게 삶을 경주로 보지 말자고 말했습니다.

   삶은 순간의 합이지 결코 경주가 될 수 없어요. 딸아이가 중3이었을 때 20일 동안

   세 식구가 같이 유럽 여행을 떠나자고 했더니 아내가 저한테 안 된다고 하더군요.

  - 삶이 순간의 합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기억에 남을 만한 순간을 아이한테

    얼마나 만들어주느냐가 학원에서 보내는 20일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o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삶을 경주로만 봅니다.

   어쨌든 초등학교 때부터 선행학습을 합니다. 명문 중학교에 갈 때까지 행복을

   유보해요. 명문 중학교에 가서 3일 정도 좋아하다가 다음부터 다시 행복을 유보

   하고 특목고를 향해 달립니다. 특목고에 들어가면 또 서울대에 가기 위해 다시

   행복을 유보해요. 직장에 들어가서도...

 

o 지금 이 순간, 현재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행복은 삶이 끝나갈 때쯤에나

   찾게 될 겁니다. 만약 삶은 순간의 합이라는 말에 동의하신다면,

   찬란한 순간을 잡으세요.

 

6강 權威

 

  동의되지 않는 권위에 굴복하지 말고 불합리한 권위에 복종하지 말자.

 

o 우리는 왜 어떤 직함 앞에서 약해질까요? 판사, 의사, 변호사, 교수...

   우리는 왜 어떤 대학 이름 앞에서 약해질까요?

  - 어떤 직군, 직함 등 그 앞에서 우리가 약해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다른

     나라보다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문턱증후군’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문턱증후군, 즉 그 문턱만 들어서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믿음에서 시작되는

     잘못된 증상이죠.

  - 우리는 어느 대학의 문턱만 넘으면, 어느 회사에 들어가면, 어느 직업을 갖게

     되면 인생이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 우리가 너무 무조건적으로 어떤 권위를 인정하거나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되돌아볼 필요가 있어요.

 

문턱증후군

 

o 제가 하고 있는 광고 일, 저 역시 사기꾼이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하지만 ‘잘’하면 되는 겁니다. 의사도 판사도 아니고 사기꾼 소리나 듣는데 그냥

   먹고 살 정도로만 대충 해야지, 이런 수동적인 생각으로 일하고 싶지 않아요.

- 난 이 일을 가장 멋지게 하고 싶습니다. 어떤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그 일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니까요. 바깥의 권위에 의지할 필요가 없습니다.

 

o 어떻게 서울대 학생이 다 똑똑하겠어요? 그런데 우리 머릿속에는 이미 서울대

   학생이라면 다 똑똑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있어요.

   십대 후반부터 이런 시선을 받고 어른이 된 사람들은 스포일드

   어덜트(Spoiled Adult)가 될 가능성이 커요.

  - 스포일드 어덜트,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없고 인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을 말하죠.

 

o 술집에서 사십 줄의 손님들이 스물 한 살의 의대생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요.

   의대생이거든요. 이런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는 자주 일어나죠.

   이것은 동의되지 않은 권위에 대한 굴복인 것 같아요.

   그리고 이 굴복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지 못하는 것 같고요.

 

o 냉정하게 이야기해볼까요? 의사들은 훌륭한 기능인입니다.

   그 분야에서정말 공부 많이 한 사람들이죠. 하지만 사회가 돌아가는 것,

   문화적인 소양 등 모든 것에 있어서 최고는 아닐 겁니다. 그런데 대부분

   무턱대고 믿고 본단 말이에요.

  - 이런 것들이 왜 동의가 되어야 하는 걸까요? 우리는 모두 완벽하게 불완전한

     사람들인데요. 문턱증후군 때문에 문턱을 넘은 일부 사람들은 완전할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믿지 마세요.

 

o 저는 위인전을 싫어합니다. 위인전은 우리들을 좌절하게 만들죠.

   그 이야기를 읽다보면 위인들은 어려서도 위인이었을까 싶어요. 싸움 한 번 안하고,

   부모님 속 한 번 안 썩히고 자랐다는데 그게 가능할까요?

  - 물론 그들의 인생을 왜 그렇게 구성하는지 알겠어요. 짧은 시간에 사람들을

     집중시켜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때문에 한 사람의 인생을 왜곡시킨다는 게

     함정입니다. 진실의 한쪽 부분만을 아주 강하게 비추는데, 그것은 매우 위험한

     방법입니다.

  - 이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권위의식 같아요.

 

o 문제는 이 권위의식을 윗사람들은 잘 고치려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러니 여러분이 스스로 없애나가야 합니다.

  - 우선, 가까이 있는 저를 먼저 검증하세요.

     박웅현의 말이 얼마나 옳은지 보고, 옳은 부분은 좋아하되 그렇지 않은 부분은

     반면교사로 삼으세요. 박웅현만이 아니라, 선배, 교수, 부모님 모두를 상대로

     그렇게 하세요. 이게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어떤 상황에서도 비굴하게 굴복하지 마세요.

 

o 제가 다니고 있는 광고회사 TBWA의 월드 와이드 CEO '장 마리 드루‘가 팀장 회의

   에서 두 가지 인상적인 말을 했어요.

  “다른 문화를 접할 때 우리에겐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호기심과 존중.

   그리고 윗사람이 될수록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재능을 사는 일입니다.

   프랑스 속담에 ‘재능은 다른 사람들의 재능을 발견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죠.”

  - 이런 멋진 이야기를 하더군요. 여기서 설득이 되는 거죠. 격식 없이 들어와서

     편안하게 이야기하는데 그중 몇 가지가 무릎을 치게 하는 힘이 있었어요.

     권위는 이렇게 생기는 것 같아요.

