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녹음 1. 27일 새벽 3시, "이게 무슨 소리고? 니는 아니제? 니는 배 안 탔제? 하모. 너는 안탔을기라."
#음성녹음 2. 27일 새벽 4시, "너는 절대 아닐 거다. 느그 엄마가 지켜줄기다. 너는 안탔을기라. 훈련 중이라 전화 안될줄 알지만서도 이 이모한테 꼭 전화 주거래잉."
#음성녹음 3. 27일 아침 7시, "영욱아...어디서 모하고 있는기라? 살아있는거 맞나? 춥고 외로운 곳에서 얼마나 고생이노. 하늘에 있는 니 엄마가 죽일 년이다. 그래, 금쪽 같은 자식 새끼를 지 맘대로 데꼬가는 년이 세상 천지에 어디있노?"
천안함 침몰 사건 실종자 문영욱 하사를 친어머니처럼 돌봐줬던 송미자(54)씨. 송 씨는 불러도 대답없는 문 하사의 핸드폰에 쉴새없이 전화하며 오열했다.
"금쪽 같은 내 새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새끼.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이렇게 가버리노? 뭘 해도 내 자식처럼, 내 친자식처럼 아껴주었는데..."
송 씨는 문 하사의 어머니인 故문윤수씨와 오랜 친구 사이였다. 30여년 전 경기도 성남에서 직장생활을 같이 하면서 알게 됐다. 힘든 일, 기쁜 일, 슬픈 일 가리지 않고 마음 터놓고 지내는 '소울 메이트'였다. 문 씨가 하나뿐인 아들 문영욱 하사를 데리고 부산으로 이사하게 된 것도 순전히 송 씨의 권유 때문이었다.
"부산에서도 내가 이짝으로 이사가면 이짝으로 오고 저짝으로 가면 저짝으로 왔제. 영욱이 에미가 홀로 지내지 않나? 내가 당연히 돌봐주고 그래야제. 영욱 에미가 날 잘 따랐단거 아이가? 어떻게 보면 친동생보다 더 친하게 지냈제. 그게 인간된 도리 아니겠나?"
송 씨와 문 씨의 각별한 인연은 자연스레 다음 세대에도 이어졌다. 문 씨의 아들인 문영욱 하사와 송 씨의 아들인 조성용씨가 친형제처럼 지내게 된 것. 문 하사는 송 씨에게, 조 씨는 문 씨에게 '이모'라고 부르며 따랐고 형제가 없던 그들은 서로를 '피를 나눈' 형제라 여겼다. 문 씨가 뇌졸증으로 갑자기 쓰러지자 문 씨의 병상을 끝까지 지켰던 이는 다름 아닌 송 씨였다.
"영욱이가 가족이 없다 아이가. 외삼촌한테 간간히 연락을 하긴 하다만 막상 지 에미 쓰러지니까 병상 지킬 사람이 아무도 없다 안카나. 근데 입원 한 달만에 그렇게 가버리고..."
홀로 남은 문 하사를 위해 송 씨는 이전보다 지극정성을 다했다. '행여나 끼니 굶을까' 문 하사가 좋아하는 김치찌개, 된장찌개, 오뎅국 등을 만들어 코앞에 있는 문 하사의 집에 나르기 바빴다.
"영욱이는 국물 없으면 절대 밥 안 먹는다. 찌개라도 뜨뜻하게 데워서 먹을맨치 해서 갖다줘야 먹는기라. 내가 안해주면 누가 밥을 해주겠나?"
여느 날처럼 냄비에 찌개를 데워 문 하사의 집을 찾았던 아침이었다. 문을 열어보니 물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영욱이가 샤워를 하는 모양이었다. 찌개를 앉히려고 부엌으로 가는 순간 문 하사가 샤워를 마치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뒤를 돌아보니 속옷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였다. 송 씨는 당황한 나머지 소리를 꽥 질러버렸다. "너 부끄럽지도 않나? 옷 빨리 입그래잉." 송 씨의 말에 문 하사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부끄럽지도 않은지 옷도 느그적느그적 입는 것이었다.
"얼마나 놀랬는지 남들한테는 넘사시러워서 말도 못하고... 아무리 이모라지만 가릴건 가려야 하는거 아이가. 우리 아들도 생전 안하던 짓을 우리 영욱이는 하더라마."
조성용씨가 송 씨에게 '배로 낳은' 자식이라면 문 하사는 '가슴으로 낳은' 자식이었다. 맛있는 것도 용돈도 똑같이 나눠줬다. 남들 다 드는 보험도 똑같이 들어줬다. 그렇게 아끼던 문영욱씨는 2007년 겨울 해군에 입대했다. 친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더 막막해진 생계를 책임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군대 보낸 부모마음 아나? 보내기 전에는 절~대 모른다. 우리 아들은 눈이 나빠 군대를 안갔지만 우리 영욱이는 군대를 자진해서 갔다는 거 아이가? 객지에서 고생하는 우리 영욱이 생각하면 어찌나 마음이 아리던지. 훈련 끝나고 영욱이 처음 만나러 부대갔을 때 처음 봤던 영욱이 모습을 떠올리면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안카나. 영욱아!!!!! 부대가 떠나가라고 외쳤제. 그리고는 우리 영욱이 끌어 안고 한참을 펑펑 울었제"
그랬던 문 하사가 차디찬 바닷속에 있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송 씨는 믿기지 않았다. 현실이 아닌 것만 같았다. 부정하고 싶었다. '에이 아니겠지. 이름만 같을 뿐 다른 사람이겠지' 혹시 몰라 새벽에 전화를 해봤지만 신호음만 갈 뿐 연결이 되지 않았다. 점점 불안해졌다. 영욱이가 차디찬 바닷속에서 홀로 외롭게 있을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났다. 펑펑 울었다. 결국에는 목이 쉬어버렸다. 몸살이 났다.
시간이 지나니 이제는 괜시리 부아가 치민다. 하늘에 있는 문 씨가 왠지 금쪽 같은 내 새끼 영욱이를 데리고 가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송 씨가 제 자식을 자기 옆에만 두려고 하는 것 같다. 송 씨가 괜히 얄밉다.
"나쁜 년. 세상 천지에 제 자식 하늘로 데리고 가는 년이 어디 있노. 기적이라는 것이 있는기라. 시간이 지났다고 해도 희망은 있는기라. 사람 일은 모르는 기라. 하모. 나는 네(송 씨)한테 절대 내 새끼 빼앗기지 않을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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