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무대

맨 오브 라만차 - 이룰 수 없는 꿈을 향해

히메스타 2017. 12. 14. 14:51

[맨 오브 라만차]는 1965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뮤지컬이다. 우리가 익히 아는 미구엘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뮤지컬로 각색했다. 이 작품을 생각하면 ‘고전()’이란 단어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 작품이 50여 년에 가까울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지금의 관객들에게도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맨 오브 라만차]가 오랜 시간 동안 한결같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작품의 형식과 내용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고, 식상할 수도 있는 극중극의 방식을 세련되게 전개하였으며, 무엇보다도 음악을 통해 메시지를 놀라울 정도로 감동적으로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맨 오브 라만차]는 뮤지컬의 모범으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다.

미구엘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뮤지컬로 각색한 [맨 오브 라만차]는 50여 년간 끊임없이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있다. – 제공: 오디뮤지컬컴퍼니

이룰 수 없는 꿈을 향해


뮤지컬이 원작 소설과 가장 다른 점은 세르반테스를 등장시켜 ‘돈키호테’의 이야기를 극중극으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무대는 스페인의 지하 감옥. 세르반테스는 교회에 세금을 부과해서 ‘종교 모독’이란 혐의로 잡혀온다. 죄수들은 자신들이 집행하는 모의재판에서 세르반테스에게 현실을 모르고 날뛴 이상주의자라는 죄목으로 극형을 언도한다. 그러자 그는 ‘이상이 없는 삶은 의미가 없다’며 변론 기회를 요구하고, 극작가이기도 한 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 즉 연극을 통해 변론한다. 죄수들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극을 선보이는데 이것이 바로 소설 ‘돈키호테’의 이야기다. 소설 [돈키호테]는 알론조 기하나 노인의 기행을 통해 무모하지만 이상을 품고 살아가는 삶을 역설한다. 세르반테스의 생각은 무모한 꿈을 꾸었던 기사 돈키호테를 통해 드러나는데, 뮤지컬에서는 세르반테스가 직접 돈키호테를 연기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몸소 보여준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는 세르반테스가 직접 돈키호테 연기하면서 무모하지만 이상을 품고 살아가는 삶을 보여준다. – 제공: 오디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는 현실과 이상의 갈등을 중심 플롯으로 삼아 갈등을 극명하게 제시한다. 기사가 사라진 시대에 알론조 기하나 영감은 자신을 방랑기사 돈키호테라고 칭하고 풍차를 악당으로 여겨 한판 대결을 벌이는가 하면, 여관을 성으로, 여관 주인은 성주로 생각하고 기사 직을 내려주길 간청한다. 게다가 여관에서 허드렛일을 하고 가끔은 몸을 팔기도 하는 천하디 천한 알돈자를 고귀한 레이디 ‘둘시네아’라고 부르며 충성과 사랑을 맹세한다. 이렇듯 미치광이 같은 망상가 돈키호테를 보여주며 세르반테스는 죄수들(관객들)에게 질문하고 있는 것이다. 이 더럽고 혼탁한 세상에 이상을 부르짖는 것은 얼마나 무모한가? 그렇다면 어두운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아니면 헛된 망상일지라도 그 꿈을 간직해야 하는가. 미쳐 돌아가는 세상을 제정신으로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 아닌가? 불의한 현실에 맞서는 일이 어쩌면 제정신을 가지고는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포기하기보다는 헛된 망상일지라도 끝까지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이러한 세르반테스의 생각은 이 작품의 대표곡인 ‘이룰 수 없는 꿈(The Impossible Dream)’에 집약된다.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길은 험하고 험해도,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사랑을 믿고 따르리라, 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힘껏 팔을 뻗으리라. / 이게 나의 가는 길이오. 희망조차 없고, 또 멀지라도, 멈추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걸으리라.” 다소 길게 인용된 가사이긴 하지만 테마 곡인 ‘이룰 수 없는 꿈’은 작품의 메시지를 집약적으로 호소력 있는 멜로디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 곡은 엘비스 프레슬리, 다이애나 로스 등 유명 가수들의 의해 수차례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그것이 망상일지라도 지켜나가야 한다는 생각은 돈키호테라고 해도 쉽지 않은 결단을 요구한다. [맨 오브 라만차]가 이상주의적인 판타지를 구가하는 일반 뮤지컬하고 구별되는 점은 이 작품은 정확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하여 이상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수많은 뮤지컬은 가난한 집안의 여인이 왕자와 결혼하는 신데렐라 스토리거나, 선한 사람이 성공하고 나쁜 사람이 벌을 받는 권선징악적인 해피엔딩을 추구한다. 그러나 실제 현실은 뮤지컬처럼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한 뮤지컬이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는 현실은 그렇지 않지만 뮤지컬에서는 자신이 꿈꾸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맨 오브 라만차]의 꿈은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 없기 때문에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이상이 아니라, 삶의 태도에 관한 것이다.

