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조용필이 히트 시킨‘그 겨울의 찻집’의 노래 가사이다. 대부분의 대중가요가 그렇듯이 이 노래를 작사한 양인자 선생과 이를 작곡한 김희갑 선생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 노래 말이 아름다운 한편의 시이며, 철학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서 언제 들어도 우리의 가슴을 적셔준다.
“바람 속으로 걸어갔어요. 이른 아침 그 찻집. 마른 꽃 걸린 창가에 앉아 외로움을 마셔요.”/“뜨거운 이름 가슴에 두면 왜 한숨이 나는 걸까.”/ “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그대 나의 사랑아”라는 구절은 이 노래의 핵심이다. 이 가사엔 여러 가지 뉘앙스를 풍기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젊은 연인들은 물론이지만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도 이노래를 좋아한다.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참으로 알 듯 말 듯한 남녀의 사랑이 떠오른다. ‘바람 속으로 걸어갔어요. 그 겨울의 그 찻집’이라는 말부터가 색다르다. 어떻게 바람 속으로 걸어갔을까? 사람들은 이 말뜻을 쉽게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느낄 수는 있는 것 같다. 어느 겨울, 몹시도 세차게 바람이 부는 날, 가버린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번민에 시달리다가 전부터 가끔 들렀던 찻집에 간다. 그 찻집은 도시에서 약간 떨어진 호젓한 산길 모퉁이에 자리 잡고 있었다. 찻집의 창가에서 바라다보면 아름다운 경치가 눈앞에 다가서고 멀리 한줄기 강이 굽이굽이 흐른다.
지금은 혼자지만 전에는 가끔 사랑했던 연인과 이 찻집에 들러 차 한잔하고 돌아갔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찻집에서는 지난날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과 애수가 서려있는 곳이기도 하다. 예전처럼 오늘도 창가에 앉는다. 즐겨 앉는 그 창가에는 찻집 아녀자를 위해 누군가 선물한 마른 장미꽃이 걸려 있었다. 그 아녀자도 차마 그 아름다운 장미를 버릴 수가 없어서 걸어 두었는데 어느새 말라버린 것처럼 보였다.
주인을 불러 차 한 잔을 시켰다. 찻잔에는 아지랑이처럼 김이 모락모락피어오른다. 찻잔은 따스하다. 그전에 왔을 땐 별로 느낄 수 없었던 고독이 엄습한다. 옛날엔 연인과 둘이 앉아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시시덕거리며 수다를 떨었다. 똑같은 자리에 앉았건만 혼자라는 것이 옛날과는 사뭇 다르다. 홀로 청승맞게 차를 마시니 고독한 마음이 저며 온다. 차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고독을 마시는 것이다. 사는 것이 공허하다. 혼자라는 것이 이렇게 고독하고 허전한 것인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사랑한다는 말을 차마하지 못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부르던 그 사람의 이름이 아니었던가? 그는 지금 어디 있을까? 그리고 그 뜨거운 이름을 가슴에 두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백년천년 함께하자던 약속은 지키지 못하는 것일까? 비록 나를 떠난 사람이지만 그를 원망하고 싶지도 않다. 언제나 마음 한 구석에 고동치며 살아있는 사람이다. 그가 갔다고 하여 그가 영영 간 것이 아니다. 비록 그가 떠나갔을지라도 내 가슴속에 오랫동안 살아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다시 되돌아올 것 같은 사람, 금방이라도 내 이름을 부르며 나타날 것 같은 상념 때문에 한동안 넋을 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있을 땐 몰랐지만 그가 떠난 뒤에 그 사람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낀다.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은 두근두근 뛰고 그 사람이 나타나면 금새 얼굴이 빨개지던 추억이 가슴속에 남아 있다. 그 옛날 일을 회상하면 할수록 고독해지고 겉으로는 태연한척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눈물이 흐른다. 무엇 때문에 내가 울고 있을까? 사랑이 깊으면 깊을수록 헤어짐의 뒤에는 사랑의 큰 생채기를 남기게 마련이다. 사랑은 고독을 수반한다.
이 겨울,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 그래도 옛날이 그리워서 찾아온 그 찻집엔 고독만이 내 가슴을 사로잡는다. 누가 살짝 건드리기라도 한다면 금방이라도 터지는 봉숭아 열매처럼 눈물이 날 것 같다. 내 곁에 앉아 차라도 한잔하면서 도란도란 이야기 할 수 있는 친구가 없다는 것이 외롭고 쓸쓸하기만 하다.
이 글은 내가 조용필이 부른 그 겨울의 찻집 가요에서 전에 누군가가 올렸던 사진을 상상하면서 써 본 글이다.
이 노래는 내가 가장 좋아하고 노래방에서도 즐겨 부르는 노래로 가을이 다가오니까 이런 감상적인 사랑의 노래에 대한 감정이 나로 하여금 이런 글을 올리게 한다. 좀 유치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지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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