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서록

대통령의 글쓰기

히메스타 2014. 6. 16. 16:52

< 대통령의 글쓰기 >

o 부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게 배우는 사람을 움직이는 글쓰기 비법

 

o 지은이: 강원국

-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8년 동안 대통령의 말과 글을 쓰고 다듬었다. 김대중 대통령 때는 연설비서관실 행정관으로, 노무현 대통령 때는 연설비서관으로 재직했다. 저자는 두 대통령에게 어떻게 하면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쉬운 말로, 가장 많은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지 직접 배웠다.

o 도서출판 메디치, ‘14. 2. 25. 16,000원

 

< 들어가는 말 >

o 2000년 6월 13일. TV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있었다. 역사적인 6․15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서울을 출발하면서 인사말을 하는 장면이었다.

- 민족을 사랑하는 뜨거운 가슴과 현실을 직시하는 차가운 머리를 가지고 방문길에 오르고자 합니다.

- 아내에게 무심코 한마디 했다. “대통령 연설문은 어떤 사람들이 쓰나? 나도 저런 연설문 쓸 수 있는데...” 간절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일주일 후 청와대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고도원 연설담당비서관이었다.

 

o "몸은 튼튼해요?“ 청와대 박선숙 공보기획비서관이 물었다. 글을 쓰겠다고 온 사람에게 몸은 왜 묻는지 의아했다. 출근하고 사흘이 지나지 않아 그 이유를 알았다. 대통령 연설문을 쓰는 일은 ‘노가다’였다.

 

o 글과의 인연은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원국 씨, 글 좀 쓰나요?”

대우증권 홍보실 상사가 내게 물었다. 나는 원래 글쓰기 젬병이다. 그런 내가 꿈만 야무져서 기자가 되려고 했다. 당연히 시험에 떨어졌다. 미련을 갖고 홍보실을 자원했다.

- 입사한 그해는 대우증권 창립 20주년이 되는 해였는데, 20주년 사사(社史)를 만드는 일이 내게 주어졌다. 예순 중반의 퇴역 언론인 작가를 보조하는 게 내 임무였는데 얼마 후 그가 다른 회사 사사를 베껴 보낸다는 걸 발견했다. 상사에게 얘기했더니 시간이 없으니 나보고 쓰란다.

- 쓰라니 썼다. 괴발개발 썼다. 겉만 그럴싸하게 만들었다. 고급 장정에 컬러 사진을 잔뜩 넣었다. 글을 보는 사람은 없었다. 잘 만들었단다. 나는 그 순간, 글 잘 쓰는 사람이 됐다. 20년 사사를 단숨에 써 내려간 글쟁이가 되고 만 것이다.

 

o 그 후로 3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2002년 겨울, 뜨거운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노무현 당선자와 만났다. 당선자는 메이크업을 하고 있는 중에 웃으며 한마디만 했다. “글로 보여줄 거죠?”

- 글쓰기와 관련하여 내 인생에 던져진 세 번째 질문이었다. 그 후로 그의 임기 5년, 아니, 내가 죽는 날까지 잊을 수 없는 인연이 시작됐다.

 

1. 비서실로 내려온 ‘폭탄’

- 글쓰기가 두려운 이유

 

o 야구 선수는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공을 칠 수 없다.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도 딱 하나다. 욕심 때문이다.

잘 쓰려는 욕심이 글쓰기를 어렵게 만든다.

 

o 국민의 정부 당시만 해도 대통령과 직접 만나 얘기를 들을 기회가 없었다. 연설에 관해 대통령과 직접 만나 대화하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모든 소통은 필문필답. 연설문을 출력해서 대통령 부속실에 올려주면 그 종이에 대통령이 직접 수정해주었다.

- 김 대통령은 그 바쁜 와중에도 연설문만은 꼼꼼히 챙겼다. 그리고 깨알 같은 글씨로 고쳐서 되돌려주었다. 한 자도 고치지 않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을 만큼 연설문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대단했다.

 

o 대통령이 고쳐보려 했지만 어찌 손을 댈 수가 없을 때는 직접 녹음을 해서 테이프를 내려 보냈다. 이것을 우리는 ‘폭탄’이라고 불렀다.

 

o 연설에 대한 열의는 노무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연설문은 연설이 시작되는 그 순간까지 완성되지 않는다. 고치고 또 고치고, 생각에 새로운 생각을 더한다.

- 노무현 대통령은 연설에 관한 한 지치지 않았다. 끊임없이 더 나은 연설을 하기 위해 고민했고, 대충 양보하는 법이 없었다.

 

o 앞서 욕심이 문제라고 했다. 그렇다면 글에 관한 대통령들의 욕심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 ‘어떻게 쓰느냐’와, ‘무엇을 쓰느냐’의 차이다. 어떻게 쓰느냐, 다시 말해 어떻게 하면 멋있게, 있어 보이게 쓸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는 것은 부질없는 욕심이다. 그러나 무엇을 쓰느냐에 대한 고민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 글의 중심은 내용이다. 대통령의 욕심은 바로 무엇을 쓸 것인가의 고민이다. 그것이 곧 국민에게 밝히는 자신의 생각이고,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 되기 때문이다.

 

o 노래방 가서 빼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가 가수인 줄 착각하는 경우이다. 노래를 못 부르면 어떤가? 열심히 부르는 모습만으로 멋있지 않은가?

- 글의 감동은 기교에서 나오지 않는다. 애초부터 글쟁이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쓰고 싶은 내용에 진심을 담아 쓰면 된다. 맞춤법만 맞게 쓸 수 있거든 써 내려가자. 우리는 시인도, 소설가도 아니지 않은가.

 

2. 관저 식탁에서의 두 시간 강의

- 노무현 대통령의 글쓰기 지침

 

o 2003년 3월 중순, 노무현 대통령이 4월에 있을 임시국회 국정연설문 준비를 위해 담당자를 찾았다. 노 대통령은 늘 ‘직접 쓸 사람’을 보자고 했다. 윤태영 연설비서관과 함께 관저로 올라갔다.

- “앞으로 자네와 연설문 작업을 해야 한다 이거지? 당신 고생 좀 하겠네. 연설문에 관한 한 내가 눈이 좀 높거든.“

- 식사까지 하면서 두 시간 가까이 ‘연설문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 특강(?)이 이어졌다.

 

o 다음은 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1. 자네 글이 아닌 내 글을 써주게. 나만의 표현방식이 있네. 그걸 존중해주게.

2. 자신 없고 힘이 빠지는 말투는 싫네. ‘~와 같다’는 표현은 삼가게.

3. ‘부족한 제가’와 같이 형식적이고 과도한 겸양도 예의가 아니네.

4. 굳이 다 말하려고 할 필요 없네. 경우에 따라서는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도 연설문이 될 수 있네.

5. 비유는 너무 많아도 좋지 않네.

6. 쉽고 친근하게 쓰게.

7. 글의 목적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고 쓰게. 설득인지, 설명인지, 반박인지, 감동인지.

8. 연설문에는 ‘~등’이란 표현은 쓰지 말게. 연설의 힘을 떨어뜨리네.

9. 때로는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것도 방법이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고 한 킹 목사의 연설처럼

10. 짧고 간결하게 쓰게. 군더더기야말로 글쓰기의 최대 적이네.

11. 수식어는 최대한 줄이게. 진정성을 해칠 수 있네.

12. 기왕이면 스케일을 크게 그리게.

13. 일반론은 싫네. 누구나 하는 얘기 말고 내 얘기를 하고 싶네.

14. 치켜세울 일이 있으면 아낌없이 치켜세우게. 돈 드는 거 아니네

15. 문장은 자를 수 있으면 최대한 잘라서 단문으로 써주게. 탁탁 치고 가야 힘이 있네.

16. 접속사를 꼭 넣어야 된다고 생각하지 말게. 없어도 사람들은 전체 흐름으로 이해하네.

17. 통계 수치는 글의 신뢰를 높일 수 있네.

18. 상징적이고 압축적인, 머리에 콕 박히는 말을 찾아보게.

19. 글은 자연스러운 게 좋네. 인위적으로 고치려고 하지 말게.

20. 중언부언하는 것은 절대 용납 못하네.

21. 반복은 좋지만 중복은 안 되네.

22. 책임질 수 없는 말은 넣지 말게.

23. 중요한 것을 앞에 배치하게. 사람들은 뒤를 잘 안 보네. 단락 맨 앞에 명제를 던지고, 뒤에 설명하는 식으로 서술하는 것을 좋아하네.

24. 사례는 많이 들어도 상관없네.

25. 한 문장 안에서는 한 가지 사실만을 언급해주게. 헷갈리네.

26. 나열을 하는 것도 방법이네. ‘북핵 문제, 이라크 파병, 대선자금 수사…’ 나열만으로 당시 상황의 어려움을 전달할 수 있지 않나?

27. 같은 메시지는 한곳으로 응집력 있게 몰아주게. 이곳저곳에 출몰하지 않도록.

28. 평소에 사용하는 말을 쓰는 것이 좋네. 영토보다는 땅, 식사보다는 밥, 치하보다는 칭찬이 낫지 않을까?

29. 글은 논리가 기본이네. 멋있는 글을 쓰려다가 논리가 틀어지면 아무것도 안 되네.

30. 이전에 한 말들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네.

31.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은 쓰지 말게. 모호한 것은 때로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지금 이 시대가 가는 방향과 맞지 않네.

32. 단 한 줄로 표현할 수 있는 주제가 생각나지 않으면, 그 글은 써서는 안 되는 글이네.

- 대통령은 생각나는 대로 얘기했지만, 이 이야기 속에 글쓰기의 모든 답이 들어있다. 지금 봐도 놀라울 따름이다.

 

o 김대중 대통령도 자서전에서 글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밝히고 있다.

- “연설문은 누가 들어도 알 수 있도록 쉽게 쓰려고 노력했다. 문장은 명료하고, 예는 쉽게 들었다. 미문은 경계했고, 오해 소지가 있는 문구는 배격했다. 그리고 중요한 내용은 되풀이해서 전달했다. 청중들이 싫증을 낼 만큼 반복했다. 그래야 비로소 청중들이 ‘김대중 연설’로 인식했다. (중략)

- 무슨 일이든 내가 잘 알아야 남을 설득할 수 있었다. 연설문을 작성하는 것은 일종의 공부였고, 현안에 대한 나의 입장을 정리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리고 연설문은 진실해야 했다. 말의 유희나 문장의 기교에 빠지면 나의 가치와 철학, 그리고 의지가 없어지고 만다. 나는 내 연설문을 역사에 남긴다는 생각으로 썼다. 그래서 늘 진지했다. <김대중. 『김대중 자서전』, 삼인>

 

3. 대통령과 축구경기 한 판

- 생각의 숙성 시간을 가져라

 

o 두 대통령에게는 공통점이 많다. 그 중 하나가 생각이 많다는 것이다. 독서를 하고 산책을 하며 늘 생각, 생각, 생각을 했다. 멀리 보고 깊이 생각했다. 그게 맞는지, 맞다면 왜 그런지 따져보고, 통념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려 했다.

- 한쪽만이 아니라 다른 관점, 여러 입장을 함께 보고자 했다. 무엇보다 사람과 사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컸다.

 

o 2006년 신년연설 준비회의 때도 노무현 대통령은 막힘이 없었다. 대통령이 물었다. “내가 자네들보다 머리가 좋을까?” “아닐세. 나는 자네들보다 열 배는 더 생각을 많이 할 걸세. 어느 때는 자다가도 일어나 메모를 하네. 잠자리에서 생각난 것을 잊어버릴까 봐 그러네.”

- 누구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원인 진단에서부터 대안 제시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사안을 전후좌우로 헤집으며 의견을 내놓았다.

 

o 김대중 대통령 역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의견(생각)이 있는 사람이고, 좋아하지 않은 사람은 의견이 없는 사람이다.”고 할 정도로 생각을 중시했다.

- 생각과 관련한 세 가지의 ‘세 번 원칙’도 있었다. 먼저 무엇을 하려고 할 때 세 번 생각한다는 것이다. 첫째 이 일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은지 생각한다. 둘째, 나쁜 점은 무엇인지 생각한다. 셋째,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 것인지 생각한다.

- 다음으로, 상대가 있는 경우다. 그때에도 세 번 정도 생각을 했다. 첫 번째는 이 사안에 대한 내 생각은 무엇인가? 두 번째,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무슨 생각, 어떤 입장일까? 세 번째, 이 두 가지 생각을 합하면 어떤 결론이 나올 수 있을까?

 

o 김대중 대통령은 잠자리에 들기 전 늘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루 동안 읽고 듣고 겪은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이 독서법은 화초를 가꾸거나 동물을 관찰하면서 체화된 것이라고 한다.

