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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억원 자산 있어도 결혼은 쉽지 않다

히메스타 2010. 5. 19. 08:07

400억 자산가의 딸이 공개구혼 끝에 중견기업 회사원과 결혼하게 된 것이 화제가 됐습니다. 제가 성사시킨 케이스라 내막을 잘 알고 있지요. 그 여성이 찾는 신랑감은 명문가나 재벌가가 아니라 화목한 가정에서 원만하게 자란 착하고 성실한 남성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바람대로 됐습니다. '있는 집안'이 평범한 사위를 택하면, 뭔가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흔히들 기대합니다. 하지만 결혼 현장에 있다 보면 그런 선입견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 일러스트 박구원기자 kwpark@hk.co.kr

돈이 많건 적건 부부로 맺어진 커플은 저 마다 사연은 다르더라도 만남에서 결혼까지의 과정은 대동소이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당사자들의 아름다운 사랑을 '돈이 많다', '집안이 좋다' 등의 이유로 왜곡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번 400억원대 자산가의 사윗감 찾기도 돈이 많은 집안이 딸 결혼에 과욕을 부리는 것으로 곡해되면서 당사자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었습니다. 이 땅의 결혼문화에서는 두 가지 시각이 병존하고 있는 듯합니다. 드라마나 영화 등 매체가 조성한 극적인 사연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존재가 엄연합니다. 동시에 남녀 간 자연스러운 사랑의 결합도 존중 받고 있습니다.

재산이 수백 억원인 부동산 재벌이 외아들의 결혼을 의뢰해왔습니다. 아들은 서울 소재 대학을 나온 준수한 청년으로 자기 소유의 건물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에게 상위권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다니는 중산층 가정의 여성을 소개했습니다. 학벌도 무난하고, 무엇보다 경제력이 있으니 아들은 여성들에게 호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만남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여성이 남성의 직업이 마음에 안 든다고 거절한 탓입니다. 생활이나 수입이 불규칙적인 사업가보다는 월급은 좀 적더라도 안정된 직업이 좋다는 것입니다. 한 가지 더 덧붙이기를, 자신은 돈만 보고 결혼하는 여자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여성이 경제력을 중시하므로 돈이 많은 남성은 비교적 결혼을 수월하게 할 것 같지요?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제 아무리 부자라도 직업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남성은 만남 자체를 거절당하곤 합니다. 또 직업이 훌륭해도 나이가 많으면 역시 결혼이 쉽지 않습니다. 여성이 경제력 있고, 직업 좋고, 나이도 적당한 완벽한 남자를 찾기 때문 만은 아닙니다. 경제력, 직업, 학벌, 이런 조건들이 결혼 성사의 열쇠가 되지 못할 뿐입니다. '느낌'이 중요합니다. 행복의 기준도 다양하기만 합니다. 조건과 생활안정도 좋지만,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한다는 믿음이 더 강한 요즈음입니다.

자신의 행복을 자신할 수 없다고 여겨지면, 이런저런 조건들이 눈에 안 들어옵니다. 내게 어울리는 이성을 원할 따름입니다. 직업·돈·학벌을 따지지 않습니다. 직업이나 학벌이 좋고 돈이 많은데도 결혼이 늦어지는 경우가 낯설지 않은 트렌드의 배경에는 이렇게 달라진 배우자관이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인간적인 매력, 특별한 이성의 느낌, 함께 있을 때의 충만감, 쉽게 말해 사랑에 빠진 상태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결혼은 어려워집니다. 자신의 조건만 지나치게 믿느라 게으르거나 오만해지지는 않았는지, 그 동안의 만남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혼은 상대평가의 산물입니다. 남녀관계에서 절대평가란 있을 수 없습니다.


[남녀본색]


결혼정보회사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는 가정의 경제력에 따라 배우자 선택에 작용하는 가치관의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봤다. 최근 회원으로 가입한 1만명을 집안 자산 20억원 이상(11%, 1,101명)과 20억원 미만(89%, 8,899명)으로 구분하여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배우자 고려조건을 ▦사회경제적 매력(본인의 직업·학력) ▦가정환경(부모의 경제력·직업, 형제자매의 학력이나 직업 등) ▦신체매력(외모·신장) ▦성격 등 4가지로 보고, 그 합을 100으로 해 각각의 비율을 산출했다. 그 결과 자산 20억원 미만은 4가지 조건의 비율이 각각 27.6%, 19.4%, 23.4%, 29.5%로 나온 반면, 20억원 이상인 회원의 경우에는 가정환경의 비율이 21.9%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고, 성격은 26.3%로 조금 낮게 나왔다.

이는 가장 자산액수가 높을수록 결혼상대의 가정환경을 더 많이 고려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만한데, 이는 부모의 경제력이 클수록 자식에 대한 영향력이 강해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