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수필, 나의 일상 등

마지막 불꽃

히메스타 2019. 4. 1. 15:53

희미한 목소리와 흐릿한 눈가에 젖은 엄마의 눈물

늘 당당하고 활기차던 엄마의 목소리는 

이제 세찬 바람 앞에서 떨고 있는 촛불과 같이 흐느끼는데

바라만 보면서 속절없이 입술만 깨문다

 

87년 동안 나를 위해 바람막이가 되어 주셨는데

단 며칠 동안만이라도 엄마의 생명을 지켜줄 수 없어

가슴 속에 쇳덩어리가 몇개가 들어 있는 듯 그 무게를

견딜 수 없이 아프지만 어찌할 수 없어 눈물만 앞을 가린다

 

이제 얼마나 더 이 세찬 바람을 견뎌내서 우리와 함께 하실지

알수 없는 시간들, 이 시간만이라도 더디게 흐를 수 있게

막을 수는 없는 걸까.....

저 멀리 홀로 외롭게 떠나실 엄마와 잠시나마 동행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핏기 하나 없는 하얀 얼굴, 그러면서도 내 손을 꼭 잡고 아프지말고

건강하라고 당부하시고 밥 잘 챙겨 먹으라고 당부하시는 엄마에게

내가 해 들릴수 있는 말이 떠오르지가 않는다.

15분간의 짧은 면회시간 동안 힘없이 늘어진 손 잡아 드리는 일 밖에는....

 

아쉽고 안타까운 시간이 흘러 중환자실에 엄마를 홀로 두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가슴만 아프고 눈물만 흐른다

언제 꺼져서 영영 뵙지 못할 먼곳으로 떠나실지 모를 엄마를 두고

나는 오늘도 사무실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내 일을 하는 내 자신이

가증스럽고 부끄럽기 그지 없다. 세상 사람들도 다 나처럼 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