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무대

몬테크리스토 - 복수를 넘어선 사랑

히메스타 2018. 1. 3. 16:08

국내에 소개되는 라이선스 뮤지컬들은 크게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뮤지컬들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뮤지컬들로 구분할 수 있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뮤지컬에도 적지 않은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이들 작품은 뮤지컬 메카로서 오랜 역사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작품들로 드라마성이 강한 편이다. 드라마를 전달하는 표현 수단으로서 노래를 매우 능수능란하게 사용한다. 반면 유럽 뮤지컬들은 음악극적 정서가 강하다. 프랑스 뮤지컬들 중 대부분이 성-쓰루(sung-through, 작품의 대부분이 노래로 되어 있는 뮤지컬) 형식이듯이, 음악으로 드라마를 풀어가더라도 음악 그 자체의 중요성이 크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태생적으로는 유럽 뮤지컬이지만 브로드웨이적 성격도 가지고 있고, 체코 뮤지컬처럼 현지화된 특성도 가지고 있다. – 제공: EMK뮤지컬컴퍼니

같은 유럽 뮤지컬이라고 하더라도 프랑스나 빈과는 달리 체코 뮤지컬의 수용 양식은 조금 특별하다. 이는 지극히 한국적인 상황인데, 체코 뮤지컬들의 경우 국내 창작진에 의해 새롭게 현지화하여 소개되는 경우가 많다. 체코 뮤지컬 [햄릿]이나 [잭 더 리퍼]는 체코 원작을 국내 창작진들이 한국적 정서를 가미하여 제작한 작품들이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스위스에서 초연한, 태생적으로는 유럽 뮤지컬이지만, 극 형식은 드라마성이 강하고 구체적인 표현에 집중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속성을 띠고 있으면서, 체코 뮤지컬들처럼 현지화된 작품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처럼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전개를 하는 것은 아무래도 주요 창작진이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하는 인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킬 앤 하이드]를 작곡한 프랭크 와일드혼이 노래를 작곡했고, 그의 파트너 잭 머피가 작사를 맡았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1845년에 발표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총 5권에 걸친 방대한 스토리를 2시간 남짓의 드라마로 압축했다. 2008년 뉴욕 시티 워크숍에서 선보인 후 같은 해 컨셉 앨범을 발표하였고, 2009년 3월 스위스의 시어터 세인트 갈렌(Theater St. Gallen)에서 월드 프리미어 공연이 이루어졌다. 2010년 4월 세계 두 번째로 국내에 소개되었는데 스위스 버전에 비해 드라마를 보완 강화하였다. 화려하고 사실적인 무대 세트와 감옥과 로마, 프랑스를 오가는 광활한 공간은 영상을 통해 효과적으로 공간 이동한다. 몬테크리스토 섬의 풍경이나 고급스런 저택 등이 사실적으로 제시되고, 국내 공연에서는 숟가락으로 굴을 파는 파리아 신부의 행동도 무대에서 사실적으로 구현해냈다. 영상의 사용도 두드러졌는데 특히 에드몬드가 파리마 신부의 시체 자루에 들어가 바다에 버려져서 자루를 풀고 탈출하는 장면은 영상을 이용해 비교적 생생하게 그려냈다.

복수의 허망함

원작 소설인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프랑스 마르세유 출신의 촉망받는 젊은 선원 에드몬드 단테스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다. 단테스는 아름다운 애인 메르세데스와 약혼하고 새로운 선장이 되면서 전도유망한 청년이다. 이를 시기한 친구들의 흉계로 14년간 감옥에서 억울하게 수감된다. 감옥에서 만난 파리아 신부의 도움으로 탈옥한 후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란 가짜 이름으로 돌아와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친구들을 하나하나 파멸로 이끈다. 중심 드라마는 복수극이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역시 중심 이야기는 모함과 복수로 이루어진다. 프롤로그 곡은 라틴어로 불려지는 장엄한 중세 미사곡 풍이다. 불길하고 암울한 음색에서도 어딘지 로맨틱한 인상을 주는 이 노래는 세상이 멸망해도 정의는 실현된다’는 내용으로, 앞으로 벌어질 에드몬드의 복수가 이루어질 것임을 암시한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젊은 선원 에드몬드 단테스의 복수와 사랑을 중심으로 한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다. – 제공: EMK뮤지컬컴퍼니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고, 복수의 달성은 성취감보다는 이루는 순간 사라지는 허망함을 안겨준다. 뮤지컬에서는 복수의 성취보다, 허망함 그리고 복수심마저도 넘어서는 사랑을 부각시킨다. 에드몬드 단테스는 친구들의 흉계로 모든 것을 잃고 감옥에 갇힌다. 감옥에서 파리마 신부에게 철학과, 과학, 화술, 검술 등 모든 인문학적 지식과 전투술을 익힌다. 파리마 신부는 에드몬드를 완벽한 인간으로 가르치면서 마음속에 자라고 있는 분노와 적개심을 내심 걱정한다. 그는 복수 뒤에 오는 허망함을 알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잊고 용서하라고 충고한다.

