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티셔츠가 아니라 안중근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대학생들이 많아질 것 같아요."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을 맞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추모 열기가 뜨겁다. 26일 오전 서울 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추념식에는 시민 2000여 명이 참석했다. 안 의사 허묘가 있는 서울 효창공원에선 '안중근 의사 기념사업회' 등 4개 단체가 주관하는 추모제가 거행됐다.
안중근 의사 기념사업회 홈페이지(www.greatkorean.org)는 접속자가 급증하면서 이날 오전 내내 사이트가 마비되기도 했다. 국내 주요 포털 사이트에는 '안중근'이 실시간 검색순위 1위에 오르는가 하면 역사를 잘 모르는 어린 학생들이 안중근에 대한 질문으로 인터넷 게시판이 채워지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학생 이유리 씨(22)는 "외국인 친구가 안중근 의사를 가리켜 '테러리스트 아니냐'고 물은 적이 있어 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했는지, 당시 한국의 상황은 어떠했고, 안중근 의사의 뜻은 무엇인지 설명한 적이 있다"며 "안 의사의 사상이 시대를 앞서갔던 만큼 그의 사상과 행적을 외국에 올바로 소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최동용 씨(25)도 "안 의사는 시대를 앞서간 혁명가"라면서 "그의 동양평화론이 이제야 조명을 받고 있지만 그의 사상이 제대로 알려진다면 이제 대학가에서는 체 게바라 티셔츠가 아니라 안중근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대학생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안중근 의사 일생을 다룬 소설 '불멸'을 출간한 작가 이문열 씨는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기를 앞두고 한 번쯤 안 의사 일생을 돌아보고 짚어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국민이 안 의사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하얼빈역에서의 단 하루뿐"이라고 지적했다. 100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국민이 그동안 안 의사에 대해 너무 몰랐다는 것이다.
그는 "안 의사 행적은 한편으로 우리의 슬픈 역사이자 오늘을 있게 한 밑거름"이라며 "단편적이지 않고 종합적으로 그를 알아가는 것은 현시대에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소설 속에서도 "단호하고 자명한 길을 한 번 주저함도 없이 달려간 듯 보이는 그의 불꽃 같은 삶은 우리의 집단 무의식 속에 불멸의 기억으로 타오를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젊은 층이 안중근 의사에게 매료되는 이유는 오늘날에도 울림을 전하는 안 의사의 사상 때문이다. 단순히 일제 거두를 사살했다는 데 대한 민족주의적 감정보다는 동양의 평화를 부르짖는 메시지를 더 알려야 한다는 게 세계 시민으로 성장하고 있는 88둥이 세대를 매료시키고 있다.
하지만 안 의사 추모 열기를 지켜보는 전문가들은 부족한 역사 교육에 대해 우려감을 표시한다.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이 없다면 갑작스럽게 일어난 추모 열기가 금방 수그러들 수도 있다는 것.
임동준 씨(22ㆍ대학생)는 "고등학교 때 근현대사 과목이 선택과목이라서 듣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현대사와 안중근 의사에 대해 들을 기회가 적었다"며 "안 의사에 대한 관심이 지금 반짝했다가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뜻이 기려지고 사람들 사이에 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 심도 있는 연구도 과제로 남겨졌다. 한국 독립운동사를 전공한 뒤 건국대에서 역사학을 가르치고 있는 중국인 쑨양훙 교수는 "아직 안중근 의사에 대해 발굴하고 재조명할 것이 많다"며 "잘못된 정보, 과장되거나 축소된 부분도 100주기 등을 계기로 계속 연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사 외손녀인 황은주 여사(83)는 "할아버지의 위대함을 깨닫는다"고 짧은 소회를 밝혔다. 황 여사는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100주기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다"며 "정부가 그동안 (안 의사 유해 발굴작업에)미온적이어서 안타깝고 섭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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