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극장가는 기대감으로 술렁이고 있다. 2009년 겨울 개봉된 영화가운데 아바타에 이어 전우치가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또 곧이어 개봉될 영화들도 기대된다. 그동안 볼 영화가 없다고 한탄하고 있었는데, 새해 들어 은근히 기대를 하고 있다.
아바타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보았고, 여러 가지 버전으로 상영되면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개봉예정작 중에서 기대되는 것은 이나영 주연의 <아빠는 여자를 좋아해>와 10년전 재미와 통쾌를 주었던 <주유소습격사건>이 2탄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또다른 2탄 시리즈들이 줄줄이 개봉할 예정이라고 하니 기다려볼만하다.
<전우치>를 보고 왔다. 어떤 사람은 연말에 명상수행중 전우치의 유쾌하고 역동적인 장면들이 잔상으로 남아 떠올랐다고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전우치, 전우치, 전우치... 사실 <전우치전>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곧바로 인터넷 검색 들어갔다. 검색내용들이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정리해보면 대략 이렇다.
역사적인물 <전우치> 에 대하여 조선중기의 기인으로 도사에게서 선도(仙道)를 배워 스스로 변신하고 남도 변신시켜, 백성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데 신통력을 발휘한다. 시대적,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양반임에도 불구하고 관직을 마다하고 무풍을 지키며 야인으로 살고자 한 전유선의 쌍둥이 아들로 태어난 전우치. 산골 초동으로 살아가던 전우치는 세상구경이나 할 겸 방방곡곡을 돌게 되고, 탐관오리들의 횡포와 해적들의 약탈 속에 힘없이 살아가는 민초들의 고단한 인생살이를 눈으로 확인하면서 의적으로 거듭나게 된다. 하지만 백성을 현혹시켰다는 죄로 옥사했는데 뒤에 친척들이 이장하려고 무덤을 파보니 시체 없이 빈 관만 남아 있었다고 한다. 조선중기의 실존인물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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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오락영화
영화<전우치>의 내용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전우치전>의 내용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아무래도 새로 각색해서 재미와 오락을 더했겠지! 영화<전우치>의 포스터를 보면 ‘최초의 한국형 히어로무비’, ‘전대미문의 영웅, 천방지축 악동 도사가 온다!’, ‘온 가족을 위한 최고의 오락영화’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있다. 말그대로 ‘천방지축’의 ‘악동도사’의 이야기를 그린 ‘오락영화’라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에 대해 불만을 가진 사람들의 평을 보면 실망했다는 둥, 완전 낚였다는 둥 이래 저래 많은 말을 달고 있지만 한마디로 영화<전우치>는 재밌다. 다소 와이어액션 부분에 미흡한 부분이나 CG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을지라도 그것을 흠잡아 보는 것 보다 내용에 집중하면 부족한 부분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대강 이렇다.
최초의 한국형 히어로무비 | 전대미문의 영웅, 천방지축 악동 도사가 온다!
500년 전 조선시대. 전설의 피리 '만파식적'이 요괴 손에 넘어가 세상이 시끄럽자, 신선들은 당대 최고의 도인 천관대사(백윤식)와 화담(김윤석)에게 도움을 요청해 요괴를 봉인하고 '만파식적’을 둘로 나눠 두 사람에게 각각 맡긴다. 한편, 천관대사의 망나니 제자 전우치(강동원)가 둔갑술로 임금을 속여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자, 신선들은 화담과 함께 천관대사를 찾아간다. 그러나 천관대사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피리 반쪽이 사라졌다! 범인으로 몰린 전우치는 자신의 개 초랭이(유해진)와 함께 그림족자에 봉인된다.
