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할만한 것들

6년 주말부부 끝내니 염려가 현실로

히메스타 2010. 1. 7. 09:03

주말 부부로 지내면서 남들이 제 살을 대패질 하려할 만큼, 남편이 그의 친구들 사이에서 멀리해야할 최악의 남편상으로 뽑힐 만큼 남다른 애정을 과시하던 저희였습니다. 물론 부부 간의 금술이 좋다고 할 수도 있지만 5일 동안 각자 제 삶을 살다가 주말에야 만나는 애절한 '주말 부부'이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주말부부로 살았지만 주변에서 많이들 부러워한 것도 사실입니다. 

 

100106_blog01.jpg

 

헌데, 자그만치 6년의 주말부부 생활을 남편의 이직으로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그덕에 매일같이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평범한 부부의 모습으로 생활한지 언 두달 남짓 되었습니다. 짧은 시간동안 부러움의 눈빛을 보내던 친구들, 걱정스러운 말씀을 건네시던 어른들과 동질의 삶을 살아가는 동지로 느껴지는 일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결혼 7년차 정도 되면 익숙할 대로 익숙해져버려야할 남편과의 생활에 조금씩 낯선 기운들이 드리워지더라고요.  

 

1. 다시 시작하는 아이들 교육?

 

아빠를 매일 볼 수 있다고 가장 기뻐하던 아이들입니다. 퇴근하고 집으로 오는 아빠의 모습이 낯설었던지 한동안 "아빠 내일 집에 또 와?" 믿기지 않는다며 끊임없이 질문를 던져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지요.

 

남편 또한 주말에 아이들을 보긴 했지만 겉핧기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이제 매일 보다보니 아이들의 일상에서 눈에 거슬리는 것들이 하나 둘 생기는 모양이더라고요. 아이들이 "~ 했거든요"하는 말투에 빈정거리는 느낌이라고 허걱하기도 하고 늦게 잠자리에 드는 습관을 보고 엄하게 가르치지 못한 탓이라고도 하고요. 이젠 자신이 좀 챙겨야겠다고 하더군요. 당연한 것인데도 그런 말들이 모두 엄마인 제가 제대로 못한 탓 같아서 마음이 찜찜하고 무거워졌습니다.

 

2. 아내 집중 관리하면서 애정 표현은 둔해지네

 

서로에 대해 불만과 아쉬움이 있어도 금새 떨어질테니 말도 행동도 조심해야 했습니다. 게다가 뭔가 해주고 싶어도 어영부영 시간이 흘러가면 깜빡 잊어서 날 새는 경우도 종종 있었고요. 한편으로 편한 면도 있었지요. 주말 부부라는 상황으로 인해 서로에게 간섭을 덜했다고 할까요?

 

헌데 며칠 살아보더니 다짜고짜 헬스장을 등록하래요. 전에는 그런대로 알았다고 하면 그만이였는데 얼굴보며 쪼이니 버틸 재간이 없더라고요. 건강을 위함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어느새 몰라보게 불거져나온 아랫 배 때문인 것 같아 알면서도 웬지 심통이 났습니다.

 

그리고 젤로 중요한 애정 표현도 확 줄어버렸습니다. 함께 퇴근을 하는데 전에는 꼭 손도 잡아주더니 이젠 10년산 부부의 포스가 흐릅니다. 붙을랑 말랑 거리유지도 완벽하게 해냅니다. 우리는 예외인 줄 알았는데 부부들의 사는 모습이 비슷해지는가 봅니다.

 

3. 시어머니가 챙겨주시는 남편의 저녁 식사

 

그동안 남편이 집밥을 많이 그리워했습니다. 충분히 이해도 하고 안쓰럽게 느껴졌지요. 집에서 김치에 밥만 먹어도 행복하데요. 헌데 정말 밥하고 김치만 있으면 되는게 아니지요. 넘김을 부드럽게 할 국도 필요하고 땀 흠뻑 흘리면서 먹어야할 얼큰한 찌게도 있어야 제대로 한 끼 먹은 것 같습니다.

 

이걸 제가 만들면 그런대로 투덜될 수 있을텐데 지금은 시어머님께서 챙겨주십니다. 제가 해야할 일을 대신해주시는 것 같아 바늘 방석입니다. 어머님께서 제일 아끼시는 아들이시니 매번 이것저것 만들어주십니다. 힘들다고 하시면서요. 며느리인 저는 몸은 편한데 눈치밥도 덤으로 먹어야 합니다. 어머니도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주말부부일때가 편했다고.. ㅎㅎ

 

100106_blog02.jpg

 

주말부부로 살지 않았다면 이미 익숙한 생활일텐데 뒤늦게 뭉치다보니 새롭게 서로 이해하고 해결해야할 일들이 생겨버렸습니다. 하지만 꼭 넘어야 할 것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주말 부부여서 행복했던 것들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갓 결혼한 신혼부부처럼 따뜻한 일상을 만들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