 

o 몽테뉴(Montaigne)는 『수상록』에서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잘 생각한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두 대통령의 글쓰기의 힘 역시 생각에서 나왔을 것이다. 생각이 글쓰기의 기본이다.

 

o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은 글을 잘 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특히 자신이 써야 할 글이 정해지면 그 글의 주제에 관해 당분간은 흠뻑 빠져 있어야 한다. 이처럼 빠져 있는 기간이 길수록 좋은 글이 나올 확률이 높다.

- 와인이 부드럽고 깊은 맛을 내기 위해서는 숙성 기간이 필요하듯이, 글도 생각의 숙성 기간이 필요하다.

 

4. ‘인민’이란 표현이 어때서요?

- 독자와 교감하라

 

o "훌륭한 커뮤니케이터는 상대의 언어를 사용한다.“ 미디어 전문가 마샬 맥루한(Herbert Marshall McLuhan)의 유명한 말이다. 글은 독자와의 대화다. 말을 하고 글을 쓸 때는 자기가 하고 싶은 내용과 상대가 듣고 싶은 내용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

 

o 김대중 대통령은 독자와의 교감을 강조했다.

- 첫째, 반걸음만 앞서가라. 아무리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너무 앞서 가지 마라. 따라오지 않으면 잠시 멈춰 서서 들어라. 이해해줄 때까지 설득하라. 읽는 사람이 공감하지 못하는 글은 아무 쓸모가 없다. 아예 읽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

- 둘째, 손을 놓지 마라. 익는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들의 생각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o 김 대통령은 현장도 강조했다. 모든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고 했다.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 직접 교감하고자 했다.

- 노무현 대통령은 조금 달랐다. ‘국민의 눈높이’를 넘어 ‘역사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o 2003년 7월 중국 국빈방문 시 칭화 대학 학생들과 만났다. 대통령은 연설이 끝나고 한 학생에게 ‘중국 지도자 가운데 가장 존경하는 분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 ‘여러 사람이 있지만 마오쩌둥 주석도 그중의 하나’라고 답했다.

- 또한 답변 도중 ‘국민’이란 용어 대신 중국인들이 쓰는 ‘인민’이란 말을 썼다.

 

o 2006년 3월 아프리카 순방을 앞두고 노 대통령은 이런 내용을 주문하기도 했다.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에 가는 경우에는 그들의 자존심에 손상을 주는 말을 연설문에 넣어서는 안 됩니다. 예를 들어 후진국에 가서 ‘양국은 상호보완적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으니 당신들은 인력과 자원을 대시오. 우리는 자본과 기술을 대겠소.’ 이렇게 말하곤 하는데, 이때 ‘상호보완적’이란 말은 그들에게 굴욕적으로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합니다.”

 

o 한 번은 이런 메모도 내려왔다. “사리에 맞는 내용을 좋아하는 청중과, 감정에 호소해야 할 청중, 긴 연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청중과, 짧은 연설을 기대하는 청중을 잘 따져서 연설문을 준비해주기 바랍니다.”

 

o 누구나 글을 쓸 때에는 그 글을 읽을 사람이 누구인지, 그들이 무슨 얘기를 기대하는지를 의식해야 한다.

 

<이야기 하나> 인수위원회에서 글쓰기 50일

 

o 제16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윤태영 인수위원회 공보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곧바로 꾸려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와서 당선자 연설문 작성을 지원해달라는 주문이었다. 2012년 12월 30일 인수위원회 사무실로 첫 출근을 했다. 노무현 당선자의 여러 얘기 중에 두 가지가 기억난다. 억강부약(抑强扶弱)과 낭중지추(囊中之錐)!

- “억강부약이란 말이 있습니다. 강한 것을 누르고 약한 것을 도와준다는 말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여정부 5년을 관통한 대통령의 철학이었다. 대통령은 서거 직전까지 힘없는 사람들이 살기 좋은 나라를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나 고민했다.

- 또 하나. 낭중지추. “잘 아시지요? 주머니 속의 송곳은 밖으로 삐져나오게 되어 있다는 말. 역량이 있는 사람은 눈에 띄려고 애쓰지 않아도 언젠가 눈에 띄게 되어 있습니다.”

 

5. 옥중서신이 말해주는 것

- 집중과 몰입의 힘

 

o 노 대통령은 글쓰기를 위해선 세 가지가 필요하다 했다. 독서, 사색, 토론이다. 글에 대한 애착도 남달랐다. 사는 이유 중의 하나가 글을 쓰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o 창조적 아이디어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영감이나 직관과는 다르다. 죽을힘을 다해 몰입해야 나오는 것이 창조력이다. 열정과 고민의 산물이며, 뭔가를 개선하고 바꿔보려는 문제의식의 결과물이다.

- 글쓰기도 마찬가지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집중하고 몰입해야 한다. 절박해야 한다.

 

o 미국의 칼럼니스트 월터 W. 레드 스미스는 그랬다. 글쓰기가 쉽다고. 백지를 응시하고 앉아 있기만 하면 된다고. 이마에 핏방울이 맺힐 때까지.

- 미치면(狂) 미치는(及) 법이다. 많이 읽고, 많이 써보지 않아도 죽을힘을 다해 머리를 짜내면 누구나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목숨 걸면 누구나 잘 쓸 수 있다. 글 쓰는 데 왜 목숨까지 걸어야 하느냐고? 그래서 못 쓰는 것이다.

 

6. 청와대 리더십비서관이라는 자리

- 글쓰기의 원천은 독서

 

o 독서는 세 가지를 준다. 지식과 영감과 정서다. 책을 읽고 얻은 생각이다. 그중에 글 쓰는 데는 영감이 가장 중요하다.

- 독서와 글쓰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책을 읽지 않으면 생각할 수 없고, 생각하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다. 따라서 독서 없이 글을 잘 쓸 수 없으며, 글을 잘 쓰는 사람치고 책을 멀리하는 사람은 없다.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이 그랬다.

 

o 김대중 대통령은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특히 감옥에서의 독서는 유명하다. 옥중에서 보낸 편지 말미는 매번 ‘다음 책을 넣어주시오’로 끝났고, 10~20권의 도서 목록이 적혀 있었다.

- 정치․경제는 물론, 철학․신학․역사․문학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여러 권을 펴놓고 돌려가면서 하루 열 시간 정도 독서를 했다고 한다.

- 대통령이 되고서도 “마음껏 책을 봤으면 원이 없겠다. 이럴 때는 가끔 감옥에 있을 때가 그립기도 하다.”라는 농담을 할 정도였다.

- 스스로 지킬 것을 다짐한 ‘대통령 수칙’ 12번이 ‘양서를 매일 읽고 명상으로 사상과 정책 심화해야’이다.

 

o 노무현 대통령도 책 읽기를 좋아했다. 좋아한 정도가 아니라 열정적으로 책을 읽었다.어떤 문제가 생기면 책부터 사서 공부합니다. 컴퓨터도 컴퓨터를 만지기 전에 책부터 읽었고, 낚시를 배울 때도 책부터 먼저 봤습니다.”

- 노 대통령 주위에는 늘 책이 있었다. 하루에 한 쪽이라도 읽었다. 책 읽는 게 일상 그 자체였다.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책은 장차관과 참모들에게 읽어보기를 권했다. 연설비서관실에 추천한 책도 있다. 제임스 C. 흄즈가 쓴 『링컨처럼 서서 처칠처럼 말하라』이다.

 

o 대통령들에게 독서는 글쓰기의 원천이었다. 두 대통령 모두 밑줄을 긋고 메모해가며 책을 읽었다. 주로 글쓰기와 정책 수립에 참고가 되는 부분에 밑줄이 그어졌다.

 

7. 손녀뻘 되는 비서 앞에서 연습하는 대통령

- 결국엔 시간과 노력이다

 

o 글쓰기는 자질과 능력도 필요하지만, 준비와 연습이 더 중요하다. 두 대통령의 글쓰기 특징은 성실하게 미리 준비한다는 점이다.

- “글은 머리로 쓰는 게 아니라 엉덩이로 쓰는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다.

 

o 노 대통령은 그렇게 글을 많이 쓰고, 글쓰기의 달인이면서도 글 쓰는 것을 힘들어했다.

- 대통령은 그 바쁜 와중에도 참모들보다 먼저 생각하고 먼저 준비했다.

 

o 김대중 대통령은 더 철저하게 준비했다.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챙겼다. 거울을 보며 연습하고, 리허설을 되풀이했다. 김 대통령이 연설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밝힌 글이 있다. 자서전에 실린 내용이다.

- “나는 정치를 시작한 이래 연설문 작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연설문에 많은 것을 담으려 했다. 집회가 있을 때면 연설 원고가 늘 걱정이었다. 원고가 완성이 안 되면 초조하기 이를 데 없었다.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연설을 했다. 한때는 정치가 곧 연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김대중, 『김대중 자서전』, 삼인>

 

o 김 대통령은 먼저 의견부터 듣기 시작했다. 국민이 듣고 깊은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하고자 했다. 어느 한쪽의 얘기만 듣는 것도 경계했다. 이를 통해 머릿속에 얼개가 서면 비로소 집필에 들어간다.

- 그리고 각고의 시간 끝에 연설문이 완성되면 직접 서서 읽어본다. 그저 한 번 읽어보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입에 완전히 붙을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혼자 해보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이희호 여사를 앞에 두고, 또 어느 때는 손녀처럼 생각했던 관저 비서팀의 장옥추 씨에게 들어보라며 연설을 했다.

- 손녀뻘 되는 비서 앞에서 연설을 해 보이는 일흔의 대통령을 머릿속에 그려보라. 정말 멋있지 않은가.

 

8. 대통령 전화 받고 화장실에서 기어 나온 사연

- 메모하라

 

o 정약용, 아인슈타인, 링컨, 에디슨, 김대중, 노무현. 이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메모의 달인이라는 것이다.

- 정약용: 사소한 메모가 총명한 머리보다 낫다는 둔필승총(鈍筆勝聰, 둔한 붓이 총명함을 이긴다)이란 말을 남겼다.

- 아인슈타인: 만년필과 종이, 휴지통. 이 세 가지만 있으면 어디든지 연구실이라 할 정도로 아무리 작은 생각도 메모하는 습관을 가졌다.

- 링컨: 큰 모자 속에 늘 노트와 연필을 넣고 다녔다.

- 에디슨: 3,400권의 메모 노트가 그를 발명왕으로 만들었다.

 

o 김 대통령은 기억력이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 배경에는 메모 습관이 있었다. ‘메모광’이란 별명을 얻을 만큼 매사에 꼼꼼히 기록했다. 장관 보고를 받거나 회의를 할 때도 메모 노트를 옆에 놓고 얘기했다. 사례를 들 때는 메모에 있는 때와 장소 등을 참고했다.

- 해야 할 일도 깨알 같이 적어놓고 늘 챙겼다.

- 대통령의 독서 메모는 ‘대차대조 메모법’이라고 불렸다. 책을 읽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나오면 책의 여백이나 노트에 대차대조표를 그리듯이 도표를 그렸다. 생각이 묻혀 사장되지 않도록 철저히 메모했다.

- 이렇게 대통령은 평생 메모하고 쓰는 것으로 답을 찾아나갔다.

 

o 노무현 대통령도 늘 가까운 곳에 메모지를 놓고 살았다. 회의 시간이나 연설할 때에는 양복 안쪽 호주머니에서 이 메모지가 나왔다. 보고서를 보거나 TV를 보다가, 혹은 책을 읽다가 생각나는 것을 적은 메모였다.

 

o ‘적자생존’이란 말이 있다. 적는 자가 살아남는다. 글쓰기의 세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9.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모르겠네”

- 횡성수설하지 않으려면

 

o 노무현 대통령에게 들은 꾸지람 중에 가장 얼굴을 붉히게 했던 말은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모르겠네.”이다.

- 글쓰기 최고의 적은 횡설수설이다. 횡설수설한 글은 읽는 사람을 짜증나게 한다. 두 대통령 모두 횡설수설하는 글을 가장 싫어했다.

 

o 왜 그런 현상이 벌어지는가? 이유는 두 가지다.

- 우선은 쓸데없는 욕심을 내기 때문이다. 글을 멋있게, 예쁘게, 감동적으로 쓰려고 하면 나타나는 몇 가지 현상이 있다. 첫째, 길어진다. 둘째, 느끼해진다. 셋째, 공허해진다.

- 몇 가지만 명심하면 횡설수설하지 않는다. 가급적 한 가지 주제만 다루자. 감동을 주려고 하지 말자. 거창한 것, 창의적은 것을 써야 한다는 조바심을 버리자.

