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서록

미완성 교향곡 뒷 이야기

히메스타 2009. 12. 23. 15:29

미완성 교향곡의 뒷이야기


살다 보면 완성된 것 보다는, 잘 갖추어진 것보다는 약간 비어있는 듯 한, 미완성인 것들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미술에서 여백의 미라고하는 것도 아마 같은 느낌일 것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곡 중에도 만들다가 어떤 이유에서 중단 된 곡들 중에 명곡으로자리를 잡고 있는 곡들이 있습니다. 물론 완성 되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중간에멈춰버렸기 때문에 우리를 더욱 깊은 상상의 세계로 끌고 가는 매력이 있는곡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미완성 명곡 하면 가장 먼저 떠 오르는 곡이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입니다.

 교향곡은 보통 4악장이나 5악장으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슈베르트의이 교향곡은 1, 2악장과 3악장의 처음 일부까지만 작곡되었습니다.

슈베르트는 이 곡을 1822년에 작곡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악보가 발견되어처음 연주된 것은 43년 뒤인 1865년이었습니다. 작곡에서 첫 연주까지 시간이 너무 차이가 납니다. 그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1822년 슈베르트는 슈파이엘마르크 음악협회의 명예회원이 됩니다.

당시 관습으로는 이 음악협회의 명예회원이 되면 새로운 교향곡 악보를 협회의 도서실에 비치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슈베르트는 담당자에게 악보를 건냈지만 담당자는 악보가 2악장 뿐으로 완성이 되지 않았으니까 자신의 책상 서랍에 넣어 두었습니다. 어쩌면 슈베르트가 나중에 뒷부분을 보내겠다고 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쨌거나 이 악보는 그렇게 담당자의 책상 속에 보관되어 있고 그 사이 슈베르트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납니다. 당연히 악보도 잊혀지게 되었습니다.


슈베르트가 죽고 그에 대해 음악적인 평가가 높이 이루어지면서 슈베르트의 악보를 발굴하는 작업도 활발해집니다. 그 와중에 이 악보가 발견된 것이죠.

‘미완성 교향곡’은 처음 도입 부분이 ‘지하 세계로부터 울려오는 듯’ 하다고 평가를 받고 있고, 곡 전체가 가곡의 왕으로 불리는 슈베르트의 서정성이 가득 차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곡이 더 이상 작곡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여러 가지 해석을 내 놓고 있는데, ‘슈베르트가더 이상 이 곡을 계속 작곡할 필요성을 못 느꼈거나, 아니면 계속 할 수 가 없었다’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모짜르트 개인 만큼 많은 이야기를 몰고 다니는 곡이 모짜르트의 ‘레퀴엠’ 입니다.

레퀴엠은 ‘진혼곡’이라고 해서 죽은 사람의 혼을 위로하는 가톨릭 의식곡입니다. 원래 레퀴엠은 ‘독송’ ‘봉헌문’ ‘ 자비송’ 등 일정한 형식에 따라 작곡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모짜르트의 레퀴엠은 제3부 ‘독송’의 마지막 부분, ‘눈물의 날’의 여덟째 소절에서 끊기고 맙니다. 모짜르트가 죽었기 때문입니다. 레퀴엠에 얽힌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날 회색 코트에 메마르고 키가 큰 신사가 남의 눈을 피하는 듯한 태도로 모짜르트를 방문합니다. 신사는 작곡료를 많이 지불할 테니까 레퀴엠을 하나 작곡해달고 합니다. 단 작곡을 의뢰한 사람에 대해서는 일체 묻지 말아달라는 조건이었습니다. ‘마적’과 다른 곡의 작곡에도 쫓기고 있던 모짜르트는 승낙을 했지만 금새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모짜르트는 당시 무척 바빴고 마음과 몸이 과로로 인해 엉망인 상태였습니다. 이미 뇨독증이 뇌를 침범한 상태였던 모짜르트에게는 의뢰받은 진혼곡이 자신의 죽음을 알리는 무슨 징조처럼 느껴진 것입니다. 모짜르트는 죽음의 신이 자신을 위해 진혼곡을 의뢰한 것이라고 믿게 되었고 그는 병든 몸임에도 불구하고 온 힘을 다해 레퀴엠 작곡에 전념합니다. 그러나 라크리모자 (눈물의 날) 여덟째 소절까지 작곡했을 때 모짜르트는 숨을 거두고 맙니다.


훗날 회색 옷을 입고 곡을 의뢰한 사람은 바르제크 백작 이라는 사람의 시종인 라이트게이프로 밝혀졌는데 바르제크 백작은 죽은 자기 아내를 위해 곡을 의뢰했다고 합니다. 참 괜찮은 남자인 것 같습니다만 남의 눈을 피해 몰래 작곡 의뢰를 한 것은 이상하지 않습니까? 여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백작은 남의 작품을 자기의 작품으로 발표하는 못 된 버릇이 있었는데, 물론 이 라퀴엠의 악보에도 뻔뻔스럽게 ‘바르제크 백작의 라퀴엠’이라고 썼던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듣고 있는 라퀴엠은 전체가 완성된 곡인데, 이유는 모차르트가 완성하지 못한 부분을 제자인 지스마이어가 작곡했기 때문입니다.


모짜르트는 죽기 전 제자에게 레퀴엠에 대한 악상과 흐름을 이야기 하고 나머지 부분을 완성해 줄 것을 부탁합니다. 지스마이어는 모짜르트가 죽은 후 4부 ‘봉헌문’, 제5부 ‘상투스’, 제6부 ‘아누스데이’, 제7부 ‘성체배령송’을 완성 합니다. 오늘날 모짜르트가 작곡한 부분과 제자가 작곡한 부분이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긴박감과 슬픔이 전체에 흐르는 명곡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사실 제자가 작곡했다는 나머지 부분에 대해도 말이 많습니다. 정말 작곡한 것인지, 아니면 일부만 작곡한 것인지 아직도 모든 것이 안개 속을 벗어 난 것은 아닙니다. 어쨌거나 부럽고 대단한 사제지간입니다. ‘눈물의 날’은 이 에피소드와 어울려 더욱 유명합니다


모짜르트와 관련 있는 곁다리 이야기 하나 더 하겠습니다. 모짜르트의 3대 교향곡 이라고 하는 제39번 교향곡은 (제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곡입니다) 불과 10일 만에 작곡되었다고 합니다. 이유는? 아내가 아파서 누워있어서 돈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모짜르트의 아내 콘스탄체는 멍청하고 무능한 대표적인 여자로 알려지고 있는데 아마 외모는 섹시하고 귀여웠던 모양입니다. (초상화를 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인류 역사를 보면 못된 아내들이 철학과 음악에 공헌한 바가 큰 것 같습니다. 콘스탄체도 그렇고 소크라테스의 아내 크산티페도 그렇고 말입니다.

저는 철학이나 음악에 공헌하고 싶은 생각이 절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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