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할만한 것들

아내의 폐경 그리고 남편의 은퇴

히메스타 2010. 5. 18. 16:43

21일은 '부부의 날' 아내가 은퇴한 남편에게
"'방안 퉁수' 그만 하고 색소폰 한번 배워 봐요"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정부 산하단체에서 국장을 지내고 2008년 퇴직한 장 모씨(60). 그는 쉽지 않은 2년을 보냈다. 일시에 몰려온 상실감에 먼저 반응한 것은 그의 몸이었다. 퇴직 후 며칠을 심하게 앓다 회복했다. 이따금 만나는 옛 직장동료들은 "전보다 나이 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쇠약해진 몸은 우울증을 몰고 왔다. 노년은 그렇게 갑자기 찾아왔다.

#대기업에 다니다 은퇴한 남편을 둔 김 모씨(56). 아름다운 황혼부부를 꿈꿨지만 현실은 달랐다. 남편은 사소한 집안일에 하나둘 간섭하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파자마 바람인 남편을 보고 있자니, 차라리 가정에 충실하지 못해도 '사회적으로 멋진' 남편이 나았다는 생각이 든다. 반찬 투정하는 남편의 점심을 차려줄 생각에 머리가 아파온다.
 
은퇴는 '공식적인 경제활동에 참여한다'는 중요한 역할의 상실을 의미한다. 흔히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다뤄지지만 개인의 건강상 변화와 그에 따른 대책마련도 빼놓을 수 없다. 한 사람의 은퇴는 두 사람 모두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정서적 충격은 신체적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거꾸로 일 때도 있다.

◆은퇴가 남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오래전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 등 국가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딱히 은퇴자의 건강관리에 집중한 연구는 많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흔히 상상할 수 있듯, 은퇴 후 찾아오는 질병은 정신적, 신체적으로 매우 다양하다.

가장 흔한 문제는 생활리듬의 변화에서 온다. 초긴장 상태에서 '초나태'로 전환은 활동량 감소와 더불어 신체리듬을 깬다. 면역기능을 약화시켜 독감, 감기를 포함한 감염성 질환에 쉽게 노출된다. 주말에 더 피곤함을 느낀다거나, 직장을 옮기는 사이 기간에 심하게 앓게 되는 것도 유사한 이유로 볼 수 있다.

정신적으로는 우울증이 대표적이다. 갑작스런 박탈감이 원인일 수 있다.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65세 인구 10명 중 1명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부부간 갈등을 빚는 것도 이런 정신적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실제 노년기로 접어든 신체상태와 결합돼, 각종 성인병을 촉발 혹은 악화시킨다.

은퇴자의 건강은 은퇴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일각에선 분노형ㆍ자학형ㆍ은둔형ㆍ무장형ㆍ성숙형 등으로 나누기도 한다. 긍정적인 은퇴의 수용은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는 요인 등으로 인해 건강을 좋게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부인 건강 위협하는 '은퇴남편증후군'
남편의 은퇴는 부부관계의 재정립을 요구한다. 통상 부인은 남편이 가사노동에 더 참여하기를 기대한다. 조병은 등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남편의 가사노동 분담이 많을수록 부인의 결혼 만족도가 올라갔다.

반대로 남편이 '애물단지'가 돼 버린 경우엔 정반대의 효과를 낸다. 90년대 초반 일본에서 유행한 '은퇴남편증후군'이 그것이다. 신발에 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 낙엽에 빗대어 '젖은 낙엽 증후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잦은 집안일 간섭과 항상 옆에 있어달라는 남편의 요구는 부인의 스트레스를 높이고 이는 갈등으로 표출된다. 여성은 나이가 들면서 사회적 활동량을 늘이는 경향이 있는데, 이 경우 스트레스는 가중된다. 황혼이혼의 증가가 '은퇴남편증후군' 때문이라 단정 지을 순 없다 해도,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은퇴남편 유쾌하게 길들이기'의 저자 오가와 유리는 남편을 '자립적으로' 키우는 게 방법이라고 진단한다. 그 과정을 15가지 절차로 소개하고 있다(표 참조). 부부간 관계를 재정립하고 남편이 제2의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은, 향후 20∼30년의 삶의 질을 결정지을 중요한 부인의 역할이다.

◆건강한 은퇴를 위한 조언들
많은 전문가들이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결국은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대화는 '존중'을 전제로 한다. 남편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다가 갑작스레 '천덕꾸러기'가 된 남편은 이미 공허할 대로 공허하고 우울증 위험에 빠져 있다.

충분한 대화를 위해 공통 취미를 갖는 것이 해법일 수 있다. 사회 봉사활동을 함께 하는 것이 가장 흔히 추천된다. 남편으로 하여금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은퇴 후 직업을 갖는 것도 같은 의미에서 중요하다. 직업을 가진 은퇴자가 질병도 적고 기능장애를 덜 경험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단 자신이 종사했던 일과 유사한 직업을 택할 경우에만 효과가 좋았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인 문제로 전혀 별개 분야의 직업을 택한 사람들은 정신건강이 개선되지 않았다. 은퇴자가 익숙한 분야를 어린이에게 개인교습 하는 등 '경험의 나눔'을 실천할 때, 은퇴자의 두뇌 건강이 호전됐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은퇴 즈음에…체크해야 할 건강 포인트
 
흔히 은퇴를 경험하는 55∼65세는 사실상 '노인'으로 분류하기 어렵다. 은퇴가 건강상의 큰 변화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은퇴는 개인건강을 스스로 챙겨야 하는 시기를 의미한다. 직장내 건강검진과 같은 혜택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몸에 이상이 없어도 자가검진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각종 성인병에 관련된 이야기다.

한편 노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인 만큼, 감염성 질환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플루엔자 백신을 주기적으로 맞는다. 여타 질병을 갖고 있다면 65세 이상에서 폐렴구균 백신도 적극적으로 맞는다. 대상포진이 생기면 노년층에서 매우 고생하게 된다. 향후 백신이 국내 들어오면 적극 접종하도록 한다. 파상풍디프테리아도 간과하기 쉬운데 10년 단위로 접종받는다.

정신적으로는 상실감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은퇴 후 무엇을 할 것인지 미리 계획을 세워두는 것이 좋다. 여행이나 평소 배우고 싶었던 것을 접하는 기회를 갖는다. 혼자 보다는 가족이나 같이 은퇴한 동료 등과 함께 하는 것이 좋다. 식욕이 떨어지고 불안하며 불면증 등 문제가 생기면 병원을 찾아 우울증 진단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