반드시 논리적일 필요도 없다.

- 횡설수설하는 두 번째 이유는 할 얘기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할 얘기가 분명하면 횡설수설하지 않는다. 요점만으로 간략히 정리가 된다.

 

o 김동식 교수는 『인문학 글쓰기를 위하여』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한다. “생각의 길이와 글의 길이를 서로 같게 한다는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

 

o 느낀 그대로, 아는 만큼 쓰자. 최대한 담백하고 담담하게 서술해나가자. 그러면 결코 횡설수설하지 않는다.

 

10. 비장함이야? 축제 분위기야?

- 기조를 잡아라

 

o 기조는 글의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 기조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다. 바로 논리적 접근과 정서적 접근이다. 대개 지도자들은 논리적 접근을 좋아한다. 정서적인 부분은 양념 정도로 생각한다. 대통령은 콘텐츠를 전하려고 하기 때문에 논리적인 기조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 기조를 잡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글 쓰는 사람의 목적과 이유이다. 글 쓰는 목적이 주장인지, 설득인지, 설명인지, 호소인지, 당부인지, 반박인지, 질타인지, 제안인지, 사과인지에 따라 기조가 바뀐다.

 

o 기조는 가급적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좋다. 일관성이란 측면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철저했다.

 

o 기조가 잡혔다고 해서 기조에만 매몰되어선 안 된다. 모든 사안에는 이해 당사자가 많다. 대표적으로 임금이나 근로조건과 관련한 얘기를 할 때에는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 어느 일방을 칭찬한 결과가 다른 일방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어떤 경우 엄하게 질책하는 쪽으로 분위기를 정했다 할지라도 시종일관 그쪽으로 몰고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 주된 기조로 80%, 그렇지 않은 쪽으로도 20% 정도를 안배하는 게 좋다. 이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모든 진실에는 흑백이 있다.”

 

11. 짚신으로는 나물을 만들 수 없습니다.

- 자료가 관건이다

 

o 한 줄 쓰고 나면 더 이상 쓸 말이 없다. 자료 부족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것만으로는 글을 쓸 수 없다. 자료 확보가 필수적이다.

- 소설가 김훈은 『글쓰기의 최소 원칙』이란 책에서 좋은 글의 조건을 이렇게 말했다. “정보와 사실이 많고, 그것이 정확해야 되며, 그 배열이 논리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o 글은 자신이 제기하고자 하는 주제의 근거를 제시하고 그 타당성을 입증해보이는 싸움이다. 이 싸움은 좋은 자료를 얼마나 많이 모으느냐에 성패가 좌우된다.

 

o 자료 찾기는 자기 글이 실리는 매체나 말해야 하는 행사에 대한 연구로부터 시작된다. 자신의 글이 언제 어느 지면에 실리는지, 내 글을 읽는 독자는 누구인지를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 이른바 ‘판을 읽는’ 과정이다.

- 그 다음으로 찾아봐야 할 것이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핵심메시지에 관한 내용이다.

 

o 대통령 연설문의 경우, 대통령이 했던 말을 찾아보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방대한 발언록을 샅샅이 뒤지면 어딘가에 분명 답이 있다.

 

o 남의 글을 따라 쓰는 것이 글쓰기 연습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단 조심할 것이 있다. 표절은 안 된다. 어떤 경우에도 표절은 삼가야 한다.

 

o 2005년 5월 우즈베키스탄 국빈 만찬 답사 초안을 보고했을 때였다. 노 대통령은 이런 코멘트를 달아 비서실로 다시 내려보냈다. “딱히 흠 잡을 데도 없으나 썩 마음에 들지도 않습니다. 좋은 소재가 없기 때문인가 싶기도 합니다만, 짚신으로 맛있는 나물을 만들어내야 훌륭한 요리사라 할 수 있지요.”

- 늦었지만 대통령께 한 말씀 드리고 싶다. “대통령님, 짚신으로는 나물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12. 글쓰기란 결국 얼개 짜기

- 글의 구조를 만드는 법

 

o 어떤 순서와 논리로 글을 엮을 것인지 틀을 짜고 뼈대를 세우는 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다섯 가지다.

- 첫째, 글을 쓸 때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 둘째, 하고자 하는 이야기 간의 분량 안배를 위해서다.

- 셋째,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누락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 넷째, 앞에 나온 얘기가 뒤에 또 나오는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다.

- 다섯째, 전체적인 통일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o 노무현 대통령은 글의 체계를 세운다고 얘기했다. 또는 얼개를 짠다고도 했다. 글쓰기 로드맵을 그리는 이 과정을 매우 중시했다.

- 백지에 명제들을 툭툭 던져놓고 명제와 명제 사이의 빈 공간을 채워가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채워가다 보면 한 편의 글, 한 권의 책이 완성된다. 이 작업을 할 때는 우선 얘기하고자 하는 내용을 경제․정치․사회 등으로 잘 분류해야 한다. 같은 분야의 내용끼리 묶는 범주화 과정이다. 그런 이후에 하나의 범주 안에서 큰 주제와 작은 주제로 줄을 세우는 서열화 작업을 하여 큰제목, 중간제목, 소제목을 만들어낸다.

 

o 노 대통령은 얼개 안에서 총론과 각론, 각론과 각론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입체적 구조의 글을 쓰고자 했다. 그래서 자기주장을 열거하는 방식은 선호하지 않는다. 열거된 사안과 사안 간의 유기적 관계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평면적 서술은 논리적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글을 밋밋하게 한다고 보았다.

 

o 김대중 대통령은 주로 기-승-전-결 혹은 서론(도입)-본론(전개)-결론(정리) 구조에 맞춰 짰다. 소위 ‘3김 시대’에 기자들이 “YS의 말은 아무리 받아 적어도 나중엔 기사 쓸 것이 없는 반면, DJ의 말은 그대로 기사가 된다”고 할 정도로 김 대통령의 연설문은 하나의 완결된 구조를 갖췄다.

 

o 어느 구조로 글을 쓰건 분량 안배가 중요하다. 서론-본론-결론으로 틀을 짠 경우, 각각의 비율을 미리 정해놓고 글쓰기에 들어가야 한다. 통상 10:70:20 정도가 적절한 수준이 아닌가 싶다.

 

13. 말과 글은 시작이 절반

- 첫머리 시작 방법 16가지

 

o 말과 글의 성패는 첫마디, 첫 문장에서 판가름 난다. 거꾸로 얘기하면, 출발에서 실패하면 독자와 청중은 떠난다. 그런 점에서 글의 시작은 유혹이어야 한다. 치명적인 유혹이면 더욱 좋다.

 

o 글의 시작이 어려운 이유는 긴장하기 때문이다. 긴장하는 이유는 둘 중의 하나다. 첫째는 눈이 높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글쓰기가 아닌 글짓기를 하려고 한다. 글짓기는 농사짓기와 같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당연히 힘들 수 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남의 눈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o 노무현 대통령은 늘 의례적인 시작을 피하려고 했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시작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에 반해 김대중 대통령은 격식을 갖춘 출발을 선택했다.

 

o 사람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는 나는 갑작스럽게 ‘한마디’ 해야 하는 경우에 대비해 몇 가지 팁을 머리에 넣고 다닌다.

1. 소감

- 기쁘다든가, 영광스럽다든가, 반갑다든가, 이런 말로 그 자리에 참석한 소회를 밝히는 것이다. 이것은 두 대통령 모두 자주 썼던 서두였다. 하지만 자신을 과도하게 낮추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2. 개인적인 인연이나 에피소드

3. 행사 장소에 대한 의미 부여

- 행사 장소에 대한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경우, 이에 대한 소감을 밝힌다. “문화전당이 들어서게 된 이곳 금남로는 민주주의 역사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자랑스러운 역사의 현장입니다.”

4. 겸양

- 자기가 말해야 할 순서에 앞서 자신을 소개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소개말을 받아서 얘기를 시작하는 것이 순발력이 있어 보이고 자연스럽기도 하다. 적어도 ‘과분한 소개에 감사하다’는 한마디는 필요하다.

5. 관계자에 대한 감사 표시

- 김대중 대통령은 칭찬에 인색하지 않았다. 아낌없이 칭찬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

6. 의표를 찌르는 시작

- 뜬금없이 들어가는 것도 방법이다. 일종의 충격요법이다. 귀를 번쩍 뜨이게 하는 강렬한 첫마디는 분위기를 압도할 수 있다.

7. 질문으로 시작

- 긴장감을 높이고 말하는 사람의 부담을 청중에게 전가하는 방식이다. 청중을 자기의 연설이나 글 안에 끌어들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당신은 구경꾼이 아니야. 정신 빠짝 차려!’ 하는 말로 시작하는 것이다.

8. 최근 사건 및 뉴스 언급

9. 통계 자료 제시

10. 인간적으로 솔직하게 시작

- 다소 서툴더라도 계산되지 않은 솔직함과 멋쩍은 표정으로 시작하는 것이 치장된 수사와 형식적인 말보다 훨씬 반응이 좋다. “이런 자리 처음입니다. 어디 가서 말을 잘 못합니다. 많이 떨립니다.” 이렇게 첫마디를 하고 나면 마음이 편안하다.

11. 하고자 하는 말의 요점

-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의 요지를 얘기하고 시작하는 것이다.

12. 유익 강조

- 내 글을 다 읽었을 때, 내 말을 끝까지 들었을 때 어떤 유익이 있을 것인지를 서두에서 알려주는 것이다. “글쓰기에 관한 오늘 내 강연을 다 듣고 나면 적어도 글을 쓰는 것이 두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13. 정의

- 명제 형태로 자신이 글 속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한마디로 정의하고 시작하는 것이다.

14. 이어 받기

- “앞서 발표하신 혁신사례 하나하나 모두 귀하고 값진 성과들입니다.” 또는 “얘기 잘 들었습니다. 너무 좋은 말씀이어서 뒤에 얘기하는 사람이 부담이 많이 됩니다”와 같이 앞서 얘기한 사람에 대한 칭찬으로 시작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이다.

15. 속담이나 격언 인용

16. 침묵

- 특별한 경우에는 침묵으로 시작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2011년 1월 미국 애리조나 주 총기 사건 추모식 연설 도중 오바마는 희생자의 이름을 부르다 50여 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 주의할 점. 시작을 너무 길게 끌면 안 된다.

 

o 아리스토텔레스는 글의 시작은 유혹이며, 유혹은 짧을수록 좋다고 하였다.

 

o 이태준의 『문장강화』에 나오는 구절

- “글에서 첫마디가 길흉(吉凶)을 좌우하는 수가 많다. 너무 덤비지 말 것이다. 너무 긴장하지 말 것이다. 기(寄)히 하려 하지 말고 평범하면 된다.

 

14. 대통령의 글 전개하기 가르침(1)

- 서술하기

 

o 두 대통령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르쳐준 서술 시 유의해야 할 사항들

1. 한 문장 하나 메시지

- 한 문장 혹은 한 단락 안에서는 한 가지 개념, 한 가지 사실만을 언급하는 게 좋다. 그리고 그것에 집중하자.

2. 군더더기 삭제

- 모든 문장에서 없어도 되는 말은 없는지 찾아보자. 그 말이 없어도 이해가 되면 불필요한 말이다.

3. 접속사 절제

- 접속사를 가급적 쓰지 않는 버릇을 들이자. 독자나 청중은 맥락과 전체 흐름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다 알아듣는다. 접속사는 글 쓰는 사람 머릿속에만 있으면 된다.

4. 논리적 전개

- 논리가 명확하고 비약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표현이나 말을 굳이 쓰려고 하지 말고 논리를 정확하게 표현해주시기 바랍니다.”(노무현 대통령 코멘트)

- 김대중 대통령의 논리가 돋보인 연설이 있다. 1998년 6월 미국 국빈 방문 시 대통령은 햇볕정책의 당위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햇볕정책은 미국의 성공에서 배운 것입니다. 미국의 데탕트정책이 바로 그것입니다. 총 한 번 쏘지 않고 소련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반대로 미국이 쿠바를 40년 동안 봉쇄하고 압박했지만 굴복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산주의는 문을 열면 망하고 닫으면 강해집니다.”

5. 연역과 귀납

- 노무현 대통령은 주로 단락별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서두에 규정하고 뒤에서 푸는 전개 방식을 선호했다. ‘고비는 넘겼습니다’라고 한 후에 그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잘될 것입니다’ 하고 앞으로의 비전에 관해 얘기하고, ‘그러나 걱정이 있습니다’하고 우려하고 있는 사태에 대해 얘기한 후, ‘경제주체들의 협력이 필요합니다’라는 당부를 하는 식이다.

