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무대

지붕 위의 바이올린 - 명불허전 고전의 힘

히메스타 2017. 12. 21. 13:46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고전 작품과 만날 때면 식상한 이 문구가 진리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1964년 브로드웨이 임페리얼 시어터에 초연한 [지붕 위의 바이올린(Fiddler on the Roof)]은 지금 보아도 작품의 묵직한 감동과 여운이 전해진다. 작품의 시공간적 배경은 1905년 러시아 지역의 유태인 거주지 아나테브카(Anatevka)이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나 제작 시기도 지금과는 차이가 난다. 박해받는 유태인 마을의 이야기다. 매우 특수한 경험일 수 있는 이야기가 근 50여 년 동안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박해받는 유태인 마을의 이야기를 다룬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특수한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근 50여 년 동안 전세계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 제공: 클립서비스

전통과 사랑

[지붕 위의 바이올린]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전통’이다. 다섯 딸을 둔 가장 테비에는 극이 시작하면, 지붕 위에서 위태롭지만 균형을 잡은 채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연주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가 위험천만인 지붕 위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전통이 균형을 잡아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붕 위의 바이올린]의 무대는 아나테브카이다. 이곳은 전통과 신앙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유태인들의 게토(Ghetto)이다. 이들은 척박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들의 신앙을 유지하고 전통을 지키며 살아간다. 전통이라는 것은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오랜 시간 삶을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삶의 양식이 변하면서 전통도 새로운 도전을 받기 마련이고,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그러한 과정을 전통보다도 우선되는 인간 본연의 사랑을 통해 극복한다.

이 작품에서 전통을 상징하는 인물은 중매쟁이 옌테 할멈이다. 테비에의 아내인 골데의 말에서 이 마을의 결혼에 대한 생각이 잘 드러나는데, 딸이 어떻게 얼굴을 한 번도 보지 않고 결혼을 할 수 있느냐고 항변하자, 골데는 말한다. “남편은 만나는 게 아니라 정해지는 거야.”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았던 전통적인 결혼관이다. 골데가 테비에와 그렇게 만나 가정을 꾸렸듯, 다섯 딸들도 당연히 마을의 중매쟁이가 정해주는 신랑감을 받아들이길 바란다.

삶의 양식이 변하면서 전통도 새로운 도전을 받게되고, [지붕 위의 바이올린]에서는 그 과정을 전통에 앞서는 인간 본연의 사랑을 통해 극복한다. – 제공: 클립서비스

옌테가 신랑감을 정해주는 방식은 새로운 세대가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이를테면 눈먼 남자와 못생긴 여자를 엮어주면서, 서로의 단점을 알지 못하니 완벽한 결합이라는 식이다. 같은 이유로 옌테는 첫째딸 자이들에게 부자인 정육점 주인을 소개시켜준다. 가난한 집 딸에게 부자 사위가 제격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정육점 주인이 테비에보다도 나이가 많고, 첫째 딸 자이들은 마을의 가난뱅이 재봉사 모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이들은 모들과 결혼하고 싶다고 하자, 테비에는 분노한다. 아버지와 마을의 중매쟁이가 정해준 혼처를 버리고 자신들이 결혼 상대를 결정하는 것은 마을의 전통에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둘째 딸 호들은 언니 자이들을 넘어서는 도전을 한다. 급진적인 대학생 페르칙과 사귀는 호들은 아버지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자신들의 결정으로 결혼을 결심한다. 아버지에게 바라는 것은 단지 축복일 뿐 허락이 아니다. 이렇듯 그들이 지켜왔던 전통을 무시하는 딸들에게 테비에는 화가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들이 서로 사랑한다는 것에 감동해서 결혼을 허락한다. 전통보다 더 중요한 것은 딸들의 행복이라는 테비에의 결정에 이 세상의 모든 아들딸들은 큰 감동을 받는다.

그러나 세 번째 딸 하바가 러시아 군인과 사귀는 것은 허락하지 않는다. 러시아 군은 유태인들을 박해하고, 결국에는 자신들이 일구어놓은 마을 아나테브카에서 쫓아낸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말을 어기고 러시아 군인과 결혼한 셋째 딸을 다시 보지 않을 듯했지만 결국 테비에는 막내딸마저 용서하고 행복을 빌어준다.

