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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한게 홍어X"라 불리게 된 이유는?

히메스타 2010. 1. 21. 10:31

홍어삼합을 시키면 간혹 홍어의 '서비스 부위'가 서너 점씩 딸려 나온다. 썰린 모양만 봐선 어딘지 쉽게 짐작할 수 없다. 주인이 생색내며 주는 특수부위는 주로 코· 애(간)· 거시기(성기)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므로 무엇이 가장 맛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코는 5kg홍어에서 100g정도 밖에 안 나올 정도로 양이 적기 때문에 귀한 대접을 받는다. 맛 역시 독특하다. 삼합에 쓰이는 부위인 날개보다 3배 정도는 더 톡 쏜다. 다른 부위보다 빨리 삭기 때문이다. 게다가 투명한 겉모습에서 알 수 있듯 매우 미끌미끌하다.

애는 홍어의 간이다. 보통 홍어가 들어오면 바로 분리해 그 채로 상에 올린다. 참기름을 뿌린 듯 노란 기름기가 좌르르 흐른다.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부들부들 마치 연두부나 푸딩같다. 한 입 깨무는 순간, 차가우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 안 가득히 퍼진다.

마지막으로 거시기는 홍어의 고환. 수컷 홍어의 몸에 두 개 있다. 여기서 잠깐, 옛날부터 전해오는 말 '만만한 게 홍어 X'은 무슨 뜻일까. 맛이 없어서 일까. 그건 아니다. 홍어 고환은 홍어 몸에서 가장 쉽게 '쏙' 빼낼 수 있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갈고리로 찍으면 '훅' 하고 빠져 티도 나지 않는다. '영산포 홍어' 김 사장은 "옛날 홍어집 주인들이 가게 앞을 지나던 손님에게 막걸리와 함께 대접용으로 늘 내놓던 것이 바로 홍어 거시기였다. 들릴 때마다 안주로 나오니 만만하다는 말이 나온 것"이라고 전한다. 다른 설도 있다. 홍어는 맛이 부드럽고 더 차지다는 이유로 암컷이 수컷보다 비싸다. 그래서 '수컷 홍어는 배에 오르자마자 거세당한다'는 소문이 있다. 유래야 어찌됐든 맛만은 혀에 착착 달라붙을 정도로 차지고 쫄깃쫄깃하다.

5Kg홍어 1마리를 예로 들면, 평균적으로 날개가 2kg. 나머지는 그 외 몸통과 머리 쪽 살이다. 과거엔 홍어 아가미, 일명 구섬치도 인기였으나 요즘은 거의 먹지 안 먹는다. 과거엔 아가미 한 점이면 막걸리 서너 사발은 거뜬히 마셨다고 한다. 유난히 질겅질겅해 씹어도 씹어도 입 속에서 안 없어졌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배워보는 홍어 상식

'홍어 1번지'숙성실에선 공장장 홍재석(47)씨가 홍어 손질에 한창이었다. 매캐한 암모니아 냄새가 가득했지만 그의 표정은 생동감 넘쳤다. 삭고 있는 홍어 한 마리 한 마리는 그의 예술작품이었다. 숙성실엔 흑산도산과 칠레산 홍어가 있었다. 우리 입으로 들어오기까지 홍어는 어떤 손질과정을 거치는 지, 흑산도산과 수입산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 배워봤다.

수입산은 들어오자마자 먼저 해동부터 시킨다. 자연적으로 녹을 때까지 놔두는 것이다. 해동이 되면 내장을 제거한다. 애(간)는 손님상에 올라가고 위는 젓갈을 담는데 쓴다(숙성실 한 켠에선 미니풀장 만한 바구니 속 가득 담긴 홍어 위를 손질 중이었다). 다음이 삭히기다. 삭힌 홍어는 볼살· 꼬리· 날개 순서로 분리한다. 그런 다음 센 물로 씻고 껍질을 벗긴다. 흑산도 홍어는 해동과정이 없다. 나머지 과정은 수입산과 동일하다.

흑산도 홍어는 전체적으로 황금빛이 나고 수입산은 검은빛이 돈다. 껍질 벗겨져 상에 올라왔을 땐 색깔만으로 구분하기 힘들다. 흑산도산이 더 붉긴 하지만 비교대상이 없으면 구분이 어렵다. 흑산도산과 칠레산 두 가지를 차례로 먹어보니 흑산도산이 더 차지고 쫄깃했다. 그만큼 더 오래 씹어야 했다. 칠레산은 부드러웠다. 또, 같은 기간 삭혔음에도 불구하고 흑산도 홍어의 톡 쏘는 맛이 더 강했다. 맛으로 판별하는 것도 일단 두 가지를 모두 경험해 봐야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