에드몬드의 복수심을 자극한 것은 지인들의 음모보다도 사랑의 맹세를 나눴던 메르세데스의 배신이었다. 사랑하는 약혼녀 메르세데스가 자신을 나락으로 몰아간 몬데고와 결혼해 아들을 낳았다는 말을 듣고 에드몬드는 복수의 화신이 된다. 1막 마지막에 복수의 칼을 갈며 부르는 ‘너에게 선사하는 지옥(Hell to Your Doorstep)’은 일렉트릭 사운드가 강렬하게 울려퍼지는 곡으로 에드몬드의 분노 수치를 짐작케한다. 1막 마지막에 이토록 뜨거웠던 분노는 2막에서 치밀하게 시행된다. 에드몬드는 로마에 놀러와 악당들에게 위험에 처한 몬데고와 메르세데스 사이에 난 아들인 알버트를 구해준다. 그 인연으로 자연스럽게 몬데고가 속한 사교계에 등장하게 된다. 무시무시한 거물에다가 자세히 알려진 것이 없는 미스터리한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나타난 에드몬드는 자신을 위험으로 내몬 이들이 했던 방식으로 그들에게 복수한다. 돈, 명성, 여인 대문에 에드몬드를 파멸시킨 당글라스, 빌포트 판사, 몬데고를 같은 이유로 유혹하여 덫에 옭매이게 한 후 그로 인해 파멸에 이르게 한다. 원작 소설에서는 치밀하게 차근차근 이루어졌던 복수의 과정이 뮤지컬에서는 ‘덫/ 더 많이, 더 높이’ 한 곡을 부르는 동안 이루어진다. 사건과 노래로 이루어진 꽤 긴 곡이긴 하지만 복수의 칼을 갈던 몬테크리스토를 생각한다면 참 싱겁기 그지없는 복수다. 그래서 오히려 복수 자체보다 복수 이후의 허망함을 느끼게 한다.

복수심을 넘어서는 사랑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복수보다는 사랑에 초점을 맞추어 각색되었고, 그 결과 메르세데스의 캐릭터도 소설에서와 차이를 보인다. – 제공: EMK뮤지컬컴퍼니

원작 소설에서는 에드몬드가 치밀하게 자신의 원수를 한 명, 한 명 파멸로 이끌어간다면, 뮤지컬에서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복수는 한 곡으로 처리해버린다. 대신 복수의 화신이 된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과거의 사랑을 기억하면서 다시 에드몬드 단테스로 변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이야기의 중심이 변하다 보니 뮤지컬에서는 원작 소설의 스토리와 캐릭터에 변화가 발생한다. 무엇보다 가장 크게 차이를 보이는 것은 메르세데스이다. 소설에서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몬데고를 파멸로 이끌자 몬데고는 자살하고 아들인 알버트가 몬테크리스토 백작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몬테크리스토가 에드몬드임을 유일하게 알아보는 메르세데스의 부탁을 받고 복수의 덧없음을 느낀 에드몬드는 결투에서 죽음을 택한다. 그러나 이 모든 사실을 전해들은 알버트는 오히려 아버지의 잘못에 용서를 구하고 군에 자진 입대한다. 메르세데스는 남편은 죽고, 아들은 군대로 가버려 홀로 남는 불쌍한 여인 처지가 된다.

그러나 뮤지컬에서는 메르세데스에게 면죄부를 부여한다. 모든 잘못은 몬데고에게 돌리고 여전히 에드몬드를 사랑하는 여인으로 남게 한다. 게다가 알버트가 몬데고의 자식이 아니라, 에드몬드의 아이라고 설정한다. 게다가 몬데고를 직접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은 에드몬드가 아닌 아들 알버트로 설정한다. 뮤지컬에서는 복수보다도 사랑에 주안점을 두고 각색을 하다 보니 에드몬드와 메르세데스의 사랑을 순수하게 남겨두고 싶었던 것이다. 다소 막장 드라마에 나오는 무리한 설정이긴 하지만 에드몬드와 메르세데스 그리고 이들의 아들인 알버트가 한 가족을 이루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뮤지컬에서는 복수의 화신이었던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순수하고 활력 있던 에드몬드 단테스로 돌아오는 과정도 사랑의 환기를 통해 이루어진다. 원작에서는 모렐 선장의 아들과 빌포트의 딸 발렌타인이 연인 사이지만, 뮤지컬에서는 발렌타인과 알버트를 약혼 관계로 만든다. 몬테크리스토 백작과 알버트의 결투에서 알버트를 구하는 것은 메르세데스가 아니라 발렌타인이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죽음의 위기에 처한 알버트를 살리기 위해 사랑의 감정에 호소하는 발렌타인을 보면서 예전의 에드몬드 단테스와 메르세데스를 떠올리게 된다. 에드몬드를 복수의 화신으로 만든 것도 사랑이었고, 그를 다시 예전의 순수했던 청년 에드몬드로 돌아오게 만든 것도 사랑인 셈이다. 이처럼 뮤지컬에서는 복수보다는 사랑에 포커스를 맞춰 각색했다.

