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수필, 나의 일상 등

4월은 잔인한 달

히메스타 2018. 4. 26. 10:58

벌써 4월도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앙상한 나뭇가지와 말라버린 들풀들도 따스한 봄바람이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어

싱싱함으로 경쟁하듯 그 푸르름을 더해 가고 있다.


이렇게 활기차게 온갖 만물들이 생기를 찾아 아름다움을 더해 가고 있는데

왜 엘리어트는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 표현했을까?

"4월은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라고 표현해 놓고는 잔인한 달이라니....


역설적이게도 이 아름다운 계절을 빼앗아 가는 세월이 오히려 잔인하다.

이 푸르름과 철쭉과 영산홍의 아름다운 꽃들을 쫒아 버리고 서서히 염천을 몰고올

세월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하는 것이 잔인하기 그지 없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보다 더 우아하고 아름다운 계절이 4월이 아닌가.


나의 인생도 4월과 무엇이 다른가.

서서히 쫒아오는 세월에 싱싱하고 탄력있는 피부는 조각칼로 그어놓은 듯이

주름살이 하나하나 더해지고 머리카락은 점점 하얀 꽃처럼 피어나고 머리는

망각의 강을 향해 유유히 흘러가는데 막을 길이 없으니 참으로 잔인하다.

 
지난 시절은 참으로 다사다난 했지만 되돌아 보면 그때가 좋았다.

섬 소년의 야망 가득한 꿈이 있었고 가슴 따뜻한 낭만적인 사랑이 있었고

사랑의 결실로 얻은 자식이 있어 기르고 가르치며 내 꿈을 대신해 줄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로 가득하여 마음이 참으로 부유했다.


그러나 이제 화려한 5월 뒤에 찾아올 초라한 꽃이 되어 땅에 떨어져 어느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게 될 꽃들처럼 내 삶도 점점 그 대단원의 막을 향해 흘러가는데

막을 길은 없고 지연지킬 방도도 없으니 손 놓고 초점이 흘려진 노년의 눈으로

넋을 놓고 세상을 바라만 봐야하나....


차라리 혹독하게 나를 담금질해 주었던 지난 겨울이 따뜻했었다.

이 겨울이 지나면 따뜻한 봄이 올것이라는 희망이 있었기에 아무리 어렵고 참기

힘든 고난도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가 있었다.

지난 세월이 좋았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튤립이 구근으로 새로운 생명을 살려 아름다운 꽃들을 피우듯이 이 한목숨 받쳐

새롭고 활기찬 희망의 날들이 온다면 이제 뭐든지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더 이상 구차한 삶을 살지 말고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 용기 있는 결단과 적당히

타협하지 않고 정당하게 내 할일을 다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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