 

o 사회는, 기득권 세력은 고분고분한 사람을 원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죠.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도발하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될 테니까요. 때문에 권위를 보이면서 복종하고 따라오라고 무언의 협박을 하죠.

   우리는 그런 가짜 권위들을 검증하는 태도를 취해야 합니다.

  - 우리를 무서워하게 해야 해요. 무조건 복종하는 사람들을 무서워하진 않아요.

     회장님에게도 건의할 수 있는 거예요.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요.

     정당하게 일을 하고,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는 것이니 할 말은 해야 하는 겁니다.

 

o 강의할 때마다 농담처럼 윗것들만 잘하면 된다고 말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게 정말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윗사람이 어떻게 방향을 잡느냐가 매우 중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그만큼의 책임도

    따르는 겁니다.

 

o 어찌됐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계급장을 떼자는 겁니다.

  저는 윗것으로서 회의실에서 계급장을 떼려고 합니다. 매번 성공하지는 못합니다.

   많이 실패하죠. 그래도 계속해서 노력합니다. 인턴이건 팀장이건 ‘누가’ 하는

   말이 아니라 그 말이 ‘무엇’이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듣고, 보려고 애씁니다.

 

o 팀장과 인턴이 똑같이 이야기를 하면 팀장의 말이 더 중요해요. 권위죠.

   그러니까 윗사람에게 저항해야 합니다. 그리고 본인이 윗것이 되었을 때 똑같이

   후배들의 도전을 받을 준비를 해야 합니다.

  - 권위에 굴복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나이 먹어 윗것이 되었을 때 권위를

    부리지 않는 태도도 중요합니다. 권위는 우러나와야 하는 거예요.

     내가 이야기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상대가 인격적으로 감화가 돼서 알아줘야

     하는 거예요. 그게 권위입니다.

 

영어 강박증

 

o 우리 삶에 영어의 권위가 얼마나 센지 느끼고 계십니까? 주차장에 가면 IN, OUT

   이라고 써있어요. 우리야 배웠으니 그 정도 안다고 칩시다. 하지만 영어를 모르는

   사람이 그 주차장을 이용했다가는 교통사고 나기 딱 좋습니다.

   이런 불친절이 어디 있습니까? 도처에 깔린 그 많은 영어들은 도대체 뭘까요?

  - 얼마 전에는 길을 지나는데 이삿짐센터 차가 보였어요.

     ‘Move Management Specialist'라고 써있더라고요.

     그냥 이삿짐센터라고 썼으면 더 쉽게 알 수 있지 않았을까요?

  - 어느 유치원 버스에 ‘Great Teacher, Smiling Kids, Nice School'이라고 써

     있더군요. 아파트의 이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랑빌, 쌍떼빌, 브라운스톤,

     자이, 힐스테이트. 시어머니들이 집을 못 찾게 하기 위한 며느리의 음모라지만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예요.

  - 농촌진흥청 사이트에서 제일 좋은 과일을 기른 농부에게 주는 상 이름이

     탑푸르트(Top Fruit)인 걸 확인하는 순간, ‘아, 이건 영어에 대한 강박이다’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o 오해하지 마세요. 저는 영어를 공부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영어 앞에 주눅들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죠.

   나의 필요에 의해 영어를 공부하되, 한국 사람으로서 영어를 모른다고 창피해 할

   필요는 없습니다. 영어 권위에도 저항할 필요가 있어요.

 

o 틈만 나면 후배들에게 강요된 권위에 저항하고 동의된 권위에 굴복해야 한다

   이야기합니다.

 

인생을 가장 멋지게 사는 방법

 

o 인생을 멋지게 살고 싶다면, 강자한테 강하고 약자한테 약해져라.

  - 강자한테 당당하게 고개 들고 약자한테 푹 숙이세요.

     예전 故 노무현 대통령 사진 중에 신문사 사주들을 만났을 때 눈을 보면서

     악수하고, 농민을 만나 인사할 때는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있었어요. 저는

     그런 삶의 태도가 제대로 사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o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국기행』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영국인들은 외부의 법규는 모름지기 개인 내부의 입법자에게 비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게 오늘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바깥에 있는 권위는 내 안의 입법자로부터

     비준을 받아야 합니다. 비준을 받지 않은 채 무조건 따라서는 안 되죠.

 

o 제가 굴복하지 말고 저항하라고 한 대상은 충분히 힘이 센 사람들입니다.

  -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사람들, 사회의 약자들, 그런 이들을 무서워하세요.

       그 사람들은 무조건적으로 존중하세요.

  - 그리고 옳은 게 이긴다는 걸 믿으세요. 옳은 말은 힘이 셉니다.

     그러니 내가 판단하는 것이 옳은지 그른지 계속 생각해보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면 윗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든 관철시켜 나가야 합니다.

 

o 마흔까지는 권위에 도전하고 정면교사, 반면교사 다 해보세요.

   그리고 마흔이 되면 그때 태도를 바꾸십시오. 그때는 말만이 아니라 진짜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때입니다. 나이 마흔에도 말만 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마흔에는 행동으로 옮겨 뒤따라오는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조건을

   들어주세요.

  - 내가 봤던 잘못된 것들을 과감히 개선하고, 그러면서 한편으로 도전받을 준비를

     해야 합니다. 논쟁을 준비하세요.

     그게 누구든, 문턱을 넘어선 것과 상관없이 정당하게 논쟁하고 인정하고,

     존경하고 또 다시 저항하면서 사십시오.

  - 잊지 맙시다. 우리는 약하기도 하고 강하기도 합니다.

 

7강 疏通

 

  마음을 움직이는 말의 힘

 

o 처음 소통이라는 단어를 환기하게 된 계기는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책

  『CEO에게 필요한 8가지 덕목』에 대한 서평을 통해서였습니다.

    첫째 ‘무엇을 하고 싶나’보다 ‘무엇을 해야 하나’ 묻는다.

