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한줄

인연

히메스타 2014. 5. 30. 08:09

10년 전 샌프라시스코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객실 승무원들이 한 차례의 서비스를 마친 후,

일부가 벙커(여객기 안에 있는 승무원들의 휴식처)로

휴식을 취하러 간 시간이었습니다.

 

서씨는 더 필요한 것이 없는지 객실을 둘러보고 있는데

할머니 한 분이 계속 화장실을 들락거리시며

어쩔줄 몰라하고 계셨습니다.

 

뭔가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 다가가 여쭈었습니다.

"도와드릴까요? 할머니 어디 편찮으신 데 있으세요?"

할머니는 아주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서씨 귀에 대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가씨, 내가 틀니를 잃어 버렸는데 어느 화장실인지

생각이 나지 않아, 어떡하지?"

서씨는 "제가 찾아보겠다"며 일단 할머니를

안심 시킨 후 좌석으로 모셨습니다.

 

그 후 비닐장갑을 끼고 화장실 쓰레기통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다 디져본 후 마지막 쓰레기통에서 휴지에 곱게 싸인

틀니를 발견했습니다.

 

할머니가 양치질을 위해 잠시 빼둔걸 잊어버리고 간 것을

누군가 쓰레기인 줄 알고 버린 것이었습니다.

서씨는 틀니를 깨끗이 씻고 뜨거운 물에 소독까지 해서

할머니께 갖다 드렸습니다.

할머니는 목적지에 도착해 내릴 때까지

서씨에게 여러 번 "고맙다"는 인사를 했습니다.

 

세월이 한참 흘러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약속하고

지방에 있는 예비 시댁에 인사를 드리러 가기로 하였습니다.

미국에 계신 남자친구의 외할머니께서 서울에 오셨다고

먼저 인사를 드리러 가자고 해서

잔뜩 긴장한 채 남자친구를 따라 할머니를 뵈러 갔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를 뵌 순간 어디선가 뵌 분 같았습니다.

"할머니 처음 뵙는 것 같지가 않아요, 자주 뵙던 분 같으세요."

그러자 할머니께서는 서씨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시더니 갑자기 손뼉을 치며

"아가! 나 모르겠니? 틀니, 틀니!"하시더니

그 옛날 항공탑승권을 여권 사이에 꺼내 보이셨는데

거기에 서씨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언젠가 비행기를 타면 그때 

그 친절했던 승무원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이름을 적어 놓았다고 합니다.

 

"우리 손주와 결혼할 처자가 승무원이라해서 혹시나 했는데...

이런 인연이 어디 있느냐~"며 서씨를 아주 좋아하셨습니다.

서씨는 예비 시댁 어른들을 만나기도 전에

사랑받는 며느리가 되었고

아주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 피천득 수필 '인연' 중에서

 

 

(오늘의 명언)

어떠한 과정도 이유없는 것이 없다.

모든 생성ㅇ은 그 원인을 가지며 그러기 때문에 필연이다.

- 레우키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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