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서록

삼국지 강의를 읽고

히메스타 2009. 12. 23. 15:27

“삼국지 강의”를 읽고


지금까지 읽은 삼국지의 종류를 헤아려 보니 만화로는 김용환과 신동우, 고우영이 있었고, 소설로는 저자를 기억할 수 없는 고서급 3권과 이문열 등이 있었다.


서가에 꽂아둔 어린이 삼국지는 내 아들 청원이가 수십번은 읽었던 만화인데 60권으로 되어 있다. 공부는 하지 않고 맨날 만화를 보고 있어 꾸중하면 내 아들 청원이는 삼국지를 3번 이상 읽지 않은 자와는 말도 하지 말라고 했다고 핑계를 대면서 잠이 오지 않으면 침대에 누워서 삼지국 만화를 읽었었다.


만화를 하도 재미있게 읽고 게임도 삼국지 게임을 제일 좋아하는 내 아들 청원이를 보면서 나도 삼국지를 꼭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삼국지 강의”라는 책을 발견하고 인터넷에서 책을 사서 읽고 읽었다.


어릴 적에 3권으로 구성된 삼국지를 읽어 보았지만 정작 삼국지의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아서 마음을 먹고 삼국지를 읽으려고 했는데 마침 정한용씨가 쓴 영어회화 삼국지 3권을 읽었는데 영어 공부에 주력하다 보니 삼국지에 대한 내용은 거의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다.


소년시절에 읽는 삼국지는 무한한 꿈과 희망과 용기를 주지만 나이 들어 읽는 삼국지는 모략과 사술의 스승이 되기 쉽다는 것이 삼국지를 읽는 사람들이 주의할 사항이라고 들었다.

*****

역사에는 세 가지 독법(讀法)이 있습니다. 하나는 옛사람의 입장에 서서 역사를 보는 ‘역사적 견해’입니다. 또 하나는 오늘날의 입장에서 역사를 보는 ‘시대적 견해’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자신의 입장에서 역사를 보는 ‘개인적 견해’입니다. -「서문」중에서


삼국지를 품평한다는 의미의<품삼국(品三國)>이라는 원제를 가진 이 책은 저자가 중국국영 CCTV의 ‘백가강단(百家講壇)’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서 이중텐(易中天)은 역사와 문학과 민간의 구전 속에 살아남은 삼국지 속 사건과 인물들을 추적하고 발굴하고 분석하고 조합하고 통합해낸 결과를 우리 앞에 펼쳐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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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의병을 일으켜 난폭한 무리들을 주벌하여 지금 19년이 지났다. 싸워서는 반드시 승리하고, 공격하면 반드시 이기며, 정복하면 반드시 굴복시킨 것이 어찌 나의 공로이겠는가? 모두가 현명한 사대부의 힘에 의지한 것이다.- 조조의 봉공신령(封功臣令) 중에서


세인들의 조조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인상은 ‘치세의 영웅이요 난세의 간웅’이라는 당세 최고의 인물평론가 허소의 감정 결과와 “차라리 내가 천하를 배신할망정 천하가 나를 배신하게 하지는 않겠다”는 조조 자신의 얄미울 정도로 이기적인 소신에 힘입어 형성된 바 클 테지만 천하의 재사와 맹장들이 그의 그늘 아래 구름처럼 모여들었던 것은 저 글 속에 숨겨진, 우리가 몰랐던 조조의 매력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겉으로는 엉성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기지가 넘치고 총명하다.” 단명함으로써 오히려 제갈량에게는 기회가 되었던 곽가가 남긴 조조의 평가는 그래서 새롭다.


저자가 책 분량의 절반 가까이를 조조에게 할애하고는 있지만 그의 성과는 비단 조조 한명에 그치지 않는다.


역사적 사실과의 대조를 통해 적벽대전의 새로운 양상이 드러나고 제갈공명과 유비의 만남에 관한 ‘삼고초려’의 새로운 해석이 이루어지고 주유와 노숙이 용장과 현사로서의 역사적 비중을 회복해내는가 하면 원소와 원술 형제의 속 좁은 귀족주의는 혹독한 비난 앞에 속수무책 고개를 떨구고 만다.


군사를 호령하는 장군보다 진공과 퇴각을 조종하는 책사를 꿈꿨던 시절이 있었고 힘을 가진 간웅보다 자립의 땅을 얻지 못한 의인을 더 부러워한 날도 있었으나 오늘은 조조(曹操)가 가진 두 개의 얼굴을 이해할 수 있게 된 나를 본다.

명분과 실리, 덕성과 재주, 청렴과 탐욕, 항복과 배반, 그리고 대소(大小)로 대표되는 조조의 용인술이 궁금하다면 보통 책 두 권 분량의 두께쯤 겁낼 일도 아니다.


역사를 승리자의 기록일 뿐이라고 폄훼 한다면 문학 역시 이룰 수 없는 꿈을 그려낸 허구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족 같지만 두 명의 번역가가 분량을 나눠서 작업한 이유가 분명하지 않고 뭔가 해야 할 이야기가 남아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 것 정도를 불만으로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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