6. 선택과 집중

- 긴 문장과 짧은 문장, 긴 설명과 짧은 설명이 적절히 조화를 이뤘을 때 글이 맛깔나고 지루하지 않다.

7. 평면 vs 입체

- 김대중 대통령은 첫째, 둘째, 셋째 하는 식으로 평면적이고 설명적인 서술 방식을 선호한 데 비해, 노 대통령은 첫째, 둘째, 셋째를 쓰지 않았다. 대신 다음의 메모처럼 입체적인 구성을 주문했다. “ 무엇무엇이 필요하다고 죽 나열해놓고 하나씩 하나씩 설명한다든지, 받아치고 되친든지, 그런 입체 구조 없이 넘어가면 글이 밋밋해집니다.”

8. 이정표

- 한 주제에서 다음 주제로 넘어갈 때에는 반드시 무엇에 관해서 말하겠다고 알려주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독자나 청중들이 길을 잃기 십상이다. “무슨 말을 할지 예고하고, 생생한 사례를 들어 쉽게 설명하고, 말한 것을 중간에 요약해주고, 강력한 매듭을 지어주면 성공입니다.”(노무현 대통령)

9. 연결성

10. 단락의 일관성

- 일관성을 위해서는 논리성, 통일성, 완결성을 갖춰야 한다.

11. 호흡의 일관성

- 글을 나눠서 쓰면 그때마다 새로운 생각이 보태져 내용이 더 풍성해질 수 있다. 하지만 흐름은 줄곧 같아야 한다. 단숨에 쓴 것처럼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12. 응집성

- 같은 메시지는 한군데에 몰아줌으로써 글이 산만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13. 리듬 타기

- 자기 글의 리듬은 눈으로 보고 입으로 읽으면서 귀로 들어봐야 알 수 있다. 소리 내서 읽어 보자. 리듬이 안 맞으면 왠지 어색하다

14. 논박

- 글로 반박할 때에는 상대방이 쓴 내용을 요약한 후, 그에 대해 조목조목 차분하게 반박한다. 이러한 논박 중심의 글은 긴장감이 있다.

15. 현장감

16. 근거 제시

- 신뢰도를 높이는 적절한 통계와 수치를 활용한다. 충분한 예시와 사례, 일화도 설득력을 높인다.

 

15. 대통령의 글 전개하기 가르침(2)

- 표현하기

 

o 두 대통령 모두 추상적이고 현란한 표현을 싫어했다. 간결하고 명확하며 구체적인 표현을 좋아했다.

1. 최대한 쉽게

- 자기가 아는 말을 해야 쉬워진다. 또한 우리말로 바꿀 수 있는 한자어 사용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2. 짧은 문장

- “싫증나는 문장보다 배고픈 문장을 써라.” 몽테뉴

- 최대한 단문으로 써라. 쪼갤 수 있는 데까지 쪼개서 써라. 끊을 수 있는 데까지 끊어라. 주어와 서술어 사이의 거리를 짧게 하자. 그래야 읽는 사람이 이해가 빠르다.

3. 단순화

4. 명료

-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을 삼간다. 그래야 확실한 의미 전달이 가능하다. 읽거나 듣는 사람이 자기 머릿속에 골자를 정리할 수 있도록 전개 역시 명료해야 한다.

- “먼저 메시지를 명확히 하라. 그러면 나머지 말들이 따라서 올 것이다.”(로마 웅변가 카토의 말)

5. 평범

- 거창한 것, 특이한 것보다는 담백하고 평범한 게 좋다. 평범이 비범이고, 진리는 소박하다.

6. 압축

- 압축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압축한다. 상징적이고 함축적인 언어를 찾고 메시지를 표어화해서 기억에 남도록 한다. ‘문화는 미래입니다.’

7. 자연스러움

- 글은 글이되 말 같은 글, 친한 벗에게 얘기하듯이 자연스러운 글이 좋은 글이다.

8. 중복

- 중복은 글을 지루하고 늘어지게 한다. 한 단락 안에서 같은 단어가 또 나오지 않도록 한다.

9. 상징

- 잘만 사용하면 귀에 쏙 들어오고 오래 기억되는 효과가 있다. “민생이라는 말은 저에게 송곳입니다. 지난 4년 동안 저의 가슴을 아프게 찌르고 있습니다. 지금도 이 한마디는 저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습니다. 민생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2007년 1월 노무현 대통령 신년연설)

10. 생략

- 생략해도 좋은 말은 과감히 생략한다.

11. 점층

- 노 대통령은 점층적인 표현도 자주 썼다. “권력기관을 장악할 생각도 없고, 장악해서도 안 되고, 장악하는 게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12. 창의적 vs 의례적

- 두 대통령 모두 의례적이고 진부한 표현을 싫어했다. 늘 새롭고 창의적인 표현을 찾았다. 특히 일반론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은 지면과 시간 낭비다.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과 선입견에서 벗어나자.

- ‘참된 발견은 새로운 땅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보는 것’(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

13. 크게 그려라

- 대상이나 주제에 한정하지 말고, 보다 큰 시야에서 보고 전체를 아우르는 메시지로 확장한다.

- 김대중 대통령을 모시면서 칭찬을 딱 두 번 들었는데, 2000년 10월 군산자유무역지역 기공식 연설문에서 이 행사의 의미를 ‘서해안 시대의 개막’으로 규정

-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송도를 연결하는 인천대교 준공식 연설문에서 김 대통령은 이 다리의 의미를 ‘세계로 향하는 길’이라고 명명함

- 기왕이면 생각을 크게 하라. 그래서 손해 볼 일은 없다.

14. 과거 통해 현재 부각

15. 친근감 표시

- 칭찬, 치켜세움, 공통점 강조는 많을수록 좋다. 대신 진심을 담아야 한다. 허례허식이나 빈정거림 말으로 들리면 큰일이다.

16. 주의 집중

- 관심과 집중도를 높일 만한 내용을 적절히 배치한다. 개인적인 인연이나 에피소드가 있으면 소개하는 것이 그 한 방법이다. 질문을 던지는 것도 주의를 집중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17. 눈에 그려지게, 손에 잡히게

18. 인용

- 유명 인사의 말, 역사적인 사실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단, 표절을 해서는 안 되고, 남의 글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힌다.

19. 속담, 명언

20. 인상 깊은 문구

- 두 대통령 모두 인상 깊게, 뇌리에 박히는 표현을 잘 찾아냈다.

- 김대중 대통령은 1998년 10월 일본 국회 연설에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우연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 피와 땀의 결과라고 말하면서 “기적은 기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겼다.

- 노 대통령 역시 2003년 4월 국회 국정연설에서 “시장개혁만으로 시장은 개혁되지 않습니다.”는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16. 글을 끝내는 열두 가지 방법

- 맺음말 쓰기

 

o ‘위대한 국민에의 헌사’라는 제목의 김대중 대통령 퇴임 연설문은 이렇게 끝이 난다. “험난한 정치 생활 속에서 저로 인하여 상처 입고 마음 아파했던 분들에 대해서는 충심으로 화해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 김대중 대통령이 쓴 노 대통령 추모사의 처음과 끝은 이렇다. ‘노무현 대통령 당신, 죽어서도 죽지 마십시오.’(시작) ‘’우리가 깨어 있으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죽어서도 죽지 않습니다.‘(끝)

 

o 글쓰기는 다음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이다. 첫째, 무엇에 관해 쓰지? 둘째, 시작은 어떻게 하지? 셋째, 마무리는 무슨 말로 하지?

- 이에 대한 답을 가졌다면 글쓰기는 다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o 맺음말은 독자나 청중에게 남기는 마지막 인상이다. 연설을 망친 경우에도 마무리만 잘하면 중간은 된다.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것이다. 그래서 결정적 한방이 필요하다. 깊은 여운을 남길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o 『글쓰기의 재발견』의 저자 마이클 민웰은 ‘빨리, 강하게, 깊이 있게’가 성공적으로 끝마치는 요령이라고 했다. ‘빨리, 강하게, 깊이 있게’가 어렵다면, 마무리할 말이 떠오르지 않을 때, 다음 열두 가지 방식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 인용

- 속담이나 격언, 역사적 인물의 명언, 명구를 활용하여 끝내는 방식이다. 특별히 할 말이 없을 때 쓰는 가장 무난한 마무리다. “일본 속담에 ‘아이들은 부모의 등을 보며 자란다’ 말이 있습니다. 부모가 살아가는 모습이야말로 자라나는 세대에게 가장 귀한 가르침이 된다는 뜻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2003년 6월 노무현 대통령 일본 국회 연설문)

2. 정리

- 김대중 대통령이 자주 썼던 방식이다. 앞서 얘기한 내용의 핵심을 다시 한 번 짚어줌으로써 강조하건, 주요 내용을 정리해주는 것이다. “오늘 긴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제가 하고자 했던 얘기는 바로 이것입니다.”

3. 청유, 당부, 호소

- 당부하거나 권유할 내용을 ‘~합시다’하면서 마무리한다. 이를 통해 결심이나 행동을 자극한다. “금년 1년은 전면적인 개혁을 위해 눈물과 땀을 바칩시다. 오늘의 고난을 감수하고 같이 손잡고 힘차게 전진합시다.”(1998년 6월 김대중 대통령 취임 100일 회견 모두 연설)

4. 기대 표명

5. 약속, 다짐

6. 다시 한 번, 거듭

7. 주장

8. 전망

9. 덕담

10. 향후 과제

11. 개인적인 얘기

12. 여운

- 드라마의 극적인 반전처럼, 전혀 예상하지 않은 내용으로 끝냄으로써 청중이나 독자들에게 아쉬움을 안겨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마무리는 쉽지도 않을뿐더러, 실패하면 분위기가 썰렁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o 가장 좋지 않은 마무리는 질질 끄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소설가 안정효는 『글쓰기 만보』에서 재미있는 비유를 했다. “장황한 종결은 낭비다. 그것은 꽃상여와 비슷하다. 살아서는 뼈 빠지게 가난하여 누더기만 걸치고 옹색하게 살았던 사람이 죽은 다음 만장을 휘날리며 꽃상여를 타고 가서 어쩌겠다는 말인가.”

 

17. 국민 여러분 ‘개해’가 밝았습니다.

- 시작보다 중요한 퇴고

 

o "1991년 김대중 대표는 모스크바 대학에서 할 강연문을 열 번도 더 고치고 다듬었다. 김 대표가 원고를 수정해나가는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그의 생각과 고민, 그리고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가를 미리 알 수 있었다. 그는 원고를 여러 번 다듬고 고치면서 청중과 미리 대화하고 있었다.“ 당시 민주당 김대중 대표의 수행 비서였던 김한정 씨 증언이다.

 

o "모든 초고는 걸레다.‘ 헤밍웨이의 말이다. 그는 『노인과 바다』를 400여 차례 고쳐 썼다.

 

o 두 대통령은 눈이 높았다. 한마디로 고수다. 고수일수록 퇴고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실제로 쓰는 시간보다 고치는 시간이 더 길었다. 무엇을 고쳤나?

-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자리에서 이 얘기를 하는 게 맞는가 하는 것이었다. 바로 주제의 적절성 여부다.

- 두 번째 주안점은 주제가 명확하게 전달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 세 번째는 글의 전개에 무리는 없는가 하는 것이다.

- 네 번째는 내용상의 보완이다.

- 다섯 번째는 표현상의 문제다. 장순욱은 『글쓰기 지우고 줄이고 바꿔라』에서 지우고(반복 삭제), 줄이고(늘어진 것 조이기), 바꾸라(어색한 것 고치기)고 조언한다.

- 여섯 번째는 오류 찾기다. 아무리 사소한 오류라 할지라도 그것 하나가 글 전체의 격과 신뢰에 손상을 준다. 맞춤법과 띄어쓰기 오류, 사실관계 오류, 부호, 한자나 영어 등

- 일곱 번째는 독자나 청중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것들이다.

 

o 고치기 과정에서 몇 가지 지켜야 할 게 있다.

1. 오류는 틀림없이 있다.

- 오류를 수정하면 나아지는 게 반드시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반드시 있다. 2006년 신년사에서 노 대통령이 연설비서관실에서 보고한 초안을 수정하여 내려보냈는데 ‘국민 여러분, 개해가 밝았습니다’로 시작했다. 2006년이 병술년 개띠 해여서 고민에 빠졌다. 결국 대통령에게 여쭤봤다. 대통령은 너무 당연한 듯이 “그거 오타네.” 하는 거였다.

