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건강2.0]
소화시간·생활패턴 따지면 '하루 3회' 원칙
청소년·임산부·당뇨환자 '아침' 꼭 챙겨야
오랜 '두 끼 습관' 일부러 바꿀 필요는 없어
횟수보다 식단 균형 중요…규칙적 식사를
균형 잃지않는 나만의 '끼니 공식'
"너 하루에 몇 끼 먹니?"
"나 아침은 먹지 않고 점심, 저녁 이렇게 두 끼 먹는데. 넌?"
"세 끼를 꼬박 먹지. 그래야 건강하잖아. 실제로 난 세 끼를 먹고 난 뒤부터 살도 빠지고 몸도 좋아졌어."
"근데 난 두 끼를 먹어도 건강한데? 오히려 아침밥을 먹으면 소화도 안 되고, 더부룩해. 지금은 아침밥을 먹으려 해도 그게 잘 안 되고. 두 끼 먹어도 건강에 이상이 없으면 괜찮은 것 아니야?"
두 끼를 먹을 것인가, 세 끼를 먹을 것인가. 많은 사람의 고민 중 하나다. 그동안 건강을 위해 한결같이 세 끼 식사의 중요성이 강조돼 왔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을 줄여가면서까지 아침밥을 챙겨 먹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맞벌이 부부는 더욱 그렇다. 질병관리본부 조사를 보면, 5명에 1명꼴로 아침을 먹지 않는다. 10대와 20대의 아침 결식률은 30~40%에 이르며,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반면 사람들의 머릿속엔 "하루 세 번, 아침은 임금처럼, 점심은 정승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먹어야 건강하다"는 인식이 뿌리깊이 박혀 있고, 언젠가는 이를 실천하리라 마음을 먹곤 한다. 정말 세 끼를 반드시 챙겨 먹어야 건강할까.
원칙은 하루 3번 식사
지금껏 발표된 논문과 임상 결과를 토대로 했을 때, 하루 3번 식사는 건강을 위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이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는 "소화 과정과 에너지 전환 시간, 일상생활 등을 고려할 때 3번이 적당하다"며 "이 경우 살이 찌는 체질이 되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덕희 영양팀장은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적당히 때우고, 저녁에는 회식과 술자리를 하는 직장인들은 영양 불균형 상태에 놓이기 쉽다"며 "간단하게라도 아침을 챙겨 먹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일례로 직장인 김정엽(35)씨는 지난해 2월부터 하루 세 끼 식사를 실천했다. 당시 그는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위험"이라는 건강검진 결과를 받았다. 식습관 개선을 가장 먼저 실행에 옮겼다. 그는 "하루 3번 규칙적으로 식사를 한 뒤부터 점심과 저녁에 폭식을 하지 않게 되었다"며 "몸무게가 4㎏ 줄었고, 혈압과 체내 지방 수치도 내려갔다. 오전 시간 동안 정신이 또렷해져 업무 능률도 올랐다"고 만족해했다.
난 두 끼 식사가 좋아!
직장인 이화섭(32)씨는 하루 2번 식사를 고집한다. 군대를 제대한 25살 때부터니까 8년째다. 처음에는 자취생 신분에 아침밥을 차려 먹기 힘들어서, 지금은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아침식사를 못 한다. 입맛이 없는데다 공복감도 이제는 느끼지 않는다. 아침밥을 먹으면 오히려 속이 더 나빠진다. 점심식사는 회사에서 동료들과 어울려 먹고, 저녁은 가급적 집에서 한식 위주로 해먹는다. "두 끼를 먹는 게 전 더 좋아요. 건강에 이상도 없고요. 세 끼를 먹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우리 주변에는 '건강' 등을 목적으로 일부러 식사횟수를 줄인 이들도 적지 않다. 일명 '두 번 식사 옹호론'자들이다. 이들은 과잉 섭취된 열량과 음식물이 병을 만들기 때문에 적게 먹어야 한다고 믿는다. '아침 굶기'를 주장하는 일본의 니시의학이 대표적이다.
김진목 부산파라다이스의원 원장은 본인은 물론 환자들에게 2끼 식사를 권장하고 있다. 김 원장은 "아침을 굶으면 저녁 이후 18시간 단식하는 셈"이라며 "내장기관을 쉬게 할 뿐 아니라 부족한 에너지만큼 몸속 여분의 영양분을 태울 수 있기 때문에 노폐물과 독소를 제거해 더 건강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인규(53)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건강을 위해 10여년 전부터 하루 2번 식사를 하고 있다. "점심을 굶고 난 뒤부터 졸리거나 나른해지는 일이 없어졌다"는 그는 "몸이 가벼워지고 업무에서도 능률이 올랐다"고 만족해했다. 그는 총각 때 30인치에 불과했던 허리둘레가 한때 35인치까지 육박했지만, 10여년 전부터는 34인치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종교적인 신념이나 건강한 삶을 위해 하루에 한 끼만 먹는데도 건강하게 사는 이들도 있다. 종교사상가인 고 유영모 선생은 45살 때부터 91살로 숨을 거둘 때까지 하루 1끼의 금욕생활을 실천했다. 그의 제자인 김흥호(90) 전 이화여대 철학과 교수도 50년 넘게 스승의 뜻을 이어받아 '1식'을 실천하고 있다. "절식해야 장수한다"는 이론을 펴 노화학의 권위자로 꼽히는 유병팔 부산대 석좌교수 역시 하루 한 번 식사를 한다.
