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재완 기자]'천하대'와 '서운대', 요즘 방송가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대학들이다. 물론 드라마 속에서만 등장하는 대학이지만 말이다.
◆'최고의 대학' 천하대 VS '창피한 대학' 서운대
KBS2 월화드라마 '공부의 신'에 등장하는 천하대는 실체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대다. 이쯤 되면 어떤 말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서울대를 떠올리게 된다. 제작 초기 드라마의 제목에 '꼴찌, S대 가다'까지 물망에 올랐을 정도다. '공부의 신' 속 강석호(김수로 분) 변호사는 '천하대 특별반'까지 만들어 '학생들 천하대 보내기'에 열을 올린다.
MBC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지붕킥)에 등장하는 황정음의 학교 '서운대'는 서울대와 발음이 비슷해 서러운 대학이다. 수도권(?)에 위치한 서운대는 홍보모델이 돼 버스 광고에 붙어도 창피한 대학이고 학생들은 학교 앞 율리아나 나이트에 다니며, 황정음의 모양새를 봐선 취직도 쉽사리 되지 않는 대학임에 틀림없다.
이렇게 천지 차이인 천하대와 서운대지만 두 대학이 풍자하는 바는 그리 다르지 않다. 바로 학력지상주의를 비꼰 것이다.
◆나라님도 못 고치는 '학력 지상주의'
두 드라마는 누구나 비판하지만 가장 가고 싶은 대학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방식은 조금 다르다.
'천하대'는 시청자들에게 '그래도 너희들도 가고 싶어 하지 않냐'라고 말하고 있다. 아무래도 '공부의 신'은 공부 못하는 '낙오자'(?)들이 갖은 방법으로 성적을 올려 천하대에 들어가는 모습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모습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것은 앞에서는 "학력 지상주의, 문제야"라고 말하면서도 내 자식은 공부 못해도 서울대를 보내고 싶은 욕망을 지적한 것이다.
반면 서운대는 우울한 자화상이다. 그렇게 서울대에 가고 싶지만 현실은 이름만 비슷한 서운대에 가야한다. 사람들에게 서울대라고 오해를 받아도 굳이 설명하지 않을 만큼 서운대는 창피한 대학이다.
특히 남자친구 이지훈이 서울대 의대 출신 동창들을 만날 때면 그 창피함이 극에 달한다. 어려운 이야기가 나오면 "난 별로"라고 넘어가버리고 이야기가 길어지면 조는 척까지 해야 한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지만 우리는 어느새 그렇게 하고 있다.
가정주부 이미연 씨(43·가명)는 고3 수험생 자녀에게 '공부의 신'은 권장하지만 '지붕킥'은 권장하지 않는다. '서운대'에 가야하는 현실보다는 '천하대'에 가고 싶은 이상만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공부의 신'이 높은 인기를 얻는 것을 보니 역시 우리나라에서 교육 문제만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으는 분야는 없는 것 같다. '지붕킥'에서 항상 밝은 황정음이 어두워지는 부분도 바로 대학 이야기 때다"라며 "'막장'드라마가 판치는 가운데 뜻없는 웃음만 주는 것이 아닌, 의미있는 드라마라 인기가 좋은 것 같다"고 평했다.
고재완 기자 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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