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지도 벌써 4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4월이 되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가슴에 사무친다.
제일 아버지가 많이 떠오르는 것은 중학교 시절이다.
나는 그때 당시 섬에서 중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그때만 해도 고등학교를 갈려면 시험을 치뤄서 고등학교에 입학해야 했다.
그 당시만 해도 농사 일이 기계화되지 않아 오직 인력으로 모든 것을 해야 했다.
그래서 초등학교 저학년때부터 우린 낫을 가지고 소에게 먹일 풀도 베고 보리나
벼도 베야했다.
지금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보면서 지금 얘들이 과연 예전에 우리가 했던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물론, 지금 어린이들도 닥치면 못할리가 없고 가정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들은
우리 보다 더한 일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께서 자식 다음으로 사랑하는 것은 아마 '소' 였을 것이다.
새벽 4시반이면 어김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셔서 외양간에서 소의 고삐를 잡고
소에게 풀을 먹이려 일찍이 산과 들로 나가셔서 이슬을 털면서 소와 벗하여 사셨다.
지금 같으면 일찍 일어나기 위해 자명종을 쓴다든지 핸드폰의 알람을 설정하여
일어날 시간을 정하여 일어났겠지만 아버지께서는 장닭의 울음 소리에 맞추어
일어나셨다.
나도 아버지께서 외양간에서 소의 고삐를 풀어서 소를 몰고 나가실때 일어나서
공부를 했다.
아버지께서 나에 대한 믿음이 크셨고 조그만 섬에서 공부 좀 한다는 소문이 나서
무척이나 어깨를 펴고 자랑삼아 사셨던 기억이 생생하다.
어버지의 생활 패턴에 맞춰 열심히 공부한 결과 각 지역에서 인재가 모인다고 하는
모 고등학교에 당당히 합격해서 아버지의 체면을 세워드린 것에 대해 나도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모처럼 부모님에 대한 효도를 할 수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첫번째와 두번째 시험을 치뤘는데 성적이 말이
아니었다.
아버지께서는 어려운 산림에 불구하고 편히 공부하라고 하숙까지 시켜 주셨는데
성적이 올라가지 않아 안타까웠고 아버지에 대한 죄송함 때문에 마음의 짐이
너무 무거웠다.
그러던 중에 아버지께서 나를 만나로 오셔서 '공부할만 하냐'고 물으셨다.
아~~그때 보다 더 비참한 때가 있었던가.
아버지에게 거짓말을 할 수 없어서 사실대로 중간도 못간다고 말씀드렸더니
'처음이라 그러니 너무 실망하지 말고 좀 더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 주셨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가슴이 미어지고 내 자신이 원망스러워 아버지 앞에서
어깨를 들썩이면서 하염없이 울면서 눈물을 쏟자, 아버지께서 다시 한번 격려해
주시면서 '안되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 보라'고 말씀하시자
더욱 서러워서 눈물이 쏟아졌다.
나도 중학교에서는 전교에서 5등 안에는 꼭 들었는데 여기서는 도무지 성적이
오르지 않았다.
다들 내로라 하는 학생들로서 어느 누구 한사람 중학교 때 우승상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었으니 성적이 급격히 오르지 않는건 당연했다.
내 눈물을 바라보시던 아버지께서 '내가 시골에서 살지 않고 도시에 살았다면
네가 이런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텐데 다 내 잘못이다'라고 자책하시면 힘없이
말씀하시던 아버지의 쓸쓸한 모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무엇과도 자식은 바꿀 수가 없고 세상의 어느 것보다도 소중히 여기셨던
자식들에게 아버지께서는 모든 것을 다 주시고 훌훌 세상을 떠나셨다.
오늘 창밖의 비를 보니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가장 많이 강조하셨던 말씀이
생생히 기억난다.
'형제들 간에 우애하고, 남에게 손가락 받지 않고 떳떳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던 미남이며 말씀도 잘하시고 속도 깊으셨던 우리 아버지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사랑하는 아버지가 오늘 많이 생각난다.
하늘나라에서도 자식들 못잊어 어떻게 보내시는지.....
이 세상에서 그 많은 희생만을 감수하시고 하늘에 가신 아버지께서 하나님이
축복 속에 영생을 누리시길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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