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버밍햄 뮤직 페스티벌로부터 대작을 지휘해달라는 제안을 받은 멘델스존은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예언자 엘리야를 주인공으로 한 오라토리오를 작곡하고자 마음먹은 뒤 루터(Matin Luther)의 독일어 번역에 의한 구약성서에서 텍스트를 인용하여 1845년부터 1846년 사이에 오라토리오 [엘리야](독어명: Elias 엘리아스/ 영어명: Elijah 엘리야)를 작곡했다. 신학자 율리우스 슈브링(Julius Schubring)이 구약성서로부터 텍스트를 편집했고, 영어 번역은 윌리엄 바르톨로뮤(William Bartholomew)가 진행했다. 멘델스존게반트하우스에서 니엘스 빌헬름 가데(Niels Wilhelm Gade)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근대적인 오케스트레이션과 발전된 음악어법을 오라토리오 장르에 적용하여 성공적인 실험을 마친 멘델스존에게 있어서 [엘리야 Op.70]은 이전에 작곡한 [성 바울 Op.36]과 미완성으로 끝난 [그리스도 Op.97]과 함께 그의 3대 오라토리오로 손꼽힌다. 하이든과 모차르트, 그 이전의 바흐와 헨델이 보여준 종교음악의 전통을 충실히 계승, 발전시킨 오라토리오헨델의 [메시아]와 이를 듣고 감동하여 작곡을 시작한 하이든의 [천지창조
19세기 초중반을 살면서 낭만주의적 감수성에 눈을 뜬 선각자이자 바로크와 고전주의의 수호자였던 멘델스존. 그는 자신이 남긴 모든 장르를 통틀어 고전주의자로서의 엄격함과 낭만주의자로서의 자유로움을 동시에 구사했다. 그러한 만큼 그는 종교 합창곡에 있어서도 이전 시대의 작품들과 형식적으로는 전통을 충실히 계승했지만 음악적인 내용면에 있어서는 전혀 다른 방향을 걷고자 했다. 대작을 만들어달라는 영국측의 요구에 충실하게 부응한 멘델스존은 테너(오바디야)-베이스(엘리야)-소프라노(과부)-알토(왕비), 이렇게 네 명의 독창자와 4성부 합창단(때로는 8성부나 3성부), 그리고 트롬본을 포함한 모든 금관과 오르간을 포함한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요구하는 오라토리오인 [엘리야]를 작곡했는데, 그 음향의 규모에 있어서 교회에서 연주하는 것보다 전문적인 콘서트홀에서 연주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점이 이전 시대의 오라토리오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또한 내용에 있어서는 성서의 복음서나 창세기를 바탕으로 하여 예수의 생애나 하느님의 천지창조를 노래한 것이 아니라 예언자인 엘리야를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것 또한 이전 시대의 오라토리오들과의 현격한 차이라고 말할 수 있다. 베토벤 이후 슈만, 리스트, 베를리오즈
엘리야의 이야기는 바알(Baal)의 사제들에게 맞서는 엘리야의 구약성서의 내용을 담고 있다. 엘리야는 기원전 9세기경 북이스라엘에서 활동했던 예언자로서, 히브리어로 ‘나의 하느님은 야훼시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열왕기 상권』 17~19장과 『하권』 1~2장에 등장하는 엘리야는 길앗의 티스베에 사는 티스베 사람으로 칭해지며 ‘몸에는 털이 많고 허리에는 가죽띠를 두른 사람’으로 묘사된다. 당시 이스라엘의 왕 아합은 시돈인으로부터 엣바알의 딸인 이제벨 공주를 아내로 맞아들이고 그들이 모시는 바알신을 숭배했다. 이에 엘리아는 아합왕에게 “앞으로 몇 해 동안 이슬비도 내리지 않을 것”이라며 가뭄을 예언하며 격렬하게 비난한다. 바로 이 저주 어린 예언으로 오라토리오는 시작한다. 기근이 든 동안 엘리야는 크릿 시냇가에 숨어지내며 까마귀가 전달해주는 빵과 고기를 먹으며 연명하는 동시에, 과부의 죽은 아들을 다시 살리고 먹을 것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기적을 베푼다.