문제는 영양소 섭취량
식사 횟수는 제각각이지만, 앞에 거론된 사람들의 공통점은 건강하다는 점이다. 이유가 뭘까. 하루에 필요한 적정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살 이상 성인의 하루 권장 열량은 2000~2200㎉다. 식사 횟수보다 영양소의 총섭취량이 중요한데, 고르게 섭취하면 문제가 안 된다는 뜻이다. 박현아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만큼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것이 가장 좋다"며 "두 끼든 네다섯 끼든 영양학적으로 균형있는 식사를 한다면 현재 자신의 식습관과 식사 횟수를 유지해도 무방하다"고 조언했다. 따라서 아침을 오랜 기간 먹지 않던 사람이 일부러 아침을 먹으려고 기를 쓰고 노력할 필요까지는 없다. 고려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김도훈 교수도 "우리 몸은 늘 변화하는 환경과 조건에 적응하기 마련"이라며 "몸에 부담을 주면서까지 굳이 세 끼 식사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소년과 수험생, 임산부는 반드시 아침을 챙겨 먹어야 한다. 강영우 건양대 소화기내과 교수는 "육체노동이 많은 사람은 반드시 아침을 챙겨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영양팀 라미용 임상영양파트장은 "학생들의 경우 아침식사를 거르면 오전 두뇌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없어 집중력이 떨어진다"며 "고기와 야채를 다져 넣은 주먹밥, 죽, 토스트와 우유 등을 밥 대신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안지현 중앙대 용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임산부를 비롯해 당뇨병·고혈압 환자는 식사량을 적게 해서 자주 먹는 것이 좋고, 암 환자는 열량이 높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조선시대엔 하루 2끼 식사가 일반적이었다. 적정 하루 식사 횟수는 자신에게 맞게 정하되, 열량 과잉 또는 결핍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유병팔 교수의 '소식' 예찬
40년 넘게 하루에 한 끼 "몸이 적응…공복감 없다"
하루에 한 끼를 먹고도 살 수 있을까? 유병팔(80) 부산대 석좌교수는 40년 넘게 하루 한 끼 식사를 실천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한 끼 식사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바쁜 일상 중에 아침-점심을 거르는 것이 자연스럽게 일상이 됐다. 키 160㎝인 유 교수는, 세 끼를 모두 챙겨 먹을 때 몸무게가 73㎏까지 나가 활동에 제약을 겪었다. 그러나 한 끼 식사를 한 뒤부터는 몸무게가 60㎏으로 줄었고, 지금껏 이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
"예전에는 아침과 점심을 거르고 저녁 식사를 했는데, 지금은 11시30분에 점심 식사로 한 끼를 때웁니다. 공복감은 이제 전혀 느끼지 않습니다. 몸무게가 40년 넘게 유지되는 것을 보면 제 몸이 그렇게 적응을 한 셈이지요. 식단은 밥과 야채, 생선 위주입니다. 한 끼 식사를 한 뒤로 몸과 마음이 가볍고, 평소 늘어지거나 무거운 느낌이 없으며, 잠자리에서도 편안해 꾸준히 실천하고 있습니다."
펜실베이니아여자의과대학 교수, 텍사스주립대 교수 등을 역임한 유 교수는 노화학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자로 꼽힌다. 유 교수는 노화의 원인을 과잉 섭취된 음식물과 열량에서 찾는다. 다시 말해 건강과 장수의 비결은 '소식', 소박한 식사와 적당한 운동에 있다. 그는 "필요 이상의 칼로리가 우리 몸에 지방으로 축적돼 염증을 일으킨다"며 "이 염증이 관절염, 동맥경화, 고혈압, 당뇨, 치매, 암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요소가 되어 결국 생명을 단축시킨다"고 말했다. "지금껏 제가 건강한 몸으로 강단에 설 수 있었던 것은 한 끼 식사, 즉 절식으로 칼로리 섭취를 제한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유 교수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한 끼 식사'를 권장하지는 않는다. 몇 끼를 먹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적게 먹고 칼로리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젊었을 때는 2000㎉의 열량이 필요했겠지만, 나이를 먹고 활동이 줄었다면 1500㎉ 수준으로 섭취 열량을 줄여야 합니다. 끼니 횟수는 개인에게 맞게 결정하되 대신 매 끼니를 채식 위주로, 기름기 없이 담백하게 조리해 칼로리를 낮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에게도 단백질이 필요하다고 해서 고기만 먹일 것이 아니라 생선, 콩, 두부 등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섭취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김미영 기자, 사진 부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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