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스산한 북풍에 옷깃을 세웁니다.
옷깃 사이로 이직은 그리 매섭지 않지만 엄살을 부리며
미리 떨어진 낙엽들이 자기를 버리지 말아 달라고 애원합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럴만한 힘이 없습니다.
사랑에 빠져 얼굴이 붉어지고
기다림에 지쳐 노랗게 창백해진 얼굴로 떨어지지 않으려
애를 쓰는 님을 바라보면 내 자신이 한없이 작아 보입니다.
사랑하는 님에게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으니 말입니다.
난 님에게 나즈막이 속삭입니다.
님처럼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저 멀리 떠나갈 때 가지말라고 붙잡아 주는 사람조차 없다면
얼마나 슬프고 외로울까?
하지만 님은 내년 봄이면 찬란한 청춘을 다시 시작할 수 있고
님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발자국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님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주고
님의 부모에게 효도라는 양분도 줄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하냐고...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려 주어도 이별이란 역시 슬픈가 봅니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애기처럼 부드럽고 싱그러운 삶이 기다리고 있지만
땅에 떨어져 썩어 다른 이에게 사랑을 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으며
왜 이리 고운 내가 떨어져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해야 하냐고 한탄합니다.
곱게 차려입고 사랑하는 이로부터 떨어지지 않으려 몸부림쳐 보지만
힘을 쓸수록 북풍의 칼바람 앞에 견디지 못하고 힘없이 떨어져
오솔길의 맨땅에 뒹굴 때 사랑하는 이의 발바닥조차도 외면하고 맙니다.
이별의 아픔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떨어진 잎새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뒹굴 때 내 마음조차도 갈길을 잃어
이리저리 내사랑을 찾아 헤매이지만
외로움과 고독만이 함께 할 뿐입니다.
이제 서서히 이별을 준비해야 합니다.
마지막 온힘을 다해 버티는 잎새에게 '사랑했다고' 전하고
다음에 올 새날에는 외로움과 슬픔과 이별이 없는 영원한 사랑을
하자고 약속하고 님을 고이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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