테비에는 자신이 선택한 짝을 찾아가는 딸들을 보면 아내 골데와의 관계를 돌아본다. 딸들이 자신들이 사랑하는 짝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며, 골데와 나누는 대화가 뮤지컬 넘버 ‘Do You Love Me?’이다. 자신들은 얼굴도 모르고 정해진 배필을 만나 살아왔는데 과연 그렇게 전통적인 방식이 옳은가 되묻는다. 그래서 아내에게 수십 년을 살아본 지금 ‘자신을 사랑하냐고 묻는다.’ 이때 골데의 대답은 매력적이다. 뜬금없기도 부끄럽기도 하고 한 번도 생각조차 안 한 일이다. 테비에를 처음 만난 때부터 지금을 되짚어보던 그녀는 “아마 그런가 봐요”라며 수줍게 이야기한다. 마을 중매쟁이가 정해준 대로 결혼한 테비에와 골데 부부의 행복은 전통적인 방식의 결혼을 긍정한다. 그렇다고 자신이 원하는 짝을 찾는 새로운 세대의 결혼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지붕 의 바이올린]은 혁명이 아닌 사랑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통이 새로운 전통으로 변하는 과정을 그려내며 감동을 준다.

낙천적인 유태인 문화

테비에와 골데를 통해서도 보여주지만 이 작품은 전통을 변혁해야 할 낡은 것이 아니라 그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아름다운 것으로 그린다. 첫째 딸 자이들과 모들의 유태인 전통 결혼식 장면처럼 유태인 전통을 작품 속에 녹여냈다. 결혼식 장면에서의 춤이나, 음악에 배어 있는 선율은 기본적인 유태인의 문화에서 기초한 것들이다. 그 스스로가 유태인이었던 연출가이자 안무가인 제롬 로빈스는 이 작품에서 유태인의 문화와 정서를 꽤나 매력적인 것으로 담아냈다. 특히 결혼식 장면에서 남녀로 나뉘어서 춤을 추다가 커플 댄스를 추는 장면은 전통이 새로운 전통으로 바뀌는 작품의 주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명장면이다. 제롬 로빈스는 자신의 장기인 춤을 과하지 않으면서도 드라마 속 요소요소에 적절히 배치했다.

결혼식 장면에 삽입된 커플 댄스는 전통이 새로운 전통으로 바뀌는 작품의 주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제공: 클립서비스

이처럼 작품 곳곳에 유태인의 문화가 유머러스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테비에 자체도 [탈무드]의 어느 한 에피소드에 나온 듯한 매우 유태인적인 유머와 낙천성을 지닌 인물이다. 랍비를 모시고 하느님의 말씀을 섬기는 테비에는 매사 성경 말씀을 인용하지만 그것이 정확하지는 않다. 학식이 높지 않지만 신앙심이 두터운 그에게는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진다. 첫 장면에 잠시 등장하는 아나테브카의 거지 역시 그러한 낙천성이 느껴지는 인물이다. 구걸하는 거지에게 1페니를 주자, 그 거지는 대뜸 말한다. ‘지난주에는 2페니를 주지 않았나?’, ‘살림이 어려워 1페니밖에 못 준다’고 하자, 거지는 너무도 당당히 ‘왜 당신의 살림이 어려운 것 때문에 내가 힘들어야 하냐’며 도리어 화를 낸다. 이러한 유머와 긍정성은 테비에와 정육점 주인, 모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넉넉한 유머와 고난을 낙천적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의 삶의 태도에서 성숙함을 느낀다.

