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골프를 시작한 것은 10여년 정도 된것 같다.
그런데 난 내 골프의 핸디가 얼마나 된다고 말하지 못한다.
잘할 때는 너무 잘하고 못할 때는 100돌이가 되고 마니 동료들과 내기 골프할 때
내 핸디에 대해 말하지 못한다.
골프를 일찍 배웠지만 자주 하지는 못한다.
그 경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한달에 두번 정도 필드에 나간다.
10여년의 관록에도 불구하고 골프를 하러 가는 날은 저녁부터 설레이고 아침에도
다른 날보다 일찍 일어나 맨손으로 헛스윙도 해보면서 옷가지와 신발 등을 챙긴다.
골프를 하기 전날에는 버디를 3-4개 정도할 것 같으며 이번 라운딩에서는 반드시
싱글을 꼭 하고야 말겠다는 다짐하고 경기에 나가지만 내 뜻대로 되지 않은게 골프다.
첫 타석에서 조심해서 드라이버를 짧게 잡고 가볍게 스윙 연습을 하고 어드레스를
한 후 회심의 일격을 가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첫타석부터 OB다.
옆에서 지켜보는 한 두명의 동료들은 '고맙다'며 놀려대고 다른 동료는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며 충고해 준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전혀 힘들이지 않았는데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 갔다고 하며,
싱글할려고 맘먹고 드라이버를 돌렸다고 놀린다.
첫 홀부터 꼬이기 시작한다.
두번째 홀부터는 욕심 버리고 가볍게 티샷을 하지만 이번 마저도 탑핑이 나던지
뒷땅을 쳐서 다른 플레이어들의 사기를 높여주고 만다.
겨우 겨우 허덕이며 플레이들 하다보면 9홀이 끝날 무렵에야 드라이버도 잡히고
아이언도 좀 되는 것 같은데 전반홀이 끝났다.
후반홀에는 더 이상 돈을 잃지 않도록 하려고 욕심을 버리고 힘도 빼고 부드럽게
스윙을 한 결과 후반 4~5홀까지는 모처럼 플레이가 잘 된다.
그래서 또 욕심이 생긴다.
전반에 잃은 돈을 되찾으려고 욕심을 부려서 또 다시 드라이버와 아이언샷이
훅이 나서 엉망이 되고 만다.
이렇게 하다가 18홀이 허망하게 끝나고 호주머니에 남아 있는 돈을 셈해 본다.
그린피만 해도 10여만이나 들었는데 거기에 잃은 돈도 만만찮다.
운동을 했지만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다.
돈 들어 운동하고 스트레스 받고 이게 뭔가? 이 돈이면 가족들과 맛있는 것 많이
사 먹을 수 있는데 후회막급이다.
이렇게 후회하면서도 난 골프를 좋아하고 골프를 즐긴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았다.
첫째, 골프는 절대로 맘 먹은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잘 치려고 해도 그날의 컨디션과 동반 라운딩하는 사람들의 성향
등에 따라 있는 실력대로 점수가 나오지 않는다.
살아가는 게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고 주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과 같은 것이다.
둘째, 연습을 아무리 많이 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라운딩 나가기 전에 연습을 그렇게 많이 해도 필드에서는 그게 다 점수로 반영되지
않는다.
우리가 고등학교나 대학교 때 배운 학문대로 직업을 갖지 못하고 또 직장에 들어가서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학연이나 지연 혈연 등에 얽매어 성공과는 직결되지 못하는 것과 매한가지이다.
셋째, 다음 홀부터는 '되겠지', 하는 희망을 갖지만 희망사항일 뿐이다.
이번 홀에 안되면 다음 홀부터는 잘 되겠지 하는 희망을 품지만 그건 말 그대로
희망사항일 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점차 나아지겠지 하다가 나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더 악화
되는 삶을 사는 사람도 있고 그럭저럭 보내는 사람도 부지기 수 아닌가.
넷째, 늘 꿈속에 부풀어 사는 것이다.
이번 라운딩에서는 잘 돼서 싱글 플레이를 하겠다는 부푼 꿈을 가지고 라운딩에
나가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
내 삶도 마찬가지다.
벌써 50중반인데 아직도 찬란한 미래를 꿈꾸며 살지만 어림도 없는 상상일 뿐이다.
다섯째, 갖가지 암초에 부딪친다는 것이다.
필드에 나가면 벙커, 헤저드, 러프, 나무, 디봇 등 갖가지 장애물들이 플레이를
방해한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각종 질병과 사회 환경, 부하직원, 상사 등 갖가지 상황들로 인하여 삶에 방해를
받는다.
여섯째, 잘 되겠지 하다가 끝나 버린다는 것이다.
첫홀부터 실패하고 그 다음도 녹록치 않고 이렇게 한홀 두홀 플레이 하다 보면
어느 새 18홀이 끝나 버린다.
우리 인간도 직장을 얻어 승진에 승진을 거듭하면서 삶이 보다 더 나아지겠지
하다보면 어느새 퇴직할 나이에 다달하고 만다.
그래서 나는 골프를 좋아한다.
우리의 삶과 같이 잘 될때가 있으면 안 될때가 있고 돈을 잃으면 또 언젠가는
딸때가 반드시 있다.
한홀 두홀 플레이 하면서 각 홀에 대한 공략법을 연구하고 플레이 하다보면 얽혀진
내 삶의 실타레를 풀어 나가는 듯한 것 같아 골프가 좋다.
골프를 통해 내 자신을 되돌아 보고 후회도 하고 체념도 하면서 살 수 있어서
골프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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