    둘째, 무엇이 기업을 위한 길인가 생각한다.

    셋째, 계획표에 따라 행동한다.

    넷째, 기꺼이 책임을 떠맡고 결정을 내린다.

    다섯째,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만든다.

    여섯째,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일곱째, 생산적 미팅 시스템을 구축한다.

    여덟째, 항상 ‘우리’라고 말한다.

  - 그런데 개인적으로 처음에는 판단력을 가지고 비전을 제시하고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는 대부분의 덕목은 이해가 됐으나, 다섯째에서 언급한 커뮤니케이션만큼은

     선뜻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CEO라는 최고의 결정권자에게 소통이 그렇게

    필요할까 싶더군요. 그런데 오랫동안 회사생활을 하고, 윗사람이 되어보니

     소통은 불필요한 노동을 없애주는 매우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소통을 잘하면 그것만으로 일을 덜 하게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o 3천 명의 직원이 있는 기업의 CEO가 있다고 합시다. 그 CEO가 직원들에게 일의

  목적과 비전을 세워주고, 성취감을 안겨 회사의 발전으로 이어지게 하는 미션을

  성공시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게 뭘까요? 바로 소통입니다.

  - 자기 뜻을 정확히 이야기하고 소통하지 않으면 3천 명과 한 방향을 볼 수 없어요.

 

소통이 안 되는 세 가지 문제 : 첫 번째, 서로 다르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

 

o 연인들이 다툴 때 말이 안 통한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다르다는 걸 인정하면

  소통이 조금 쉬워집니다.

  - 남녀 간의 소통을 쉽게 해주는 책으로 『오래된 연장통』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진화심리학자인 전중환 씨가 쓴 책인데 읽어보면 상대 이성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제목에 쓰인 ‘연장통’은 우리의 뇌를

     가리키는데, 우리가 하고 있는 모든 행동들은 인간이 수억 년 동안 진화하면서

     유전자, 즉 연장통에 박혀 있던 것들이라는 거죠. 내용 중에 진화심리학에

     기초한 여자와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매우 흥미롭습니다.

 

o 대부분의 남자는 어떤 상황을 접하면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해결 방법이

   머릿속에서 돌아갑니다. 내가 풀 수 있는 것이면 당장 하고, 내가 풀 수 없는

   것이라면 다른 곳에 전화 같은 건 안하죠.

  - 그런데 반대로 대부분의 여자들의 메커니즘은 ‘내 이야기를 들어줘.’에요.

     답을 원하지 않아요. 접촉사고가 났을 때 해결해달라는 게 아니라, 어쩜 그런

     사람이 다 있냐고 맞장구를 치면서 30분 동안 수화기 너머로라도 함께 시간을

     보내달라는 거죠. 뇌 구조가 완전히 달라요.

 

o 관찰력이 좋으신 분들은 아실 텐데 백화점에 가면 남성복과 여성복 매장의 품목

   진열이 다릅니다. 여성복 매장의 액세서리는 피팅룸 근처에 있어요. 여자들은

   옷을 입어보고 나오면서 액세서리가 그 옷에 어울리는지 아닌지 확인하고

   구입을 하죠. 반면 남성복 매장의 남자 액세서리는 계산대 앞에 있어요.

   바지를 계산하려고 섰는데 계산대 앞에 벨트가 있어요. 그럼 집어드는 겁니다.

 

  : 두 번째,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다.

 

o 이처럼 소통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하는

   겁니다. 그 다음에 나와 다른 상대를 배려하는 게 필요합니다.

 

o 어느 날 법성포에 갔다가 터미널에 들렀는데, 터미널 매점 한가운데 위에 커다랗게

   ‘We bake goodness'가 딱 써있는 거예요. 주위에는 아직도 터미널을 ’차부‘라고

   부르는 주름 가득한 할머니들이 보따리를 들고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We bake goodness'가 중앙에 써있는 거죠. 조금 섬뜩했습니다.

  -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라면 욕일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때 비로소 슬로건이 상황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생각했어요.

     그리고 소통에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o 전하려는 메시지를 보편적인 모든 사람을 이해시킬 수 있는 말로 전하는 것이

  진짜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소통을 위한 노력을 잘하지 않는

  편입니다. 문장을 구성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 지하철을 타면 보게 되는 문구: 열차 내에서 옆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행위는

     법에 의해 처벌받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주어가 ‘혐오감을 주는

     행위는’인데 그러면 행위가 처벌을 받는다는 의미가 되는 겁니다.

  - 한 방송사 대기실에서도 이런 비문을 발견했어요.: ‘다음과 같이 분장실에서

     유의할 사항을 아래와 같이 알려드립니다.’

  - 겨울에 코엑스(COEX)에 갔더니, 남자 화장실에 ‘동파 방지 관계로 누수함’

     이렇게 쓰여 있어요.

 

: 세 번째,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다.

 

o 마지막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도무지 모른다는 게 문제입니다.

 

  - 제대로 소통이 되지 않으면 우리의 시간까지 갉아먹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요.

     조금만 노력하면 불필요한 시간의 낭비를 없앨 수 있는데 말입니다.

 

소통을 위한 자세

: 첫 번째, 다름을 인정하다.

 

o 첫 번째 문제는 서로 다르다는 걸 인정하지 않아서 생기는 소통의 난맥상

   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역지사지해야 합니다.

  - 역지사지(易地思之).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하는 게 제일 쉽고

    좋은 방법입니다.

 

o 자랑 같지만, 아이가 어릴 때부터 저는 제가 더 어른이니까 저보다 어린 아이들이

   뭘 좋아하는지에 맞추려고 노력했습니다. 딸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는

   그 나이대의 아이들이 똥 이야기를 좋아하니까 똥 이야기를 해주고, 좀 더 크고

   난 후에는 연예인, 남자친구 이야기를 함께 했어요.

