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할만한 것들

FT 브릭스 때리기 "세계 경제 중심 못된다"

히메스타 2010. 1. 18. 14:17

- 각 국가 이질적 그룹..수출의존 경제 변화 힘들어

[이데일리 양미영 기자] 국제 금융시장에서 브릭스(BRICs)를 모르면 간첩이다.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신흥 4개 국가는 최근 몇년 사이 국제 경제에서 화려하게 부상했고 금융위기 이후 회복세 또한 두드러졌다.

브릭스 용어를 처음 쓴 골드만삭스는 이들 국가가 2032년 이전에 G7국가들의 생산을 초과하고 특히 중국은 2030년까지 세계 최대 경제로 우뚝 설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G7국가들의 증시는 플러스(+) 영역을 고수하기 위해 진땀을 뺀 반면, 브릭스 증시는 두배 가까운 오름세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이제 글로벌 경제의 중심은 이들 국가로 변하는 것일까.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같은 질문에 대해 `아직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FT는 각각의 국가들이 이질적인 그룹일 뿐만 아니라 중국 경제의 경우 여전히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장 피에르 리먼 IMD매니지먼트스쿨 교수는 "향후 10년안에 대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며 금융의 중심이 동쪽으로 이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경우 규모나 무역 개방 면에서 경제적 영향력이 크고, 인도 역시 빈곤하긴 하지만 소프트웨어와 산업 서비스 면에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유능한 농산물 수출국가이고 러시아는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로 유명하다. 특히 이들 국가들은 2000~2008년 사이 전세계 성장률의 절반을 도맡아 이끌었다.

그러나 FT는 중국이 세계 성장의 진정한 엔진 역할을 해줄 소비자 수요로 동력을 변환시켜 스스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끌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기부양책 역시 소비보다는 고정투자로 흘러들어갔고 글로벌 수요가 회복되지 않고 부양책이 퇴색될 경우 경제 활기를 이끌지 못하고 과잉생산성만을 부추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위안화의 달러 페그 역시 중국 경제가 수출에서 내수로 이동하는 것을 막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맥킨지 조사에서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사회안전망 부족도 중국 가계의 저축 증가 요인 중 하나로 꼽으며 구조적 변화가 신속하게 일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봤으며, 위안화 평가절상도 쉽게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봤다.

나머지 브릭스 국가들 또한 중국보다 성장세가 느릴 것으로 보여 글로벌 수요에 눈에 띄는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분석됐다. 브라질과 인도 모두 위기 동안 빠른 성장세를 과시했지만 브라질 경제의 경우 상대적으로 성숙기에 와 있고 인도 역시 중국보다 저축률이 더 높은데다 만성적인 공공 부채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역시 경제가 여전히 유가에 의존하고 있는 점이 맹점으로 지적됐다.

따라서 FT는 지난 10년간의 성장세만으로 브릭스가 미국과 서유럽으로부터 글로벌 경제 리더십의 바통을 건네받기는 불충분하다며 더 확고한 성장세와 질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FT의 시각이 상대적으로 밀리고 있는 선진국 입장이라는 점은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