알론조가 스스로 기사를 자처하고 방랑하자, 조카의 연인인 닥터 카라스코는 거울을 동원해 알론조가 현실을 직시하도록 한다. – 제공: 오디뮤지컬컴퍼니

암울한 현실과 불가능한 이상의 갈등은 작품 속에서 극화되어 표현된다. 알론조 기하나 영감이 스스로 기사를 자처하고 방랑을 하자, 조카의 연인인 닥터 카라스코는 망상에 빠져 있는 알론조 영감을 현실로 돌아오게 한다. 카라스코가 택한 방법은 현실을 제대로 보게 하는 것(거울)이다. 무모하게 창을 휘둘렀던 돈키호테는 거울의 기사에게는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고 무너진다. 결투에서 거울 속에 비친 알론조 기하나를 보았기 때문이다. 현실의 높은 벽은 알돈자가 먼저 만난다. 알돈자는 난생 처음 자신을 고귀한 존재로 대해주는 돈키호테의 호의에 도취한다. 돈키호테가 ‘둘시네아’라고 부를 때면 부끄럽지만 싫지 않다. 여관에서 노새끌이들과 한바탕 싸움에서 승리하고 한껏 의기양양했던 알돈자는 돈키호테의 충고대로 다친 노새끌이들에게 선의를 베풀고자 상처를 치료해준다. 그런데 알돈자의 선의에 대한 노새끌이의 보답은 집단 강간이라는 형태로 돌아온다. 뮤지컬뿐만 아니라 연극에서도 흔히 보여주지 않는 집단 강간 형태를 비교적 사실적인 행위 안무로 표현한 것은 이상에 젖어 있던 관객들에게 현실의 냉혹함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이룰 수 없는 꿈일지라도 주어진 길을 가야 한다’고 했던 세르반테스도 집단 강간을 당한 알돈자와, 주름살로 가득한 힘없는 늙은이인 자신을 알아보고 절망에 빠진 알론조 기하나 영감에 이르는 대목에서 극을 멈춘다. 이런 암울한 현실 속에서 이상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스스로 대답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혼란에 빠진 세르반테스를 대신해서 그 길로 안내하는 것은 돈키호테가 보여준 무모한 도전을 바라본 사람들이다.

돈키호테가 벌인 무모한 도전,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길 수 없는 싸움을 벌이는 행위는 산초, 알돈자 그리고 죄수들에게 전염된다. 그리고 [맨 오브 라만차]를 쓴 데일 와써맨이나 [돈키호테]의 저자 세르반테스는 이상을 향한 무모한 꿈의 행렬이 관객들과 독자들에게까지 이어지길 바란다. 뮤지컬에서 이러한 작가의 마음은 노래로 배치되어 있다. 현실로 돌아온 알론조 기하나 영감은 알돈자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러자 알돈자는 돈키호테가 자신을 부르는 방식 ‘둘시네아’를 힘겹게 (알돈자에게 자신을 둘시네아라고 부르는 일은 현실에서 이상을 받아들이는 행위이므로 힘겹게) 발음한다. 그리고는 알돈자에게 들려주었던 ‘이룰 수 없는 꿈’의 말들을 들려준다. 이런 응원에 힘입어 알론조 기하나는 다시 힘을 얻고 돈키호테가 되어 일어선다. ‘이룰 수 없는 꿈’을 벅찬 감동으로 부르던 돈키호테는 노래를 채 마치지 못하고 죽는다. 그러나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불가능한 길을 걸었던 그의 꿈은 끝나지 않았다. 그의 무모한 도전 ‘이룰 수 없는 꿈’은 살아남은 알돈자와 산초, 그리고 죄수들이 합창으로 부르며 막을 내린다. 이처럼 뮤지컬에서는 ‘이룰 수 없는 꿈’을 통해 돈키호테의 이상이 알돈자와 산초, 죄수들 그리고 관객들에게 전파되는 것을 노래로써 보여준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었던 돈키호테의 노래는 작품을 넘어 관객들에게까지 희망과 이상을 전한다. – 제공: 오디뮤지컬컴퍼니

