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스 - 오프 브로드웨이 최장수 뮤지컬

뮤지컬 [판타스틱스]는 1960년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의 설리반 스트리트 플레이하우스에서 초연된 이후 2002년까지, 무려 42년 동안 한 공연장에서 17,162회이나 공연돼 기네스북에 ‘단일 극장에서 공연된 최장 공연’으로 기록된 작품이다. 미국 전역에서만 1만 번 이상, 아프가니스탄에서 짐바브웨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67개국에서 공연됐으며, TV프로그램과 영화로도 제작돼 큰 사랑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1973년 극단 가교의 [철부지들]로 처음 소개된 이후 2004년 연극열전을 통해 정식 공연을 선보였다. 라이자 미넬리, 엘리엇 굴드, F.머레이 에이브러햄 등 쟁쟁한 배우들을 거치며 장수해 온 [판타스틱스]는 2006년 200석 규모의 스내플 극장에서 리바이벌된 이후 현재까지 꾸준한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뮤지컬 [판타스틱스]는 1960년 초연된 이후 반세기에 걸쳐 사랑받아왔다. – 제공: 이다엔터테인먼트

오프브로드웨이와 브로드웨이를 넘어 전 세계인들에게 반세기에 걸쳐 사랑받아 온 [판타스틱스]의 시작은 의외로 소박하다. 텍사스 대학을 함께 다니던 극작가이자 작사가인 톰 존스와 작곡가 하비 슈미트가 1956년 학창 시절에 쓴 1막짜리 뮤지컬 습작에서부터 출발한다. 1894년 에드몬드 로스텐드의 희극 [공상가들(Les Romanesques)]을 토대로 만든 [Joy Comes to Dead Horse]는 졸업 후 2막 공연으로 수정‧보완해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됐다. 1959년 버나드 칼리지 서머 스테이지에서 첫 선을 보인 [판타스틱스]는 그 가능성을 알아본 프로듀서 노어 노토(Nore Note)에 의해 1960년 5월 3일 뉴욕의 설리번 스트리트 181번지에 있는 플레이하우스에서 장기 공연의 신화를 만들어갔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과 [한여름밤의 꿈] 등 유명한 작품에서 주요 모티브를 얻은 익숙하면서도 만 탄탄한 스토리와 14곡의 감미로우면서도 낭만적인 멜로디는 관객들의 추억을 끄집어내기에 충분했다. 특히 공연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노래 ‘Try to Remember’는 아름다운 멜로디와 순수했던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가사로 큰 인기를 얻었다. 제리 오바치가 처음으로 부른 이 곡은 1965년 에드 에임스와 로저 윌리엄스, 브라더스 포가 부른 각기 다른 버전으로 세 차례나 빌보드 차트에 올랐고, 1976년 그룹 글래디스 나이트 앤드 더 핍스에 의해 R&B 버전으로도 선보여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후 바바라 스트라이샌드, 나나 무스쿠리, 해리 베라폰테, 여명, 성시경 등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해 전 세계적으로 애창되는 노래 중 하나가 됐다.

[판타스틱스]는 사랑스러운 열여덟 소녀 루이자와 순박한 스무 살 청년 마트의 풋풋하고 아름다운 성장 뮤지컬이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사는 두 사람은 아버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벽 너머로 서로의 사랑을 속삭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알고 보니 절친한 친구 사이인 아버지들이 자녀들을 맺어주기 위해 계획적으로 방해한 것. 로미오와 줄리엣의 금지된 사랑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듯, 아무것도 모르는 마트와 루이자는 달빛의 향기에 취해 밀회를 즐긴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들이 고용한 악당이 나타나 루이자를 납치하고, 어설프지만 진심을 다해 칼을 휘둘러 그녀를 구한 마트는 변치 않는 사랑을 맹세한다. 부모의 허락까지 받아낸 두 사람은 환한 태양 아래에서 서로를 마주 보게 됐지만 어쩐 일인지 전처럼 멋져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게다가 대금을 받으러 온 악당 엘가로로부터 가짜 납치극의 전말을 듣게 되고, 그에게 결투를 다시 신청한 마트는 보기 좋게 패배한다. 좌절한 마트는 고향을 떠나 도시를 향하고, 엘가로에게 반한 루이자 역시 그를 따라 도시로 떠난다. 도시에서 희망 대신 고통과 시련을 경험한 마트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하는 연극 극단에서 일하며 진정한 사랑에 눈뜨게 되고, 낭만적인 사랑을 기대했던 엘가로에게 버림받는 처지가 된 루이자 역시 자신의 진짜 사랑을 깨닫는다.