워싱턴 올스톤, [황야의 엘리야], 1818년, 캔버스에 유채, 184cmx111cm, 보스턴 미술관 까마귀가 전해주는 빵과 고기를 먹으며 견디는 엘리야의 이야기를 그린 그림 미술 작품 보러가기
엘리야에게 대항하는 바알의 제사장들은 가르멜 산에서 황소를 제물로 바치고 불이 붙게 해달라고 기도를 한다. 여성합창단과 남성합창단이 번갈아가며 자신만만하게 노래 부르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자 그들은 초조해하기 시작한다. 3번 레치타티보와 4번 아리아에 등장하는 오바디야(테너)의 노래도 아름답지만, 이 오라토리오에서 가장 극적인 부분은 카르멜산에서 바알과 아세라의 예언자들과 대결하는 장면이다. 오케스트라가 극적인 효과를 배가시키는 이 장면은 멘델스존이 이전 오라토리오들과는 달리 오페라적인 요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에 엘리야가 군중 앞에 나타나 소란스러운 바알의 제사장들과는 달리 조용하지만 엄숙한 목소리로 신에게 기도를 한다. 그러자 하늘에서 불이 내려와 제물에 불이 붙고 도랑의 물까지 모두 태워버리며 승리를 거두는 13번 레치타티보와 합창부터 20번 합창에 이르는 긴 장면들은 멘델스존이 만들어낸 모든 음악을 통틀어 가장 화려하면서도 극적인 부분이다. 3년의 가뭄 끝에 마침내 비가 내리자 백성들은 환호한다. 오라토리오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구약성서에 의하면 엘리야는 백성들과 함께 그들을 기손 시내로 끌고 내려가 모두 칼로 찔러 죽인다.
이렇게 극적인 1부가 끝나고 여왕의 복수로 2부가 시작된다. 바알의 사제들이 패배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이제벨 왕비는 엘리야를 죽이려고 하고 사람들 또한 마음이 바뀌어 엘리야를 비난한다. 결국 광야로 쫓겨난 엘리야는 절망에 빠진다. 그러나 천사들이 나타나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 하느님이 진실된 즐거움을 주실 것이다”라고 응답한다. 그리고 합창이 “일어서서 밖으로 나가라, 주께서 가까이 오신다”라고 노래 부르며 엘리야의 승천과 하느님의 영광을 함께 한다. 천사들은 호렙산까지 40일을 걸어가라고 명하며 죽고 싶다고 한탄하는 엘리야에게 그분을 기다리라고 말한다. 호렙산에 도착한 엘리야에게 야훼의 음성이 들려오고 마음을 다잡은 그는 자신의 제자이자 ‘하느님은 구원’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엘리사를 후계자로 세운 뒤 불수레를 따라 회오리바람을 타고 승천한다. 이렇게 서사적이고 드라마틱한 1부와 고난과 역경을 겪은 뒤 영광스러운 결말을 갖게 된다는 2부로 구성된 대칭구조는 바흐의 [마태 수난곡]을 연상시키는 것으로서 멘델스존이 바흐를 얼마나 심도있게 연구했는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음악의 선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프레도 카탈라니 - 푸치니가 가장 두려워했던 경쟁자 (0) | 2018.01.17 |
---|---|
연인들 - 루이 말 감독 (0) | 2018.01.09 |
로마 위드 러브 - 우디 앨런 감독 (0) | 2018.01.02 |
안토니오 살리에리 - 모차르트의 아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다. (0) | 2017.12.26 |
차이콥스키의 음악적 유서 - 비창 교황곡 (0) | 2017.1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