[맨 오브 라만차]가 고전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은, 과거나 현재, 그리고 아마 미래도 현실은 녹록지 않을 것이고, 그것이 아무리 험난할지라도 희망을 갖고 걸어야 하는 것이 살아있는 자의 영원한 숙명이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시대가 흘러도 탈색되지 않는 미치 리의 음악은 이 작품을 영원한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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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내역
1965년 11월 22일 워싱톤 스퀘어 시어터에서 초연
 

수상 내역
1966년 토니상 작품상, 남우주연상, 연출상, 작곡상, 무대디자인상 등 5개 부문 수상
 

창작자
극작 : 데일 와써맨(Dale Wasserman)
극작가이자 방송작가. [링컨 살인 사건], TV 드라마 [나는 돈키호테]가 인기를 끔.
 
작곡 : 미치 리(Mitch Leigh)
재즈 음악과 TV, 라디오 프로그램 음악 작곡가로 활동. 광고 음악 등 다양한 음악 활동을 했다. 1985년 [킹 앤 아이] 리바이벌 프로덕션의 연출을 맡기도 했다.
 

캐릭터 소개
돈키호테/세르반테스
시인이자 극작가, 자신을 방랑기사라고 생각하는 돈키호테를 창조함.

알돈자
여관 헤드렛일을 하는 여자. 돈키호테가 고귀한 레이디 둘시네아라고 부르자 혼란스러워한다.

산초
돈키호테를 따라 다니는 충성스럽고 유쾌한 하인

카라스코
돈키호테의 조카인 안토니아의 애인. 돈키호테가 현실을 직시하도록 거울의 기사로 나타난다.

여관 주인
마음씨 착한 주인. 황당한 이야기를 하는 돈키호테의 이야기를 잘 받아준다.
 

시놉시스
종교 모독으로 지하 감옥에 잡혀 온 세르반테스는 죄수들의 모의재판에서 이상주의자로 판결되자, 극중극 '돈키호테'를 선보여 자신을 변호한다. 돈키호테는 충직한 하인 산초를 데리고 다니며, 풍차에 뛰어들고 여관집 하녀를 고귀한 레이디라고 부르는 등 기행을 벌인다. 카라스코 박사는 돈키호테가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기 위해 거울의 기사로 변장하고 그에게 시골의 노인일 뿐인 알론조 기하나의 모습을 직시하게 한다. 현실로 돌아온 알론조는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데, 알돈자가 찾아와 그간에 있었던 일을 상기시킨다. 환희에 젖어 다시 돈키호테로 돌아오지만 곧 죽게 된다. 알돈자는 돈키호테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상을 향해 걷고 있을 돈키호테를 축복한다.

no.파트뮤지컬넘버
1서곡 (OVERTURE)
2라만차의 사나이 (MAN OF LA MANCHA)
3다 똑같아 (IT'S ALL THE SAME)
4둘시네아 (DULCINEA)
5그분의 생각뿐 (I'M ONLY THINKING OF HIM)
6서한 (THE MISSIVE)
7좋으니까 (I LIKE HIM)
8내게 뭘 원하나 (WHAT DOES HE WANT OF ME?)
9새야, 작은 새야 (LITTLE BIRD, LITTLE BIRD)
10이발사의 노래 (BARBER'S SONG)
11맘브리노의 황금투구 (GOLDEN HELMET OF MAMBRINO)
12그만의 둘시네아 (TO EACH HIS DULCINEA)
13이룰 수 없는 꿈 (THE IMPOSSIBLE DREAM)
14기사 책봉 (THE DUBBING)
15슬픈 표정의 기사 (KNIGHT OF THE WOEFUL COUNTENANCE)
16유괴 (THE ABDUCTION)
17이룰 수 없는 꿈 (THE IMPOSSIBLE DREAM : REPRISE)
18라만차의 사나이 (MAN OF LA MANCHA : REPRISE)
19알돈자 (ALDONZA)
20그냥 소문 (A LITTLE GOSSIP)
21둘시네아 (DULCINEA : REPRISE)
22이룰 수 없는 꿈 (THE IMPOSSIBLE DREAM : REPRISE)
23라만차의 사나이 (MAN OF LA MANCHA : REPRISE)
24성가 (THE PSALM)
25피날레 (FIN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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