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서록

뿌리 깊은 나무

히메스타 2010. 1. 5. 10:17

뿌리 깊은 나무


지은이 : 이정명


세종 시대, 훈민정음 반포일 이전 7일 동안 궁 안에서 벌어지는 집현전 학사들의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이정명 역사추리소설 『뿌리깊은 나무』2권의 주요 테마는 참혹한 연쇄살인 이면의 목숨을 건 개혁 프로젝트와 그것을 방해하는 거대한 음모의 대결을 박진감 넘치게 그려내고 있다.


1448년 가을. 젊은 집현전 학사 장성수의 시체가 경복궁 후원의 열상진원 우물 속에서 발견된다. 단서는 사자가 남긴 수수께끼의 그림과 몸에 새겨진 문신, 그리고 숱한 선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저주받은 금서. 사건의 실마리를 풀기도 전에 두 번째, 세 번째 살인이 이어진다. 주상의 침전에 출몰하는 귀신의 정체, 저주받은 책들의 공동묘지. 사건은 점점 복잡해지고 살인자의 정체는 종잡을 수 없어진다.


사건을 맡은 궁궐 수비군 강채윤은 살인자의 정체를 쫓아 궐 안의 미로를 헤매다 거대한 시대의 진실과 정면으로 마주친다. 새로운 격물의 시대를 열고자 하는 젊은 학사들과 이를 막으려는 정통경학파의 거대한 음모, 그리고 경복궁 구석구석의 전각들에 숨겨진 비밀이 한 꺼풀씩 벗겨지는 흥미로움이 이 소설의 흥밋거리가 아닌가 생각한다.


천민과 백성들을 생각하는 세종의 개혁은 이를 거부하는 심종수, 최만리 등 보수 수구세력의 저항에 부딪쳐 엄청난 파문을 가져오지만 집현전 학사들의 개혁을 위한 열망은 식을 줄 모른다.

한편 천민 출신인 강채윤은 죽음을 무릅쓰고 의문의 살인사건을 하나하나 점검해 나가는 과정에서 비로소 세종대왕을 비롯한 집현전 학사들이 엄청난 파문을 불러 올 한글창제 작업을 방해하기 위한 심종수 등 개혁 방해 세력에 의해 살인이 벌어 졌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세종대왕이 세자시절에 직접 집필했던 “고군통사”란 책을 보존하기 위한 개혁세력과 이를 찾아 명나라에 알려 한글창제를 방해하기 위한 수구세력간의 싸움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한다.

이 소설에서 부제학 최만리에 대하여는 나쁘게 묘사되지 않고 조선 초의 상황 하에서 명나라를 거역할 경우 나라에 엄청난 파문이 일 것이고 또한 양반과 천민간의 지식공유로 인하여 위계질서가 무너지는 사회풍조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그럴듯한 변명 아닌 변명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결국 살인을 저지른 자는 심종수의 사주를 받은 자객에 의해 살인이 저질러졌으나 부제학 최만리는 직접 살인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다.


나는 대하소설을 좋아한다. 대하소설은 단지 흥밋거리로만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때 당시의 상황에 더하여 허구를 담아 놓아 역사적인 사실도 상당부분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지은이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작가 “이진명”님인줄 알고 역시 우리민족의 우수성을 재미있게 썼다고 생각했는데 다 읽고나서 지은이를 보니 “이정명”님이었다.

그렇지만 아무튼 대국의 밑에서 조공을 받치고 있는 상황 하에서도 독자적으로 글을 만들어 백성들을 이롭게 하려는 세종대왕의 큰 뜻에 다시금 경의를 표한다.

'나의 독서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철학  (0) 2010.01.05
축복의 언어  (0) 2010.01.05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0) 2009.12.23
마시멜로 이야기  (0) 2009.12.23
퇴계 이황  (0) 2009.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