고전의 명성

전통을 사랑으로 감싸고, 힘든 삶을 긍정적인 태도로 받아들이는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1964년 초연 이후 지금까지 대단한 사랑을 받았다. 초연 공연은 3,242회 동안 공연되었고 그해 공연계 아카데미 상이라고 할 수 있는 토니상에서 10개 부문에 올라 작품상을 비롯 9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초연 이후에도 1976년, 1981년, 1990년 그리고 2004년 근 10년에 한 번씩 리바이벌되면서 이 작품의 명성을 이어갔다. 1971년에는 로만 주이슨 감독이 영화로 제작하여 뮤지컬에 버금가는 인기를 끌기도 했다. 특히 영화에서 지붕 위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음악을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아이작 스턴이 연주하고 그가 직접 OST 앨범의 표지 사진을 찍기도 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특히 2004년도 버전은 오케스트라를 무대 위에 올려 그들조차도 아나테브카 주민인 것처럼 연출했다. 시대가 흘러도 감동이 변하지 않은 [지붕 위의 바이올린] 지금까지의 추세라면 다음 앙코르 공연이 멀지 않았다.

 이미지 1

공연 내역
· 1964년 9월 22일 임페리얼 시어터 브로드웨이 초연
 

수상 내역
· 1965년 토니상 9개 부문(작품상, 작곡상. 대본상, 연출상, 안무상, 남자주연상, 여자주연상 등) 수상
 

창작자
작곡가 : 제리 복(Jerry Bock)
뮤지컬 작곡가, [Fiorello]가 토니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하여 [지붕 위의 바이올린], [She Loves Me] 등 다양한 작품에 작곡을 했다.
 
작가 : 조셉 슈타인(Joseph Stein)
극작가. 대표작으로는 [조르바], [지붕 위의 바이올린]이 있다.
 
연출 및 안무가 : 제롬 로빈스(Jerome Robbins)
브로드웨이의 혁신적인 안무가. [하이 버튼 슈즈], [왕과, 나] 안무를 담당하고, [지붕 위의 바이올린],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안무 및 연출로도 참여. 1949년 뉴욕시립발레단 공동 예술 감독으로 임명. 뉴욕시 헨델 메달, 케네디센터 명예상, 국립예술메달 수상.
 

캐릭터 소개
테비에
다섯 딸을 둔 긍정적인 성격의 우유 배달부.

골데
생활력이 강하고 전통을 중시하는 유태인 여인. 테비에의 아내

옌테
홀로 살아가는 마을의 중매쟁이

자이들
테비에의 첫째 딸. 마을의 양복쟁이 모들을 사랑한다.

모들
소심한 양복쟁이. 가난하지만 성실하다. 결국 자이들과 결혼한다.

호들
테비에의 둘째 딸. 영리하고 용감하다.

페르칙
러시아에서 공부를 한 급진적인 대학생. 부모님의 동의가 없어도 스스로 결혼을 결정해야 한다고 믿는다.

하바
테비에의 셋째딸. 책 읽기를 좋아하고 러시아 군인인 피데드카와 사랑에 빠져 도망친다.

피에드카
러시아 군인이지만 유태인인 하바를 사랑한다.
 

시놉시스
1905년 러시아의 작은 유태인 마을 아나테브카. 우유 장수로 생계를 유지하는 테비에에게는 다섯 딸이 있다. 그는 전통을 지키며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아간다. 테비에는 중매쟁이 옌테의 소개로 장녀를 나이 많은 정육점 주인에게 시집보내려 하지만 그녀가 이미 양복쟁이 모들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마음을 바꾼다. 둘째 딸 역시 급진적인 사상을 가진 페르칙과 부모의 동의 없이 결혼하려고 하자 처음엔 반대하지만 둘의 사랑을 믿고 허락해준다. 셋째 딸마저 러시아 군인과 결혼하겠다고 도망치고, 러시아는 군인들을 앞세워 유태인들을 아나테브카에서 떠나라고 명령한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뿔뿔이 흩어지고 가족도 흩어지면서 마지막으로 테비에는 셋째 딸에게도 축복을 내려준다.

no.파트뮤지컬넘버
1Act IPrologue: Tradition
2Matchmaker
3If I Were a Rich Man
4Sabbath Prayer
5To Life
6Tevye's Monologue
7Miracle of Miracles
8Tevye's Dream
9Sunrise, Sunset
10The Bottle Dance
11Act IIEntr'acte
12Now I Have Everything
13Tevye's Rebuttal
14Do You Love Me?
15The Rumor/I Just Heard
16Far From the Home I Love Hodel
17Chavaleh (Little Bird) Tevye
18Anatevka The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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