어린 연인의 풋풋한 성장 과정을 그린 뮤지컬 [판타스틱스] –제공: 이다엔터테인먼트

어리고 철없던 두 연인의 사랑이 성숙해지는 과정을 그린 뮤지컬 [판타스틱스]의 진짜 재미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에 있다. 무대장치를 그대로 노출시킨 빈 무대와 새로운 공간을 창조해내는 소박한 소품들, 연기가 끝나도 퇴장하지 않는 배우들이 이 작품이 가진 전부다. 하지만 서사극 형식을 차용한 뮤지컬 속에서 이들이 조화를 이뤄 만들어내는 극적 재미는 관객들의 상상력과 더해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가장 먼저 등장해 관객들에게 등장인물들을 소개하고 중간 중간 극의 진행 상황을 설명해주는 해설자이면서 동시에 극 중 매력적인 악당으로 등장해 마트와 루이자에게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해주는 엘가로는 관객들로 하여금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판타지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준다. 극 중 인물들은 그의 주문에 따라 캐릭터를 형성하고 약속된 행동으로 무대를 꾸민다. 소리 없이 표정과 몸짓만으로 무대를 채우는 검은 옷의 배우 뮤트도 특별한 존재다. 그는 지팡이를 들어 두 집안을 가로막았던 벽을 세우고, 마트와 루이자에게 꽃가루를 뿌려 사랑의 환상에 빠져들게 하고, 고향을 떠나온 마트를 한물간 희극배우들에게 인도하는 등 공연을 보는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극중 은퇴한 연극배우로 등장해 [로미오와 줄리엣]을 선보이고, ‘작은 역할은 있지만 작은 배우는 없다’는 명대사를 남기며 각종 슬랩스틱을 연출하는 헨리와 모티모어 역시 마찬가지다. 환상과 현실을 오가며 진정한 사랑은 상상 속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 있음을 노래하는 [판타스틱스]는 공연을 보는 관객들이 얼마나 풍부한 상상력을 더하느냐에 따라 감동과 재미의 크기가 달라진다. 누군가를 사랑했던 아름다운 추억을 갖고 있다면 로맨틱한 장면들로 가득한 공연을 보는 내내 행복한 미소를 짓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화려하고 웅장한 볼거리로 무장한 블록버스터 뮤지컬들도 몇 해 못 버티고 무대에서 내려와야 하는 뉴욕에서 [판타스틱스]가 반세기에 걸쳐 사랑받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공연 내역
오프 브로드웨이 초연 : 1960년 5월 3일 ~ 2002년 1월 13일 설리반 스트리트 플레이하우스
오프 브로드웨이 리바이벌 공연 : 2006년 8월 23일 ~ open run 스내플 극장
런던 초연 : 1961년 9월 7일 런던 아폴로 시어터
 

창작자
극본, 작사 : 톰 존스
작사가이자 작가. 대표작으로는 1960년부터 2002년까지 공연된 [판타스틱스]와 [110 In The Shade](1963), [I Do, I Do](1966), [Celebration](1969) 등이 있다.
 
작곡 : 하비 슈미트
미국의 뮤지컬 작곡가. 뮤지컬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공연된 뮤지컬 [판타스틱스]를 작곡했다. 톰 존스와 함께 선보인 [110 In The Shade](1963), [I Do, I Do](1966), [Celebration](1969) 외에 [Grovers Corners](1987), [Mirette](1996), [Roadside](2001) 등의 뮤지컬을 작곡했다.
 

캐릭터 소개
엘 가로
사회자 겸 극 중 청부업, 폭력 등을 담당하는 악당

더 뮤트
벽’이라고도 부르며 대사와 노래 한 마디 없이 몸으로 작품 내 각종 효과 및 장치, 소품 역할을 담당한다.

매트
갓 20살이 된 혈기 왕성한 청년.

루이자
16살의 철없는 소녀. 평범해지기 싫어서 늘 환상과 몽상 속에 빠져 산다. 영화 속에 나올 법한 일이 자신에게도 일어날 거라 믿는다.

허클비
매트의 아빠이며 벨로미의 친한 친구.

벨로미
루이자의 아빠. 허클비와 짜고 매트와 루이자를 맺어주기 위해 납치극까지 벌인다.

헨리
납치극에 고용되는 한물 간 배우. 퇴장하면서 ‘이 세상의 무대에 작은 배우는 없다, 오로지 작은 역할만 있을 뿐’이라는 명대사를 남긴다.

모티모어
납치극에 고용되는 한물 간 배우.
 

시놉시스
벽 하나 사이에 두고 이웃하고 있는 마트와 루이자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하지만 서로를 싫어하는 두 사람의 아버지에게 들킬까봐 몰래 담장을 넘나들면서 사랑을 키워가는 중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 마트와 루이자를 이어주기 위해 아버지들이 일부러 방해하는 척한 것이다. 두 사람의 사랑을 확인한 아버지들은 담장을 허물고 교제를 허락하지만, 둘 사이를 확고부동하게 만들기 위한 또 하나의 음모를 꾸민다. 악당 엘가로가 루이자를 납치하려는 순간 매트가 그녀를 구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연극이었음을 알게 된 마트와 루이자는 헤어지게 된다. 도시로 떠나 온갖 고생 끝에 집으로 돌아온 마트와, 엘가로에게 이용당하고 진실한 사랑을 깨달은 루이자. 시련 끝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더 성숙한 사랑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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