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정월대보름이 되면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한 해 건강을 다진다. 해가 뜨기 전 일어나 서로에게 '내 더위 사가라'며 여름 더위를 염가 세일(?)하고는 눈과 귀를 밝게 하기 위해 '귀밝이술'을, 부스럼 등 피부병을 예방하기 위해 '부럼'을 나눠 먹는다. '동국세시기'에 나오는 이런 대대로 내려오는 민속풍습은 얼마나 효능이 있을까.
▶귀밝이술? 귀에는 도움 안돼요
=귀가 밝아지라고 먹는 귀밝이술. 하지만 술에는 귀가 밝아지는 효과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부천한의원 노영범 원장은 "귀밝이술을 대보름에 마시는 것은 술의 더운 기운으로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귀를 밝게 한다는 기원의 의미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이명ㆍ난청 등 귀가 나쁜 환자에게 술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그렇다면 귀를 밝게 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현대 사회에서는 이어폰의 사용이이명과 난청의 주범인 만큼 이어폰 대신 헤드폰을 사용하라는 게 노 원장의 조언이다. 노 원장은 "최근 MP3나 PMP, 스마트폰 등의 사용이 잦아지면서 젊은이와 어린학생들에게서 청력 이상이 자주 발견되고 있다"며 "이어폰보다는 귀 전체를 감싸주는 헤드폰을 사용하는 것이 귀를 살리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장시간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도 청력에 악영향을 미친다. 바르지 못한 자세로 척추가 뒤틀리고 흉쇄유돌근이 뭉치게 되면 청신경을 자극해 난청이나 이명의 원인이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득이하게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는 직장인들은 50분 사용 후 10분씩 꼬박꼬박 휴식해야 한다. 이 밖에도 평상시 목 돌리기 등 스트레칭과 마사지를 통해 흉쇄유돌근을 자주 풀어주는 것이 좋다. 손으로 귀를 자주 만지는 등 자극을 주는 것도 말초신경까지 혈액순환을 촉진시킬 수 있는생활 건강법이다.
한약을 써야 한다면 계지, 복령, 창출 등의 약재를 사용한다. 계지는 특히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복령은 자율신경의 조화를 돕고, 창출은 소변의 배출기능을 강화시킨다.아울러 머리로 향하는 혈관이 지나가는 흉쇄유돌근의 뭉친 곳을 풀어주는 침 치료도보조요법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눈 건강 위해선 당근, 치즈, 계란이 나아요
=귀에 별다른 효능이 없는 귀밝이술은 아쉽게 눈에도 별다른 효능이 없다.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손용호 병원장은 "눈의 건강을 위해서는 비타민 A의 공급이 필요하다"며 "당근이나 계란 노른자, 치즈 등이 눈에 좋은 대표적인 음식"이라고 추천했다.
그에 따르면 당근은 '눈의 비타민'으로 불릴 정도로 눈에는 최고의 식품. 비타민 A가 다량 함유되어 눈이 침침한 사람에게 좋으며 베타카로틴 성분이 눈의 노화로 생기는 원시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보름에는 귀밝이술 대신 당근 주스를 나눠 마시는 게 눈에는 더 바람직하다는 것.
이 외에도 계란 노른자에는 다량의 비타민 A군이 들어 있고 눈을 구성하는 성분이있으며 치즈 등 유제품 역시 비타민 A와 철분이 풍부해 눈의 피로 회복에 좋다. 비타민 A, C, 미네랄 등 천연 영양소가 풍부한 감잎은 눈의 피로 회복에 좋으며 사과 등 과일에는 시력 회복에 좋은 칼륨이 다량 들어 있어 눈의 기능을 도와준다.
건강한 눈을 유지하려면 최소한 한 시간 중 5분은 눈을 감고 눈을 쉬게 해주는 게 좋으며 정 피곤할 때는 뜨거운 물수건으로 눈을 마사지해주는 것도 눈 속의 노폐물을 배출해 안구 건조증이나 다래끼를 방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또한 골프, 스키를 즐길 때는 모자와 자외선 차단이 되는 고글로 눈을 보호해주는 것이 좋으며 안경과 콘택트렌즈는 반드시 안과의사의 정확한 검사를 통해 처방을 받는 것도눈의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습관이다.
▶오곡밥, 부럼은 성인병 예방과 다이어트에 탁월
=귀밝이술은 별다른 효능이 없지만 부럼과 오곡밥은 꼭 챙겨먹어야 한다. 성인병 예방과 다이어트에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가로세로 한의원의 류수민 원장은 "대보름 음식은 명절 음식 중 현대인에게 가장 권장할 만한 건강식이며, 비타민, 무기질, 섬유소, 불포화지방산, 식물성 단백질 등을고루 섭취하면서도 성인병의 예방과 저인슐린 다이어트 효과가 있는 음식"이라며 오곡밥과 부럼 예찬론을 펼쳤다.
그에 따르면 오곡밥은 오곡인 팥, 콩, 수수, 차조, 기장에 찹쌀과 멥쌀을 함께 넣고지은 밥으로 현대인의 잡곡밥, 통곡밥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다. 잡곡밥과 통곡밥의장점은 백미에 비해 인슐린 분비 자극효과가 적어서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방지하여,당뇨병의 예방과 관리에 좋으며, 탄수화물뿐 아니라 다양한 식물성 단백질, 비타민, 식이섬유소의 섭취를 가능하게 한다.
아홉 가지 묵은 나물 반찬은 지역 풍습마다 다르지만 대표적으로 취나물, 박고지, 시래기, 고비, 고구마줄기, 콩나물, 도라지, 무나물, 고사리, 톳나물, 토란대 등으로 겨울철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 무기질, 식이섬유소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나물의 식이섬유소는 변비 예방에 좋을뿐더러, 장에서 지방을 흡착하여 체내 지방 흡수를 억제하는 효과로 인해 고지혈증 등의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
부럼은 밤, 호두, 잣과 같은 견과류를 소리가 나도록 깨물어 먹는 풍습으로, 부럼을깨면 치아가 튼튼해지고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다고 했지만, 현대에서는 그런 의미보다는 견과류의 다양한 불포화지방산 섭취로 성인병을 예방하고, 두뇌활동을 개선한다는 측면의 건강식이라고 할 수 있다.
류 원장은 "이제는 농업 기술과 저장 기술이 발달하면서 오곡밥과 부럼을 사시사철먹을 수 있게 됐다"며 "몸에 좋은 건강식인 오곡밥과 부럼을 대보름날에만 국한해 먹지 말고 평소에 건강식으로 즐기는 것이 한 해를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m.com)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얼굴이 잘 생기면 연봉이 높다? (0) | 2010.02.26 |
---|---|
IQ 낮은 사람이 담배 피운다 (0) | 2010.02.24 |
직장인 수면장애 원인은 햇빛 결핍 (0) | 2010.02.23 |
목도리에 담요까지..., 공공기관 추위와의 전쟁 진풍경 (0) | 2010.02.19 |
세계 최악의 부패국가 1위는? (0) | 2010.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