  - 아이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고 종종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가 있어요.

     저는 아이 시험 때면 밤에 아이 옆에 같이 있어줬습니다.

     시험기간에 새벽까지 공부하겠다고 방에 들어가는데, 그게 얼마나 힘든 건지

     알거든요. 그래서 아이 옆에서 책을 읽거나 수학문제를 같이 풀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준 것이죠. 내 경험에 빗댄 아이의 입장을 생각했던 겁니다.

 

o 법륜 스님의 『엄마 수업』이라는 책에 인상적인 내용이 있었는데,

   아이들을 야단치지 말고 내 자신이 아이였을 때에 어떻게 했는지 생각해보라

   것이었습니다.

  - 모든 엄마들은 아이가 1등이 되길 원하고 우등생이 되기를 원하는데 본인은

     그랬나요? 엄마 본인은 그러지 못했으면서 왜 아이한테는 강요를 하는 걸까요?

     걸 사랑이라고 말하는데 사랑이 아니에요. 집착일 뿐이죠.

     아이 입장이 돼서 봐줘야 해요.

  - 또 그 책에 이런 이야기도 있어요. 아이들을 키울 때 내가 자랄 때는 어땠는지

     생각해보고 내가 듣고 싶었던 이야기를 아이에게 해주라고요.

     거기에 덧붙여서 내가 자랄 때와 아이가 자라는 지금이 다르다는 걸 알라고요.

     정말 공감이 가는 이야기에요.

 

o 대화는 돌게 되어 있습니다. 특히 술자리 대화는 흐르게 되어 있는데, 그 흐름을

   막아버리는 게 팀장 혹은 윗것들 아닙니까? 팀장들을 대상으로 하는 어느

   강의에서 인기 있는 팀장이 되고 싶으면 카페나 술집에서 이야기하지 말라고

   이야기했어요. 어떻게 해서든 아랫사람들이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윗사람들이 할 일이에요. 그래야 서로 소통이 되니까.

  - 그러기 위해서는 요즘 영화는 뭐가 재미있니? 어제 드라마는 어땠어? 그래?

     그렇구나, 하고 맞장구쳐주는 노력이 필요해요. 그렇게 말이 오고 가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막힘없이 소통이 가능한 사이가 되는 게 아닐까요?

 

: 두 번째, 문맥을 생각하자.

 

o 소통을 방해하는 두 번째 문제는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문맥의 문제이기도 한데, 같은 말이라도 상대에 따라 문맥이 전혀 달라지기

    때문이에요.

  - 문맥을 잘 파악하는 건 지혜이고 센스입니다.

     이 부분에 있어 남자들이 특히 취약하고, 여자들은 매우 뛰어납니다.

 

: 세 번째, 생각을 디자인하자.

 

o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자신의 생각을 좀 더 세련되게 전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은 주술 구조를 제대로 갖추고 문맥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처럼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말에 담긴 힘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생각을 디자인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 사실 우리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는 훈련이 잘 안 되어 있습니다.

     우리 문화가 논쟁의 문화가 아니기 때문인데요. 우리는 사색의 문화인 반면

     서양은 논쟁의 문화죠. 서양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토론하고 논쟁합니다.

     네 생각을 이야기해봐, 너의 생각은 어때, 끊임없이 묻고 답하죠. 우리는

     그런 게 없어요.

 

o 찰스 바클리라는 농구선수를 기억하시나요?

   언젠가 NBA 대표팀과 당시 내전이 있던 유고슬라비아가 친선경기를 가졌던

   적이 있어요. 당연히 NBA 대표팀이 이기는 게임인데, 그래도 친선경기니까

   넘어지면 서로 일으켜주고 공을 놓치면 허허 웃으면서, 반쯤 져주면서 게임을 했죠.

   그런데 바클리는 난리를 쳤어요. 욕하고 몸싸움도 격하게 하고 상대 선수를

   넘어뜨리는 등 있는 힘을 다해서 싸웠어요.

  - 경기가 끝나고 기자가 질문을 했어요. “당신은 온유함의 미덕을 믿지 않습니까?”

    잠깐, 이 질문을 잘 보세요. 이 질문은 디자인된 질문입니다. 이 말은 어떻게

    내전을 겪고 있는 나라의 선수에게 그렇게 과격한 플레이를 할 수 있는지 

    묻는 거죠. 거기에 ‘너무했다’라는 주관적인 생각을 표현하면서도 그걸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아요. 본인의 생각을 담으면서, 상대의 생각을 묻고 있어요.

    언어는 생각의 집이에요.

  - 그런데 바클리는 0.1초의 고민도 없이 대답합니다. 그리고 저도 0.1초의

    고민도 없이 바클리를 이해하게 됐습니다. “온유함이 세계 평화를 가져올지

    모르지만 나에게 공을 가져오진 않습니다.” 맞잖아요? 바클리는 프로

    선수입니다. 프로선수로서 바클리는 최선을 다한 겁니다.

    저는 바클리의 말에 바로 설득당했어요.

 

o 비슷한 예로 미국 서부에 있던 어떤 여고 농구팀이 장애인 학교 농구팀이랑

  게임을 했는데 100대 0으로 이겼습니다. 게임이 끝나고 너무 가혹했다는 이유로

  가 잘렸고요. 이틀 후에 한 신문에서 코치가 인터뷰했죠. 코치가 답하길,

   "상대를 존중했기에 최선을 다했다.” 라고 했어요.

  - 장애인 팀이라고 봐주는 게 능사는 아니죠. 자칫하면 그게 도리어 예의가

     아닐 수 있는 거니까요. 배려가 아니라 값싼 동정이라 느껴질 수 있으니까요.

