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수필, 나의 일상 등

가버린 친구에게 바침

히메스타 2015. 6. 26. 15:10

존경하고 사랑하는 친구!

청천벽력과 같은 비보를 접하고 나니 가슴이 무너지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하여 

한 동안 멍하니 하늘만 쳐다 보았네.

지금 이 나이들도록 자네만큼 날 위해 주고 날 자랑해 준 이가 그 누구 있었던가!

 

만나는 사람마다 내 이름을 들먹이며 내 친구인데 잘 좀 봐 달라고 매달리고 좋은

자리에 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을 하던 자네의 모습이 눈에 선하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이 사람아!

장례식장의 문 앞에 자네의 인자한 영정 사진 앞에 슬프기 보다는 오히려 아니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게 확실하지 하면서 다시 쳐다보고 또 쳐다 보았네.

 

빈소 앞에 절을 하고 나니 자네가 죽었다는 것이 실감나더군.

서로 누가 형님인지 보자며 주민등록증 내 놓고 생년월일을 따졌을 때 자네는 

출생신고가 1년 빨리 되어 있어 나 더러 형님이라고 부르라고 늘 그렇게 하더니만

나보다 더 나이가 먹어서 이렇게 허망하게 빨리 저 세상으로 갔는가?

 

나만 보면 나이 들어 퇴직하면 같이 놀자고 하더니 왜 이렇게 약속도 지키지 못한가?

퇴직하게 되면 80세가 되도록 골프하자며 골프회원권만은 자네가 망해도 나를 위해

꼭 지키겠노라고 큰소리 떵떵 치더니 그 약속하나도 지키지 못하니 너무 야속하이.

자네가 사준 골프화와 허리띠를 만지고 또 만지며 자네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려

노력할 수록 자네에 대한 그리움만 더욱 쌓여 가네.

 

 자네 어머님께서 왜 자넬 잡지 않고 놓아 버렸냐고 서럽게 우시는 어머님을 어떻게

홀로 두고 그렇게 떠날 수가 있는가?

자네가 떠난다고 말이라도 해줬으면 내가 죽도록 자넬 잡았을텐데 너무 허망하게

자넬 놓아버려 어머님 앞에 눈물 밖에는 보일 수 없었다네.

 

어느 누구보다도 성실하고 열심히 살았던 자네의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데

벌써 자네의 모습이 잊혀지려고 하니 이게 우리가 사는 삶의 모습이 아닌지 생각

하면서도 내 자신에 대해 책망도 해보네.

이렇게 비가 오니 자네가 잠들어 있는 2~3평 밖에 안된 좁은 축축한 흙암속에 묻혀

있는 자네를 생각하면 쓸쓸함과 공허함만이 깊어 갈 뿐이네.

 

하얀 날개를 달고 하늘 높이 날아서 하나님 앞으로 구름 사이로 날아가는 자네의

모습을 상상해 보네.

그 동안 담양다이너스티 골프장에서 하늘 높이 허공을 날으는 하얀 골프공처럼

하늘 나라에서 자유롭고 편안하게 영생을 누리기를 바라는 것 밖에는 내가 할 일이

없으니 안타깝기 그지 없네.

 

바람처럼 강물처럼 한번 가버리면 올 수 없는 머나먼 곳으로 가버린 내 친구여!

이제 난 누굴 의지하고 누구와 함께 웃고 울면서 함께 하란 말인가?

난 자네처럼 넓은 가슴을 가지지 못해 늘 자네로부터 친구가 무엇인지를 느끼며

살아 왔는데 그렇게 황망한 걸음으로 저 세상으로 갔는가?

자네가 늘 자랑하는 늦동이 아들의 덤덤한 얼굴이 떠올라 눈물이 솟구치네

 

형들이 울때에도 자네 처가 서럽게 울 때에도 아무 느낌도 없이 엄마 곁에 무심히

앉아 있는 자네의 늦동이 아들을 두고 어찌 그렇게 떠나 갔는가?

비바람이 마치 자네의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

그 한많은 눈물이 비가 되어 내리는 것이 비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드네.

 

한없이 넒은 가슴으로 친구들을 사랑하고, 한없이 따뜻한 가슴으로 친구들을 감싸

주었던 자네의 웃는 모습이 지금도 떠올라 가슴이 아프네.

지난 4월 벚꽃이 활짝 핀 골프장에서 후배와 자네 셋이서 사진을 찍어 두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드네, 그때가 자네와의 마지막 사진이었으니 말이네.

 

이젠 울어봐도 소용없고 불러봐도 대답이 없는 자네의 이름을 가슴속 깊이 각인해

두고 잊지 않고 기억해 두겠네.

그립고 존경하는 친구!

이젠 이 세상에 있었던 어둡고 힘들었던 일들은 모두 잊고 하나님 곁에서 영생을

누리길 기도하겠네.

 

잊지 않겠네, 나도 언젠가 하늘나라에 가면 꼭 자네 찾도록 하겠네.

그리운 친구 하늘나라에서 꼭 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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