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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생활 쓰임새 맞게 둘다 가능, 2015년 1월 1일부터 문장부호 일부개정

히메스타 2014. 12. 18. 11:40

 

‘상·중·하위권’ 과 ‘상,중,하위권’

‘9월 15일~9월 25일’ 과 ‘9월 15일-9월 25일’

‘기업 설명회 개최.’ 와 ‘기업 설명회 개최’

 

과연 어느 쪽이 문장부호를 올바르게 썼을까? 선뜻 답을 고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무심코 쓰는 문장부호이지만, 기준 없이 써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런 고민을 안해도 될 것 같다. 문장부호가 26년 만에 개정돼 2015년 1월 1일부터 위에서 언급한 문장 부호들을 공식적으로 쓸 수 있게 됐다.

‘한글맞춤법’이 제정된 이래 우리의 글쓰기 환경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9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원고지나 종이에 직접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90년대 후반부터는 개인 컴퓨터(PC)가 대중화되면서 연필, 볼펜이 아닌 키보드를 이용한 글쓰기 및 문서 작성이 주를 이루게 됐다.

이렇듯 변화된 글쓰기 환경에 발맞춰 문장부호를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2012년부터 개정 작업에 돌입했고, 2014년 8월 국어심의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돼 내년 1월 시행을 눈앞에 두게 됐다.

어떤 부분에서 문장부호가 현실성 있게 변화됐을까? 개정된 문장부호는 ‘이전 규정에 맞춰 쓰더라도 틀리지 않도록 하되, 현실적인 쓰임에 맞도록 허용 규정을 대폭 확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즉, 어떤 형식의 부호를 쓰더라도 인정하는 범위를 넓혀 새로운 문장부호 규정으로 인한 혼란을 줄이는 데 방점을 뒀다.

<문장 부호> 개정안은 허용 규정을 대폭 확대하여 현실성을 고려했다. <출처 : 2014.10.27 문화체육관광부 보도자료>
문장 부호 개정안은 허용 규정을 대폭 확대해 현실적인 쓰임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데 방점을 뒀다.(출처=2014년 10월 27일 문화체육관광부 보도자료)

위의 표를 살펴보면, 원래는 세로쓰기용 부호가 별도로 규정돼 있었는데, 개정안에서는 ‘고리점’ 과 ‘모점’(위의 표 참조)이 제외됐다. 요즘은 가로쓰기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현실성을 고려한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한글 파일에서 세로쓰기를 하면 마침표와 쉼표가 고리점과 모점으로 표기된다. 다만, 이 규정은 세로쓰기용 부호를 따로 정하지 않기로 한 것일 뿐이므로, 이전에 적용되던 부호 또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부호 ‘.’ 와 ‘,’ 는 원래 ‘온점’ 과 ‘반점’ 으로 불렸는데, 거의 쓰이지 않는 현실성을 고려해 ‘마침표’ 와 ‘쉼표’ 로도 쓰일 수 있도록 했다. 또 ‘줄임표’ 를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사용자들의 편의를 도모했다.

필자가 직접 글자와 문장부호를 써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정리해보기로 했다. 아래의 설명은 ‘2014년 10월 27일자 문화체육관광부 보도자료를 참조해 작성했다.

1. 요즘 사람들은 명사형으로 끝나는 문장 말미에 마침표를 붙이는지 잘 모를 때가 많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마침표를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쓰지 않는 것도 허용하기로 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다하여 애를 씀.(o) / 씀(o)’

‘기업 설명회 개최.(o) / 개최(o)’

2. 숫자로 연, 월, 일을 적을 때 마침표를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 혼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마침표를 모두 붙여야 맞는 것으로 인정된다. 또 ‘특정한 의미’가 있는 날을 표시할 경우 월과 일을 나타내는 숫자 사이에 마침표나 가운뎃점을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2014년 10월 27일 -> 2014.10.27.(o) / 2014.10.27(x)’

‘3.1 운동(o) / 3·1운동(o)’

3. 뛰어난 성군으로 평가받는 신라의 왕, 선덕여왕. 선덕여왕은 정확하게 언제 태어났는지 모른다. 이럴 경우 물음표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불확실한 경우에도 물음표를 쓸 수 있다.