     그들도 어디까지나 스포츠맨으로 임하는 경기이기에 코치의 선택은 ‘존중’의

     차원이었던 겁니다. 이 모든 의미를 풀어서 설명하지 않아도 저 짧은 문장

     하나로 다 말하고 있습니다. 이게 디자인된 말의 힘입니다. 그리고 이런 말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o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히딩크 감독이 했던 말, 기억하실 겁니다.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 감히 말하는데 우리나라 방송에서 나온 운동선수 인터뷰 중 가장 멋진

    말이었어요. 아직까지 우리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잖아요?

  - 그 즈음 아직 선수였던 홍명보 감독도 한마디 했었죠. “국민이 무엇을 원하고

    있건 우리는 그것보다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참 멋지지 않습니까?

    잘하긴 했지만 만족스럽지는 않다. 우리는 남은 경기도 이기고 싶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말보다 훨씬 가슴을 치고 마음을 움직이죠. 머릿속에

    오래 남기도 하고요.

 

o 아카데미 시상식을 볼 때 가장 큰 즐거움은 그들의 수상소감을 듣는 겁니다.

   2012년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 감독상 등 다섯 개의 상을 탄 영화

   <아티스트>가 단연 화제였죠. 192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 흑백 무성영화인

   <아티스트>는 그 시절을 대표하는 감독 빌리 와일더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감독 미셀 하자나비시우스는 수상소감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 “세 사람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네요. 빌리 와일더, 빌리 와일더,

     그리고 빌리 와일더에게요. 감사합니다.”라고

 

o 같은 자리에서 <철의 여인>으로 여우주연상을 탄 메릴 스트립도 “마지막에

   이야기하면 음악에 묻힐 수 있으니 먼저 남편에게 감사하고 싶어요.”라고

   유머를 던졌습니다.

  - 우리는 어떤가요? 아직은 좀 뻔하죠? 꿈만 같고, 영광이고, 감사하고 말이죠.

 

o 오래 전에 영화 <타이타닉>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었을 때, 함께 노미네이트

   됐던 영화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였습니다. 그 영화의 주인공이

   잭 니콜슨이었는데 마지막에 남우주연상으로 호명됐어요.

  - 그 때 잭 니콜슨이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르자마자 “조금 전까지 나는 침몰하는

     줄 알았다”고 말해서 모두들 웃음을 터뜨리고 환호했던 기억이 납니다.

 

o 저는 솔직히 조지 부시를 싫어합니다. 그 사람은 40대까지 알코올 중독이었고,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미국을 나가본 적이 없는 믿기지 않는 이력이 있어요.

   그가 대통령 후보로 나왔을 때 음주운전 경력까지 밝혀졌어요. 기자가 당신의

   음주운전 경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조지 부시가 이렇게 대답했어요.

  - “나는 실수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대답과 전혀

     다르죠? 다들 기억이 안 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조지 부시의 답을 듣고 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래. 나도 젊은 시절에 실수 많이 했지.’ 하면서요.

 

o 조지 부시가 대통령 후보였던 선거 때에 기막힌 문장이 또 하나 나왔는데

  앨 고어와 조지 부시를 두고 어떤 상원의원이 누군가는 양보해야 한다는

  말을 이렇게 표현했어요.

  -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 사람의 대통령과 한 사람의 영웅이다.”

    이런 말들이 설득력이 있는 겁니다. 무턱대고, 네가 양보해, 하는 것보다 훨씬

    마음을 움직이죠.

 

o 문민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분의 일화가 있어요. 원래 정치하던 사람이

   아니었고, 적십자 총재였는데 정치에 뛰어들어 국무총리가 된 사람이에요.

   그런데 이 분이 기자들과의 술자리에서 “정치판은 개판인데 왜 들어가려고

   하느냐더라. 그런데 내가 들어와보니 진짜 개판이더라”라는 요지의 이야기를

   했어요. 다음 날 야당에서 난리가 났죠. 정치판을 개판으로 인식하고 있는

   국무총리와 국론을 논할 수 없다고 입장표명을 했어요.

  - 그런데 그 비슷한 시기에 중앙일보 ‘말말말’ 섹션에는 이런 글이 실렸습니다.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이 나는데요. 런던의 리빙스턴이라는 시장이 임기 중에

     그만뒀데요. 그래서 기자가 물었죠. 사실 이 사람이 그만뒀던 이유도 정치판이

     엉망이었기 때문이에요. 단, 리빙스턴 시장은 그 누구처럼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말했죠. “정치는 어른들이 할 짓이 아닙니다.”

  - “길거리에 개가 짖는다고 대꾸하지 않는다.” 이 말을 프랑스에서 있었던

     이슬람교와 기독교 간의 갈등 상황 중에 이슬람을 비하하는 풍자만화를 본

     이슬람교구장이 한 말이에요. 어떤 대응보다 힘 있는 한마디죠.

 

o 이 세 가지를 정리하면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①상대의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할지 먼저 헤아릴 줄 아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

   ②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해 말함과 동시에

   ③어떤 문맥으로 해야 하는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는 거예요.

  - 여기에 힘을 싣기 위해서 지혜롭게, 생각을 디자인을 해서 말하는 것이

     필요하고요.

 

o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소통을 잘하고 싶으면 몇 가지 노력이 필요합니다.

   역지사지, 문맥파악,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는 습관, 스케치를 할 때 형태를 잡는

   데생이 필요하듯 자기 생각을 데생해야 해요. 연습하고 말을 만들어보는 거죠.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리해보고, 어떻게 하면 내 말이 설득력이 있을까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o 소통은 사회생활은 물론이고 개인생활에서도 매우 큰 차이를 만들어내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고 싶다면 소통을 잘 하면 돼요. 아무것도 아닌 일로 오해가

  생겨서 싸움이 되고 일이 꼬여 걷잡을 수 없게 되면 그냥 포기해버리는 집들은

  대부분 소통이 안 되는 집이에요.

