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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피운 정치인 남편에 대처하는 부인들의 자세

히메스타 2011. 6. 9. 13:16

"우리 부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헤어질 생각이 없습니다."

7선(選)의 미국 하원의원 앤서니 위너(민주당·뉴욕)은 지난 6일(현지 시각) 트위터 외설사진 사건에 대한 '사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비록 출장 중인 그의 부인 휴마 애버딘이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지만, 애버딘은 익명의 친구를 통해 자신도 위너와 같은 입장이며 앞으로도 계속 남편에게 '충실할(commit ed)' 것이라는 뜻을 언론에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보좌관으로 활동 중인 애버딘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당초 잡혀 있던 일정을 모두 소화한 뒤 8일 힐러리 장관과 함께 아프리카 출장길에 올랐다. 국무부 관계자들은 "애버딘은 결혼생활을 지켜나갈 것이며, 서로 사랑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애버딘의 이러한 대처 방식은 과거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스캔들에 휘말렸을 때 힐러리의 대처 방식과 너무도 비슷하다는 점에서 과거의 사례들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바람피운 남편을 '용서한 경우'와 '적극적으로 옹호한 경우', 그리고 '격분하며 남편을 버린 경우'이다.

◆세계 정치인 아내의 행동 지침 된 '힐러리처럼'
'용서한 경우'의 대표적인 인물은 역시 힐러리 장관. 그는 남편 빌 클린턴이 대선 기간이던 1992년 나이트클럽 가수인 제니퍼 플라워스와 부적절한 관계로 곤경에 처하자 방송에 남편과 동반 출연해 당당하게 "나는 남편을 사랑하고 존경한다"고 말했고, 결국 '퍼스트레이디'의 지위에 올랐다. 그는 1998년 르윈스키 스캔들이 터졌을 때에도 똑같은 방식을 선택했다.

클린턴 장관은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빌의 목을 비틀어 죽여버리고 싶었다"고 당시의 심정을 털어놨지만, 그의 이러한 대응은 그와 남편의 정치적 성공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세계 정치인들에게 하나의 '모범 사례'가 됐다.

2007년 미 워싱턴 정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DC 마담' 매춘명단에 올랐던 데이비드 비터 상원의원의 부인도 기자회견장에서 "나는 웬디 비터가 된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해 면죄부를 줬고, 엘리엇 스피처 전 뉴욕주 주지사가 '매춘 고백'을 할 때도 부인 실다 스피처가 자리를 함께 하며 힘을 보탰다.

클린턴 장관의 사례는 지난 정부 시절 국내에서 '인용'되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2007년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신정아씨의 불륜이 세상에 공개되자 변 전 실장의 부인을 청와대로 불러 "힐러리처럼 생각하시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결백 믿는다", "죗값 치렀다"… '무조건 지지'한 사례들
남편의 스캔들에 눈을 감거나 아예 대놓고 지지를 보낸 경우도 있다. '세계의 경제 대통령'이자 내년 프랑스 대선의 유력 후보였다가 한순간에 추락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경우가 가장 최근의 사례. 스트로스칸은 지난달 미국 뉴욕의 한 호텔에서 여성 객실 청소원을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긴급 체포된 뒤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 사법 당국은 물론 프랑스 언론까지도 "스트로스칸의 정치 생명은 끝났다"며 그의 혐의를 확신하는 가운데서도 단 한 사람, 그의 아내 안 생클레르만은 예외였다. 생클레르는 "남편의 결백을 믿는다. (섣부른 보도 등의) 자제를 바란다"고 호소하는 등 그에게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는 남편이 2008년 부하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혐의로 조사받을 당시에도 남편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보냈었다.

전 영국 국방장관 존 프로푸모의 부인 발레리 홉슨도 비슷한 경우다. 유명 여배우였던 그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참전 경력으로 '영웅' 칭호를 받던 남편이 1963년 콜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실이 들통나고, 이 콜걸이 소련군 장교의 애인이란 사실이 밝혀지면서 장관직에서 불명예 퇴진한 가운데서도 끝내 남편을 옹호했다.

그는 남편 사건의 증인으로 법정에 나설 때마다 "남편은 그때 일을 후회하고 있다. 이미 충분히 죗값을 치렀다"며 남편을 편들었다. 또 사건이 마무리된 뒤에는 부부가 함께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고, 평생 자선 활동에 몸을 바쳤다.

◆사생아 생긴 경우엔 대체로 용서 안 돼
그러나 정치인의 부인이 항상 자비를 베푸는 것만은 아니다. 혼외정사로 자식까지 생긴 경우에는 대체로 용서받지 못했다.

공금으로 연인과 밀월여행을 해 논란이 됐던 마크 샌퍼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나 최근 불륜관계를 은폐하기 위해 정치자금을 전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의 경우 부인들이 남편과 함께 언론 앞에 서는 것을 거부한 경우다.

특히 에드워즈의 부인 엘리자베스는 지난해 초 남편이 혼외정사로 딸까지 낳은 것으로 드러나자 남편을 떠난 뒤, 지난해 12월 유방암으로 숨지면서 에드워즈에겐 한 푼의 재산도 남기지 않았다. 그는 유서에도 평생을 함께했던 에드워즈에 대해서는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널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부인 마리아 슈라이버도 남편이 가정부와의 불륜으로 아이를 낳은 것으로 밝혀지자 최근 별거에 들어갔다.

정치인의 아내는 아니지만, 바람 핀 남편을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유명인의 아내도 있다. 중국 국영 중앙방송(CCTV)의 간판 스포츠 프로그램 앵커인 장빈(張斌ㆍ당시 38세)의 부인 후쯔웨이(胡紫薇ㆍ당시 35세)는 남편이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기자회견장에 난입, "2시간 전쯤 내 남편 장빈이 다른 여자와 비정상적인 관계를 가져온 걸 알았다"고 폭로했다.

그는 방송사 직원과 남편이 자신을 끌어내려 제지하려고 하자 그는 "너희는 연약한 여자를 이렇게 다뤄도 되느냐"고 울부짖으며 "너(장빈)는 겉만 도덕군자이고 속은 색광(色狂)이다"라며 소리쳤다. 이 장면은 3분 동안 중국 전역에 그대로 방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