 

- 노무현 대통령은 주관이 뚜렷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분이다. 그래서 흔히 고집이 셀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적어도 연설문 수정과 관련하여 겪어본 바로는 그렇다. 어떤 참모가 ‘이 얘기는 수위가 너무 높습니다’하면 처음에는 듣기만 한다. 그런데 그 참모가 다시 같은 내용을 건의하면 항상 받아들였다. “두 번씩이나 얘기할 때는 필시 무슨 사정이 있을 것입니다. 수용하는 게 맞습니다. 터무니없는 얘기가 아닌 한 그 사람을 참모로 뒀으면 받아들여야지요.”

 

2. 철저히 독자가 되어야 한다.

- 글을 쓴 사람에 머물러 있으면 보이지 않는다. 거기서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다. 인정사정없는 독자가 되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미워하는 사람이 쓴 글이라 생각하고 가차 없이 고쳐야 한다.

3. 잠시 묵혀둬야 한다.

- 충분히 뜸을 들인 후 독자의 눈으로 다시 보자. 쉬운지, 명료한지, 설득력이 있는지, 혹시 오해할 것은 없는지 이리저리 뜯어보자.

4. 소리 내어 읽어 보자.

5.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자.

-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물어볼 것이고, 느낌은 얘기해줄 것이며, 명백한 오류는 잡아줄 것이다. 나아가 다른 시각으로 새로운 것을 찾아줄 것이다.

 

18. 글쓰기의 화룡정점

- 제목을 붙여라

 

o 신문은 ‘1면 머리기사 제목 장사’라고들 한다. 누구나 신문, 잡지를 볼 때 제목부터 본다.

- 기사 보기 ‘30-3-30 법칙’: 처음 30초 동안 제목과 부제와 사진을 보고, 읽기로 마음먹으면 3분 동안 기사 앞부분을 보며, 마음에 들면 30분 동안 끝까지 읽는다는 것이다.

 

o 책도 제목이 중요하다. 널리 알려진 얘기지만, 베스트셀러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원래 책 제목은 ‘유 엑셀런트’ 였다. 시장 반응이 거의 없었다. 책 제목을 바꿔 달자 큰 성공을 거뒀다.

- 책 사는 사람은 제목과 지은이, 목차를 본 후, 살지 말지를 결정한다.

 

o 일반 글에 있어서도 섹시한 제목이 절반 몫을 한다. 그렇다면 섹시함의 기준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시선을 끄는 것, 관심을 유발하는 것이어야 한다.

- 관심이 가는 이유는 둘 중 하나다. 첫 번째가 궁금증이다. 두 번째는 동기부여다.

 

o 좋은 제목의 조건

1. 호기심을 자극해야 한다.

2. 길어도 상관없지만, 최대한 압축하는 게 좋다.

3. 글 내용과 동떨어지면 곤란하다.

4.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면 일탈도 나쁘지 않다.

5. 호소형, 청유형도 자주 쓰인다.

6. 유행을 따라가는 식상함을 피한다.

7.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면 좋다.

- 너무 분명하면 여지가 없다. 상상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약간은 모호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19. 3.1절 아침에 쓴 경위서 한 장

- 글은 메시지다

 

o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이유는 분명하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글을 쓰기 전에 자신에게 물어봐야 한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그것이 떠오르지 않으면 아직 글 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o 핵심메시지는 가급적 셋 중의 하나로 정하는 게 좋다.

- 첫째, 자신이 잘 알고 열정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분야, 자신 있는 지점에서 붙어야 승산이 높다. 자신만의 시각을 보여주는 참신하고 독창적인 얘기일수록 좋다.

- 둘째, 듣는 사람이 바라고 기대하는 것. 노 대통령은 정치를 이렇게 얘기했다. “어젠다를 만들고 그것을 통해 세력으로 결집하는 게 정치다. 그러므로 정치인은 새로운 어젠다를 만들고 끊임없이 던져서 국민에게 생각이라도 해봐달라고 해야 한다.”

- 셋째, 그 계기에 반드시 해야만 하는 내용. 칭찬이 필요한 자리에는 칭찬을, 격려가 필요한 때에는 격려를, 위로가 필요한 자리에는 반드시 위로의 말이 들어가야 한다.

o 핵심메시지가 정해지면 모든 내용은 자동적으로 이를 향해 수렴한다. 따지고 보면 글이나 말은 핵심메시지를 잘 전달하기 위해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 사례, 비유 등을 나열하는 행위다.

 

20. 봉하에서의 대통령 퇴임 연설

- 짧은 말의 위력

 

o "할 말이 별로 없으면 짧게 하는 것으로도 한몫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좀 더 간결하게 다듬어보십시오.“(2005년 11월 APEC 정상회의 공식 만찬사에 대한 코멘트)

- “가급적 줄일 수 있으면 더 줄여주기 바랍니다. 핵심이 없이 지루한 글은 짧은 것만 못합니다. 길이를 줄이는 데 망설일 일은 아닙니다.”(2005년 12월 말레이사아 경제인 오찬 연설문에 대한 코멘트)

- 짧은 글일수록 압축된 어휘와 간결한 문장으로 써야 힘이 생깁니다. 다시 한 번 다듬어주시기 바랍니다.“(2006년 1월 신년사에 대한 코멘트)

 

o 글 쓰는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원칙, KISS!(Keep It Simple Short) :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전할 수만 있다면 짧을수록 좋다.

- 별다른 감동도, 유모도, 재미도 없는 글을 긴 시간 읽게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o 짧은 말은 긴 말보다 결코 쉽지 않다. 짧은 말 속에 모든 것을 얘기해야 하고, 또한 핵심을 찔러야 하기 때문이다.

- 조선 후기 명문장가 이덕무 선생은 이를 이렇게 얘기했다. “간략하되 뼈가 드러나지 않아야 하고, 상세하되 살찌지 않아야 한다.”

 

o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가 출판사에 원고를 보낸 후 반응이 궁금해서 이렇게 편지를 보냈다. “?” 이에 대해 출판사에서 답을 보내왔다. “!” 그 결과로 ‘레미제라블’이 탄생했다.

 

o 노무현 대통령도 짧은 연설을 자주 했다. 2005년 울산에서 열린 제86회 전국체육대회 연설. 긴 축사를 준비해 갔다. 막상 현장에 가보니 야간 개회식에 열광하는 수만 명의 청중과 선수단이 보였다. 그런 말을 할 상황이 아니었다.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연설문을 대폭 줄인 후 이렇게 끝냈다.

- “여러분 모두 승리하십시오. 최선을 다하십시오. 정정당당하게 승부하십시오. 그러면 모두 승리자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다정하고 든든한 친구가 될 것입니다. 우리 국민은 힘찬 박수로 응원할 것입니다.” 지루하고 긴 연설을 예상했던 청중의 반응이 뜨거웠던 것은 물론이다.

 

o 2005년, 제60회 경찰의 날 축하행사 자리에서 갑작스레 폭우가 쏟아졌다. 여경들이 추위에 떨고 있었다. 대통령의 긴 연설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은 원고를 덮고, 이런 요지로 말했다.

- “제가 7분짜리 치사를 준비했습니다. 줄여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여러분을 믿습니다.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가 우리 대한민국입니다. 이것은 바로 여러분의 자랑입니다.” 어떤 긴 연설보다 경찰에 대한 대통령의 따뜻한 애정이 녹아 있다.

 

o 글을 쓸 때는 더 넣을 것이 없나를 고민하기보다는 더 뺄 것이 없는지를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

-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글이 좋은 글이다. 군살은 사람에게만 좋지 않은 게 아니다.

 

21. 대통령의 언어 vs 서민의 언어

- 쉽게 쓰자

 

o "상대방이 내 말을 쉽게 이해할 것이라고 착각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글쓰기는 시작되어야 한다. 그러니 무조건 알아듣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것이 좋다.“ 김 대통령의 충고다. 그의 ‘대통령 수칙’ 7번이 ‘국민이 이해를 못할 때는 설명 방식을 재고하자’다.

- 김 대통령은 최대한 쉬운 표현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아무리 어려운 내용도 김 대통령의 손을 거치면 쉽고 명쾌한 내용으로 바뀌었다.

 

o 노무현 대통령은 “글이라는 것은 중학교 1,2학년 정도면 다 알아들을 수 있게 써야 한다.”

- 역사의 진보에 대한 노 대통령의 정의, 즉 소수가 누리던 것을 보다 많은 사람에게까지 확산하는 것. 그런 시각에서 보면 선택된 소수가 아니라 누구든지 이해할 수 있는 쉬운 글을 쓰는 것이야말로 역사 발전에 일조하는 길이다.

 

o 무슨 말인지 알아듣게 하고 제대로 이해시킬 책임은 쓰는 사람에게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 첫째, 당연히 쉬운 말로 써야 한다. 전문용어에 돼먹지 않은 알은체는 자제해야 한다.

- 둘째, 명확하게 짚어줘야 한다. ‘내가 하려는 얘기의 요점은 이것, 이것, 이것이다’라고. 그래서 읽는 사람이 척 보면 알 수 있어야 한다.

- 쉬운 이해를 위한 세 번째 방법은 사례를 들고 비유를 하는 것이다.

- 넷째, 반복해줘야 한다.

 

o 노 대통령은 일반인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서민의 언어를 쓰고자 했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대통령의 언어’를 쓰라고 옥조였다. 검사와의 대화에서 “막가자는 것이지요?”라고 했을 때, “못해먹겠다”고 했을 때, “대못질”이라는 표현을 썼을 때도 언론은 대통령의 말이 경박하다, 대통령의 말에 품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 노 대통령은 깔끔하게 정제된 표현보다는, 진솔하고 투박한 표현을 좋아했다. 우리가 살면서 평소 쓰는 일상어로 우리의 삶 속에 파고들려고 했다.

 

o 글은 쉽게 써야 한다. 말과 글은 듣는 사람, 읽는 사람이 갑이다. 설득당할 것인가, 감동할 것인가의 결정권은 듣는 사람, 읽는 사람에게 있으니까. 하지만 쉬운 글은 쓰기가 더 어렵다. 더 많은 고민을 필요로 한다. 차라리 어려운 글은 쓰기 쉽다.

- “쉽게 읽히는 글이 쓰기는 어렵다”고 한 헤밍웨이의 말은 확실히 맞다.

 

22. 노 대통령이 보고서 작성에 주문한 한 가지

- 명료하게 써라

 

o ‘단순한 것이 복잡한 것을 이긴다.’ 커뮤니케이션에서는 특히 그렇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 말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실천했다.

- “단순화해라. 많은 것을 전달하려는 욕심을 버려라. 한두 가지로 선택하고 거기에 집중하라.”

 

o '지식의 저주‘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단순한 문제를 복잡하게 말하는 데는 지식이 필요하고,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말하는 데는 내공이 필요하다.”

- 아는 것은 쓰고 싶다. 힘들게 쓴 것은 버리기 싫다. 지식의 저주는 마지막까지 글 쓰는 사람을 괴롭힌다.

 

o 2000년 조지 W. 부시와 엘 고어의 대결. 단순한 부시가 달변의 고어를 이겼다. 국민은 복잡하고 어려운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부시는 알았다.

 

o 김 대통령은 보고서 작성에 관해서 이렇게 요구했다. “보고서 자체로서 질문할 필요가 없도록 명료하게 만들어주기 바랍니다. 그것이 보고서의 완결성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o 요점을 한 줄로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는 게 좋은 글이다. 필자의 생각과 독자의 생각이 같아야 좋은 글이다. 해설이 붙어야 하는 메시지는 문제가 있다. 듣고 알아야 한다.

 

o 간결하면서도 명확한 메시지는 어떤 메시지인가.

- 우직한 단순성이 있다. 김영삼 대통령의 “굶으면 죽는다” 웃음이 나오지만 얼마나 명쾌한가

- 꾸미고 에두르지 않는다.

- 모호함이 없다.

- 구체적이다.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표현보다는 살면서 겪는 구체적인 말로 얘기해야 읽는 사람, 듣는 사람이 더 공감한다.

- 강력하다.

 

o 글이 명확하고 단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 첫째, 글을 쓰는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 둘째, 본질을 꿰뚫어봐야 한다.

- 셋째, 과욕은 금물이다.

- 넷째, 독자를 믿어야 한다.

 

23. “살아온 날을 보면 살아갈 날이 보입니다.”

- 진정성으로 승부하라

 

o 진실한 모든 말과 글은 훌륭하다. 진정성이다. 말과 글의 감동은 진정성에서 나온다.

 

o 정직한 글이 재미도 있다.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자서전을 준비하면서 집필팀에게 당부한 것도 이것이었다. “정직하게 써주세요. 대통령을 역임한 사람으로서 국민에게 솔직하게 자기 일생과 통치기록을 남기는 게 의무입니다.”(강원택 외, 『김대중을 생각한다』삼인)

 

o 진짜가 진정성의 첫째 조건이다. 솔직하고 정직해야 한다. 마음을 열고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것이 기본이다.