 

  소통을 잘 할 수 있는 방법

 

o 마지막으로 소통을 잘 할 수 있는 훈련 방법 두 가지만 말씀드려보겠습니다.

  할리우드에는 ‘7 Words Rule'이라는 게 있습니다. 하도 많은 사람들이

  시나리오를 가져오니까, 투자를 받고 싶으면 시나리오를 단 일곱 단어로

  설명해보라는 건데, ’결혼을 했는데 마누라가 조폭이데? 조폭 마누라’ 이런 식으로

  그림이 확 그려지도록 설명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훈련을 한번 해보세요.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o 미국에서 대학원에 다닐 때 논문을 쓰기 전에 우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딱 한 줄로 정리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걸 세 개의 패러그래프로 써보고,

   그걸 다시 챕터 별로 나눠서 논문을 만들죠. 예외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보면 됩니다.

  - 내가 말하고 싶은 게 일곱 단어로 정리되지 않는 건 아직 내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o 두 번째 말씀드릴 ‘맥킨지 룰’도 7 Words Rule과 비슷한데요. 만약에 내가 타고

  있는 엘리베이터에 CEO가 탔는데 엘리베이터는 15초 후에 문이 열린다고

  가정하고, 거기서 내 생각을 어떻게 말해서 CEO의 마음을 끌 것인지 생각해보라

  거죠. 예를 들어 “왜 지역별로 마케팅을 하십니까? 타깃별로 하십시오. 자세한 건

  나중에 보고드리겠습니다”라고 하면 누가 궁금해하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 그러니까 그냥 둥글게 가지고 있는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을 기르고, 그걸 더

     정리해서 증류해보세요. 거기에서 나오는 엑기스가 나의 진짜 생각이

     되어줄 겁니다.

 

o 여러분은 누구나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졌어요. 소통을 잘하면 주변 사람들이 움직입니다.

  - 사람을 움직이고 싶고, 주변에 영향을 주고 싶고,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을 가지세요.

    그렇다면 여러분의 소통은 아주 성공적일 겁니다.

 

8강 人生

 

  급한 물에 떠내려가다 닿은 곳에 싹 틔우는 땅버들 씨앗처럼

 

o 제가 가장 무서워하는 단어는 ‘인생’입니다. 마지막 시간의 주제로 ‘인생’을

   선택하면서 고민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앞서 인생을 살면서 중요한 일곱 가지를

   이야기한 마당에, 그보다 큰 틀인 인생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o 인생은 자존, 본질, 고전, 견(見), 현재, 권위, 소통이라는 싱싱한 재료를 담아낼

   아름다운 그릇입니다. 이 아름다운 ‘인생’이란 단어가 무서우리만큼 크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 단어 하나만 잘 알아도 세상을 제대로 살아나갈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o 소설가 박범신의 소설 『촐라체』에 ‘길고 위험이 넘치는 전인미답(前人未踏)의

   시간을 살아가야 할 이제 겨우 스물한 살의 청년’이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걸어가야 하는 위험한 나이 20대, 그리고 30대, 40대,

   50대, 아마도 인생은 젊음이건 아니건 누구에게나 전인미답이 아닐까요?

  - 그래서 늘 위험하지만 한편으로 매순간이 흥미진진한 것이 바로 인생일 겁니다.

 

o 고미숙의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에는 ‘지구는 탄생 이래 단 한 번도

   같은 날씨를 반복한 적이 없었다’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은 눈부시고, 가을은 낙엽이 떨어지고, 겨울이면 눈이 오는 사계절을 매년

   겪지만 그 어느 하루도 같은 날씨인 적이 없었습니다.

  -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 앞에 마땅히 주어진 전인미답의 길을 즐겨야 합니다. 어차피

     가야할 길 앞에서 망설이거나 두려워하기보다 설렘과 기대를 품고 걸어야 해요.

 

o 그렇다면 전인미답의 길을 즐기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

   우리들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실수에 휘둘리지 않는 겁니다.

   전인미답이잖아요. 실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본 적이 없는 길입니다.

   가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완벽하겠습니까? 길을 걸으며 당연히 실수할 겁니다.

- 그러니 실수를 못 견디고 좌절하지 마세요.

 

o 2년 전쯤 회사 후배가 결혼을 하면서 제게 주례를 부탁했습니다. 완곡히 거절하자

  후배가 그렇다면 영상 메시지라도 한마디 남겨달라면서 카메라를 들고 오더군요.

  - “결혼 축하한다. 살다 보면 좋은 순간도 있고, 결혼식 자리에서 이렇게 말해

    미안하지만 힘든 순간도 분명히 있을 거다.

     좋을 때에는 세상에 우리만큼 행복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 우리만큼 축복받은

     사람들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 로맨틱한 밤에는 이렇게 로맨틱한 밤을 경험한

     사람은 인류에 우리 외에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리고 매우 힘든 날이 오면 힘들겠지만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걸 생각해.

     아무리 화목한 가정이라도 살면서 불가피하게 싸움은 벌어지고, 갈등은 일어난다.

     그런 것들을 거치지 않는 삶은 없어. 그러니 그때는 세상에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봐. 이게 지혜롭게 결혼생활을 하는 방법이다.”

 

o 결혼 생활을 빗대 이야기했지만, 저는 이것이 꼭 가져가야 할 인생의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일이 있을 때는 행운이라고 굳게 믿고, 나쁜 일이 있거나 실수를

    지르면 병가지상사를 떠올리세요.

  - 못된 성격 때문에 그런지 모르겠지만 연초 인사 중에서 “좋은 일만 생기세요”

     라는 말을 들으면 좀 어이가 없어요. 어떻게 좋은 일만 생길 수 있겠어요?