요괴 잡는 도사도 어느덧 전설이 된 2009년 서울. 어찌된 일인지 과거 봉인된 요괴들이 하나 둘 다시 나타나 세상을 어지럽힌다. 이제는 신부, 중, 점쟁이로 제각각 은둔생활을 즐기던 신선들은 다시 모여 화담을 찾지만, 500년 전 수행을 이유로 잠적한 그는 생사조차 알 수 없다. 고심 끝에 신선들은 박물관 전시품이 된 그림족자를 찾아 전우치와 초랭이를 불러낸다. 요괴들을 잡아 오면 봉인에서 완전히 풀어주겠다는 제안에 마지 못해 요괴 사냥에 나선 전우치. 그러나 전우치는 요괴사냥은 뒷전인 채 달라진 세상구경에 바쁘고, 한 술 더 떠 과거 첫눈에 반한 여인과 똑같은 얼굴을 한 서인경(임수정)을 만나 사랑놀음까지 시작한다. 전우치 때문에 골치를 앓는 신선들 앞에 때마침 화담이 나타나지만, 화담은 만파식적의 행방을 두고 전우치와 대적하는데…
<예고편>
최동훈 감독의 <타짜>에 이은 <전우치> 열풍
전우치는 스승을 죽인 것으로 몰려 그림족자에 봉인되기 직전에 스승이 남긴 ‘거문고갑을 쏴라’는 말을 보게되고, 500년 후 화담과의 싸움에서 그 의미를 알게 될 때 ‘스승님은 여기까지 생각하고 있었구나!’라고 대사를 던질 때, 마지막부분에서 청계천에서 화담과 싸우다가 모든 기력이 빠져 물에 둥둥 떠 있으면서 마음을 비우고 버림으로 진짜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때 -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직접 봐야할 대목이다.)
최동훈 감독의 또 다른 영화 <타짜>에서도 <전우치>와 같은 대립구도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배우들의 구성도 비슷하다. 영화<타짜>에서 조승우와 김혜수가 묘한 분위기를 끌었다면, 영화<전우치>에서는 강동원과 임수정이 등장한다. 다른 사람들이지만 최동훈 감독의 손길이 느껴진다. 요즘 김혜수와의 열애설에 새롭게 이미지가 부각되고 있는 유해진의 경우에도 영화<타짜>와 <전우치>에서 각각 백윤식과 함께 주요한 포지셔닝으로 출연하고 있다.
화담역으로 등장한 김윤석도 돋보인다. <추격자>, <거북이 달린다>에서 개성돋보이는 연기는 사람들을 확 빨려들게 하더니, <전우치>에서도 아마 없었다면 싱겁게 재미만 있는 영화가 될텐데 김윤석으로 인해 <전우치>는 재미로만 흐르지 않고 긴장감이라는 격조를 더하고 있다.
<전우치>의 메시지 : 백성을 생각하라
한참 웃다가 영화는 끝이난다. 영화<전우치>가 도대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내가 이렇게 물었을때 옆에 사람은 ‘재미~’라고 한마디로 잘라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내 머릿속에 남는 교훈적 가치찾기는 오래된 업식때문일까?
그러나 역사적 인물 <전우치>에 대한 검색결과를 보면서 ‘재미’를 가장한 <전우치 메시지>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영화속에서도 전우치는 정치인을 꾸중하면서 이런 대사를 날린다. “여하튼 예나 지금이나 벼슬아치들은 백성을 생각할줄 몰라~”
현재 온 국민의 뇌리속에 남아 있는 정치적 과제들 - ‘용산참사문제’, ‘4대강문제’, ‘세종시문제’ 등 자세하게 언급않더라도 그 속에 ‘백성을 생각할 줄 아는’ 모습이 조금이라도 담겼다면 온 나라가 시끄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지울수 없다. 둔갑술로 임금을 속이고 희롱할 때 임금을 농락했다는 느낌보다 속시원한 느낌을 갖는 것은 불경죄에 해당될까? 국민들은 <전우치>를 기다려왔고, 그래서 영화<전우치>에 더 열광하는지도 모르겠다.
탐관오리들의 횡포와 해적들의 약탈 속에 힘없이 살아가는 민초들의 고단한 인생살이를 눈으로 확인하면서 의적으로 거듭나게 되는 ‘전우치’에 대해서 책으로도 나와 있으니, 영화로는 재미를 더하고, 책으로 실존인물에 대해서 새롭게 접근해보는 것도 새해 좋은 지식이벤트가 될 것 같다.
책과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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