- 진정성의 두 번째 조건은 진실한 것이다. 이것은 솔직한 것과는 좀 다르다. 진실하다는 것은 단지 감추지 않고 속이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것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다. 진심이 담기지 않은 솔직함도 있다. 외교적 수사가 그렇다.

- 진정성의 세 번째 조건은 뉘우치는 것, 즉 반성하는 것이다.

- 진정성의 네 번째 조건은 행동과 실천이다.

- 진정성을 말할 때 놓쳐서는 안 될 게 하나 있다. 자신이 빠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사돈 남 말하듯 하는 것은 진정성이 없는 것이다. 자기희생을 전제해야 한다.

 

o 김대중 대통령은 진심으로 대하는 것을 대화의 제1원칙으로 삼았다. 대통령은 이렇게 얘기한다. “모든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적 신뢰를 쌓는 것이다. 입장이나 의견 차이가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진심으로 대하면 신뢰가 생기고, 신뢰가 쌓이면 모든 문제는 풀 수 있다. 진정성이 상대의 마음을 움직인다. 진정성 있는 대화는 그 시작은 힘들지만, 한번 시작되면 쉽게 깨지지 않는다”

- 김 대통령은 이런 원칙을 갖고 많은 정상과 지도자를 만났다. 국민 앞이라도 해야 할 쓴소리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지도자의 용기이고 도리라고 했다.

 

o “그 사람이 살아온 날들을 보면 그 사람이 살아갈 날들이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주 쓰던 말이다. 중요한 것은 행동과 실천이다. 말로만 해서는 진정성을 얻을 수 없다. 김대중 대통령은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줬다.

 

24. 그럴 때만 일국의 대통령인가요?

- 애드리브도 방법이다

 

o 노 대통령의 애드리브는 현장 교감을 위한 연설의 일부였다. 그가 애드리브를 하는 경우는 세 가지 상황이다. 첫째, 현장의 청중 상황이 예상과 다를 때. 둘째, 앞서 연설한 사람준비해 간 연설문 내용을 먼저 언급해버렸을 때. 셋째, 연설 현장에서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을 때.

 

o 좋은 애드리브는 현장감을 살리고 청중과 혼연일체가 되게 한다. 다만 실패한 애드리브가 문제가 될 뿐이다. 애드리브로 오히려 분위기가 썰렁해진다거나, 예정된 연설 시간을 맞추지 못하는 것 등이 문제다.

 

25. 손목시계에 ‘침묵’이라 써놓은 김 대통령

- 잘 듣고 많이 말하라

 

o 서구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글쓰기를 더 두려워한다. 왜 그럴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말하기와 듣기에 덜 익숙한 것도 원인 중의 하나일 듯싶다.

-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잘 말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o 지금은 지식정보화, 민주주의, 퍼스널미디어 시대다. 대화와 토론, 소통이 중요해졌다. 말하기 능력이 이 시대의 기본 소양이 됐다. 리더십의 조건도 바뀌었다. 감성적인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 감성적인 리더는 커뮤니케이션 역량과 공감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o 어떻게 해야 말을 잘할 수 있을까. 일단 말을 많이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의도적으로 많이 해야 한다. 나는 네 가지가 맞아야 말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방향이 맞아야 한다. 굳이 통찰이라고까지 할 것은 없다. 쓸모 있는 소리면 된다.

- 앞뒤가 맞아야 한다.

- 쿵짝이 맞아야 한다. 재미가 있어도 좋고, 정감이 있어도 좋고, 진심이 담겨도 좋다.

- 언행이 맞아야 한다. 한 말은 지켜야 하고, 말과 행동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o 두 대통령은 말을 잘했고 많이 했다. 듣기도 잘했다. 모두 글쓰기 연습 과정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토론하는 것을 참 좋아했다. 토론을 일상화했다.

- 무엇보다 의사결정과 문제 해결을 위해 토론했다. 인사 문제에도 토론이 동원됐다. “한 사람의 속삭이는 진언으로 결정하지 않습니다. 토론과 공개 검증을 거쳐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 "문제를 처리할 때는 반드시 토론을 열심히 해라. 토론의 목적은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의 오류를 발견하기 위한 것이다. 교만하지 말아야 하지만, 강한 자존심을 가져야 한다.“

 

o 김대중 대통령 역시 토론을 즐겨 했다. 특히 국제정세에 관해 토론을 많이 했다. 대통령은 2008년 9월 노르웨이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정상회의에서 ‘대화의 힘’이라는 주제로 다음과 같이 연설했다.

- “성공의 무기는 공동이익에 기초한 대화입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말할 능력을 주었습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말을 통해서 서로 소통하고, 갈등을 해소하고 협력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o 김 대통령은 대화할 때 여섯 가지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

- 첫째, 상대를 진심으로 대한다.

- 둘째, 어떤 경우에도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 셋째, 상대와 의견이 같을 때는 나도 같은 의견이라고 말해준다.

- 넷째, 대화가 끝났을 때는 ‘당신 덕분에 대화가 성공적이었다’고 말해준다.

- 다섯째, 되도록 상대 말을 많이 들어준다.

- 여섯째, 할 말은 모아두었다가 대화 사이사이에 집어넣고, 꼭 해야 할 말은 빠뜨리지 않는다.

 

o 김 대통령은 경청의 달인이기도 했다. 경청의 ‘경’은 기울일 경(傾)이다. 몸을 기울여 들어야 진짜 경청이다. 대통령은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도 간혹 “그렇지요? 예∼내 생각도 그래요.”와 같은 추임새만 넣어줬다.

- 대화는 얼마나 말을 잘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의 말을 잘 듣는 것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대화의 요체는 수사학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심리학에 있다. 소크라테스는 ‘상대방의 말을 경청할 때 비로소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남의 말에 귀 기울일 줄 모르는 사람은 대화의 실격자요, 인생의 실격자다.”

 

o 김 대통령은 어느 날 경청에 대해 이렇게 고백했다고 한다.

- “내가 지금 하는 말은 나를 두고 하는 말이다. 과거에 나 혼자 말 다했다. 심지어 손목시계에, 또 화장실에 ‘침묵’이라고 써 붙여놓기까지 하면서 말을 자제하려고 했다.의 말을 듣고, 사람을 격려하는 것, 내 자랑을 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사람이 낙심했을 때 용기를 주는 말을 많이 해야 한다. 이것을 기술적으로 하면 안 되고 마음으로 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o 노 대통령이 독회를 시작하기 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 “회의하러 들어가면 사람들 얼굴을 죽 한 번 봅니다. 특히 눈을 봅니다. 어떤 사람의 눈은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심지어 귀찮다는 눈빛을 보냅니다. 그에 반해 어떤 사람의 눈은 빛이 납니다. 대통령이 무슨 소리를 하려는지 호기심이 가득찬 눈, 무언가 얻어가겠다는 눈빛을 봅니다. 그것이 듣는 사람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o 글 잘 쓰기는 잘 듣기로부터 시작하는 게 맞다. 스스로 중심만 잡을 수 있으면 많이 들을수록 좋다. 잘 들어야 말을 잘할 수 있고, 말을 잘해야 잘 쓸 수 있다.

 

26. 다섯 번의 죽을 고비, 6년의 감옥 생활

- 콘텐츠 만들기

 

o 글쓰기는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보여주는 것이다. 경험한 것과 생각한 것, 이것이 콘텐츠다. 그런 점에서 두 대통령은 평생 동안 콘텐츠를 만들어왔다.

 

o 퇴임을 8개월여 앞둔 2007년 6월 노 대통령은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총회에 축하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 “민주주의에 완성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역사는 끊임없이 진보합니다.(중략)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미래입니다.”

- 역사의 진보에 대한 믿음, 민주주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담고 있다. 노 대통령의 연설문은 가슴을 뜨겁게 한다. 사람을 행동하게 하는 그 무엇이 있다. 바로 노무현 콘텐츠의 힘이다.

 

o 자기 인생에서 길어 올린 자신만의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방법은 있다. 남의 것을 훔치는 것이다. 훔치는 방법은 관찰이다. 세심하고 용의주도한 관찰이다.

- 김 대통령은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길거리의 꽃을 보고 지구의 운명과 환경을 생각했으며, 거리의 간판을 보고 우리 경제의 흐름과 사회문화의 변화상을 살폈습니다.”

- 관심 있는 만큼 보이고, 알면 사랑한다고 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12년 동안 관찰한 결과, 소설 『개미』를 썼다. 주변 사람과 사물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열심히 관찰하면 된다.

 

o 노무현 대통령은 한술 더 떴다. 산에 가면 풀과 나무, 꽃 이름을 물어봤다. 비행기를 타면 구름 아래 펼쳐진 산맥과 강 이름을 궁금해 했다. 차로 이동 중일 때도 옆에 앉은 수행비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 호기심이 많은 사람은 주의 깊게 관찰한다. 관찰하면 이런저런 연상이 떠오른다. 그걸 가지고 자기를 잘 들여다보면 생각이 만들어진다. 이런 생각들이 모아지면 자기 콘텐츠가 된다.

 

o 자기 콘텐츠를 만드는 데 있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자기 콘텐츠는 무엇을 정할 것인가.

- 첫째,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다.

- 둘째,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다.

- 셋째, 이슈가 되거나 남들이 흥미로워하는 분야여야 한다.

 

o 그렇다면 콘텐츠의 조건은 무엇일까

- 목적의식이 분명해야 한다.

-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 사물보다는 사람과 연관 짓는 제 좋다.

- 내 것이어야 한다.

- 널리 확산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라.

 

27. 어느 연설보다 위대한 웅변, ‘눈물’

- 이미지를 생각하라

 

o 이미지냐, 콘텐츠냐? 형식이냐, 내용이냐? 겉이냐, 속이냐? 대다수는 전자보다는 후자 쪽 손을 들어줄 것이다. 그런데 이와 전혀 상반된 주장이 있다. 바로 ‘메라비언 법칙’이다. 어떤 사람이 말을 했을 때, 그로부터 받는 인상은 자세와 용모, 복장, 제스처가 55%, 목소리 톤이나 음색이 38%, 내용이 7%의 중요도를 갖는다는 것이다. UCLA 심리학과 교수 앨버트 메라비언의 주장이다,.

- 이 주장에 따르면 말의 ‘내용’은 중요도란 면에서 고작 7%의 비중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93%는 이미지가 좌우한다.

- 이미지가 말이나 글보다 강하고, 몸이 입보다 더 많은 말을 한다는 것이다.

 

o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은 사투리를 버리지 못했다. 특히 김 대통령은 쇳소리와 특유의 억양이 TV 토론에 걸림돌이 될 만큼 단점을 지적됐다. 최고의 연설가로 꼽히는 윈스턴 처칠은 선천적 말더듬이였다. 링컨은 쉰 목소리와 켄터키 사투리, 너무 높은 음색으로 듣는 사람을 불편하게 했다.

- 그럼에도 두 대통령을 광복 이후 최고의 연설가라고 하는 데에 토를 달 사람은 없다. 왜일까? 그 답은 정체성에서 찾아야 한다. 정체성은 행적으로부터 나온다.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중요하다.

 

o 두 대통령은 본인 뜻과 무관하게 이미지 덕을 보기도 했다. 그것은 눈물이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의 눈물’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노 대통령은 또 2007년 9월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화려한 휴가’를 관람한 후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 2009년 5월 노무현 대통령 영결식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권양숙 여사를 붙들고 오열하는 모습은 백 마디 천 마디 말보다 더 큰 감동을 주었다.

 

o 영상 시대다. 비주얼을 무시할 수 없는 시대다. 감성적·정서적 접근이 필요하다. 콘텐츠를 중시하되 이미지도 놓치지 말자. 아니 적극적으로 신경 써 관리하자. 단 진짜를 보여주자.

 

28. “우리는 아무리 약해도 강합니다”

- 용기가 필요하다

 

o 김대중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용기는 모든 도덕 중 최고의 미덕이다. 용기만이 공포와 유혹과 나태를 물리칠 수 있다.”

- 글을 쓰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다. 첫 줄을 쓰는 용기, 자신을 직시할 수 있는 용기,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용기, 쓴 글을 남에게 내보이는 용기가 필요하다.

 

o 남들이 모두 ‘그렇다’고 할 때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모두가 침묵할 때 먼저 나서서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진실한 글을 쓰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다. 두 대통령은 용기가 있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용기 있게 말하고 글을 썼다.

 

o 1980년대 초 총칼로 권력을 찬탈한 신군부 세력이 달콤한 제안으로 회유하려 했을 때 김대중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당신들에게 협력하면 일시적으로는 살지만 영원히 죽는다. 그러나 당신들에게 협력하지 않으면 일시적으로는 죽지만 역사와 국민의 마음속에 영원히 산다. 따라서 나는 영원히 사는 길을 택하겠다.”