    그런 일은 없습니다.

 

o 하나 더 덧붙이자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 너무 안달복달하지 않는 태도가

  정말 지혜로운 삶의 태도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패하면 하늘이 무너지듯

   좌절하죠. 아쉽게도 인생은 종종 내 뜻과 무관하게 실패와 마주하게 됩니다.

   때문에 실패를 기본 조건으로 놓고 살면 작은 일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o 몇 해 전에 촬영 차 고창 선운산에 가게 됐습니다. 그 길에 부지런을 좀 떨어서

   아침 일찍 절에 다녀왔는데 산책 삼아 들른 절에서 커다란 돌에 새겨진 보석

   같은 글귀를 발견했습니다. ‘보왕삼매론’이라는 건데요. 첫 줄에 새겨진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마라’라는 문장은 단번에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중국 명나라 때 묘협이라는 스님이 불자들에게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어떻게

   마음을 써야 할지에 대해 쓴 글이라고 합니다.

 

- 보왕삼매론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

   세상살이에 곤란(困難)함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

   공부하는데 마음에 장애(障碍)없기를 바라지 마라.

   수행(修行)하는 데 마(魔)없기를 바라지 마라.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마라.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마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順從)해 주기를 바라지 마라.

   공덕을 베풀려면 과보(果報)를 바라지 마라.

   이익을 분(分)에 넘치게 바라지 마라.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마라.

 

o 인생은 개인의 노력과 재능이라는 씨줄과, 시대의 흐름과 시대정신 그리고

   운이라는 날줄이 합쳐서 직조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의 의지와 노력과

   재능이라는 씨줄만 놓고 미래를 기다립니다. 치고 들어오는 날줄의 모양새는

   생각도 안하고 말입니다.

  - 이 씨줄과 날줄의 비유는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인 이 책에 나온 ‘인생을 내 마음대로

    계획하기에는 시대라는 날줄이 너무도 험했다’라는 문장을 읽고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발 꿈 좀 꾸지 마라.

 

o 고미숙 씨의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에 나오는 이야기인데요. 프랑스 인류학자

   레비 스트로스가 원주민을 연구해서 인류학 논문을 썼는데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

   했답니다. 원주민들에게 있어 가장 존경받는 사람을 관찰해보니, 힘이 세거나

   모든 걸 가진 사람이 아니라 어떤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가지고 있던 글들을

   잘 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가장 존경받았답니다.

  - 그러니까 요즘처럼 날줄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시절에는 이런 삶의 태도가

     절실합니다. ‘급한 물에 떠내려가다 닿은 곳에 싹 틔우는 땅버들 씨앗,

     그렇게 시작해보거라’라는 고은 시인의 시처럼 살아야 합니다.

 

o 모든 인생은 의도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남들의 영웅담은 내 이야기가

   될 수 없죠.

  - 인생은 똑같이 반복되지 않습니다. 모든 인생은 전인미답이에요.

     인생에 공짜는 없어요. 하지만 어떤 인생이든 어떤 형태가 될지 모르지만

     반드시 기회가 찾아옵니다. 그러니 이들처럼 내가 가진 것을 들여다보고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준비해야 하죠. 나만 가질 수 있는 무기 하나쯤 마련해

     놓는 것, 거기서 인생의 승부가 갈리는 겁니다.

 

o 원하는 방향으로 인생이 흘러가지 않는다고 해서 지레 포기하고 주저앉을

   필요 없습니다. 씨줄과 날줄이 함께 직조되는 게 인생이니까요. 꿈과 희망의

   여지를 남겨둘 줄 알아야 합니다.

  - 그런 의미에서 저는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이 광고인이 꿈이라고 말하면 일단

     그 꿈을 접으라고 합니다. 특히 고등학생의경우면 너무 빨리 직업을 좁게

     정했다고 말해줍니다.

     인생은 마음대로 주무를 수 없는 것이니 스트라이크존을 넓혀놔야 합니다.

  - 제 경우를 예로 들면, 저는 ‘신문 기자 괜찮고, 잡지 편집자 괜찮고, 책 만드는

     사람 괜찮고, 내가 재능이 있다면 시나 소설을 써도 괜찮고, 르포라이터 괜찮고,

     구성 작가 괜찮고, 영화 시나리오를 쓰거나 감독도 좋고, 게임 프로그램을 짜도

     괜찮겠네?’ 였습니다. 그 안에 광고도 포함돼 있었고요. 물론 우선순위가

     분명하게 있었고, 순위에 따라 차례차례 도전했죠.

 

o 모든 인생이 최선만을 선택할 수 없습니다. 저는 대학도, 직업도 차선, 차차선의

  선택을 한 사람입니다. 인생의 선택들이 주로 그랬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해서 그 인생이 성공한 인생이라고 누가 보장할 수 있습니까?

 

  - 때로는 차선에서 최선을 건져내는 삶이 더 행복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차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았고,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o "기필(期必)을 버려라“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살면서 늘 기필코 이루어내라는 말만 들어본 제게 기필을 버리라는 말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그래요. 인생은 기필코 되는 게 아닙니다.

  - 뭔가를 이루려 하지 말고 흘러가세요.

 

o 최근엔 젊은 사람들에게 ‘꿈 꾸지 말라’는 강의를 합니다.

   제발 꿈 좀 꾸지 말라는 게 강의의 주요 포인트예요. 우리 제발 꿈꾸지 말고 삽시다.

   꾸려면 오늘 하루를 어떻게 잘 살지, 그런 작은 꿈을 꾸면서 삽시다.

 

o 영화평론가 이동진 씨는 자신의 책 『밤은 책이다』에서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살고 싶고,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살고 싶다”는 말을 했습니다.

  - 이건 말 그대로 지혜입니다. 성실하게 산 하루하루의 결과가 인생이 되는 겁니다.