공연 내역
2009년 3월 스위스 시어터 세인트 갈렌 월드 프리미어 공연

창작자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Frank Wildhorn)

[지킬 앤 하이드]를 비롯, 뮤지컬 [남북전쟁], [시라노 드 벨주락], [스컬릿 핌퍼넬]을 작곡. 오스트리아 극장 협회와 [루돌프]를 제작. 국내 창작 뮤지컬 [천국의 눈물]에도 참여했다.

대본, 가사 : 잭 머피(Jack Murphy)
프랭크 와일드혼과 함께 작업한 [남북전쟁]으로 토니상에 노미네이트 되었으며, [루돌프]와 [몬테크리스토] 등 프랭크 와일드혼과 콤비를 이루며 작업.

캐릭터 소개
에드몬드 단테스/몬테크리스토 백작
젊고 유망한 선원이었지만 친구들의 흉계로 감옥에 14년간 수감. 탈출후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신분을 바꿔 자신을 파멸로 이끈 이들에게 복수한다.

메르세데스
에드몬드의 약혼녀. 에드몬드가 감옥으로 끌려간 후 그가 죽은 줄 알고 몬데고와 결혼한다.

몬데고
메르세데스를 흠모하여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에드몬드를 배신한다.

빌포트
검사.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위해 에드몬드의 결백을 알고도 감옥에 보낸다.

당글라스
선장이 되기 위해 에드몬드를 밀고한다. 은행가로 성공하지만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꾐에 빠져 전 재산을 날린다.

파리아 신부
에드몬드가 감옥에서 만난 스승. 온갖 교육과 보물의 존재를 알려준다.

알버트
메르세데스의 아들. 나중에 에드몬드의 아들임이 밝혀진다.

발렌타인
빌포트의 딸. 알버트의 약혼녀.

시놉시스
젊은 선원 에드몬드 단테스는 메르세데스와 약혼을 하고 모렐 선주로부터 배를 물려받아 선장이 될 상황이다. 이를 시기한 몬테고와 당글라스는 에드몬드가 나폴레옹의 밀서를 전달했다는 것을 밀고한다. 빌포트 검사는 에드몬드가 무고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 편지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배달되는 것을 알고는 그를 악명 높은 감옥 샤프 디프에 투옥시킨다.

감옥에서 파리아 신부를 만나 철학, 수학, 정치, 검술을 익히며 땅굴을 파 탈옥을 시도한다. 파리아 신부가 죽자 그의 시체인 것처럼 위장하여 탈옥하는데 성공, 파리아 신부가 일러준 보물을 찾는다. 충분한 부를 바탕으로 자신을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라는 가명으로 몬테고 일당에게 접근하여 복수를 시작한다. 가상의 회사를 세우고 몬테고와 당글라스 그리고 빌포트를 나락에 떨어지게 한다. 알버트는 가문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몬테크리스토에게 결투를 신청하고, 에드몬드임을 알아본 메르세데스가 결투를 단념시키려 하지만 듣지 않는다. 결투에서 죽음에 처한 알버트를 그의 약혼녀인 발렌타인이 사정하여 구한다. 몬테고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에게 결투를 하지만 상대가 되지 않는다. 백작이 목숨을 살려주었지만 그 순간 비열하게 공격하려 하자 알버트가 총으로 몬테고를 쏴 백작을 구한다. 메르세데스는 백작이 알버트의 아버지임을 밝힌다.

뮤지컬 넘버 리스트

no.파트뮤지컬넘버
1Act1프롤로그
2사랑이 진실할 때
3축배
4언제나 그대 곁에
5역사는 승리자의 것
6하루 하루 죽어가
7레슨 시작
8왕이 된다면
9진실 혹은 대담
10보물! 왕이 된다면 rep
11온 세상 내 것이었을 때
12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
13Act2로마의 카니발
14타란텔라
15여자들이란
16그렇게들 말하던데요
17그 눈빛을 기억해
18덫 / 더 많이 더 높이
19아름다운 거짓말
20세월이 흘러
21과거의 내 모습
22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
23Finale 언제나 그대 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