 

o 1981년 9월 노무현 대통령은 부림사건 변론에서 기득권을 내려놓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돈 잘 버는 변호사의 길을 버리고 인권변호사의 가시밭길을 택한 것이다.

- “우리 아들딸들이 이런 세상에 살게 해서는 안 됩니다.”

 

o 김대중 대통령은 자신의 자서전에서 참된 용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 “우리는 아무리 강해도 약합니다. 두렵다고, 겁이 난다고 주저앉아만 있으면 아무것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두렵지 않기 때문에 나서는 것이 아닙니다. 두렵지만, 나서야 하기 때문에 나서는 것입니다. 그것이 참된 용기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아무리 약해도 강합니다.

 

o 말하고 글을 쓰는 것이야말로 용기를 필요로 한다. 또한 우리는 글을 보며 용기를 얻는다. 그럼으로써 세상은 변화한다.

 

29. 청와대 독회제도

- 글을 혼자 쓸 필요는 없다

 

o ‘디캔팅(decanting)’라는 것이 있다. 와인에 가라앉은 찌꺼기를 제거하고, 고유의 향을 살려내는 과정이다.

- 글 쓰는 과정에서도 디캔팅이 필요하다. 자기가 쓰고 있는 글에 대해 주변 사람에게 얘기하고, 또 그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 바로 글쓰기의 디캔팅 과정이다.

- 청와대에도 연설문을 비롯해 글과 관련하여 이런 과정이 있다. 바로 독회란 것이다. 일종의 글 검토회의다.

 

o 김 대통령은 대화가 틀어지는 세 가지 경우를 얘기했다. 첫째는 상대방 의견을 무시하는 것이고, 둘째는 자기 혼자 결론을 다 내버리는 것이며, 셋째는 자기 자랑만 늘어놓는 것이다.

 

o 독회를 할 때 몇 가지 암묵적으로 합의한 룰이 있었다.

- 첫째, 생각나는 대로 얘기한다.

- 둘째, 모든 내용은 일단 받아들인다.

- 셋째, 골고루 돌아가며 한 마디씩이라도 한다.

- 넷째, 누가 무슨 얘기를 하건 그것에 대해 비판하지 않는다.

- 다섯째, 결정을 해야 할 때, 서로 의견이 다르면 비서관이 결정한다.

 

o 독회제도의 장점

- 첫째, 완성도가 높아진다.

- 둘째,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 셋째, 초안을 쓰는 부담이 적다.

- 넷째, 톤이 균질해진다.

- 다섯째, 교육이 된다. 잘 쓴 사람의 글을 보면서, 또 함께 고치면서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배우게 된다.

- 여섯째, 위기관리가 된다.

o 글은 꼭 혼자 쓸 필요 없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하지 않던가. 참여정부 연설비서관실의 독회제도를 자기가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활용해보는 것은 어떤가. 그게 귀찮다면 적어도 주변 사람에게 글을 보여줘라. 글은 여러 사람에게 내돌릴수록 좋아진다.

 

30. “하느님 뜻에 따르겠다니요?”

- 유머에도 법칙이 있다.

 

o 유머나 조크는 음식의 고명과 같다. 없어서 문제 될 것은 없다. 하지만 잘 얹으면 음식의 맛과 모양이 확 달라진다.

- 두 대통령은 유머감각이 남달랐다. 그들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라. 장난기가 묻어난다. 무언가 재미있는 일을 찾는 악동 같다. 나아가 두 대통령에게는 특유의 아우라가 있다. 만나는 것만으로도 기분을 들뜨게 한다. 볼 때마다 새롭고 기대된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정말 재밌다. 상대를 배려하기 위한 마음이 느껴진다.

 

o 김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를 비롯해 방송에 나가서도 특유의 유머감각을 발휘했다. IMF 고통 분담 차원에서 월급을 반납할 생각이 있는지 묻자, “나야 청와대에서 먹여주고 재워주는데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는냐”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o 또한 김대통령은 2002년 MBC '21세기 위원회‘라는 프로그램에 나가 이런 일화도 소개했다.

- “1980년 사형 선고를 받고 죽을 날을 기다리는데, 우리 아내가 ‘김대중을 살려달라’고 기도하는 게 아니라 ‘하느님 뜻에 따르겠다’고 해서 어찌나 섭섭했는지 몰라요.” 김 대통령은 죽음을 목전에 둔 상황을 설명할 때도 익살을 곁들였다.

 

o 노무현 대통령 역시 유머와 위트의 달인이었다. 친근한 이미지와 친화력의 저변에는 타고난 해학과 기지가 있었다. 2004년 5월 연세대 리더십 특강에서 노 대통령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얘기하다가 요즘 근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손녀가 예쁩니다. 그런데 아무리 예뻐봤자 뻔하죠. 한계가 있지요. 저를 보면 상상이 되지요?”

 

o 미국의 밥 돌 전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쓴 책 『대통령의 유머』에 보면 역대 대통령의 유머리스트 순위가 나온다.

- 1위 에이브러햄 링컨 : 가장 위대하고 가장 재미있었던 우리의 대통령

- 2위 로널드 레이건 : 배우로서 결코 타이밍이 어긋나는 법이 없었다.

- 3위 프랭클린 루스벨트 : 그의 위트는 미국이 공항과 세계대저늘 견뎌내는 데 도움이 됐다.

- 미국 대통령은 청중을 웃게 만드는 것이 대통령의 의무라도 되는 것처럼 끊임없이 유머를 시도했다.

 

31. 대연정 제안은 갑작스러운 게 아니었다

- 타이밍을 잡아라

 

o 전화기 발명은 우리가 아는 그레이엄 벨이 아니라 엘리샤 그레이가 먼저였다고 한다. 그러나 특허 접수는 두 시간 차이로 벨이 빨랐다. 간발의 차이가 두 사람의 운명을 갈랐다.

- 바로 타이밍이다. 스포츠에서도 승패의 갈림길이 나눠지는 순간이 있다. 이 타이밍을 잘 잡아서 어떻게 살리느냐가 중요하다.

 

o 적당한 시점에 필요한 말을 하는 게 정치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렇게 얘기했다.

- “정치에서는 이슈를 주도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먼저 이슈를 제기하고 경쟁하는 상대방이 그 이슈에 따라오면 그 게임은 이슈를 제기하는 쪽이 이길 가능성이 높다.”(최경환, 『김대중 리더십』, 아침이슬)

 

o 글을 써 놓았다면, 발표할 내용이 있다면 타이밍을 생각해야 한다. 최적의 타이밍을 찾기 위해 힘써야 한다. 그것을 포착하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성공이다. ‘타이밍이 전부다(Timing is everything)'라는 서양 속담도 있지 않은가.

 

32. “그가 쓴 글을 가져와보세요”

- 자기만의 글을 쓰자

 

o 국민의 정부에서 연설 행정관으로 일하면서 김대중 대통령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하나 있다.

- 무엇이 되느냐 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모든 사람이 인생의 사업에서 성공할 수 없다. 하지만 원칙을지고 가치 있게 살면 성공한 인생이고, 이런 점에서 우리 모두는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

- 이것을 ‘글’에 대비하여 얘기해보자. “글을 잘 쓰려고 하기보다는 자기만의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사람이 글을 잘 쓸 수는 없다. 하지만 자기만의 스타일과 콘텐츠로 쓰면 되고, 이런 점에서 우리 모두는 성공적인 글쓰기를 할 수 있다. ”

 

o 자기만의 글이란 어떤 글인가?

- 째, 자기만의 관점이 있어야 한다. 김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모든 지식은 내 자신의 비판의 그물에서 여과시켜 받아들여야 한다. 설사 그것이 미숙하고 과오를 범할 위험이 있을지라도, 그것이야말로 내가 나로서 사는 유일한 지적 생활의 길이다.”(최성, 『김대중 잠언집』, 다산책방)

- 자기 글의 두 번째 조건은 자기 스타일대로 쓰는 것이다. 스타일은 문체일 수도 있고, 글 쓰는 방식일 수도 있다.

- 관점과 스타일보다는 작은 얘기지만, 자기만의 느낌도 필요하다. 고유의 감수성 혹은 감각에서 비롯되는 이것이 자기 글의 세 번째 조건이다. 일반적으로 얘기되는 것, 즉 구태의연한 표현 말고 자기만의 인상을 찾아내야 자기 글이 된다. 그런 포인트를 짚어내야 한다. 그게 없으면 그저 그런 글, 주인 없는 글이 되고 만다.

 

o 자신의 관점 없이 이 사람 저 사람의 생각을 옮겨서 짜깁기를 하다보면 흥부 옷처럼 정체불명의 총천연색 누더기 글이 된다. 자기 세계가 있는 글은 물 흐르듯 술술 읽힌다. 자기 세계가 관점을 만들고, 관점이 있어야 훌륭한 글이 된다.

 

o 노무현 대통령은 “글은 자신의 가치관, 세계관대로 쓰는 것이다. 타당성만 있다면 튀는 것을 주저하거나 개의할 일이 아니다.”고 했다.

- 노 대통령은 공직자를 기용할 때도 그가 쓴 글을 가져와보라고 했다. 저서나 신문 기고글을 찾아보고 판단했다. 노 대통령은 정치권에도 이렇게 얘기했다. “자기 의제와 자기 노선을 갖지 않은 정당은 몰락한다.”

 

o 김 대통령은 자기 말을 하고, 자기 글을 써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 “야당은 야당답게, 여당은 여당답게 일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할 경우 자연히 상대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고, 심지어 비난과 모욕을 당하는 수가 있다. 그러나 이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반대를 두려워해서 자기 할 말을 못하는 리더, 모두로부터 좋은 말만 들으려고 하는 리더는 설사 좋은 사람이라는 소리는 들을지언정 결코 성공하는 리더가 되기는 어렵다.”

 

o 자기만의 인상을 찾아내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 의문을 갖는 것이다. 궁금하지 않으면 느낌도 없다.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이 자기만의 느낌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 고정관념과 관성, 상투성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 융합적으로 사고하는 것이다.

- 유연하게 사고하는 것이다.

 

33. 아랫목 윗목론의 탄생

- 적당히 잘 꾸며라

 

o 미국 레이건 행정부 출범에 관여한 정치학자 월러 R. 뉴웰은 그의 책 『대통령의 조건』에서 대통령에게 필요한 열 가지 자질 중의 하나로 ‘감동적인 수사법’을 들었다. 단, 조건이 붙었다. 적당히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o 김대중 대통령의 연설은 감동이 있다. ‘주옥같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왜 그럴까. 그의 말은 행동하는 삶에서 우려낸 것이다. 말의 성찬이 아니다. 그래서 같은 말도 감동이 있다.

- ‘우리는 전진해야 할 때 주저하지 말며, 인내해야 할 때 초조해하지 말며, 후회해야 할 때 낙심하지 말아야 합니다.’

- '논리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경험은 잡담이며, 경험의 검증을 거치지 않는 논리는 공론이다.‘

 

o 김 대통령의 수사는 조리가 있다. 논리정연하다. 듣고 있으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 “국민이 언제나 현명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민심은 마지막에 가장 현명하다. 국민이 언제나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지막 승리자는 국민이다.”

- “역사는 우리에게 진실만을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역사는 시간 앞에 무릎을 꿇는다. 시간이 지나면 역사의 진실을 알게 될 것이다.”

-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며 통일에의 희망이 무지개처럼 피어오르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

 

o 노 대통령은 화려한 수사를 좋아하지 않았다. 담백한 것을 좋아해서 간혹 수사가 많이 들어간 연설문에는 코멘트를 달아 내려보내기도 했다. “수사는 간결하고 공감대가 분명한 경우에만 효과가 있습니다. 알맹이 없는 의례적인 수사는 오히려 연설의 품위를 깎을 수 있습니다.”

- “민생은 정책에서 나오고, 정책은 정치에서 나옵니다. 정치는 여론을 따르고, 여론은 언론이 주도합니다. 언론의 수준이 그 사회의 수준을 좌우할 수밖에 없습니다.(2007년 6월 참여정부 평가포럼 강연)

 

o 두 대통령이 공통적으로 주문한 것이 있다. 이해하기 쉽게 쓰라는 것. 비유법 같은 수사법도 이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 1999년 2월 취임 1주년을 맞은 김대중 대통령은 TV로 ‘국민과의 대화’를 했다. “경기 회복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상인의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우리 경기의 현실은 이렇습니다. 차디찬 방 아궁이에 불을 지폈는데, 아랫목에선 약간 훈기를 느끼지만 윗목은 여전히 찬 것과 같습니다. 경기가 좋아지면 윗목에도 자연히 온기가 돌 것입니다.” 이게 그 유명한 ‘아랫목 윗목론’이다.