     꿈 꾸지 말라고 해서, 날줄이 험할 수 있다고 해서 그냥 놀고 먹으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중간중간 말씀드렸듯 무엇이 본질적인 것인지, 고전이 왜 중요한지,

     발견하는 것이 왜 필요한지를 생각하며 지혜롭게 하루하루를 쌓아나가야 합니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꽉 채워 살다가 돌아보면 펼쳐져 있는 게 인생이지,

     단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를 허술하게 보내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o 목표를 세우고 이루지 못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는 세 가지 팁

 

o 마지막 시간이니 제 딸에게 알려준 인생의 세 가지 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 우선 첫째, 인생에 공짜 없습니다.

     말 그대로 인생에 공짜는 없습니다. 본질에 대한 강의에서 나폴레옹 이야기를

     했었죠.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불행은 언젠가 내가 잘못 보낸 시간의 결과다.’

     이걸 믿어야 할 것 같습니다. 왜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야 하느냐?

     이 하루하루가 쌓여서 언젠가 내 인생으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지금 내가 잘 보낸 시간은 긍정으로 돌아오고, 지금 잘못 보낸 시간은 부정으로

     돌아온다는 걸 염두에 두고 하루하루를 살아야 합니다.

 

o 不患人之不己知 患其無能也 불환인지불기지 환기무능야.

   논어에 나오는 말입니다.

  -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걱정하지 말고, 내가 능력이 없음을 걱정하라

     뜻입니다. 기회는 옵니다. 제가 보장합니다.

     인생의 기회는 옵니다. 반드시 오며, 준비된 사람이라면 그걸 잘 잡을 겁니다.

 

o 몇몇 젊은이들은 취직을 기회로 보는데 취직은 기회가 아닙니다.

   취직은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준비만 잘하고

   있다면 남들이 알아줍니다. 인생은 공짜가 없으니까요.

 

o 두 번째, 인생은 마라톤입니다. 이 이야기는 딸아이가 중학생 때 해줬던 건데,

   성적은 상위권이었지만 1등은 아니었던 딸아이가 어느 날 좌절하는 겁니다.

   늘 1등을 하는 친구가 있는데, 자기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 친구만큼 잘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 “너는 42.195킬로미터를 달려야 하는 게임을 하고 있지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게 아니야. 네가 지금 열다섯인데 그럼 몇 킬로미터 지점을 달린다고

     생각해? 이제 5킬로미터 정도일 텐데 거기서 그 친구가 너를 앞서간다고 해서

     승부가 끝난 건 아니지. 그러니까 평상심을 잃지 말고 기죽지 말고 네가 할 수

     있는 걸 해. 더 달리다 보면 네가 앞서가는 레이스가 올지도 모르고,

     다시 뒤처질 수도 있고 그러다 앞서 달릴 수도 있어. 그게 마라톤이야.

     한 번 이겼다고 자만하지 말고 한 번 졌다고 기죽지 마. 마라톤은 완주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어.”

 

o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달릴 때는 일희일비하며 흔들리지 말고 묵묵히 내가

  생각하는 본질이 무엇인지, 내 안에는 실력이 있다는 자존을 가지고

   ‘Be Yourself'하는 게 제일 잘 사는 방법인 것 같아요.

 

o 그리고 마지막. 인생에 정답은 없습니다.

  - 모든 선택에는 정답과 오답이 공존합니다. 지혜로운 사람들은 선택한 다음에

     그걸 정답으로 만들어내는 것이고, 어리석은 사람들은 그걸 선택하고 후회하면서

     오답으로 만들죠. 후회는 또 다른 잘못의 시작일 뿐이라는 걸 잊고 말입니다.

 

o 여러분, 우리 되는 대로 삽시다.

   되는 대로 살되, 인생에는 공짜가 없으니 본질적으로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살피고,

   질 때 지더라도 언제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모든 답이 정답이니 아무거나

   선택하는 게 아니라 최선을 다해 현명한 판단을 내리면서, 그것을 옳게

   만들면서 삽시다.

o "모든 인생은 제대로만 된다면 모두 하나의 소설감이다.“

  - 헤밍웨이의 말입니다. 모든 인생은 다 이야깃거리가 있고, 모두 한 편의

     영화입니다. 헤밍웨이의 인생도 멋지지만 내 인생도 멋져요.

 

o 그리고 한 가지, 見을 이야기할 때에도 말했듯 인생을 살면서 무엇보다 행복을

   가장 우선으로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 행복은 풀과 같습니다. 풀은 사방천지에 다 있어요. 행복도 그렇고요. 풀은

     생명력이 무척 강합니다. 행복도 마찬가지죠. 긍정적인 풀의 생명력 덕분에

     우리가 살아갈 수 있듯 어떤 조건에서도 행복을 찾아낸다면 살아가는 게 그렇게

    힘들지 않을 겁니다.

 

o 고미숙 씨의 책 속에서 이런 구절도 발견했습니다.

  - “해방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 그 자리를 해방의 공간으로

     전환시키는 것.”

  - 여기에서 ‘해방’을 ‘행복’으로 바꿔보세요.

     행복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 이 자리를 행복의 공간으로

     전환시키는 여러분이 되길 바랍니다.

 

o 묵묵히 자기를 존중하면서, 클래식을 궁금해 하면서, 본질을 추구하고 권위에

   도전하고, 현재를 가치 있게 여기고, 깊이 봐가면서, 지혜롭게 소통하면서

   각자의 전인미답의 길을 가자.

  - 이게 제가 여러분께 드리고 싶었던 인생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모든

     것이었습니다. 마음이 움직이셨나요? 그렇다면 이제 자신을 믿고 씩씩하게

     또 행복하게 자신의 인생 길을 걸어가시길 빕니다.<요약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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