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서록

반고흐, 영혼의 편지

히메스타 2010. 11. 17. 10:29

너 하나만이라도 내가 원하는 전체 그림을 보게 된다면, 그래서 그 그림 속에서 마음을 달 래주는 느낌을 받게 된다면……. 나를 먹여 살리느라 너는 늘 가난하게 지냈겠지. 돈은 꼭 갚 겠다. 안 되면 내 영혼을 주겠다. (테오에게, 1889년 1월, 215∼216쪽)

 
태양의 화가, 영혼의 화가라 불리는 빈센트 반 고흐는 지독한 가난, 고독, 예술에 대한 끝없는 집착, 발작, 요절…… 그는 우리의 이중섭처럼 37년의 짧은 생애 동안 극적인 삶을 살면서 강렬한 작품을 남겼다. 이것이 반 고흐가 미술애호가는 물론 평범한 사람들까지 사로잡는 이유이다.

고흐는 1872년 8월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동생 테오와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그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는 무려 668통이나 된다. 그 밖에도 어머니, 동료인 고갱, 베르나르, 라파르 등에게 띄운 편지가 이 책에 수록돼 있다. 고흐에게 테오는 어떤 존재였을까? 여동생 윌에게 보낸 편지에서 고흐는 이렇게 썼다.

---테오가 없었다면 그림을 제대로 그릴 수 없었을 것이다. 친구 같은 테오가 있었기에 내 그 림의 수준이 나아지고 모든 게 제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테오는 고흐에게 동생이자 친구이며 후원자였고 또 동반자였다. 고흐의 고백처럼 테오가 없었다면 고흐의 그림은 탄생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한 테오에게, 고흐는 일기 쓰듯 편지를 썼다.

고흐의 편지에는 그의 심정과 처지가 매우 솔직하게 씌어 있다. '본의 아니게 쓸모 없는 사람' '새장 속에 갇힌 새' '나는 개다'는 표현이 편지에 등장한다.

그의 복잡한 내면과 힘겨운 생활이 고스란히 담긴 고흐의 편지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두 가지다.
가난과의 고투, 그리고 '색'으로 상징되는 그림에의 끝없는 열정과 집착이 고흐의 수많은 편지를 관철하는 주제인 셈이다.

또한, 고흐는 사촌인 케이에게 구혼했다가 거절당했을 때의 심정, 매춘부인 시엔과 동거를 하게 됨으로써 동료는 물론 가족과 겪게 된 갈등, 아버지와의 격심한 불화, 고갱과의 다툼 등을, '적나라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솔직하게 토로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고흐가 삶과 예술에 얼마나 진지하고 치열하게 접근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내내 내마음은 고흐의 예술에 대한 정열에 대해서도 깊은 감명을 받았지만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형을 생각하는 동생 테오가 보다 더 마음에 와 닿았다.

 

화랑을 운영하면서 자신의 형의 그림이 전혀 팔리지 못한 가운데에서도 형에 대한 깊은 애정과 믿음으로 형의 그림을 인정하고 언젠가는 형의 그림이 최고가 될 것이라는 신념은 요즘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요즘 세상에서 어느 누가 테오 같이 자신의 가정 보다는 형의 예술적 재능을 인지하고 헌신적으로 형제애를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행각해 본다.

 

고흐 또한 자신만의 미술세계에 대한 독창성과 창의력으로 죽음을 눈 앞에 두고서까지 작품에 대해 열정을 쏟았던 고흐의 예술혼에 대해 다시금 고개가 숙여진다.

 

고흐와 한시대를 풍미를 했던 많은 미술가와의 교감과 그들만의 고통 속에서 찬란한 미술세계를 창조했던 인상파 화가들의 애환이 잘 그려져 있어 그림에 대해 문외한 나 같은 사람에게도 하나의 작품이 탄생할 때 얼마나 많은 노력과 혼이 깃들어 있어야 하는지를 짐작케 한다.

 

특히, 정신병원에 갇혀서까지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려 했던 고흐의 파란만장한 생활 속에서 테오의 헌신적인 형에 대한 사랑이 오늘날의 고흐가 있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고흐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는 테오와 고갱 등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고흐의 그림에 대해 인정해 주지 않았지만 고흐와 테오가 모두 세상을 떠난 후 고흐의 그림은 세상에서 빛을 보게 된다.

지독한 가난과 고독 때문에 힘겨워하면서도 더 나은 작품을 위해 쉼 없이 연구하고 노력한 고흐와 테오 형제애가 고스란이 남아 있는 감동적인 책이 바로 "반 고흐, 영혼의 편지"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