 

o 두 대통령은 알기 쉬운 표현을 위해 비유를 많이 했다.

- “정치가는 망원경처럼 사물을 멀리 넓게 봐야 하고, 동시에 현미경처럼 세밀하고 깊이 있게 보기도 해야 합니다.”(김대중 대통령)

- “정책이 상품이면 정치는 생산설비입니다.”(노무현 대통령)

o 두 대통령은 조어와 카피의 천재이기도 했다.

- ‘행동하는 양심’, ‘철의 실크로드’, ‘북방경제’, ‘한반도 시대’(김대중 대통령)

- ‘사람 사는 세상, 깨어 있는 시민’,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노무현 대통령)

 

o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누군가를 설득하려면 에토스(ethos, 인간적 신뢰), 파토스(pathos, 감성적 호소력), 로고스(logos, 논리적 적합성)가 필요하다고 했다. 두 대통령이 남긴 말에서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본다.

-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전진한다.”(김대중 대통령)

- “너무 슬퍼하지 마라 /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 미안해하지 마라 /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 운명이다.“(노무현 대통령)

- 사람으로서 위엄 같은 게 느껴진다. 군더더기는 없다. 더할 말도 없다. 짧고 긴 호흡은 있다. 명문이다.

 

34. 만델라를 위한 만찬 연설문과의 인연

칭찬의 기술

 

o 칭찬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말과 글에서도 칭찬은 많을수록 좋다. 특히 연설문에서 그렇다. 두 대통령은 칭찬에 후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늘 칭찬할 거리를 연설문에 넣었다. 어찌 보면 대통령이란 자리는 칭찬하는 자리다. 노고를 치하하고, 어려운 사람을 격려하고, 선행에 감사하는 일, 이 모든 게 칭찬이다.

 

o 노 대통령은 연설문에서도 가급적 의례적 칭찬은 하지 않았다. 칭찬을 해도 근거를 갖고 했다. 그에 반해 쓴소리는 많이 했다. 노 대통령에게 ‘좋은 게 좋다’는 없었다. 대신에 칭찬할 때는 최상의 표현으로 아낌없이 했다.

 

o 김대중 대통령 역시 칭찬은 구체적으로 했다. 그저 덕담 수준이 아니었다. 공부하고 연구해서 했다. 칭찬해야 할 상대에 대해 충분히 알고 난 후에, 그 사람이 무엇을 잘했고, 잘했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앞으로 무슨 일을 좀 더 했으면 좋겠다는 것까지 얘기했다.

 

o 김 대통령은 꾸중을 하는 데도 원칙이 있었다. 그 원칙을 자신의 자서전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에서 밝힌 바 있다.

- “나는 비판을 하면서 두 가지 원칙을 지켜왔습니다. 하나는 먼저 상대방의 입장이나 장점을 인정해주는 비판, 그리고 두 번째는 상대방의 인격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하는 비판입니다. 상대방의 입장이나 장점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상대방은 비판을 자기에 대한 비난으로 생각하고 수용해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는 비판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비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o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칭찬할 일이 많이 있다. 그럴 경우 두 대통령의 칭찬 방식은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칭찬이 의례적이라고 느껴지지 않게 하라. 실제 상황이나 사례를 들어서 구체적으로 하라. 그렇다고 과하면 안 된다. 조미료 많이 넣은 음식은 느끼하고 몸에도 안 좋다.

 

35. 예의 중시 vs 교감 중시

- 두 대통령 연설문의 차이

 

o 김대중 대통령을 모시다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고는 깜짝 놀랐다. 어쩌면 이렇게 닮았는지. 지도자는 원래 이렇구나 생각했다.

- 노 대통령의 연설 중에 매우 인상 깊은 것이 있다. 2002년 10월 서울 어느 교회에서 있었던 즉석연설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목사 한 분이 있습니다. 나치에 저항했던 마르틴 니뮐러라는 분입니다. 그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치는 처음에 공산주의자를 잡아갔다. 그러나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므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다음엔 노동자를 잡아가고, 신부를 잡아갔다. 역시 나는 무관심했다. 그러다 나치가 나까지 잡아가려 할 땐 나를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 김대중 대통령은 서거 2개월 전 쯤인 2009년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행사에서 유언처럼 연설했다. “나는 이기는 길이 무엇인지, 또 지는 길이 무엇인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이기는 길은 얼마든지 있고 하다못해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섭다, 귀찮다,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행동하지 않으면 틀림없이 지고 망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o 이런 것이 지도자의 조건일까? 두 대통령 모두 사상가적인 면모를 지녔다. 문화예술적인 감수성이 풍부했다. 독서와 사색, 토론하기를 좋아했고, 이를 통해 사안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을 키웠다. 그리고 그것을 말과 글로 표현할 줄 알았다. 두 분 다 연설문에 공을 많이 들였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공리공론보다는 실사구시를 추구했고, 사례나 수치를 들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의 신뢰도를 높이려고 했다. 무엇보다 좀 더 나은 글을 쓰고자 하는 의욕이 넘쳤다. 나아가 글쓰기 자체를 즐거움으로 여겼다.“

 

o 논리를 중시한 것도 같다. 김 대통령은 서면 메시지나 축전과 같이 짧은 글도 기승전결의 논리적 구조를 중요시했다. 앞뒤의 인과관계가 들어맞아야 한다. 심지어 취임 직후 ‘각하’라는 호칭을 쓰지 못하게 지시할 때조차 논리적이었다.

- “대통령 자체가 높임말입니다. 선생도 사장도 그 자체가 경칭입니다. 보통 말할 때는 ‘대통령’이라고 하고, 나를 호칭할 때만 ‘대통령님’이라고 부르면 됩니다.”

 

o 차이점 또한 많다.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은 역동․솔직․소탈․강조어법이 강하다. 이에 비해 김대중 대통령은 안정․설득․논리․반복을 주로 활용했다.

- 일반론에 대한 생각도 달랐다. 노무현 대통령은 연설에 일반론을 담는 것을 꺼려했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논리와 주장․제안을 담으려고 했다. 이에 비해 김대중 대통령은 일반론에 가까운 지론을 펼치는 걸 좋아했다.

 

- 다음은, 인용에 대한 선호 차이다. 노 대통령은 남의 말이나 속담․격언․명언을 인용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세계적인 학자나 권위 있는 국제기구를 자주 인용했다.

 

- 한자어 사용도 달랐다. 노 대통령은 광복 이듬해에 태어났다. 한글세대다. 가급적 우리말을 쓰려고 했다. ‘달하다’는 ‘이르다’, ‘표방하다’는 ‘내세우다’, ‘풍요로운’은 ‘넉넉한’, ‘기인한’은 ‘비롯된’, ‘수립했다’는 ‘세웠다’로 바꿨다. 어쩌면 좀 더 쉬운 말을 쓰고자 노력했다. 김대중 대통령도 다르지 않다. 연설문에 ‘재테크’란 단어를 썼다가 “재테크란 말은 일본식 표현입니다. 되도록 쓰지 않는 게 좋습니다.”라는 코멘트를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한자어를 많이 썼다. ‘만난(萬難)을 극복하고’ 이런 표현이 대표적이다.

 

o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사 준비위원회가 열렸고 첫 회의에 이어 당선자가 참석했다. 당선자가 무겁게 말문을 열었다.

- “열심히 쓴 사람 때문에 말이라는 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야박한 지적 같지만 전체적인 틀을 다시 한 번 봐주십시오.”

- 당선자는 초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글쓰기 강의가 시작됐다. “글에는 자기 피부에 와 닿는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거나 유려한 역사가 나와야 해요. 그러면서도 아주 쉬운 문장으로 비주얼하게 전개되어야 하지요. 한국의 미래를 비주얼하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과거에 겪었던 여러 고난과 부조리와 선명하게 대비가 되면 더 좋지요...”

 

36. 왕관을 쓰려는 자, 글을 써라.

- 리더의 조건

 

o 리더는 무엇으로 구성원을 이끌까? 과거에는 힘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정보일까? 조금 일리가 있다.

- 그런데 정보보다 더 중요한 수단이 있다. 바로 말과 글이다. 말과 글이야말로 모든 것의 종합판이다.

 

o 존 F. 케네디의 조언자이자 대통령학의 권위자인 리처드 뉴스태트는 대통령의 권력은 설득하는 힘에 있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에서 리더의 힘은 설득력에서 나온다고 했다.

- 설득력이란 무엇인가? 바로 말과 글이다. 글 한 줄에 리더가 가진 정보와 생각과 지향을 다 함축해낼 수 있다. 또 진심이 담긴 리더의 말 한 마디가 구성원들의 마음을 움직여 조직이나 국가의 장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o 김대중 대통령은 늘 강조했다.

- “지도자는 자기의 생각을 조리 있게, 쉽고 간결하게 말하고 글로 쓸 줄 알아야 합니다.

 

o 김 대통령의 영웅론은 색다르다.

- “영웅이란 높은 데에 올라가 포즈를 취하고 국민이 원하는 바를 말하는 사람이다. 자기의 생각이 아니라 국민의 생각을 대신 말해주는 사람이 영웅이다.” 그러니까 리더는 말하는 사람, 글 쓰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o 노무현 대통령도 평소 같은 생각을 얘기했다.

- “지금의 리더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 정경유착의 시대도 막을 내렸고, 권력기관도 국민의 품으로 돌아갔다. 대통령이 권력과 돈으로 통치하던 시대는 끝났다. 오직 가진 것이라고는 말과 글, 그리고 도덕적 권위뿐이다.”

 

o 두 대통령은 리더에 관해서 또 다른 비슷한 얘기를 했다.

- “리더는 글을 자기가 써야 한다. 자기의 생각을 써야 한다. 글은 역사에 남는다. 다른 사람이 쓴 연설문을 낭독하고, 미사여구를 모아 만든 연설문을 자기 것인 양 역사에 남기는 것은 잘못이다. 부족하더라도 자기가 써야 한다.”(김대중)

- “연설문을 직접 쓰지 못하면 리더가 될 수 없습니다.”(노무현)

 

o 민주주의는 말이고 글이다. 말과 글을 통하지 않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합의를 이뤄낼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민주주의 시대 리더는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다. 리더는 자기 글을 자기가 쓸 줄 알아야 한다.

 

37. 김대중 대통령이 종이를 반으로 접을 때

- 치유의 글쓰기

 

o 왜 글을 쓰는가.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서? 소통하기 위해서? 기록을 위해서? 쓰는 것 자체가 즐거워서? 써야 하니까?

- 김대중 대통령은 글을 쓰는 게 기쁨이라고 했다. 누군가를 향해 내 뜻을 펼치는 게 설렘이라고 했다. 글을 쓰는 일은 그 자체로 많은 것을 준다. 생각이 정리되고 공부가 된다. 위로와 평안을 준다. 용기를 얻는다. 무엇보다 나를 들여다보게 된다. 스스로 성찰하게 된다. 가슴속에 맺힌 것이 풀린다.

 

o 김 대통령은 어렵고 힘들 때도 글을 썼다고 했다.

- “나는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백지를 한 장 갖다 놓습니다. 그리고 그걸 반으로 접습니다. 한쪽에는 어려운 일을 적습니다. 다른 한 쪽에는 다행이고 감사한 일을 적습니다. 그러나 어느 한 번도 한 쪽만 채워지는 적은 없습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반드시 좋은 일도 있었습니다. 사는 게 그런 것 같습니다.” 김 대통령에게 글쓰기는 자기 치유의 과정이었던 것이다.

 

o 노무현 대통령도 그랬다. 힘든 일이지만 글 쓰는 일에 큰 의미를 뒀다. 글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려고 했다. 그리고 회고록에서 글 쓰는 것을 ‘살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했다. 대통령은 글을 쓸 수 없을 때 희망도 끊어졌다.

 

38.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꽃이 되었다.

- 거명하기

 

o 말이나 글에서 반드시 거명해야 할 사람을 잊지 않는 것은 중요하다. 연설문에 있어서 거명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 김대중 대통령은 이름을 거론하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또한 철저했다. 연설문 보고를 받으며 거명해야 할 사람 중에 빠진 사람이 없는지부터 챙길 정도였다.

 

o 거명을 하는 데 있어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거명하면서 이름이 틀리는 경우다. 이것은 치명적이다.

- 거명이 꼭 이름을 호명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들이 하는 일에 대해, 그 집단에 대해 언급하면 된다.

- 두루뭉술한 거명은 좋지 않다. 구체적일수록 좋다.<요약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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