‘선덕여왕(?~647)은 신라 제 27대 왕이다.(o)’

‘조선시대의 시인 강백(1690?~1777?)(o)’


4. 우리가 평소에 글을 쓸 때, 문장 중간에 어구를 자주 삽입한다. 이럴 경우, 어구 앞뒤로 쉼표나 줄표를 모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나는, 솔직히 말하면, 그 말이 별로 탐탁지 않아.(o)’

‘나는 - 솔직히 말하면 - 그 말이 별로 탐탁지 않아.(o)’


5. 우리가 공통적인 성분을 줄여 하나로 묶어 쓸 때, 늘 고민하는 것이 ‘가운뎃점을 써야 하는지’ 아니면 ‘쉼표를 써야 하는지’ 일 것이다. 앞으로는 가운뎃점과 쉼표를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상·중·하위권(o) / 상,중,하위권(o)’


6. 우리는 체육시간에 운동 순서를 자주 익힌다. 그 때, 쉼표를 써야 하는지 아니면 붙임표(-)를 써야 하는지 고민되는 경우가 많다. 또 ‘원 엔 환율’을 적을 때에도 원과 엔 사이에 어떤 부호를 넣어야 하는지 망설이게 된다. 앞으로는 순서대로 이뤄지는 내용을 하나로 묶을 때, 두 개 이상의 단어가 밀접한 연관이 있을 때 붙임표(-)를 쓰면 된다.

‘멀리뛰기는 도움닫기-도약-공중 자세-착지의 순서로 이루어진다.(o)’

‘원-달러, 원-엔 환율이 발표됐다.(o)’


7. 줄임표(……)는 우리가 글을 쓸 때,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점을 몇 개나 찍어야 하는지, 줄임표와 마침표는 어떻게 표기해야 하는지 난감한 경우가 많은데 앞으로 줄임표는 점을 가운데에 찍지 않고 아래쪽에 찍는 게 가능하며, 여섯 점 대신 세 점을 찍을 수 있게 됐다.

"어디 나하고 한번." 하고 민수가 나섰다.(o) -> 줄임표를 세 점만 찍은 경우

"어디 나하고 한번......." 하고 민수가 나섰다.(o) -> 줄임표를 아래쪽에 찍은 경우

"어디 나하고 한번...." 하고 민수가 나섰다.(o) -> 줄임표를 아래쪽에 세 점만 찍은 경우


8. 기간, 거리 또는 범위를 표시할 때, 우리는 물결표(~)를 써야 하는지 붙임표(-)를 써야 하는지 별다른 고민 없이 즉흥적으로 적어왔다. 앞으로는 두 부호를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9월 15일 ~ 9월 25일(o)’

‘9월 15일 - 9월 25일(o)’

이처럼 개정된 <문장 부호>는 국민들의 현실성과 편의성을 고려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무엇보다도 잘 쓰이지 않는 표현은 요즘 쓰이는 표현과 병용하도록 한 점, 컴퓨터 키보드에서 쉽게 입력할 수 있는 부호를 확대해준 점이 인상적이었다.

컴퓨터 키보드를 활용하여 편리하게 작성할 수 있게 됐다. <출처 : 2014.10.27 문화체육관광부 보도자료>
컴퓨터 키보드를 활용해 편리하게 작성할 수 있게 됐다.

문장부호 개정안에 대해 한국어교육을 전공하는 허형준(25·대학생)씨는 “세로쓰기 개정안을 보니 현대의 글쓰기에서 잘 쓰이지 않는 부분을 고려한 점이 눈에 띈다.”며 이번 문장부호 개정안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같은 전공의 김현지(22·대학생)씨는 “백성을 위하던 세종대왕의 바람이 조금씩 실현되고 있는 것 같다. 원활한 국어생활을 위해 규정을 정비하고, 편의성을 도모할 수 있는 개정안이라는 점에서 좀 더 국민들에게 와닿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유하영(20·대학생) 씨도 “이 개정안은 최근의 글쓰기 흐름에 문장부호를 맞춰나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그 흐름을 계속 주시해서 국민 국어생활에 맞는 정책들이 잘 입안돼야 할 것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소정(24·대학생)씨는 ”문서 작업을 할 때, 뭐가 맞는 것인지 헷갈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이제는 그런 고민을 좀 덜 수 있게 될 것 같다.”라며 이번 개정안을 유심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25년 만에, 문장부호가 마침내 새 옷을 갈아입었다. 오랜 연구 끝에 개정된 규정인 만큼, 한국어를 사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문장부호의 편리함과 실용성을 지속적으로 느끼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